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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며 사는 행운
질투는 나의 힘 내가 그림을 그리지 않았더라면 작업실 내 헤어스타일 사용법 예술가의 끼 누구 닮았어 알고 보면 이런 사람 그림 그리면 얼마나 벌어요? 전화가 오지 않는다 무엇이 되겠다는 계획은 없다 쓸모가 있을 것이다 아는 사람이 많으시네요 그린다는 것, 쓴다는 것 작가 가족 캠핑의 추억 우리 애가 그럴 리 없어요 네이버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삽화가를 위하여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나 포트폴리오 새 책이 나왔다 현장 취재 편집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수다 그림 교실 독자와의 만남 소년 교도소의 추억 그림책 전시 기획 내가 하고 싶은 전시 여러분 덕분입니다 출판인들의 송년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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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도, 행인도 모르는 ‘내밀한’ 이야기
그림 작가 김중석의 트레이드마크는 ‘폭탄 머리’다. 가까운 사람들조차 그가 곱슬머리인 줄 아는데, 사실 단골 미용실 원장님의 손길로 ‘섬세하게’ 관리되고 있다. 눈에 확 띄는 스타일 때문에 동네에서는 “저 사람의 정체가 무엇일까”를 두고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동네 어르신들의 못마땅한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마흔 이후에 한 일 중에 헤어스타일을 바꾼 건 아주 잘한 일”이라고 자평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개성 있는 스타일 덕분에 일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그가 누군지 기억한다. 작가와의 만남에 가면 아이들이 “사자 아저씨” “폭탄머리 아저씨”라며 반가워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늘 첫 번째 독자가 되어 주는 아내는 “다시 짧은 머리를 하면 이혼”이라는 농담을 한다니, 앞으로도 ‘파마열전’은 계속될 듯하다. 한편 그는 “아는 사람이 많으시네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어린이 문학 판에서 십 년 넘게 일을 했고 여러 출판사와 작업을 했고 여러 모임에도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안면 있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지만 “술이 거하게 취해서 서로 ‘형님’ ‘동생’ 하면서 스킨십을 나눠야 더 친밀해진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얼핏 외향적으로 보이는 이 작가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자리는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가까이에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낯가림이 심하고 속을 터놓는 일이 드물다. ‘자기 이야기’를 드러내야만 하는 에세이 작업을 두고 “이렇게 어려울 줄 알았으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인데.”라며 중얼대는 것은 괜한 투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기만의 글과 그림으로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를 꽉 채웠다. 덕분에 지금껏 혈육도, 지인도, 행인도 보지 못한, 작가 김중석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전업 작가의 삶 : 그림 그리면 얼마 벌어요? 작가는 어려서부터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중고등학교 미술부를 거쳐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전업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저런 직장에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가 마흔 코앞에서야 “확실한 내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직을 하기에 나이와 경력이 애매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심했지만 다시 손에 붓을 쥐게 될 줄은, 그림을 그려서 먹고살게 될 줄은 몰랐다. 우연히 전집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길이 정해졌다. 아니, 그 길을 가 보기로 했다.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그림 작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흔히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작가 김중석은 “그림 그리는 게 좋고, 그림 그리며 사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매일이 즐겁거나 생활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는 건 아니다. 자신을 “예술가”로 여기기보단 “작가”라고 불러 주는 게 더 좋다고 말하는 데서 드러나듯이 작가 김중석은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것들(그림, 글, 전시, 수업)을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두 아이의 아버지로, 한 집안의 가정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이것이 그가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는 “그림을 그려서 먹고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뾰족한 답을 주진 않는다. 다만 작가는 이렇게 말할 뿐이다. “실패했었고 시련도 겪었지만 지금은 성공했다는 이야기. 그런 건 아니면 좋겠다. 나는 성공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았다. 쓰고 그리고 갈등하며 살아왔다. 나에게 재능이 있는지, 이 일을 하면서 계속 살아갈 수 있을지 계속 걱정하고 의심했다. 다행스럽게 지금까지 이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무엇이 되겠다는 계획은 없다”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에는 ‘우연히’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수많은 우연들을 두고 작가 김중석은 “행운”이라고 말하지만, 예상치 못한 제안을 “기회”로 만든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딪혔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는 계획을 세우지도, 잘 지키지도 못하지만, 주어진 상황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자신의 길을 만든다.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지는 않지만, 지난 경험에서 익힌 것들을 적절히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덕분에 그는 “열심히 뛰어놀지도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어른이 되었다.”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하릴없이 빈둥거렸던 시간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이 없었던 시간들, 일과 일 사이에 비어 있던 무료한 시간들,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억지로 버텼던 순간들. 이 모든 순간들이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그런 비어 있는 시간들이 없이 꽉 채워서 살기만 했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그림 작가 김중석은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보면 “이런 신선한 생각을 나는 왜 못하는지” 질투에 활활 불타오르는 사람이며,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작가는 물론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인쇄 관련 장인들이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자, 올 한해도 함께 “그림 그리고 책 만들며 즐겁게 살아가자”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책은 ‘잘 그리지도 못하면서’ 그림 작가로 살아가는 김중석의 첫 번째 에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