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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is Sepulv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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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내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다. 내가 작가로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언제나 내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던 어른들, 특히 칠레의 먼 남쪽 아라우카니아, 혹은 왈마푸에 살던 작은 할아버지 이그나시오 칼푸쿠라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푸체족([마푸체]는 대지를 의미하는 [마푸 mapu]와 사람들을 뜻하는 [체che]가 합쳐진 말로, 번역하자면 [대지의 사람들]이 된다) 사람인 그는 저물녘이면 마푸체족 아이들을 모아 놓고 그들의 말, 즉 마푸둥운으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나는 다른 마푸체족 사람들이 토속어로 하는 말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지만, 작은 할아버지가 해주는 이야기는 다 이해할 수 있었다. 작은 할아버지의 이야기에는 주로 여우와 퓨마, 콘도르와 앵무새 들이 나왔는데,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위그냐, 즉 들고양이의 모험담이었다. 내가 아라우카니아, 그러니까 왈마푸에서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나도 마푸체족의 혈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도 대지의 사람이다. --- p.7~8 여름 동안엔 아우카만과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 밖으로 나가서, 개울과 폭포를 기쁘게 하고 숲과 오솔길, 물고기와 새를 즐겁게 하기 위해, 그리고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을 기쁘게 하기 위해 감사한 마음으로 그들의 이름을 부르곤 했다. 왜냐하면 대지의 사람들인 마푸체인들은 자기들이 나타날 때 자연이 기뻐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자연은 자신의 경이로움을 아름다운 말과 사랑의 마음으로 소리 내어 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우카만과 나는 겨울이 되면 하늘에서 비와 우박이 쏟아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하루 종일 피어오르는 난롯불 덕분에 따뜻한 루카에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하얗게 눈이 내리는 소리를 함께 듣곤 했다. 안개가 짙게 낀 날이면 웬출라프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저 안개는 마푸, 그러니까 대지를 덮고 있는 행운의 망토란다. 그러면 대지는 추위가 산꼭대기에 있는 자기 집으로 물러갈 때까지 저 안개 뒤에 몸을 숨긴 채 우리에게 베풀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거지.」 --- p.42~43 윙카의 우두머리는 할아버지에게 종이 한 장을 내민다. 거기에는 대지의 사람들이 그들의 마을과 그들의 집, 그들의 땅과 숲, 그들의 강과 호수, 개울, 그리고 그들의 과일과 곡물 가루, 우유와 꿀을 버리고 떠날 것을 명령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일러 준다. 웬출라프 할아버지는 그들이 밟고 있는 땅과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모두 응구네마푸의 것이기 때문에, 대지의 사람들은 절대 이곳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여태까지 단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목소리로, 평소에 노래하고 이야기를 들려줄 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로 덧붙인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북쪽 지방, 그러니까 불행의 땅인 피쿤 마푸의 윙카들이 여기로 몰려온 적이 있었지요. 우리는 그들과 싸워서, 결국 이 땅에서 몰아냈습니다. 얼마 뒤, 이번에는 악한 정령들이 사는 서쪽 땅 라프켄 마푸의 윙카들이 그들의 말과 그들의 신을 가지고 오더군요. 우리는 그들에 맞서 용감하게 싸웠어요. 그리고 그들을 굴복시킨 다음, 평화를 받아들이도록 했습니다. 당장 가서 당신네 롱코에게 말하시오. 대지의 사람들은 결코 떠날 생각이 없다고 말입니다.」 --- p.53~54 「내가 모든 걸 잃어버린 것은 바로 그날이야.」 나는 눈으로 반딧불이 쿠데마유에게 말한다. 그러자 반딧불이가 초록 불빛으로 내게 대답한다. 「그날 너만 모든 걸 잃어버린 것은 아니야.」 윙카들이 무기를 들고 지켜보는 가운데, 무거운 표정으로 불길에 휩싸인 마을을 떠나는 대지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 중에는 아우카만과 킨투라이도 있다. 그리고 쇳덩이로 된 커다란 괴물들이 어떻게 울창한 숲을 파괴하고, 어떻게 위대한 레무를 무너뜨리는지도 보인다. 대지의 사람들에게 디웨녜들을 듬뿍 선사해 주던 떡갈나무들과 건장한 낙엽송들, 칠레 소나무들과 늘 초록빛을 띠던 신성한 계수나무 포이케도 힘없이 쓰러진다. 숲의 모든 것이 쓰러지고 만다. 「아프마우! 아프마우!」 아우카만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친다. 그의 목소리는 내가 마지막으로 잃어버린 것이다. --- p.55 그들은 내게 [카피탄]이나 [보비] 같은 이상한 이름을 붙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이름으로 부르면 나는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나를 그냥 [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오직 아프마우뿐이다. 대지의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으니까. --- p.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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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땅, 잃어버린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불러 주던 자신의 이름……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아 나서는, 아프마우의 가슴 먹먹한 여정 이야기는 아프마우가 사슬에 묶여 있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아프마우」라는 이름이 있지만, 이제 그를 그 이름으로 불러 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냥 「개」라고 불릴 뿐이다. 오래전, 그의 이름을 불러 주던 사람들이 그들이 살던 터전에 침입해 온 낯선 외지인들에 의해 강제로 그 땅에서 쫓겨나야 했던 이후, 아프마우 역시 소중했던 모든 것을 잃어버려야만 했다. 그의 이름까지도. 마푸체족 사람들과 이별하게 된 후 그 외지인들의 손에 억지로 붙들려 간 아프마우는, 그들의 사냥개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면서 매일 불행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늘 발길에 걷어차이고 채찍질을 당하며, 새 주인들의 명령에 따라 도망자들을 추적하는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프마우의 새 주인들은 자신들이 잡아 가두고 있던 「인디오」 한 명이 탈출하여 숲으로 도망쳤다고 말하며, 그를 잡기 위해 아프마우를 풀어 추적시키도록 한다. 예민한 후각을 지닌 아프마우는 그 인디오가 남긴 흔적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의 냄새가 희미하게 풍겨 오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이처럼 이 이야기는 아프마우가 그의 옛 주인들인 마푸체족 사람들과 이별하게 된 이후, 즉 그가 속해 있던 소중한 공동체가 폭력으로 파괴된 이후의 일들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묘사되는 마푸체족 사람들의 일상과 풍습들이 그저 별것 아닌 소소한 풍경들임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아름답고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파괴된 것, 「잃어버린 것」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도망친 인디오의 흔적에서 아프마우가 느끼는 익숙한 냄새들, 그가 「잃어버린 모든 것」의 냄새라고 부르는 그 냄새는, 「마른 장작과 곡물 가루, 그리고 사과 냄새」와 같은 지극히 사소하고 소박한 것들이다. 하지만 그 희미한 냄새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상처 속에 묻혀 있던 아프마우의 기억들이 하나둘 춤을 추며 깨어나기 시작하고,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레 병치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 만큼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마푸체족 사람들의 이야기는 마치 전해 내려오는 구전 설화 속의 아득한 전설처럼, 기억 속의 희미한 편린으로, 꿈으로, 환상으로 언뜻언뜻 나타나며, 그것이 더욱 애틋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자연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마푸체 공동체의 아름다운 모습이 「외지인」들로 대표되는 잔혹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이처럼 아프마우가 잃어버린 과거의 흔적을 추적해 가는 여정, 소중한 기억들을 되살려 가는 과정은, (이 작품의 제목처럼) 이제 더 이상 불러 주는 이가 없는 자신의 이름, 사라져 가는 자신의 정체성을 소중히 지켜 나가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아프마우」라는 이름은 마푸체족의 언어로 「충직함」이라는 뜻이다. 아프마우의 새 주인들은 그에게 서구식 이름을 지어 부르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프마우는 대꾸조차 하지 않으며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를 거부한다. 「내 이름은 오직 아프마우뿐이다. 대지의 사람들이 나를 그렇게 불렀으니까.」(본문 60면) (「마푸체」는 대지를 의미하는 「마푸mapu」와 사람을 뜻하는 「체che」가 합쳐진 말로, 번역하면 「대지의 사람들」이 된다.) 또한 그 이름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해 아프마우가 보여 주는 한없는 충직함과 「대지의 사람들」을 향한 변함없는 우정은 특히나 가슴 먹먹한 여운을 자아내며 소설 끝까지 독자들의 가슴을 울린다. 잃어버린 땅, 잃어버린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불러 주던 자신의 이름……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아 달리기 시작하는 아프마우의 아름다운 여정은, 그 간절한 염원만큼이나 독자들을 진한 감동 속으로 안내해 갈 것이다. 마푸체족의 정신과 문화 속에 담긴 세풀베다의 핵심 사상과 염원 이 작품의 서문에서 세풀베다는 「이 책은 오랜 세월 동안 내 마음의 빚으로 남아 있었다」고 밝히며, 그가 작가로 살아올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어린 시절 그에게 언제나 재미난 이야기들을 들려주곤 했던 마푸체족의 어른들, 특히 그의 작은 할아버지 이그나시오 칼푸쿠라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신 역시 마푸체족의 혈통을 이어받았노라고 밝힌다. 그의 말대로, 그 역시 「대지의 사람」인 것이다. 그런 만큼 마푸체족 사람들의 정신과 문화는 세풀베다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단지 그가 혈통상으로 마푸체족의 후손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밝혔듯 작가로서 살아온 그의 문학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던 중요한 정신적 토양이기 때문이다. 마푸체족은 라틴 아메리카에서 2500년 넘게 살아온 원주민 부족으로, 스페인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이 라틴 아메리카를 침략해 왔을 때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항거했던 부족이다. 이들이 오랜 세월 일구어 온 터전을 백인 지주들과 목재 회사에 빼앗기고 강제로 그 땅에서 쫓겨나게 된 이후, 그 후손들은 3백 년 동안이나 격렬하게 저항하며 끊임없는 투쟁을 전개해 왔다. 현재는 정부의 탄압으로 칠레 남부의 한 지역에 몰려 살게 되었으며, 특히 피노체트 독재 시절의 반테러법을 적용한 국가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수많은 마푸체족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조상들의 땅을 되찾기 위한 그들의 투쟁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소수 민족들의 권익을 옹호하며 부당한 탄압에 맞서 온 세풀베다의 정신과 문학 세계는, 이처럼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게 투쟁해 온 마푸체족 사람들의 저항 정신에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또한 자연을 단순히 인간을 위한 자원이나 개발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자연 속의 모든 생명들을 존중하며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마푸체족의 전통적인 자연관 역시, 환경 운동가로서 성실하게 활동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발표해 온 그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자신의 이름을 지킨 개」 아프마우의 이야기는 단순히 옛 주인에게 충성을 바치는 일반적인 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마푸체족 사람들이 지어 준 자신의 「이름」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자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찾아 나서는 아프마우의 간절한 염원은, 마푸체족 사람들이 그들의 가슴 아픈 역사 속에서 잃어버려야 했던 모든 것, 그 세계에 속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 나가기 위한 상징적인 투쟁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그것은 나아가, 스스로를 자연과 대립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자연을 착취하며 짓밟아 온 인간들, 「외지인」들로 대표되는 인간들의 어리석은 태도를 비판하고, (마푸체족으로 대표되는) 인간과 자연의 공동체적 기반을 되찾고자 하는 염원의 메시지 역시 담고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책을 번역한 옮긴이는 「옮긴이의 말」에서 이 작품을 평하며, 「작가가 추구해 온 문학 세계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감동적인 작품」이자 「세풀베다 문학이 천착해 온 새로운 삶의 전망과 형식이 아프마우라는 개를 통해 오롯이 드러나고 있는 수작」이라는 찬사를 전했다. 이러한 정신의 반영으로, 세풀베다는 이 책의 장제목들을 비롯한 본문 곳곳에 다양한 마푸체어 단어들을 그대로 사용했다. 숲 「레무」, 태양 「안투」, 천둥 「트랄칸」, 들고양이 「위그냐」 등 작품 곳곳에 녹아 있는 마푸체어 단어들은, 모두 낯선 말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세풀베다의 작은 할아버지가 마푸체족 꼬마아이들에게 도란도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 속 말들처럼 친숙하고 정겨운 느낌으로 읽힌다. 그리고 부록에는 「마푸체족 용어 해설」을 마련하여, 본문에 나온 마푸체어들의 뜻과 마푸체식 수 표현, 마푸체식 달력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이 작품 속에 담고자 했던 세풀베다의 간절한 마음, 마푸체족의 소중한 문화와 정신을 잃지 않고 지켜 나가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언론평 및 추천사 우정에 바치는 찬가. - 『리베르타』 세풀베다를 모르는 이들 역시 이 믿을 만하고 순수하며 강렬한 내레이터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 『엘 파이스』 세풀베다 문학이 천착해 온 새로운 삶의 전망과 형식이 아프마우라는 개를 통해 오롯이 드러나는 수작이다. - 「옮긴이의 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