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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밝혀둘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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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물결의 변덕스런 흐름 탓에 물고기의 시체는 이제 허연 가면이 되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어 물위의 가면을 휘저었다. 죽고 싶지 않다면, 나는 글을 써야만 한다. 라고 그는 격렬하게 생각했다. 강한 자를 위한 글을, 나는 써야만 한다. 나약한 존재는 내 안에서 죽어버렸으므로. --- p.24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이곳은 설국. 사랑이 머무는 곳. 터널을 지나면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 비현실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마법 세계입니다. 라고 역장이 안내 멘트를 날려도 이상할 것이 없을 듯하다. 책의 첫 장을 펼쳐들면,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조용하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 p.27 늙은 고양이처럼 날카롭고 기묘한 미소였다. 왜 그걸 생각 못했을까! 어떤 사람의 경우에는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청산할 자격이 있어. 작가로서의 명이 다했으니, 이제 터널을 빠져 나가야지. 라고 그는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창밖에는 등불 같은 해가 지고 있었다. --- p.37 “수십만 명을 죽인 전쟁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내가 한두 명쯤 죽인 걸 갖고는 왜 그렇게 법석을 떠는 거지?” 실제로 이런 인물이 있었으니, 악명 높은 찰스 맨슨이 그 한 예다. 1960년대 말 히피들로 구성된 그룹의 리더였던 가수 찰스 맨슨. 그는 강도혐의로 교도소에서 반생을 보냈고 그 안에서 기타를 배웠다. --- p.95 사르트르는 밀크티를 쭉 마신 다음 두 손으로 머리를 싸잡는다. 소중하고 무거운 보따리를 잡듯이. “이봐, 시몬느. 난 오늘 이 원고를 다 써야 돼. 이곳은 일종의 전쟁터야. 난 펜이라 불리는 검을 들었어. 지금은 그게 내가 존재하는 의미의 전부야. 시간은 얼마든지 뒤에 남아있어. 우리를 자꾸만 쫓아오는 게 성가시기는 하지만 말이야. 어쨌든 가르송의 의미를 찾는 일은 내일로 미루자구.” --- p.115 상점 유리창에 비친 또 다른 스콧이 슬픈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이 혼잣말을 중얼대는 그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 키들거렸다. 그는 그렇게 개츠비와 진회색 양복 사이에서 번민하며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있었다. --- p.153 그를 유혹했던 ‘이론의 악마’는 삶이 아니었다.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변증법이 아니라 삶이며 그 삶이 아무리 구질구질해도 사랑이 있다면 갱생의 길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수많은 라스콜리니코프가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규모 실업사태로 날개가 묶인 젊은이들, 그들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 모두 헛소리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매우 부끄러운 이론들이 성공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도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 p.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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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으로 살지 않는 자여,
그대는 사회적 인간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독창적 인간이 될 수는 없으리라!” 고전문학을 읽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 『낭만주의자의 독서』 이제는 사라진 ‘낭만’이라는 단어.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소재 중심의 소설, 팩션의 범람 등으로 진정한 문학의 매력을 접하기 힘든 현대의 독자들. 문학의 정수를 느끼고 싶은 독자들은 선택의 자유를 박탈당하는 느낌이다. 저자는 제목은 들었으나 읽지 않은 책, 언젠가 읽기는 했으되 뭘 읽었는지 모르는 유명한 고전 문학을 선별해 문학의 낭만을 이야기한다. 낭만을 모르는 사람은 가엾다! 라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를 쫓다보면 현대에 와서 문학 독자들이 무엇을 잊었는지 깨닫게 된다. 아울러 단락마다 문학 작가의 삶의 단편을 소설 형식으로 꾸며 쓴 「고솜이‘s 픽션」은 색다른 재미를 줄 뿐 아니라, 소설책마다 으레 실어놓은 지루한 작가 연보보다 훨씬 더 흥미롭게 각 작가의 개성과 작품 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잘 읽지 않는 고전문학의 맛을 진지하게 되새길 수 있게 해주는 독서 에세이. 저자는 수많은 책을 섭렵하는 것도 좋지만 진정 좋은 책은 깊이 파고드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낭만주의자의 독서』는 아예 읽지 않았거나 혹은 읽었으되 대체 뭘 읽었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고전을 제대로 이해하게 해준다. 그렇다고 골치 아픈 강의 같은 내용이 아니라, 행간에 숨은 뜻과 진정한 성찰이 돋보이는 문장들을 인용해 고전문학의 아름다움을 들려주며 잊혀져가는 고전의 매력을 되살린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독자가 고전의 매력에 빠져들어 읽기를 바라지만 만약 분량도 많고 한 호흡에 읽기 힘든 고전문학의 특성상 독서가 여의치 않더라도 고전의 내용과 깊은 의미를 모두 파악할 수 있게 소개했다. 각각의 작가에 대한 콩트 같은 토막글인「고솜이‘s 픽션」은 소설책 말미에 으레 실어놓은 재미없는 작가 연보보다 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것은 작가의 일생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흥미롭게 풀어 쓴 아주 짧은 전기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섬광처럼 짧은 이야기지만 작가의 개성과 특성, 나아가 작품세계까지 매우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