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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분포 양상을 보이는 식물들을 가끔 본다. 세계적인 분포를 고려할 때, 아열대 식물인 박달목서가 거문도에 대량 분포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위도 상으로 더 남쪽이고 면적도 넓은 제주도에는 몇몇 그루만 자라는데 거문도의 동도와 서도에는 많은 개체가 자라는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반도 내에서 수수께끼 같은 분포 양상을 보이는 식물의 대표로는 히어리를 꼽을 수 있다. 히어리는 경상남도 서부, 전라남도, 전라북도 남부 지역 산에 드물게 자라는 조록나무과의
떨기나무로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세계적인 희귀식물이다. 한반도 남서부에 밀집해 분포한다고 알려졌던 이 식물이 1960년대 말 경기도와 강원도 경계에 있는 포천 백운산에서 발견되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 격리분포 현상을 놓고 학자들 사이에서 지금까지도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한라산 백록담에 자라는 암매도 그런 경우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나무로 알려져 있는 암매는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 자라는 북방계 식물이다. 극지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을 고향으로 하는 나무가 백두산 등 북한에 있는 해발 2천 미터급 산을 제쳐 두고 한라산에만분포하는 것은 정말 희한한 일이다. 빙하기 때 한반도 여러 곳에 남하해 자라던 암매들이 기온이 올라가면서 모두 쇠퇴했는데, 유독 한라산에서 살아남은 이유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대성쓴풀의 분포는 더욱 수수께끼 같다. 1984년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에서 이 식물을 처음 발견한 학자는 식물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남한이나 북한에서 발행된 도감에 실리지 않은 미기록 식물이었기 때문이다. 만주, 몽골, 시베리아, 중앙아시아에 자랄 뿐 한반도에서는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는 북방계 식물이 북부지방이 아닌 남한 중부지방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북방계 식물이 높은 산이 아니라 깊은 계곡에서 발견된 점도 흥미롭다. 나는 현재 남한에 기록되지 않는 북방계 식물 두 종을 발견해 관찰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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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땅 구석구석을 직접 밟아 찾아낸 희귀식물 보고서
저자는 식물학자이며, 한때 등산잡지에서 편집장을 지냈던 등산가에 글쟁이이기도 하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밝히듯 '산에 가서 꽃을 보자', '꽃을 보러 산에 가자' 하며 대중에게 꽃산행을 보급해 온 지 20여 년. 그렇게 매년 전국의 산과 들판, 계곡과 바닷길을 오가며 이 땅의 토종 희귀식물들을 연구해 그 아름다움을 알리고 우리의 잘못과 무관심 속에 사라져 가는 꽃들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 왔다. 이 책은 그가 수년간 발로 걸어 찾아낸 한반도 멸종위기 식물 목록, 혹은 희귀식물 분포에 관한 최신 보고서인 셈이다. 한반도와 뿌리가 이어져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 식물을 폭넓게 연구해 그 관계를 밝혀온 저자의 큰 시각이 느껴져 더욱 의미 있기도 하다. 우리가 꼭 지켜내야 할 희귀식물 58종, 12개 테마로 소개 희귀식물이 희귀식물인 이유는 다양하다. 기후 변화, 다양한 요인에 의한 자생지 훼손, 그리고 불법 채취 같은 인간의 이기심이 아름다운 우리 꽃을 사라지게 한다. 애초에 매우 한정된 서식지에 극히 적은 수만 생존하던 식물도 있다. 저자는 식물의 서식 환경 및 생태적 특성 등을 살펴 모두 12가지 주제로 58종을 선정, 소개하고 있다. 그 희귀식물 목록에는 과거에 우리 주변에 흔했으나 점점 사라져 가는 꽃도 들어 있으며, 최근에야 우리 땅에 사는 것이 밝혀진 희귀 북방계 식물도 있다. 보전생물학자답게 그 꽃이 멸종되어 가는 이유, 적합한 보전방법에 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담았다. 한라부터 백두까지, 계절별 추천 꽃여행지 19곳 수록 2월 제주도부터 시작해 11월 가거도까지, 계절별로 최적기의 꽃여행지를 아름다운 꽃 소개와 함께 수록했다. 19곳의 추천 여행지는 저자가 사랑하는 식물 연구 대상지이기도 하다. 월별로, 그리고 식물의 분포 특성을 고려하며 전국에서 장소를 선정해 그 자체로 완벽한 1년 꽃여행 플랜을 제시한다. 제1장에서 소개한 희귀식물들뿐 아니라 한반도에 계절별로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을 여행지 곳곳에서 다채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 식물들 역시 남한에서 산다는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 두 식물 모두 나무여서 사람들 눈에 띄기 쉬운데도 여태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필자를 흥분시키고 있다. 수수께끼 같은 식물의 분포를 밝히는 것은 식물을 좇는 삶을 사는 이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일 가운데 하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