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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ong-shim Yook,陸明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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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무덤 속의 장승
검은 모래찜질을 제주도 사투리로 ‘검은 모살뜸’이라 하는데, 이 섬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적 민간요법이다. 섬사람들은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는, 그야말로 더위가 최고로 기승을 부릴 때 검은 모래밭 속에 몸을 파묻고 찜질을 한다. 그러나 제주도에서는, 어느 곳에나 흔히 있는 흰 모래가 아니라, 이 고장 특유의 검은 모래로 하는 찜질이야말로 특별한 효력이 있다고 믿는다. 육명심은 이러한 제주 백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그만의 시각으로 포착해, 사진을 마주한 이들에게 치유를 위한 삶의 풍경 속에서 죽음의 모습을 동시에 목격하게 한다. 중생의 나날과 세월 속 생사(生死)의 전모(全貌)를 별스럽지 않은 풍경에서 발견해내는 육명심 특유의 시선이 가장 돋보이는 연작이다. “생각해 보면 ‘검은 모살뜸’은 놀랄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풍경입니다. 모래 위의 육신들은 그저 대자연이란 이름의 의원(醫院)에 와 누웠을 뿐입니다. (…) 바로 이 대목에서 ‘육명심 사진 미학’의 실마리 하나가 발견됩니다. 작가는 별난 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기발하고 신기한 풍경에 놀라워하지 않습니다. 관심의 전부가 별로 내세울 것 없는 사람들에 있습니다.” ?윤제림 「해변의 부처」 『검은 모살뜸』 중에서 이 특별할 것 없는 풍경 속에는 고달픔, 병듦, 나이 듦과 같은 우리네 삶의 흔적들이 ‘모래무덤 속 장승’ ‘해변의 부처’의 얼굴을 하고 누워 있다. 그리고 죽은 듯이 누운 백민들에게 평화롭게 사라지는 길을 일러 주기도 하고, 동시에 다시 일어나 살아야 할 이유를 가르치기도 한다. 육명심의 시선을 통과한 검은 모래밭은, 무덤이면서 새로운 잉태의 장소가 된다. ‘우리 것 삼부작’을 아우르는 마지막 연작 ‘검은 모살뜸’ 연작은 작가 자신의 설명대로, 이 나라 이 땅에 살아가는 기층민의 전통적인 삶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육명심의 사진작업 중 ‘백민(白民)’과 ‘장승’ 연작과 일련의 삼부작을 이루며 하나로 연결된다. 작업의 시기로 보자면 ‘백민’이 가장 먼저, 그 다음 ‘장승’ 작업이 이어지는데, ‘검은 모살뜸’의 첫 촬영은 ‘백민’ 촬영차 제주도에 갔을 때 우연히 이루어지며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촬영은 ‘백민’의 후속작업인 ‘장승’ 시리즈를 완성하고 난 다음이다. 따라서 ‘검은 모살뜸’은 육명심의 ‘우리 것 삼부작’ 중에서 가장 후기에 속하는 마지막 작업이다. 그만큼 그의 작품세계를 아우르고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며, 작가론을 쓴 윤제림의 해석처럼, 육명심이 추구해 온 모든 가치가 여기에 모여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검은 모살뜸’ 시리즈 안에는 육명심의 모든 작업이 추구하고 지향해 온 가치가 모두 모여 있습니다. 거기에 그가 찍어 온 모든 이들의 얼굴이 죄다 포개어집니다. (…) 모래에 묻힌 육신은 전체가 하나의 얼굴입니다. 한 생애입니다. 그것은 살덩어리가 아니라, 혼(魂)의 형태입니다. 육명심은 장삼이사(張三李四)의 낯을 찍되, 생김새는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그 뜨거운 ‘속’을 찍었습니다. 얼굴의 옛말 ‘얼골’이 이르는 대로 ‘얼의 꼴’을 찍었습니다. 정신의 형태를 찍었습니다. 그는 우리 전통 초상화가 줄곧 지켜 온 전신사조(傳神寫照)의 문법을 따랐습니다.” ?윤제림 「해변의 부처」 『검은 모살뜸』 중에서 작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지기도 했던 육명심은, 불교의 핵심을 찾아 산사(山寺)를 카메라에 담는 등 여전히 새로운 작업을 끊임없이 하는 동시에, 지난 연작들을 되돌아보고 책으로 재정리하는 작업을 꾸준히 병행하고 있다. 이번 『검은 모살뜸』 개정판에서는 전체 연작 중에서 제주도 삼양 해변에서 찍은 1983년, 1984년, 그리고 1994년 여름 검은 모살뜸 사진 52컷을 엄선해 실었다. 무엇보다 처음으로 이 연작에 대한 본격적인 작품론을 수록하고 전문을 영문 번역하여, 내용과 형식에서 모두에서 완벽을 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