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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린 외전 세트(전3권)
좌백
시공사 200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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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左栢, 본명: 장재훈

개를 좋아하여 현재 함께 사는 블랙 코카스파니엘 모모(♂)에게 종족과 성별을 초월한 애정을 느낀다. 언젠가는 개를 등장시킨 소설을 쓰고 싶다 생각만 하다가 단편 『들개이빨』을 공개하면서 이 책의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여러 권의 무협소설을 펴내고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였다. 좌백(左栢)은 그의 필명이다. 왼쪽으로 기울어진 잣나무라는 뜻으로, 바른(오른)쪽에 반하여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1965년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나 1993년 숭실대 철학과에서 전설의 학점을 기록하고 수석 졸업을 한 철학의 귀재로, 그의 필명에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좌
개를 좋아하여 현재 함께 사는 블랙 코카스파니엘 모모(♂)에게 종족과 성별을 초월한 애정을 느낀다. 언젠가는 개를 등장시킨 소설을 쓰고 싶다 생각만 하다가 단편 『들개이빨』을 공개하면서 이 책의 첫 걸음이 시작되었다. 여러 권의 무협소설을 펴내고 게임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하였다. 좌백(左栢)은 그의 필명이다. 왼쪽으로 기울어진 잣나무라는 뜻으로, 바른(오른)쪽에 반하여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1965년 강원도 동해에서 태어나 1993년 숭실대 철학과에서 전설의 학점을 기록하고 수석 졸업을 한 철학의 귀재로, 그의 필명에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 좌우명은 재미없는 글쓰면 천벌 받는다라는 것. 95년 무협소설 『대도오』로 데뷔했다. 무협게임 [구롱쟁패], [부부만담]의 시나리오 작가로도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문예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문학 사이트 [글틴]의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지금까지 『대도오』, 『혈기린외전』, 『소림쌍괴』, 『하급무사』, 『야광충』『금강불괴』, 『독행표』, 『금전표』, 『비적유성탄』, 『흑풍도하』 등 많은 무협 소설과, 『철학 판타지』 시리즈, 결혼 생활을 담은 『부부만담』, 청소년을 위한 철학서인 『논리의 미궁을 탈출하라』, 『철학판타지 그리스 철학편』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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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2731777

책 속으로

“나도 졸장부다.”
정이봉이 눈살을 찡그렸다. 호연삼강이 말하는 것도 오랜만에 들을 뿐 아니라 그 오랜만에 한 말이 매우 묘했기 때문이었다.
“뭐라고?”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놀랍게도, 호연삼강은 그 말에 보충해 대답했다. 왕일을 노려보고 있어서 시선은 분명치 않았지만 명백히 그에게 하는 대답이었다.
“저도 억울한 일은 참지 못하며, 은혜를 잊지 못하니 졸장부란 말씀입니다. 이 친구는 저와 동류의 사람이니 이해가 가는군요.”
“하하하하하하!”
손부자가 웃음을 터뜨렸다. 전혀 웃음을 터뜨려 어울릴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그의 웃음은 높고 맑게 울리며, 호탕한 기운이 배어 있어 듣는 사람의 기분을 유쾌하게 했다.
―1부 「협객」 중에서

이응의 구혼조가 왕일의 정면으로 뻗어 왔다. 왕일의 칼이 수평으로 휘둘러져서 구혼조에 부딪쳤다. 아니, 그럴 뻔했다. 구혼조와 칼이 부딪치기 직전에 구혼조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상상하지도 못한 공격이, 그러나 고수라면 절대로 당하지 않을 공격이 아래로부터 가해졌다. 이응의 발이 왕일의 배를 걷어차 버렸다.


내장이 진동하면 숨이 막히고, 구역질이 나고, 심한 경우 피를 토한다. 왕일이 지금 그랬다. 그는 눈밭에 길게 피를 토하며 세 걸음이나 날려졌다. 정원석에라도 부딪힌 듯이 등에도 강한 통증이 느껴졌다. 눈앞이 가물가물해지는데 이응이 다시 달려드는 것이 보였다. 아직 남아 있는 왼손의 네 가닥 손톱들이 그를 베어오고 있었다. 왕일은 힘없이 팔을 들어올려 얼굴을 가렸다. 생각을 하고 한 행동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까운 것이었지만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이응의 구혼조가 그의 팔뚝에 막혀버린 것이다. 무처럼 잘려버릴 줄 알았던 그 팔뚝에 두른 한 겹의 띠가 날카로운 구혼조를 막아내었다.
―1부 「미결」 중에서

“예전엔 말야, 어떻게 하면 그 지옥을 빠져나갈까 그 궁리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았어. 하지만 지금은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 건 문제가 아니지. 지금은 어느 쪽이 이길까를 봐야 하는 거야. 만약 결정적인 실패를 한 게 맞고, 그래서 이쪽이 질 것 같으면 재빨리 빠져나가야 하는 거야.”
“그렇게 떠들던 강호의 의리는 어디 갔나?”
“강호의 의리?”
마달은 피식 웃었다.
“그런 게 한 근에 얼마나 나가나? 있으면 살 테니 내놔 봐. 나는 잘 먹고 잘 살려고 여기 온 거지 죽으려고 온 건 아냐. 그리고 내가 말한 건 강호인으로서의 자존심이지 의리는 아닐세. 요령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싸우는 것이 자존심, 질게 뻔해도 버티는 것은 의리지. 난 자존심은 지켜도 의리는 필요 없다네. 예나 지금이나 난 개죽음은 싫어. 난 그렇게 멍청이는 아니라구.”
―2부 「봉무」 중에서

임무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저 멀리 중원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승패와 그는 아무 상관없었다. 군호맹과 제룡련 어느 쪽도 그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들의 싸움은 그들의 싸움일 뿐 그의 싸움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원정은 시작은 어쨌든 그 과정에서 그에게 하나의 의미를 던져준 것이다. 죽어간 상태극과 은도평은 그의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워주었다. 이번 일을 완수하지 않으면 다시는 내려놓을 수 없는 짐. 아집이래도 좋고 어리석음이래도 좋지만 그들은 하나의 일을 하려 했고, 이제 그 일은 그의 어깨와 인내력에 달려 있다. 왕일의 한 몸에 죽어간 자들의 믿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임무는 상관없었다. 그러나 믿음을 배신할 수는 없다. 죽어간 자들의 믿음은 더욱 그랬다.
―2부 「갈등」 중에서

“이 싸움에 당신이 건 가치는 무엇이오. 이겨야 할 이유는 무엇이오. 나는 그걸 모르겠소. 아마도 아는 건 당신뿐일 테니 당신이 결정하시오.”
이호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 웃음은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너털웃음으로 변해 취의청 안을 흘렀다. 허탈하고, 씁쓸하고, 자조적인 웃음이 잠시 이어지다가 그쳤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옳은 말씀이오. 결정은 내가 할 일, 책임도 내가 질 일이오. 그래서 결정했소.”
그는 눈빛을 빛냈다.
“나는 끝까지 싸우려오. 지금 포기하면 그동안 죽어간 사람들에게 죄스러워서 안 되겠소. 귀하에게 할 부탁도 이거요. 이 싸움에서 내가 이기도록 전심전력으로 도와줄 것.”
혈기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수락하오.” ―3부 「약속」 중에서


“나는 창주 무사 왕일이다! 이 중에는 나를 아는 자도 있을 것이다!”
유곰보가 뒤로 넘어갔다. 그는 한 마디만 거듭해서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저 녀석이……, 저 녀석이……!”
왕일이 다시 외쳤다.
“나는 또한 이대 혈기린이자 삼대 현무신군이고, 대종사 상산거사 이후 사대 금단문의 문주다. 누구든 부정하는 자 있으면 내 손으로 증명해 보일 것이다! 나설 자 있는가?”
그는 백호왕을, 그리고 청룡왕을 노려보았다. 백호왕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청룡왕은 양손을 벌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태도를 취해 보였다.
“짐작은 했네. 젠장!”
왕일은 남봉황을 향해 섰다. 그의 눈에 살기는 아닌, 그러나 무력하지는 않은 정광이 번뜩였다. 그는 이제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나는 왕일이고, 혈기린이기도 하지. 당신 말대로야. 진짜니 가짜니 따질 필요도 없이 그냥 나는 왕일이고, 혈기린이었던 거야. 지금까지 그걸 부정했던 건 그렇게 된 과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야.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선택되었다는 게 싫었지. 하지만 이젠 아냐. 나를 위해 죽어간 사람들, 내 손에 죽어간 사람들, 그 길고 고통스러운 살육의 여정이 나를 혈기린으로서, 왕일로서 존재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알았어. 나는 이제 진심으로,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어. 이게 나야. 나는 왕일이고, 혈기린이야!”
자리에 앉아 있던 마달이 이 순간 중얼거렸다.
“처음부터 넌 왕일이고, 혈기린이었어. 뭐가 어려워.”
―3부 「비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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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자료

좌백, 왼편으로 바라본 세계
(전략)대도오는 결코 무림의 대협(大俠)이 되지 않는다. 그는 처음에도 낭인 무사였고 끝에도 낭인 무사일 따름이다. 그는 무림 사회의 기성 질서에 내포된 허위와 속물성을 비웃으며(대도오의 시선은 그 비웃음의 시선이어서 기성 질서에 편입되어 있는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낭인 무사라는 하층의 삶의 존재 방식이 갖는 독자적 가치를 실현한다. 김현이 분석했던 대만의 주류 무협소설이 사회의 기성 윤리와 기성 질서에의 편안한 적응에 대한 이야기라면 『대도오』는 그 적응을 거부하고 그 적응의 이야기가 갖는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폭로하며 그 적응 바깥에서 가능한 가치를 추구하는 이야기이다. 종래의 무협소설이 중산층의, 그리고 중산층 지향의 무협소설이라면 『대도오』는 하층, 소외된 자, 주변, 소수자의 무협소설이라 할 수 있다. (중략)
이 이야기는 미묘한 양면성 위에 세워져 있다. 애당초 그가 소림사에서 쫓겨난 것은 그의 박투술이 소림 무술의 법식으로부터 일탈한 것이기 때문인데, 그 박투술이 ‘생사박’이라는 이름을 얻으며 소림 외가 36종의 하나로 인정받는 순간 그는 자신의 무공을 상실한다. 그의 일탈과 그 일탈을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소림사의 견고한 규범과 질서에 대한 항의이고 도전이다. 그러나 그 일탈이 인정받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일탈이 아니고 규범과 질서 속으로 흔적 없이 흡수되어 버린다. 그가 무공을 상실하는 것은 일탈의 불온성이 거세되는 것이다. 여기서 거세 없는 귀환은 없다. 그는 거세되고, 소림사의 규범과 질서는 도전받기 이전보다 더욱 강력해진다. 그의 이야기는 소림사의 권위의 근본적 정당성을 입증해주는 전설이 되어버린다. 그가 소림사 밖에서 자신의 질서를 세우지 못하고 소림사 안으로 흡수되어 버린다는 의미에서 『생사박』은 『대도오』에 비해 후퇴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다른 한편으로 소림사 안의 세계와 소림사 밖의 세계의 대립 구조 위에 짜여져 있고 여기서 전자는 후자의 부정성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보면 『생사박』은 소외된 자의 삶의 실존적 의미를 묻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세속적 세계의 부정성(자기중심적이고 영악하며 교활하고 잔인한 금룡장의 후계자 소운의 광기가 이를 대표한다)을 심문하는 종교적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무협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에 대한 심문이기도 하다.(후략)
―성민엽, 「한국 무협소설의 문화적 의미」

출판사 리뷰

95년 『대도오』로 데뷔하면서 사실적인 묘사와 작품 전체를 흐르는 주제의식으로 무협소설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좌백이 96년부터 2003년까지 6년여에 걸쳐 완성한 글이 『혈기린외전』이다.
작품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량생산과 자기표절로 무협시장을 침체로 몰아넣었던 기존 무협에 대한 반발로 필명마저 왼쪽으로 기울어진 잣나무라고 지은 작가는 기존 무협과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을 계속해 왔다. 그리고 이제는『대도오』, 『생사박』, 『야광충』 등에서 자신이 가져온 방식과 흐름이 고착화됨을 느끼고 새로운 소설을 쓰기 위해 그간의 방식으로 쓰는 마지막 소설로 『혈기린외전』을 집필했다. 몇 편 되지 않는 소설로도 이미 무협계의 중견으로 자리 잡은 작가 좌백의 한 분기를 정리하는 작품이라고 할 것이다.
『혈기린외전』의 주제는 협객에 대한 고민이며 사실성은 무협 소설의 두 축을 이루는 ‘무’와 ‘협’에서 모두 드러난다.
무협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가장 낯설어하는 것이 이해할 수 없이 길고 거창한 초식 이름일 것이다. 전투 장면에서 사용하는 초식의 이름을 외치며 싸우다 보면 글의 전개가 빨라지지만 그만큼 사실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혈기린외전』의 등장인물들은 결코 초식명을 주고받으며 싸우지 않는다. 칼을 휘두르고 손을 뻗는 동작 하나하나가 살아 숨쉬는 듯 묘사되어 장면을 화면이나 그림으로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동작의 사실성은 비단 이 작품뿐만 아니라 90년대 무협들이 지닌 강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혈기린외전』은 사냥꾼의 방식으로 고수들을 상대하는 왕일의 독특한 무위가 돋보여 글의 재미를 더해 준다.
작가가 서문에도 밝히고 있듯이 『혈기린외전』에는 ‘협객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식이 전반을 흐르고 있다. 질문을 던지고 나면 다양한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며 다양한 대답들을 토해 놓는다. 왕일의 전우 마달에게 협은 맹목적인 충성이 아닌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고, 군호맹의 맹주 이호에게 협은 자신에게 걸린 군웅들의 기대에 보답하는 것이다. 녹림도인 강철에게도 충성심과 긍지가 있고 대부분의 강호인들에게 협은 가문의 안녕과 같은 말이다. 스스로 무림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 않던 왕일이지만 ‘원한을 잊지 않고, 약속을 지키며, 대의를 버리지 않는’ 그는 분명 맹자, 묵자, 사마천이 이야기한 협객의 정의에 가까운 인물이다.
다양한 인물들에게는 저마다 협에 대한 답들이 있어 어느 누구도 이것이 진정한 협이다라고 말해 줄 수는 없다. 정과 사, 옳고 그름의 명확한 구분보다는 인물들이 가진 다양한 욕망들이 꿈틀대고 부딪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혈기린외전』이 가진 일관된 흐름이고 사실성이다.
하지만 소설의 외피에 어떤 금칠을 한다고 하더라도 『혈기린외전』이 지닌 가장 큰 의의와 미덕은 바로 ‘이야기의 재미’이다.
무협소설의 특성상 『혈기린외전』도 주인공이 각성하고 성장하여 복수를 하고 위업을 달성하는 이야기를 뼈대로 삼는다. 가난한 가족을 위해 강간의 죄목을 뒤집어쓰고 충군형을 살던 왕일이 군공을 세우고 돌아와, 살해당한 가족의 복수를 하고 납치당한 여동생 왕령을 구해내는 것이 1부. 왕령이 자살하고 방황하던 왕일이 혈기린을 데려오는 임무를 맡고 남만으로 떠나,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남만에서 혈기린의 후계자가 되는 내용이 2부. 혈기린을 대신하여 선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강호로 나가 활약하는 것이 3부의 내용이다.
왕일이 복수를 위해 적의 소굴로 숨어들거나 혈기린으로 분해 활동하다 들키지는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함, 자신보다 강한 적과의 목숨을 거는 싸움에서 느껴지는 스릴, 혈기린이 된 왕일이 거침없이 적들을 물리치고 자신을 드러낼 때 느껴지는 통쾌함.
지금까지 무협이 가지지 못했던 세련된 외피를 입히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라는 무협의 재미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산동에서 남만으로, 사천에서 다시 남만으로 그리고 장성 이북까지. 그의 행보는 무공의 성장과 함께 가족이라는 집단 속의 통합된 일원이었다가 개인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어 한 인간의 삶을 함께 살아가며 울고 웃게 한다.
한국 소설은 현실의 삶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묘사나 인간의 내면에 대한 끝없는 집착으로 이야기의 재미라는 미덕을 잃어버리고 있다. 『혈기린외전』은 사실성과 주제의식을 담보하면서도 이야기라는 소설의 뼈대를 갖춘 작품으로 잃어버린 미덕을 되살려 한국 소설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다.

추천평


(전략)나는 좌백의 거의 모든 작품을 읽으며 오랜만에 행복한 독자로서 소설 읽기에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다. 그의 소설에는 매혹적이고 힘찬 이야기의 세계가 막힘없이 펼쳐져 있었고 인간과 세계에 대한 독특한 이해가 잠복해 있었으며 그리고 소설이 지녀야 할 탄력 있는 살결마저 갖추어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벽초의 ‘임꺽정’ 이후에 한국소설에서는 사라져가던 야성의 세계가 새롭게 거침없이 펼쳐지고 있었으며 인간의 땀 냄새가 회복되어 있었다. 나는 지금 설레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한국소설에 곧 이야기의 문예부흥 시대가 열리리라는 예감 때문이다. (후략)
― 조해일(소설가, 경희대 교수)

(전략)주인공 왕일과 그가 만나는 강호의 인물들이 고민하고 토로하는 ‘협’은, 케케묵은 당위가 아니다.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마주치지 않을 수 없는 모순까지도 거부하지 않는 것이다. 어이없게도 그들이 가장 협과 일치하는 순간은 스스로를 졸장부라고 선언하는 바로 그때다.
‘무’가 진화하고 있는 동안 팽개쳐져 있던 ‘협’. 혈기린외전은 <무협>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 현판에서 먼지가 덮여 보이지 않던 글자인 ‘협’을 정성껏 닦아내 햇빛 아래 드러내게 만든 손이다.
―우지연(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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