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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제1부 멜랑콜리여, 연대하라! 시권 선언 소사 이카루스 멜랑콜리쿠스 우울한 푸른꽃 열정적 멜랑콜리커의 운명애 저항의 멜랑콜리 반분의 고통, 분단의 비애 인류의 마지막 7일 제2부 수집가여, 구제하라!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지독한 고해, 불온한 고해 표독한 '나-너'의 잔혹시극 서울에 온 말테 범속한 트임 포물선의 시학 분노의 명상록 용접하는 오르페우스, 노 젓는 오디세우스 제3부 호모 크리티쿠스여, 귀환하라! 변증법으로 돌아가는 다섯 바퀴 상상력의 모험과 투기 아주 우아한 노예화 아모 에르고 숨 지하철을 탄 호모 크리티쿠스 |
柳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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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젊은 독문학자이자 2000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평론이 당선된 이후 시단에서 비평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는 문학평론가 류신의 두 번째 평론집이다. 우리 문단에서는 드물게 한독 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독일시와 한국시를 자신의 비평의 실험실로 초대해, 이들이 시공간을 초월해 나누는 은밀한 대화에 귀 기울인다. 독일문학을 공부하면서 수집한 자료들과 한국문학을 읽으면서 채집한 텍스트를 요령 있게 결합시켜 제3의 텍스트를 직조하는 비교문학자의 열정으로 충일(充溢)하다. 날카로움과 서정성이 어울린 비평문장으로 참신한 비평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는 이번 평론집의 핵심 키워드는 ‘수집’과 ‘멜랑콜리’이다.
“수집이라는 행위는 탐구의 원-현상이다.” - 발터 벤야민 『아케이드프로젝트』 이 책의 문제의식은 수집가는 비평가라는 것이다. 수집은 소유보다 갱신의 행위이다. 수집이란 사물의 가치를 수호하고 널리 현양(顯揚)하는 일이다. 아무리 쓸모없고 하찮을지라도 수집가의 손에 들어오는 순간, 사물은 되살아난다. 그것은 무질서한 안개의 바다에서 하나의 섬처럼 오롯이 떠오른다. 컬렉터의 안목과 열정 덕분에 소장품은 망각에 맞선 신생(新生)의 성채가 되는 것이다. 비평가의 심장은 이런 수집가의 박동 소리로 뛴다. 비평가는 자신이 집요하게 선별한 텍스트의 편린들을 섬세하게 분류하여 새로운 맥락과 구도 속에서 독창적으로 재배치한다. 비평가로서 수집가는 텍스트의 발견자이자 보존자이며 구원자인 것이다. 수집가가 누리는 황홀한 기쁨은, 텍스트와 단 둘이 이야기하기 위한 고독한 실존의 아름다운 강박과 지독한 열중의 소산이다. 그렇다고 수집가/비평가가 늘 행복한 것은 아니다. 우선 수집가는 이 세계의 사물들에서 발생하는 무질서한 혼란과 분산을 보며 뼛속 깊이 아파한다. 발터 벤야민은 수집가의 생리적 기질이 멜랑콜리임을 다음처럼 적시했다. “모름지기 열정이란 혼돈과 가까이 있는데, 수집가의 열정은 기억의 혼돈에 가까이 있다.” - 발터 벤야민「나의 서재 공개 - 수집에 관한 강연」 교환가치의 유용성이 지배하는 현실로부터 소외된 텍스트를 구제하려는 수집가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가기 쉽다. 자본주의적 가치체계에 저항하려는 그의 또렷한 열정의 중심에서 비애의 검은 꽃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저항의 멜랑콜리! 동일자의 상징체계가 무너진 뒤, 바로크적 폐허 속에서 알레고리적 파편들을 구원하려는 수집가의 깊은 상념. 꿈꾸기를 포기할 수 없는 슬픈 사람이 꿈 없는 현실과 독대한 후 품은 ‘한 줌의 도덕(minima moralia)’. 완강한 세계 앞에 백기를 든 단독자의 검은 비장(脾臟)에서 새록새록 궐기하는 역동적인 멜랑콜리. 수집가의 ‘우울한 열정’이 바로 비평적 상상력의 원천이다. 이 책은 수집가로서 비평가를 지향하는 저자가 그러모은 소장품들이 진열된 작은 전시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