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나 <우울증>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당혹스런 언니 문화/대상 없는 분노/고속도로에서 터진 눈물/그 겨울의 오피스텔/대화의 재구성/탈출구를 찾아라 <일탈> 대설특보/어깨를 빌려주다/아, 감동의 태백산이여/가슴 설레는 일상 탈출/구두 닦는 아저씨를 부러워하다/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들 <정체성> 나.doc/호떡장사 C사장/후끈 달아오른 후터스/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균형의 중요성 <변화> 똑같은 하루하루/바람, 바람, 바람/영웅과의 만남/실패의 판단 기준 <김진세의 심리처방: 나> 정체성의 혼란, 변화의 욕구 그리고 테스토스테론/일탈, 바람은 바람을 부른다/우울증 이겨내기 관계 <아버지> 아버지와 타잔/오이디푸스 콤플렉스/아버지의 눈으로 보는 아버지/상대방을 이해하는 방법 <어머니와 아내> 7년 만에 만난 친구/J와의 만남/J의 남편/충격적인 이야기/환기(換氣) 요법/어머니의 의미 <인간관계> 가을에 만난 고교 동창생/동동주와 맥주/편한 모임의 함정/후배 시집살이/그 섬에 가고 싶다 <대화> S의 대화법/왜 얘기 안 했어요?/남녀의 다른 점 <김진세의 심리처방: 마흔의 관계> 수평적 또는 수직적 사회관계의 해법/낯선 아내, 관계의 중심이 멀어지다/대화의 기준, 남편과 아내의 대화법 고민 <40대의 성(性)> K의 성생활/40대의 세 가지 고민/나이별 횟수 따지는 법/40대의 사랑법/ 아내의 입장에서 본 40대 남편 <나이> 흰머리 뽑기 아르바이트/눈꼴사나운 발렌타인데이/나이 들었다고 느껴질 때/나이는 계급장/나이 드는 것의 서글픔 <교육> 인사동 가고 싶은 날/교육 문제만 나오면/정답은 있다/아버지의 역할 <비자금> 여의도의 물비린내/무위에 그친 비자금 조성 시도/비자금의 중요성/비자금(秘資金) 아닌 비자금(肥資金) <김진세의 심리처방: 마흔의 고민> ‘아니마’와 마흔의 노화 심리학/남자에게 섹스는 ‘바이탈’/조루증, 행복한 결혼생활을 빨리 끝나게 하는 병 에필로그 |
김진세의 다른 상품
|
그 이후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났다. 2007년 1월부터 3월까지 매주 수요일 저녁에 만나 사십 대 남자의 고민과 갈등, 꿈과 희망, 성과 사랑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때로는 가슴이 너무도 찡했고, 때로는 속이 뻥 뚫릴 정도로 통쾌한 시간들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두 명의 사십 대 남자가 꼬박 열 번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진지하게 나눈 이야기들을 다시 풀어놓은 것이다. -p.7
계속 신경을 쓰며 출근을 했다. 일을 하면서도 자꾸 신경에 거슬렸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문제는 퇴근길에 터졌다. 일을 끝내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다 바지 밑단의 뒷부분을 힐끗 보았다. 바닥에 닿아 질질 끌리고 있었다. 순간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분노는 강렬했다. 딱히 누구를 향한 것도 아닌데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누구에게라도 시비를 걸어 무작정 후려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p.24 새벽 2시쯤 되었을까. 하품이 연이어 나오면서 피곤해졌다. 살짝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뭔가가 내 어깨 위를 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보니 H가 내 어깨에 머리를 살짝 기대 잠들어 있었다. 아내와는 분명 다른 향취였다. 좋은 향의 샴푸 냄새 같기도 하고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향수 냄새 같기도 한 이 내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순간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속이 멀미하듯 울렁거렸다.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느낌도 들었다. 당혹스러웠다. 이게 언제 느껴본 기분인가? 대학시절 추운 겨울 밤, 행여 짝사랑하던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무작정 버스정류장 근처를 서성이다 멀리서 그녀의 그림자가 보였을 때 느꼈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 -pp.57~58 “아버지의 눈으로 아버지를 보는 것이겠죠. 중년 남자의 눈으로 중년 남자를 보는 것이기도 하고요. 가족을 위해 꿈을 포기하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았을 가장으로도요.” “맞아요. 아내에게도 자식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는 외로운 한 인간,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전에 너무 커버린 아이들을 보고 후회하는 남자…. 이런 모습은 사실 아버지임과 동시에 바로 자기 자신의 모습이겠죠.” -pp.134~135 “그렇죠. 그런데 그렇게 동정하기에 앞서 상황을 좀더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그 사람의 선택이 상대방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하죠. 분명 그런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른 해결책을 한번쯤 시도해봐야 했어요. 정신과 치료 가운데 ‘환기 요법’이란 게 있습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놓았던 것을 바깥으로 끄집어내는 것을 말하죠. 비유하자면, 지하 창고에 처박아놓아 곰팡이가 슨 물건을 꺼내 햇볕을 쬐게 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이게 의외로 큰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pp.160~161 깜짝 놀라며 묻는 내게 그는 혀가 좀 꼬부라진 목소리로 벌써 오래전부터 아내와 각방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 친구도 나처럼 딸만 둘을 두고 있다. 큰딸은 초등학교 6학년이고 둘째는 일곱 살이다. 그런데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K는 아내와 다른 방에서 자기 시작했다고 했다. 벌써 햇수로 7년째라는 것이다. -p.217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달랐다. 은퇴 후 먹고 살 것을 준비하는 것보다 은퇴 걱정 없이 일을 계속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있어 일이란 단순히 먹고 살 생계 수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며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도록 삶에 활력을 준다. 아무리 많은 돈을 갖고 있어도 할 일이 없다면 그 사람의 삶은 무료하고 따분할 수밖에 없다. 매일 등산하고 골프치고 여행하고 낚시하며 노는 것도 일이 년이지 그 이상하면 얼마나 재미없고 지겹겠는가? 하지만 일, 특히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노년은 매일 매일이 활기차고 즐거울 것이다. 그런 생각에 나는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지금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pp.301~302 --- 본문 중에서 |
|
마흔이 되면 뭔가 이룰 줄 알았다. 그런데…
“빨리 나이 마흔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불혹이 되면 연기를 정말 잘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배우 황정민의 말이다. 비단 그뿐만이 아닌 많은 남자들이 마흔의 나이에 부여하고 있는 이미지는 바로 ‘성취’가 아닐까?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언가를 이루어낸 후 취미생활도 즐기고 그동안 챙기지 못했던 부모, 형제에게도 신경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 나이. 하지만 십여 년을 가족과 회사밖에 모른 채 앞만 보고 달려오다 갑작스럽게 맞닥뜨린 마흔 앞에서 그들은 말한다. “아, 나도 마흔이 되면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마흔의 심리학》은 평범한 샐러리맨과 정신과 전문의가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책이다. 이들이 나눈 열두 가지 대화 속에는 저자의 경험담과 고민 그리고 전문의 가운을 벗은 인생선배의 따뜻한 조언이 담겨 있다. 또한 각 장의 뒤에는 실질적인 카운슬링 내용이 제시된다.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마흔을 담백하고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고속도로에서 만난 갓길, 마흔 사십 대 남성들은 마음을 드러내는 데 익숙지 못하다. 가족들에게만큼은 강하고 능력 있는 가장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리고 자신이 보호해야 할 가족들이 오히려 자신을 걱정하게 되는 것이 싫어서 마음을 숨긴다. 이 책의 저자도 심각한 마흔앓이를 경험했다. 삶의 알맹이를 찾지 못해 허전함과 덧없음 그리고 소외감을 느끼던 마흔의 어느 날, 그는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아무도 모르게 펑펑 눈물을 쏟는다.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차는 어느덧 논산으로 이어지는 민자고속도로로 접어들고 있었다. 통행 차량이 급격히 뜸해졌다. 나는 외려 속도를 줄였다. 시속 100킬로미터를 유지하며 느슨하게 핸들을 잡았다. 그때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어느 육십 대 노부부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곱고 희던 두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새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딸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갑자기 가슴이 턱 하고 막혔다. 이어 울컥하면서 뭔가 뜨거운 것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왔다. 동시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꺽꺽 소리와 함께 속절없이 눈물이 터졌다. 차가 많지 않아 다행이었다. 나는 황급히 비상등을 켜고 속도를 줄여 갓길로 차를 몰았다. 달리던 차가 멈추자 주위가 조용해지면서 노랫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가족들에게도 마음의 병을 숨겼던 저자는 이 책의 또 다른 저자인 정신과 전문의 김진세 원장의 도움을 받는다. 매주 수요일 저녁, 그들은 진료실을 벗어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눈다. 여의도의 선술집, 인사동의 식당, 압구정동의 와인바 등에서 자신들의 경험담과 주변의 사십 대 남자들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이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세 카테고리로 이루어졌다. 일단 ‘나’에 초점을 둔 ‘우울증, 일탈, 정체성, 변화욕구’라는 내적인 혼란에 대해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즉 ‘아버지, 어머니와 아내, 인간관계, 대화’를 소재로 이야기한다. 세 번째 카테고리에서는 ‘성(性), 나이, 자녀교육, 비자금’ 등 생활 속의 소소한 ‘고민’들이 좀더 가볍고 유쾌하게 이어진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나는 이 책이 대화에 서투른 사십 대 남성들의 고민과 괴로운 심경을 가족들에게 솔직히 보여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것을 통해 아무리 옷을 껴입어도 시린 가슴을 가족들로부터 따뜻하게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한편으로는 이 책이 여성들에게 사십 대 남성을 이해하는 통로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갖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가, 우리가, 가족들에게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가슴을 열어서 보여주는 것이 결코 비굴하거나 약해빠진 가장의 모습이 아니란 걸 말하고 싶다. 그것은 가족들을 더 힘껏 보듬어 안을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마흔의 심리학》의 저자는 긴 여행을 계획했다. 자신이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유럽행 비행기에 오른 것이다. 감상주의에 빠진 도피가 아니다. 어떻게 가족을 부양할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살지에 대한 고민을 한 후에 현실에 기반을 둔 도전을 했다. 이는 진심으로 가족에게 다가간 저자의 용기와 그의 고민을 공유하려는 가족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책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바로 그것이다. 마흔의 가장에게는 공감대를, 가족에게는 그를 이해하는 통로를 마련해주고자 한다. 마흔은 무대에서 내려와야 할 잉여의 나이가 아니다. 지금껏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계획을 짜는 나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마흔 이후의 삶을 덤으로 여기는 가장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자극제가 될 것이다. 김진세 원장은 “만약 당신이 마흔의 혼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마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라고 조언한다. 피할 수 없다면 마흔의 나이를 큰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읊었던 것처럼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 한 구절이 사십 대 남자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