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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곽운천 선생님 가난한 아이, 고아명 미술 수업 쥐와 고양이 미술 대회 학년 대표 선발 교실 밖에서 부는 바람 교무 회의 벌레 세상 실수 고백 떠나는 선생님 어린 천재의 죽음 황금빛 꽃, 로빙화 옮긴이의 말 |
鍾肇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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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가지 변치 않는 것이 있습니다. 고아명 같은 아이야말로 아이다운 그림을 그린다는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은 자연스러운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자신의 느낌을 숨김없이 그려내고 있지요. 그래서 가끔 우리 어른들은 우리 자신들의 잣대로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고요. 선생님들 자신들도 그림이라면 사물과 아주 흡사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의 틀을 버리지 못하고 계시지요. 사실 그런 게 바로 부자연스러움의 극치인데 말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자신들의 눈으로 보고 느낀 그대로를 화폭에 옮겨 놓는 자체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요?”
― 본문 중에서 로빙화는 초여름에 잠깐 피었다 지는 꽃이다. 이 꽃의 생장과 멸종을 빗대어 한 미술 천재 소년의 애달픈 삶을 노래한 이 작품은 슬프지만 아름다운 내용이다. 영화를 본 독자라면 아명과 차매의 해맑은 웃음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 그들의 눈물까지. 국내 방송국에서 특선 영화로 방영되어 널리 알려지게 된 영화 <로빙화>는 1994년 서울 YMCA에서 ‘청소년 추천 비디오’로 선정되었고, 1997년 ‘서울국제가족영화제’에 출품되어 어린이?청소년 영화로 상영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슬프지만 아름다운 영화로 기억되고 있는 <로빙화>는 1950~60년대 대만의 아름다운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은 로빙화가 차나무를 잘 자라게 만든다는 내용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강을 따라 마을로 접어드는 영상은 관객을 푸름이 넘치는 고향 마을로 향하게 한다. 난 알아요. 한밤에 별이 노래한다는 걸 고향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우리 함께 노래 불러요 난 알아요. 한낮에 바람이 노래한다는 걸 어린 매미 바람소리에 맞춰 함께 노래 불러요 가진게 많을수록 마음은 오히려 황폐해 지고 세상의 모든게 변하는 걸 알게 되는데 젊은 시절 어느덧 다 가 버리고 검은머리 백발로 변했지만 그때 그 노래만은 변함없이 마음으로 부르고 있어요 하늘위의 별은 말이 없고, 땅위의 소녀는 엄마를 그리네 하늘위의 별은 깜박이고, 엄마의 마음은 로빙화 고향 차밭엔 꽃이 만발했지만 엄마와 소녀는 멀리 있네요 밤마다 엄마의 말을 생각하며 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아~반짝이는 눈물은 로빙화 ― 영화 <로빙화> 삽입곡 가난한 시골집, 아명과 차매는 아버지의 일손을 돕기 위해 차밭에서 찻잎을 딴다. 천진난만한 아명은 그림 그리는 것이 즐겁다. 누나가 아끼는 8색 크레파스로 달력을 찢어 그림을 그리는 아명, 담벼락이며 마룻바닥, 책상을 비롯해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아명의 화판이며 도화지다. 누나도 아버지도 할머니도 아명의 그림이 뭘 그렸는지 모른다. 괴물보다도 더 요상한 모습을 하고 있는 아명의 그림은 어른들의 웃음꺼리일 뿐이다. “개잖아요! 그것도 몰라보면 어떡해요?” “이게 개라고? 아니, 무슨 개가 이렇게 빨갛다는 말이냐” 이 작품은 중국에서 건너온 대륙 작가가 아닌 대만 본토 출신 1세대 작가로 존경받고 있는 중자오정이 30대 후반에 쓴 소설이다. 지금은 고령에다 치매에 걸려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1960~70년대 왕성하게 활동했던 교사 출신의 문인이다. 10년이라는 자기 성찰의 시간을 거치면서 처음으로 발표한 중자오정의 장편 소설 『로빙화』는 청력 장애를 딛고 고향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1960년대 대만의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고아명과 임지홍이라는 아이의 그림을 통해 아동 미술에 대한 어른들의 고정 관념과 편견을 일깨워 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을 살펴보면 교육 문제, 빈부 문제, 가족 문제 등 사회 전반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가난에 찌들어 사는 아명의 아버지 고석송과 차 공장을 경영하며 지역 유지로 향장 선거에 나가 권력을 움켜쥐려는 지홍의 아버지 임장수, 그에게 빌붙은 몇몇 교사들과 그 교사들의 눈치를 살피는 교장. 이 모든 것들은 아명과 지홍이 다니는 수성 초등 학교를 중심 축으로 묘사되고 있다. 우리가 찾는 시골 학교의 정겨움과 낭만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따뜻함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누이의 정과 사제의 정, 그리고 곽운천 선생과 임설분 선생의 애틋한 사랑 또한 읽는 이들에게 애잔한 감동을 전해 준다. 이 이야기는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 로빙화는 어떤 꽃일까? 로빙화(루빙화)는 루피누스(lupinus) 속 식물인 ‘루핀(lupine)’을 일컫는 말이다. 지중해 연안에 널리 퍼져 있으며, 그 종류만도 약 200종에 이른다. 루핀(혹은 루파인)이라는 말은 라틴어로 ‘이리’를 뜻하는데, 흙 속의 무기염류를 고갈시킨다거나 이리처럼 먹어치운다는 오해에서 생긴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꽃은 공기 중의 질소를 빨아들여 땅을 기름지게 만들므로 다른 식물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