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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하는 여자가 강하다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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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권력이란 무엇인가? 왜 필요한가?

1부 벼랑 끝에 선 여성들: 구박덩어리·짐꾼·어릿광대
1장 무력함에 빠지다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1: 잠재력을 펼쳐라
2장 과도한 완벽주의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2: 진정한 가치를 깨달아라
3장 때를 놓치다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3: 올바른 결정의 기술을 배워라
4장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는 강박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4: 망망대해로 나가라

2부 재갈 물린 여성들: 부서지는 뇌와 생각의 공사 현장
5장 만성적 고민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5: 말을 행동으로 옮겨라
6장 거절할 수 없다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6: 예리한 논리를 펼쳐라
7장 조화 중독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7: 제대로 분노하라

3부 수염 없는 여성들: 양의 탈을 쓴 양
8장 다른 사람들이(특히 남자들이) 자신보다 더 능력 있다는 가정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8: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는 미성숙 상태로부터 벗어나라
9장 얌전한 소녀 신드롬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9: 애쓰지 마라
10장 남자가 두렵다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10: 에로스와 마키아벨리에 배팅하라
11장 여자는 더 도덕적이고 권력을 원하지 않는다?
철학으로 권력을 쟁취하는 법 11: 전략적 비순응주의를 키워라

맺는 말: 거품 스타가 보내는 메시지
감사의 글
주
참고문헌

저자 소개

저자 : 레베카 라인하르트(Rebekka Reinhard)
독일의 대중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1972년 독일 뮌헨에서 태어났다.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 베를린 자유대학 등에서 철학과 영문학, 이탈리아 문학을 공부했고 현대 철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철학 컨설턴트/임상철학자로 상담소와 대학 병원에서 상담 활동을 하며 기업가와 정신과 전문의 등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고 있다. 철학 잡지의 편집자이며『마음이 아픈데 왜 철학자를 만날까Die Sinn-Diat』,『방황의 기술Odysseus oder die Kunst des Irrens』등의 베스트셀러를 썼다.
역자 : 장혜경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학술교류처 장학생으로 하노버에서 공부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나는 이제 참지 않고 말하기로 했다』,『나무 수업』,『우리는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가』,『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유럽의 역사』,『부모의 권위』등 다수의 문학, 인문교양서를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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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78g | 140*210*16mm
ISBN13
9791186940242

책 속으로


현대 여성과 권력의 관계는 복잡하다. 현대 여성은 너무 많은 권력을 누리기에 다시 무기력에 빠질 지경이다. 할 줄 아는 것도 너무 많아서 이 많은 것에 거의 압사당할 지경이다. 오늘날의 여성은 똑똑하고 능력 있고 적극적이며 취향이 분명하고 까다롭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며 성공적이다. 그리고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한다. 직장에선 출세하고 싶고 가정에선 멋진 아내, 현명한 엄마가 되고 싶고, 괜찮은 친구도 되고 싶고(가능하다면 동시에 전부 다 되고 싶다) 그러면서도 항상 미모를 유지하고 싶다. 그들의 기대는 높고 더 높고 최고로 높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 그들의 관심 분야는 패션과 머핀, 남자와 주식을 거쳐 마라톤에까지 이른다. 그런데도 유독 권력은 그들의 관심 분야가 아니다. 왜 그럴까? --- p.11

‘권력’이라는 말은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에 ‘권력’이 ‘행복’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결단코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아마도 당신이 부정적인 권력 개념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권력이라는 말에서 조작, 통제, 억압을 떠올린다. 물론 그것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권력에는 여러 개의 얼굴이 있다. 권력 행사는 항상 일정 정도 ‘위’와 ‘아래’의 불균형을 바탕으로 삼으며, 권력 사용에서 권력 남용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자유를 방해하는 권력은 더 이상 권력이 아니라 강제이다. 권력을 가진 ‘윗사람’(사장, 엄마, 의사, 대통령)은 자기보다 무력한 ‘아랫사람’(직원, 자녀, 환자, 국민)에게 ‘윗사람’의 의지에 동의하고 복종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대안을 택할 것인지를 언제라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을 남겨 주어야 한다. 다른 대안, 즉 지금까지의 권력 상황을 뒤흔들 대안을 택할 것인지 말이다. 강요나 신체적 폭력을 당하지 않는 모든 사람에겐 권력의 기회가 있다. 언제라도 다르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 p.12

현대 여성은 자기 소모의 달인이다. 그녀에게 휘두르는 상사의 권력이 제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그녀가 자신에게 휘두르는 권력은 그보다 훨씬 더 세다.… 그녀는 구박덩어리이고 짐꾼이며 어릿광대이다. 목적을 망각할 때까지 그녀는 자신을 감시하고 훈련시키며 벌한다. 그녀는 끝없이 악착같이 일한다. 이 여인은 무엇을 원하는 걸까? 그녀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만성적인 양심의 가책이 대답한다. “100퍼센트!” 양심의 가책이 경고한다. “일도 사랑도 삶도, 넌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어. 다만 너의 의무를 100퍼센트 완수했을 때에만 그럴 수 있어.”… 자기 소모의 달인이 매일 싸워야 할 것은 양심의 가책만이 아니다. 그녀는 피로와도 싸워야 한다.… 피로는 그녀를 잠재우고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켜 지금의 권력 상황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게 만든다. 피로는 그녀에게 남의 문제에 귀 기울이고, 끙끙대며 찬거리를 사다 나르고, 곤경에 처한 남자에게로 달려갈 운명이라 믿게 만든다. 벼랑 끝에 선 여성은 너무나 피로하므로 자신의 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는다.
--- p.23~24

말을 시작한 현대 여성은 주목을 받는다. 이때 그녀는 말을 하는 여성의 역할뿐 아니라 자기 말의 연출가 역할도 맡게 된다. 그녀가 말을 하는 방식,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 그를 통해 그녀가 상대에게서 노리는 점은 말의 내용이 갖는 의미에 힘을 실어 주거나 힘을 앗아 버릴 수 있다. 현대 여성은 고민에 휩싸인 여성도 아니고 질질 늘어지는 문장을 지껄이는 여성도 아니다. 그녀에게는 언어 능력과 말하기 능력을 통해 행동할 수 있는 권력도 있다.… 재갈 문 여성들의 머릿속을 맴도는 전형적인 고민들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중요한 것을 지나가는 투로” 언급하고 “심각한 것을 부드럽게” 보이게 만드는 그들의 질질 늘어지는 껌 문장은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는 것일까? 이 여성이 말한다. “죄송하지만 제가…”, “방해하고 싶지는 않지만…”, “잠깐 전화 한 통 해도 될까요?” 그녀의 말이 낳을 수 있는 결과는 하나뿐이다. 상대의 불만스러운, 최악의 경우 모욕적인 반응이다. 그 반응은 다시 그녀를 고민의 감옥으로 끌고 가서 간수의 전횡에 내던져 버린다. --- p.90~92

2003년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과 뉴욕 대학교의 두 교수가 재미난 실험을 했다. 여성 기업가 하이디 로즌Heidi Roizen에 대한 연구 논문을 써서 그녀가 “개방적인 인성… 과 기술 분야 경제계 거물들을 아우르는 넓은 공적, 사적 인맥”을 통해 어떻게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성공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런 다음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게는 이 하이디라는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똑같은 내용의 논문에 ‘하이디’라는 이름을 지우고 ‘하워드’라는 이름을 넣어 보여 주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은 (실존 인물인) 하이디와 (가상의 인물인) 하워드를 똑같이 능력 있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지만, 하워드가 “자기중심적인” 하이디보다 훨씬 더 친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성공한 남성은-남성은 물론 여성의 눈에도-매력적이고 호감이 가지만 성공한 여성은 비호감이거나 적어도 의심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고정관념의 범주(여자는 부엌에!)를 따르는 것이 한 사람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성별 고정관념은 우리의 사고 기관 깊숙이 파고든 규범의 성차별적 일반화이며 정상을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이다(워킹맘은 자식에게 소홀하다!). 30세기를 바라보는 지금에도 여전히 출세한 여성이 남자들과 다른 여자들의 불신과 차별(11장을 보라)에 시달린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나쁜데, 우리 스스로도 우리를 멍청하고 무능하다고 믿게 될 정도로 그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은 우리를 멍청하고 무능한 인간으로 팔아 치웠다.
--- p.144~145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어떤 공동체에서 살고 싶은지는 우리 자신이 결정한다. (잠재적 범죄자들인) 아무도 아닌 사람들과 살고 싶은가? 아니면 자유롭고 용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싶은가? 당신이 선택하라. 생각하기 싫어하는 게으름뱅이는 무시하고 동지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라. ‘용기와 결단이 있는 사람들의 살롱’을 조직하라. 서로의 지식과 성공, 발전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교환하라. 어떤 반격이 가능할지 당신의 인생에 새바람을 몰고 올 사람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당신처럼 양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여성들, 자신의 수염보다는 미래에 더 관심이 많은 남성들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넉넉하게 포도주를 마셔라. (여성 철학자는 1990년산 샤토 라투르를 권한다.) 건배를 하고 오래오래 먹고 마시며 서로 축하하라. 편협함이 질식할 때까지.
--- p.156~157

한 여성이 좋은 여자로 살아갈 수 있으려면 주어진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다 소화해야 하며, 이것은 다시 정해진 규범에 따라 결정된다. 서구의 백인 중산층의 전통적 성규범은 좋은 여자란 배려와 다정함, 매력의 이상에 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좋은 남자란 활동과 독립, 합리성의 이상에 부응해야 한다(7장을 보라). 규범은 우리에게 특정 행동을 지시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다. 규범은 처방적이자 서술적이다. 즉 한 여성 혹은 한 남성이 각기 무엇인지를 말해 주는 것이다.… 이 같은 일반화는 현실의 이데올로기적 인식을 장려하기에 위험하다(11장을 보라).
“여성들은 행복한 관계를 맺는다(적어도 그래 보이기는 한다)”라는 일반화의 노예가 된 싱글 여성은 그것이 자신이 추구하는 좋은 여성의 진리인 양 행동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 규범이 요구하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일까? 좋은 노예는 충성스러운 노예이고 좋은 노예 주인은 능숙하게 채찍을 휘두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좋은 노예와 노예 주인의 규범적 이상이 노예 제도를 ‘더 낫게’ 만들지 않는다. 그들이 노예 제도를 정당화하는 것도 아니다. 규범적 이상은 기준으로 통하는 사회 역할의 근거가 옳을 때에만 타당하다. ‘친절’과 같은 이상의 가치가 결코 특정 역할의 정당화에 이용될 수도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 (제아무리 친절하다 해도) 노예 주인의 역할을 수긍해서는 안 되듯 얌전한 소녀의 인생길을 걸어가는 것 역시 잘못일 수 있다.
--- p.163~164

영국의 사회학자 캐서린 하킴Catherine Hakim이 “에로틱 자본”이라 부른 것 …은 미와 섹스어필, 활력과 스타일, 매력과 사회 능력의 결합으로, 하킴은 가정에서나 일터에서 힘을 키우기 위해 모든 여성이 이 자본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바 일루즈처럼 하킴 역시 그 이유를 힘이 약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가부장적인 가정 및 경제 조직”(일루즈)에서 찾으며, 그로부터 기질적으로 충동적인 남자들을 하이힐을 이용해 “도구화”(하킴)해야 한다는 결론을 끌어낸다. 생각의 방향을 뒤집어 성적 권력을 우리를 위해 사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는 권력관계를 혁명하기보다 오히려 원더브라와 엉덩이 뽕으로 그 권력관계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굽 높은 구두로 남자들을 손안에 넣었다고 굳게 믿고 노출이 심한 푹 팬 옷이 진보한 여성 해방과 권력의 상징이라고 확신할 수는 있겠지만 ‘에로틱’을 위해 애쓰는 외모의 가장무도회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모호하다. 그것이 전달하는 신호는 주권만이 아니다. 그것은 불안의 신호도 전달한다. 우리는 남성화될까 봐 불안하고, 남자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나를 거절할까 봐 불안하며, 직장에서나 가정에서 (혹은 둘 다에서) 나를 궁지로 몰 수 있는 다른 여성들과 경쟁을 해야 할까 봐 불안하다(11장을 보라). 변장을 벗게 될까 봐, 우리 자신이 될까 봐, 얌전하지 않은, 권력을 가진 우리 자신이 될까 봐 불안하다.
--- p.181~182

보살핌의 윤리학자들이 만들어 내서 수사의 전문가들이 세상으로 데려온 보살피는 ‘우리’는 여전히 환각이다. 경제에선 아직도 남성 결정권자들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성정체성이-기업 안에서도 밖에서도-여전히 생물학적, 문화적 남녀 대립의 참호를 따라 배치되기 때문이다. 수염이냐 기저귀냐. 맥주냐 탄산수냐. 권력에 미쳤느냐 도덕적이냐. 이사가 되느냐 유리천장에 부딪쳐 떨어지느냐….
이런 상황을 바꾸고 싶다면 우선 자신부터 바꾸어야 한다. 자신의 편견을 버려야 한다. 남자와 여자에 대한 편견은 물론이고 권력과 도덕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한다. 권력을 ‘악하다’고, 도덕을 ‘선하다’고 낙인찍지 말아야 한다.… 우리 모두는 권력에 관심이 있다. 우리는 양이 되고 싶지 않고 존중받고 사랑받고 예쁨 받고 싶다. 우리는 (거의) 모두가 원하는 것을 원한다. 좋은 직장, 행복한 가정 혹은 둘 다를 원한다. 혹은 모든 것을 원한다. 우리는 아주 많은 것을 (때로는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원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것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자주 잘못된 전략을 동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한 요구를 100퍼센트에 맞추고 서로 비교하고 곁눈질한다. 여성 리더는 여성 리더를, 완벽주의 여성은 완벽주의 여성을, 전업 주부는 워킹맘을, 워킹맘은 전업주부를, 싱글 여성은 결혼한 여성을, 결혼한 여성은 싱글 여성을, 타협주의자는 반항아를, 반항아는 타협주의자를, 구시대 페미니스트들은 젊은 블로거들을, 젊은 블로거들은 구시대 페미니스트들을….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누가 제일 성공했고 제일 예쁘고, 제일 부지런하며 제일 행복한지 경쟁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각자가 스스로 채워 가는 삶을 갖도록 서로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자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권력과 도덕이다. ‘권력 행사’를 자기 최적화로 이해하는 한 우리는 혼자서 외롭게 시들어 갈 것이다. 우리의 활동은 서로를 스쳐 지나갈 것이다. “권력은 행동하거나 무엇인가를 할 뿐 아니라 타인과 단결하고 그들과 협력하여 행동하는 인간의 능력과 부합한다.” 한나 아렌트(8장을 보라)가『폭력의 세기』에서 한 말이다. “개인은 결코 권력을 갖지 못한다. 권력은 집단의 소유이며 집단이 일치단결하는 동안에만 유지된다.”

--- p.198~200

출판사 리뷰

지금 여자에게는 더 많은 권력이 필요하다
여성이 권력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실제로 쟁취하기란 구조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여성 자신도 권력을 가지기를 주저하고 회피하도록 내면화되어 왔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권력 사유화와 무능, 부패가 드러난 우리나라에서 여성과 권력은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외면받을 주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불평등과 부조리의 하나인 성차별은 결국 여성이 지금보다 더 많은 권력을 가져야만 해결될 수 있다. 더욱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점유가 제한적이고 턱없이 부족한 우리 사회가 이 문제 해결을 보류하고 더 시급하다고 여겨지는 의제들에 우선순위를 내준다면, 그 어떤 정치, 사회적 진보를 성취한다 해도 그 진보는 불완전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레베카 라인하르트는 이 책에서 현대 여성이 충분한 교육을 받고 각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왜 무기력과 자발적 착취에 시달리는지를 살펴보고 심각한 권력 불균형이 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철학 컨설팅/임상철학 분야에서 저명한 저자답게 다양한 철학 텍스트와 역사상 실존했던 여성들을 근거로 삼아 여성이 권력을 쟁취할 수 있는 일상적 전략을 제시한다. 정치의 영역만이 아니라 직장과 가정, 인간관계에서 자기혐오와 대처 불가능 상태에 빠진 여성들에게 자신을 정당하게 바라보고 말과 행동으로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보여 준다.

능력 있는 현대 여성은 왜 무기력한가
현대 여성은 양심의 가책과 타인(특히 다른 여성)과의 비교, 자기 착취의 달인이다. 일과 사랑, 가정, 인간관계에서 100퍼센트를 해내야 한다는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해내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이 과정에서 자신보다 그 불가능한 목표를 잘 수행하는 듯 보이는 남성, 그리고 주로 다른 여성과의 비교를 통해 무력감에 빠진다. 이러한 타인-외부 지향적 삶에 자신의 감정이나 시간, 행복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저자는 이처럼 완벽주의자 여성이 비교와 가책을 통해 모욕감을 느끼면서도 여기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게 해 줄 권력을 가지려는 도전은 하지 않는다/못한다고 말한다.
점점 가속화되는 자기 착취에 시달리는 여성이 선택하는 생존법은 입을 다물고 ‘예스’를 남발하며 ‘얌전한 소녀’로 남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성별 규범을 습득하고 이에 적합한 말과 행동을 수행하려 애쓴다. 예를 들어 여성은 ‘그렇지만’ 수사법(“협상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운 좋게 쉬운 파트너를 만났다”)과 ‘질질 늘어지는 껌 문장’(“번거로우시겠지만 결산을 다시 점검하는 게 어떨까요?”)의 달인이다. 두려움과 경쟁심의 대상이 되기보다 사랑받고 안전하게 여겨지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고 업적이나 공을 경쟁자(특히 남성)가 가로채더라도 결코 무대에 올라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배려심 많고 사랑스러운 여성에겐 늘 양보하고 순응하는 배역이 주어질 뿐이며 그녀의 무력감과 가책, 자기 착취는 결코 해소되지 않는다.

어떻게 철학을 통해 권력을 가질 것인가
20세기 이후 여성이 남성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다양한 유파의 페미니즘 윤리학이나 신경생물학이 등장했다. 여성의 전통적 성역할인 ‘보살핌care’을 윤리적 결정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보살핌의 윤리care ethics나 옥시토신을 더 많이 가진 여성이 평화적이고 공동체 지향적이라는 신경생물학 일각의 주장이 그렇다. 또한 여성이 보다 관계 지향적이고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주장은 흔히 통용되는 고정관념이다. 그러나 이 모두 전통적 여성성을 강화하고 여성이 더 도덕적이기에 본래 부도덕한 권력에는 관심이 없다는 편견을 재생산한다.
권력은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나와 타인을 행동하게 하는 잠재력일 뿐이다. 실제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미성숙 상태를 자각하고, 주체적인 한 인간이 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로운 개인이 되는 데 뜻을 함께하는 무리와 어울리고, 서로의 발전을 북돋아 주며, 나의 욕망과 성취를 위해 싸움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에 제시된 철학적 전략을 통해 여성은 자유와 독립, 영향력, 연대를 얻게 될 것이며 그때가 바로 권력과 도덕이 멋지게 결합하는 순간이다.

추천평

서른다섯에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말했다. 아줌마가 철학은 해서 뭐해? 고담준론을 구사하는 철학은 세속의 복판에 있는 사람에겐 가장 먼 학문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게 철학은 너무도 유용했다. 그간 ‘아무 생각 없이’ 듣고 쓰고 말한 모든 말의 개념을 근원부터 따져 묻고, 생각을 생각하게 하는 철학은 실용 학문에 가까웠다.

가령, 자식 잘 키우는 게 엄마의 행복이지, 살림은 사람을 살리는 거야,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해, 라는 말에 대해 철학은 질문한다. 무엇이 행복인가. 누구의 입장에서 행복인가. 사람을 살리는 일은 왜 한쪽 성이 전담할까. 언제부터 고된 노동이 인간 삶의 목적이 됐을까 등등.

이 책은 삶의 방편으로서의 철학, 약자가 강자의 논리에 질식하지 않고 살아갈 도구를 쥐어 준다. 삶에서 중요한 건 자신과 대화하고 자신의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 것(칸트) 그리고 당신이 말하는 것, 용기와 결단이 있는 사람들의 살롱을 조직하는 것(한나 아렌트)이다. 인간의 진정한 존재는 그의 행위(헤겔)이기 때문이다. 돈, 권력, 명예, 자원을 갖지 못한 약자에게 유일하게 소유가 허락된 것 말이다. 철학은 스스로를 ‘자기 착취의 달인’으로 만드는 권력의 언어를 막아 내는 방패에서 나아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하는 창이 되어 줄 것이다.
은유 (작가,『글쓰기의 최전선』『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저자)
리뷰 총점 9.0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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