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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비소리
조선의 거상 김만덕
이성길
201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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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숨비소리
포구의 아이
불행의 서곡
호열자, 호열자
이별
결단
약속
동기 홍행
유혹
가시밭길
관기 만덕
수청
바람결에 묻어온 소식
양인의 딸
변화의 물결 위에 배를 띄워라
재회
돛을 올려라
연정
세 노인
정도
상실
만덕이 우리를 살리다
자유의 꿈

저자 소개

저자 : 이성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역사전문 출판사와 아동출판사에서 오랫동안 일했다. 『이야기 고려왕조실록』을 공동 집필했으며, 기획주간으로 근무하면서 역사서와 아동서를 여러 편 펴냈다. 지은 책으로는, 이야기 고려왕조실록(공동 집필)과 드라마 소설 〈드림〉, 드라마 소설 〈나의 19세〉 등이 있고, 어린이를 위한 책으로는 『독후감 길라잡이』, 소년소설 『달려라, 꼬마기자』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10g | 128*188*20mm
ISBN13
9788996417002

책 속으로

"만덕아, 우리 아가……. 용왕님이 보통 노한 게 아니란다. 이제 곧 네 어머니와 오빠들을 용왕님이 데려오실 게야. 우리 아가 불쌍해서 어쩌나. 우리 아가, 우리 만덕이……."
아버지의 목소리가 갑자기 이명처럼 들려왔다. 만덕은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바다를 계속 살폈다. 어머니가 고통에 찬 숨비소리를 터뜨리며 수면 위로 솟구쳐 오른 것은 바로 그때였다.
"어머니!"
만덕은 목이 터져라 어머니를 불러댔다.
그러나 어머니는 듣지 못했는지 이내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더니 다시 잠수했다. 망사리에 해산물이 그득해질 때까지 어머니는 바다에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자식들을 배불리 먹여야 하기에.
만덕은 어머니가 고마웠지만 불안감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비록 꿈에 불과하지만 아버지의 말대로 어머니도, 오빠들도 모두 떠나 버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만덕은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으리라 중얼거리며. --- pp.18-19

"기생은 거리의 유녀하고는 다르다. 양반들 틈에 끼어 웃음이나 파는 천한 존재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악기를 다루고, 창을 하고, 아름다운 춤사위를 펼쳐 보이는 예인藝人들이다. 예인에게는 조선 여자들이 누리지 못하는 자유와 화려한 생활이 보장된다. 그렇다고 방종으로 흘러서는 아니 된다. 기생에게도 정절은 중요한 덕목이다.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정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한 사람이면 족하다."
"에고, 언니. 제가 단속 잘할 테니 염려하지 마세요."
행수기녀가 끼어들었다.
"물론 자네가 오죽 잘하겠는가만 노파심에서 해보는 말 아닌가.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천하게 여긴다지만 기생은 조선의 예술을 이끌어가는 귀한 존재들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해."
"명심, 또 명심하겠나이다."
홍행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냇물이 흘러가듯 맑고 고운 음성이었다.
그제야 만덕은 방문 앞으로 다가가 인기척을 냈다.
"냉수하고 손님들 드실 수정과를 내왔습니다."
"그래, 어서 들어오너라."
방에는 분 냄새인지 아리따운 여인들의 살 냄새인지 모를 것이 향긋하게 떠다니고 있었다. --- pp.100-101

“저는 제주 사람이다. 스물네 해를 제주 땅에 발붙이고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마음 편한 적이 없었나이다. 툭하면 전염병이요, 툭하면 태풍과 흉년이 덮쳐 어린아이들조차도 한숨을 입에 달고 다니는 제주 땅, 제주 사람들이 그렇게 가련해 보일 수 없었나이다. 하지만 제주 백성은 섬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저는 자유를 얻고 싶어서 돈을 모읍니다. 재물이 있다 하여 자유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굶주리고 싶지 않았고, 돈이 없어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육친을 잃는 아픔은 다시 겪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돈을 모읍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돈으로 출륙금지령을 폐지하는 데 쓰고 싶기도 합니다. 제주 땅은 끓는 물이 든 솥과 같은 곳입니다. 제주 백성이면 누구나 육지를 마음대로 드나들게 만들고 싶습니다.” --- p.237

1750년 6월에 일어난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러는 그 끔찍했던 기억을 잊기도 했겠지만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1750년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참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1750년에만 그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때론 섬을 집어삼킬 기세로 태풍이 불어와서, 때론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역병이 돌아서, 때론 지긋지긋한 흉년이 여러 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참담하게 죽어갔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바다를 건널 수 없었다. 조선 조정에서 섬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염려하여 출륙금지령을 내린 까닭이었다. 물이 아주 서서히 차오르는 통 속의 생명처럼, 뜨거운 불 위에 올려놓은 솥 속의 생명처럼 섬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절규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살아남을 자유마저 없었는지도 모른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비극은 늘 반복되었기에 섬사람들은 1750년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일흔 노인이 된 뒤에도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소설은 끔찍했던 1750년의 기억을 딛고 일어서서 살아보고자 발버둥 쳤던 한 여자에 관한 기록이다. 500년 조선 역사를 통틀어 따져보더라도 가장 위대한 영혼을 지닌 여성으로 기억될 그녀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

--- 머리말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제주 거상 김만덕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신화를 본격 장편역사소설로 읽는다.
당대 최고의 석학들이 칭송시를 바친 조선 후기의 걸출한 여성 김만덕의 드라마틱한 삶 이야기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의인 김만덕의 영롱한 색채를 살린 역사 인물 이야기

본격 장편역사소설로 만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신화
오백 년 조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영혼을 지닌 여성 김만덕. 양인의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제주에 불어닥친 재앙으로 말미암아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처지에 굴하지 않고 관기생활을 하며 어릴 적 거상의 꿈을 차근차근 키워나간다. 매점매석이 횡행했던 당시 제주의 상풍토를 바로잡으면서 소매상인을 보호하고 제주 백성들에게 안정적으로 물품을 대주는 상업의 정도를 지켜나갔다. 그리고 제주 최고의 거상이 되었을 때 또다시 조정에서도 손을 쓰지 못할 만큼 극심한 재앙이 제주를 덮쳤다. 김만덕은 전 재산을 털어 제주의 기민들을 먹여살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신화가 되었다.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의 드라마틱한 삶의 역정
제주와 육지를 오가며 상업을 했던 아버지를 이어 거상의 꿈을 키워왔던 어린 만덕. 아버지가 풍랑에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호열자로 엄마마저 잃고, 두 오빠들과 생이별을 하면서 열두 살 어린 만덕은 졸지에 천애고아가 된다.
백모의 손에 이끌려 퇴기 월중선 집으로 들어가 4년 후 만나자던 오빠들을 기다리며 꿋꿋하게 세월을 버텨낸다. 그러나 오빠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을 깨닫게 되자 월중선을 이어 관기가 되기로 결심한다. 관기 만덕은 어린 시절 포구에서 만난 도형을 마음에 품고 끝내 수절하며 거상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한 푼 한 푼 모은다…….

조선 후기 최고의 학자들이 칭송하다

옛날 진나라 시황제와 한나라 무제는 바다 밖에 삼신상이 있다고 여겼네. 세상에서 우리나라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하고, 금강산을 봉래산이라 하지. 자네는 제주에서 성장하여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 물을 마시고, 이번에 또 금강산을 두구 답사하였으니, 삼신산 중 두 곳을 직접 유람한 셈이네. 천하의 수많은 남자조차도 이렇게 한 자가 어디 있겠는가. ―채제공(정조대의 독상,『만덕전』의 저자, 1720-1799)

귤밭 깊은 숲속에 태어난 여자의 몸/ 의기는 드높아 주린 백성 없었네/ 벼슬은 줄 수 없어 소원을 물으니/ 만이천봉 금강산 보고 싶다네/ 바삐 말에 올라 금강산으로 향하니/ 햇빛도 바람결도 노리개에 찬란하구나. ―박제가(『북학의』의 저자, 1750-1805)

만덕은 제주의 훌륭한 여인일세/ 예순나이 마흔쯤으로 보이는구려/ 평생 모은 돈으로 쌀 팔아 백성을 구제하고/ 한 번 바다를 건너 궁궐을 조회하였네. ―이가환(영정조대의 실학자, 1742-1801)

은광연세(恩光衍世, 은혜로운 빛이 세상에 널리 퍼진다) ―김정희(『완당집』의 저자, 1786-1856 : 김만덕이 죽은 지 20여 년 뒤에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추사 김정희는 이같은 내용으 편액을 써서 김만덕의 일가에 보냈다.)

리뷰/한줄평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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