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Nicolas Fargues
니콜라 파르그의 다른 상품
|
토박이 프랑스인이지만 카메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4년간의 마다가스카르 체류를 거쳐 코르시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의 삶의 이력을 갖고 있는 니콜라 파르그는 이제까지 발표한 일곱 권의 소설로 가장 재능 있는 프랑스 작가 및 오늘날의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가의 대열에 들어선 듯하다.
《종착지》에서 작가는 주로 대화나 독백의 어조와 형태를 통해 생각을 전개하는데, 그의 대부분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어딘지 작가 본인과 매우 닮은 듯하다. 자기 성찰과 관찰을 우선시하는 그의 글은 독특한 어투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자연스럽다. 국내에도 이미 소개된 파르그의 자전적 작품 《난 네 뒤에 있었어》에 나오는 가출벽이 있고 구박받는 남편의 특징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그의 여섯 번째 작품인 《멋진 배역》에서도 주인공 앙투안 막 폴라의 모습을 통해 곳곳에서 우리는 작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흑인이면서도 이제 막 약간의 유명세를 얻은 매력적이고 자만심에 차있으면서도 그런 티가 날까 걱정하는 영화배우인 주인공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집착과 정신적 혼란에 관한 이야기인 《멋진 배역》으로, 파르그는 현대의 불안을 가장 날카롭게 관찰하는 사람 중 하나로 자리매김을 했다. 파르그의 소설에 일관되게 담겨있는 가장 큰 주제는 아마도 인종과 문화 간의 갈등, 그리고 남녀 간의 성(性)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역설적인 말들, 기지 있는 여담, 풍자, 신랄한 비판, 유머는 파 르그의 특기이지만 그의 비판은 늘 쿨하면서 현실적이다. 악몽을 코미디로 만드는 재주가 탁월한, 그래서 파르그의 소설은 자칫 가벼워보이는 듯 하지만 그 안에는 언제나 예리하고 가혹한 풍자가 단단하게 자리잡고 있다. 《종착지》의 주인공 필립의 말을 빌자면, 모든 인간관계란 오해에서 시작될 뿐이다. 즉, 소통이 부 재하는 자리에는 온갖 오해들이 난무하고 갈등이 빚어지게 마련인 것이다. 어쩌면 여기에 덧붙여 모든 관계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그런 게 아닐까. 파르그가 《종착지》에서 그려내는 인물들은 이러한 오해가 빚은 갈등에 괴로워하고, 때로는 성난 목소리로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삶이란 마침내 감내하기 마련인 원숙함 같은 거였다. 종국에 가서는 살아온 삶을 후회하기 마련이지만 결국 늘 자신의 인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게 마련인 것이다”라는 표현처럼, 파르그는 표류하는 영혼들을 위한 안식처는 결국 내 안에 있음을 《종착지》를 통해 시사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은 ‘바라보는 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