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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는 글
건물주/ 겨자씨교회/ 경인조치/ 고객님의 마음을 중개합니다/ 고구려 농장/ 고해성사/ 골목떡볶이/ 공사 중/ 이사하기 좋은 날/ 구경하는 집/ 구루마집 구루마짐/ 기분 전환/ 김중업박물관/ 꽃 세요/ 끓인 라면/ 나는 오늘/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 낮술/ 내 멋대로/ 너는 나다 나도 너다/ 농약종묘/ 다섯 평/ Down! Up! Zero!/ 닭다리/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 당신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WM/ 도민의 자전거/ 독도는 우리 땅/ 돈까스/ 돈방석/ 동수가 간다/ 떡/ 뚝떡/ 뛰는 길/ 식후경/ 신굉기업/ 신숙주/ 십十(자가)/ 싱싱(은 어디에나 안성맞춤)/ CCTV 촬영 중/ 아는 집/ I·SEOUL·U/ 야구장 가는 길/ 얘들아 놀자/ XXO/ 열매상회/ 영어는 공부가 아니고 훈련이다/ 오늘 끝/ 늘 마실 술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오만 가지/ 오소리감투/ 오시날개/ 50년 전통/ 588/ OPEN & CLOSE/ 옳소/ 옷의 생명은 세탁/ 왕의 식탁/ 용궁주택/ 웃기는 짬뽕/ 월하독작月下獨酌/ 위험합니다 들어가지 마세요/ 유리구두/ 의료 민영화 반대합니다/ 이쁜 이모/ 24시간 열쇠점/ 인생은 맵다/ 일등복권방/ 일심/ 일심식당/ 마지막 기회/ 막걸리 전문점 井/ 맥주도둑 짝태/ 맹세합니다/ 문전선수 옷/ 문짝 & 짝문/ 물기/ 물음표(?)/ 민들레/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밝은세상안경/ 밥/ 밥이 보약/ 배꼽시계/ 배다리 시 낭송회/ 배달의 민족/ 배회로/ 100년 짜장/ 180~20/ 100% 진짜 참기름/ BEST 10/ 보물찾기/ 비상창유리/ 삶과 죽음은/ 삼겹살/ 3.3제곱미터당(눈 가리고 아웅)/ 상상하라 우리들의 대한민국/ 상중常中/ △모/ 소성주/ 소크라테스(의 변명)/ 손님 구함/ 수상한 포차/ 시施/ 시골순대/ 시인의 잡곡/ 자! 오늘 기서 나를 찾고 싶다/ 자전거주차장/ 잘 가르치는 것이 답이다/ 저런 게 하나 있음으로 해서/ (군대 가기 전에) 전쟁나라 1/ (군대 가기 전에) 전쟁나라 2/ 주는교회/ 주주총회/ 즐거운 관광/ 지난 63年 동안/ 지물포/ 그러진 곳 복원/ 창문에 붙은 신화/ 책/ 최저속도제한/ 축지법과 비행술/ 취한 건 바다/ 708090/ 콜롬아보도육교/ 타이소/ 튀기리/ 펄럭이는 문자/ 평화반점/ 한(약방)/ 한국은행/ 할 수 있습니다/ 행복을 주 는 교회/ 헤어지지 마/ 화살표 1/ 화살표 2/ 회바라기/ 회통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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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다 보았다. 「이곳에 주차시 경인조치합니다」
경인(京人): 서울사람 / 이곳에 주차하면 서울사람이 된다는 말인가. 경인(庚寅): 육십갑자, 갑자·을축·병인… 나가다가 27번째가 경인이다 / 이곳에 주차하면 경인생 팔자로 바뀐단 말인가. 경인(經印): 도장을 찍음 / 이곳에 주차하면 차에 무슨 도장을 찍겠다는 말인가. 경인(驚人): 사람을 놀라게 함 / 이곳에 주차하면 놀라게 해주겠다는 경고인가. 경인(敬人): 남을 공경하는 일 / 이곳에 주차하면 운전자를 공경하겠다는 말인가. 경인(京仁): 서울과 인천을 아울러 이르는 말 / 이곳에 주차하면 차를 경인지방에 갖다 버리겠다는 엄포인가. 경인조치는 견인조치일 것을 뻔히 알면서 ‘경인’을 찾아본다. 잘못 쓴 글씨 하나가 사전을 찾게 하니 나름 글자 구실 한번 한 셈이다(주차하려다 ‘경인조치’를 본 것이 아니라 걸어가다 보았음을 적어둔다). 길 가다 보았다. 「오늘 끝」 장사에도 이동식 장사가 있다. … 사람이 붐비는 곳에 임시로 자리를 빌리거나, 주인이 바뀌는 점포를 며칠 쓰다가 사라진다(간혹 주인은 바뀌지 않고 업종 변경을 위해 내부공사를 준비하느라 잠시 노는 점포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그 틈을 알고 활용하는지 그 정보력과 민첩성에 놀란다). 동네에 들어온 유랑상단을 보았다. 상가입구 바닥에 물건을 진열하고 큼직하게 ‘정리 끝’을 써 붙였다(시작하자마자 정리한다는 게 좀 이상하지만 그들은 경험상 정리효과를 믿는 게 틀림없다). 그 다음 날은 ‘폐업 끝’으로 바뀌었다. 그 다음 날은 ‘내일 끝’이라고 써 붙였다. 마침내 「오늘 끝」이 왔다. 하지만 오늘은 끝이 아니었다. 그 다음 날 붙은 말은 ‘짐 싸요’였다. 정리에서 시작하고, 폐업과 내일을 거치고, 「오늘 끝」에 짐 싸기까지 닷새 동안-나흘을 예상했다가 하루가 더 늘어난 것인지도 모를 일, 유랑하는 존재는 떠나는 기일을 예측할 수 없으니- 장사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들은 떠났다. 떠나면서 언제 다시 올 지도 모른다는 듯 ‘신월동 엄마들 안녕’이라고 인사를 잊지 않는다(그들이 파는 물건들은 주로 엄마들이 구매하는 물건이었다). 「오늘 끝」이 오늘이 아닌 그 이동상단 식구들은 오늘 어느 동네 엄마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을까. 길 가다 보았다. 「50년 전통」 허름한 옛 자취가 남아있는 종로통 뒷골목, 오래되고 소문난 칼국수집 담벼락에서 보았다. 「50년 전통(1965년 20원부터~)」 … 1965년, 서울에서 바지락칼국수 한 그릇이 20원이었구나(짜장면 가격은 25원, 라면은 10원이었다). 1965년에 태어난 사람은 지금 몇 살이런가.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 50년 넘게 바지락을 만지고 국수를 썰었다면 그야말로 조개의 마음과 밀가루의 성질이 손에 잡히겠구나. 그동안 이 집을 거쳐 간 손님들은 얼마나 될까. 어림잡아 50년×365일×100~150명/하루=1,825,000~2,737,500명 쯤 된다(180만 명이면 충청북도 인구(약 160만)보다 많고, 270만 명이면 인천광역시 인구(약 300만)와 엇비슷하다). 문지방이 열 번도 더 닳았을 발걸음이다. 과연 맛국물을 내기 위해 쓰인 바지락은 얼마쯤 될까. 칼국수 한 그릇에 바지락 50여 마리가 들어간다면 50년 동안 쓰인 바지락은 91,250,000~136,875,000여 마리. 가히 조개더미를 이룰 양이다. 김수영은 시-거대한 뿌리-에서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하며 ‘우울한 시대를 파라다이스처럼 생각’했는데 나는 겨우 「50년 전통」 앞에서 사라진 패총(貝塚)을 그려보고 있다. 길 가다 보았다. 「물음표(?)」 길 가다 말없는 간판을 보았다. 아니 더 많은 말을 거는 간판이다. 보통의 간판처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묻는 간판이다. … 물음에 답하기 곤란한 경우도 있다. 옥신각신할 때다. 지하철에서 아저씨 둘이 뭔 일인지 다투고 있었다(자리다툼인지, 발을 밟고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았는지, 서로 부딪쳤는지…). 처음엔 서로 경우를 따지는 듯하더니, “당신 몇 살이야” - 나이는 왜 물어. “사람이 경우가 있어야지!” - 경우 없긴 당신도 마찬가지야. “왜 반말이야!” - 반말은 당신이 먼저 했잖아. 이런 말싸움은 구경하는 사람도 지치는데 다투는 이들은 오죽하랴. 그러다 깜짝 놀랄 말이 나왔다. “너 뭐야” - 그럼, 너는 뭐야? 싸움은 끝났다. 너는 뭐야? 당신은 무엇입니까? 존재를 묻는 심오한 철학적 질문에 두 사람은 침묵에 들어갔다(옆에 있던 나도 나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인가, 알 수 없었다. 지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