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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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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모는 차에 앉아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예의 동창회 멤버 중 한 명의 신상명세다. 창모는 이 사건에 그가 얽혀 있음을 안 순간부터 그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형사로서의 직감 이전에 잊을 수 없는 기억 때문이기도 했다.
박종혁. ‘S고등학교 수학 선생……. 모교에 다시 돌아온 거군.’ 창모는 서류를 파일에 끼우고 표지를 덮었다. --- p.43 10년 이상 곁을 맴돌며 지켜보았지만, 희선은 어떤 남자와도 교제하지 않았다. 대학 때는 공부에, 지금은 일에만 전념하며 종혁과 더불어 나이를 먹었다. 서른을 넘겼지만 미모가 시들기는커녕 갈수록 무르익어 이제는 감히 범접하기도 힘든 여신이란 느낌이었다. 청초한 이목구비 한가운데 얼음 같은 싸늘함이 엿보이는가 하면 어느새 봄날의 훈풍 같은 따스함이 피어오르고, 종잡을 수 없는 신비로움 속으로 숨어버리기도 했다. 그런 희선을 바라볼 때면, 종혁은 언제나 욱신거리며 퍼지는 달콤한 고통을 느꼈다. --- p.57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발자국도, 지문도, 살인에 이용한 도구도 말이죠. 결과적으로 범인은 박준석 씨의 생활을 잘 알고 있었고, 사전에 철저히 준비할 만큼 꼼꼼한 사람입니다.” --- p.114 “힘들고 외로울 때마다 네 생각을 했어.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방에서 눈을 뜨면, 너한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고 싶었어. 동창회 때마다, 너랑 만날 약속을 잡을 때마다 이번에는 고백을 들을 수 있을까 기대했어.” --- p.145 준석과 인호는 자신이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을까. 종혁은 정 죽어야 한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싶었다. 이대로 두려움에 떨면서, 한편에서는 친구들을 죽인 용의자 취급을 받으며 다가오는 최후의 시간을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다. --- p.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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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참신하고 역동적인 작품을 선발하는 디지털작가상 제4회 수상작. 『기억은 잠들지 않는다』는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속도감 넘치는 전개에 극적인 드라마, 치밀한 심리 묘사가 어우러진 추리소설이다. 저자 양지현은 처녀작인 이 작품으로 심사위원들에게 “주목할 만한 신인의 탄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고교 교사인 박종혁은 어느 날 갑자기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다. 피해자는 종혁의 가장 친한 친구인 준석과 인호. 산행 동아리 출신인 그들은 함께 등산을 다녀왔는데, 다음 날 아침 두 사람이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사랑하는 희선을 위해서라도 무죄를 입증해야 할 처지에 놓인 종혁은 의심의 눈길 속에서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그런 그를 젊은 형사 안창모가 바짝 뒤쫓는다. 이윽고 창모의 눈앞에 겹겹이 포개어져 있던 가슴 아픈 진실이 하나 둘 벗겨져 드러난다. 일본의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세계에 매료된 저자는 이 작품에서 생동감 넘치는 등장인물과 가슴 서늘한 드라마를 구현하고자 했다. 『기억은 잠들지 않는다』에는 절대적인 악인도, 선인도 없고 다만 인간이기에 불가피했던 선택들과 그로부터 빚어진 비극만이 존재한다.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은 섬세한 거미줄 같은 문장들 아래에서 우리 자신의 슬픈 어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제4회 디지털작가상 대상 수상작 이중시점에서 풀어 나가는 동시 살인의 수수께끼 디지털작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작인 『기억은 잠들지 않는다』는 디지털 세대의 구미에 쏙 들어맞는 드라마틱한 서사와 생생한 캐릭터가 돋보이는 데뷔작이다.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발생한 동시 살인의 수수께끼를 용의자와 추적자의 이중시점에서 풀어 나가면서, 주요 등장인물들에게 저마다의 사연을 부여하여 드라마에 뚜렷한 음영을 넣었다. 특히 “이 책을 펼치는 독자는 어느새 등장인물 중의 누군가가 될 수밖에 없다”라는 심사위원 이순원 작가의 평대로 주인공들의 입체적인 개성이 독자의 의식을 이야기 속으로 강하게 끌어들인다. 두 친구가 한꺼번에 죽었다. 그런데 범인은 나? 사립학교 교사인 박종혁은 고교 동창인 박준석, 김인호와 둘도 없는 친구. 산행 동아리 출신인 그들은 매년 동창회를 겸해 함께 산으로 떠난다. 어느 주말 친구들과 산에 다녀온 종혁은 다음 날 준석과 인호가 모두 죽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경찰이 밝힌 추정 사인은 인호가 자살, 준석은 강도살인. 그러나 종혁은 쉽사리 납득하지 못하고 진상을 파헤치려 노력한다. 그러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가 자신을 용의자로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혹감에 빠지는데……. 한편 N경찰서의 신참 형사 안창모는 우연히 고교 선배인 박준석 살해 사건을 맡으면서 피해자의 친구 박종혁에게 주목한다. 박종혁, 박준석, 김인호 삼인조에게 얽힌 불쾌한 기억을 갖고 있는 창모는 개인적인 감정과 형사로서의 직감에 기대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든다. 그러나 간신히 밝혀낸 진실 위에 계속 새로운 수수께끼가 겹치면서 창모는 혼란에 빠지고, 여기에 종혁이 오랫동안 짝사랑해온 미모의 약사 희선, 종혁을 사모하는 여고생 소현 등이 얽혀들며 이야기는 예측을 불허하는 결말을 향해 흘러간다. 한국의 히가시노 게이고를 꿈꾸는 젊은 작가의 탄생 1983년생인 젊은 작가 양지현은 대학 재학 중 많은 추리소설을 탐독하며 작가의 꿈을 키웠다. 특히 일본의 인기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세계에 매료되어 그처럼 강렬하면서도 짙은 여운이 남는 글을 쓰겠다고 결심, 오랜 숙고 끝에 첫 작품인 『기억은 잠들지 않는다』를 집필했다. 저자는 무엇보다 범죄의 밑바닥에 깔린 인간 심리에 주목하여 복잡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만들어냈다. 주인공인 종혁과 창모를 비롯해 신비로운 미인 희선, 당돌한 여고생 소현 등 누구 하나 밋밋한 스테레오타입이 없다. 저마다 사연을 끌어안고 여러 감정 사이를 오가며 다양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 결과 이 소설은 사건을 추적하여 해결하는 단선적인 추리 구조에서 나아가, 층층이 겹치고 다채로운 빛깔을 띤 생기 있는 드라마가 되었다. 잠재우고 싶은 기억, 잠들지 않는 기억 『기억은 잠들지 않는다』의 키워드는 제목 그대로 ‘기억’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의식 속에 내장한 수많은 기억의 층들이다. 어떤 것은 영원히 잠재우고 싶고, 어떤 것은 영원히 생생한 채로 간직하고 싶다. 종혁과 창모를 움직이고 진실로 데려가는 것 또한 여러 얼굴의 기억들이다. 기억에 짓눌리느냐, 기억을 극복하느냐-. 저자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에게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곧 삶을 어떤 식으로 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훁인공들의 선택과 그 결과를 지켜보는 독자는 스스로 질문에 대한 답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한편, 한국 추리소설이 드라마와 주제의식을 아울러 성취하였다는 기분 좋은 확신을 품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