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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전쟁
핼 헬먼 저 / 이 충 역
바다출판사 2003.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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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생명과 권력의 투쟁사

목차

1. 혈액은 순환하는가, 사라지는가?

2. 근육 수축을 둘러싼 두 개의 학설

3. 의사를 살인자로 고발한 제멜바이스

4. 생체해부는 신성모독인가?

5. 살아 있는 박테리아와 죽은 박테리아

6. 누가 신경세포의 비밀을 밝혔는가?

7. 어린아이에게도 성욕이 존재하는가?

8. 결말 없이 끝난 소아마비 백신의 전쟁

9. 남성 중심의 의학계에 희생된 한 여성학자

10. 의학에도 국경은 있다 - 미국과 프랑스의 에이즈 대결

저자 소개

저자 : 핼 헬먼(Hal Hellman)
역사상 가장 격렬했던 의사들의 대결을 보여줌으로 의학사의 비밀을 밝힌 핼 헬먼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중과학 저술가이다. 6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 『미래의 세계(The World of the Future)』와 『과학사 속의 대논쟁 10(Great Feuds in Science)』을 포함해 26권의 대중과학서를 썼다. 그는 또한 <뉴욕타임즈> <옴니(Omni)> <리더스 다이제스트> <사이콜로지 투데이> <지오(Geo)> 등과 같은 정기간행물에 과학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역자 : 이 충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몸을 사랑하자』 『오랜 시간을 견딘 침묵』 『성공으로 이끄는 세일즈 법칙』 등 여러 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63쪽 | 556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55611991

책 속으로

하지만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수많은 부검을 실시했던 제멜바이스는 그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다. 당시 그는 의사가 실험을 오랫동안 하면 할수록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실험을 위해 희생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 동료에게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여기서 내가 무덤으로 보낸 여성들의 수는 신만이 알고 있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고백해야겠네. 나는 그 어떤 산부인과 의사들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해부용 시체에 몰두해 왔다네."

제멜바이스는 이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엄청난 죄책감에 빠졌다. 이러한 죄책감이 훗날 그의 몰락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오만한 빈 의학계가 기득권층의 누구도 그 끔찍한 짐을 떠맡으려 하지 않았다. 어느 누가 그들에게 자신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하는 헝가리 태생의 건방진 놈처럼 되려고 하겠는가?

그리고 사실 그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우주의 영향에서부터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발산물들에 이르기까지, 심오하고 초자연적인 힘에 의한 가능성만 생각하는 그들이 입장에서 보면, 단지 손을 씻는 것만으로 산욕열을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도 치료법에 대해서 뭘 알고나 있었을까? 그렇다. 당시에는 항생제도 없었고, 살균 소독도 하지 않았으며, 세균이 병을 일으킨다는 깨달음조차도 없었다.

--- p.95

출판사 리뷰

자리를 내놓지 않으려는 기득권층
“이제까지 예술과 과학을 발전시켜 온 사람들이 항상 자신의 발견 때문에 운명적으로 겪어야 했던 질투와 혐오, 증오, 파괴, 비방과 같은 고통처럼, 내가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대중에게 알릴 때 나 역시 그런 고통들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 독일의 내과의사였던 레오폴드 아우엔브루거(Leopold Auenbrugger)

윗 글을 쓴 아우엔브루거는 지금의 내과의사들이 검진시 가장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는 청진법을 제시했던 18세기의 의사이다. 그는 청진법이 의학 발전에 중대한 공헌을 할 것을 확신했지만 영웅이 되려는 어떤 환상도 꿈꾸지 못했다. 바로 과학 발전에 공헌한 사람들이 운명적으로 감당해야만 했던 기존 세력들의 질투와 혐오, 증오와 비방 때문이었다.

임산부들을 죽음으로 몬 산욕열의 원인이 다름 아닌 ‘의사들의 불청결한 손’이라고 주장한 제멜바이스의 경우 빈 의학계의 기득권층과 싸워야만 했다. ‘불청결한 손은 의사들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빈 의학계에 제멜바이스의 주장은 도전이며 반항이었다. 기득권층인 빈 의학계는 제멜바이스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심지어 직업까지도 빼앗는다. 결국 제멜바이스는 외진 정신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이유없이 죽어가야 했던 산모들을 구하려던 한 젊은 의사의 바른 말은 자신들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들에 의해 철저히 무시당하고 말았다.

선구자가 되려는 의사들의 무한한 욕심

과학사를 보면 우선권과 관련해서 많은 논쟁이 존재하고 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계산기 발명, 애덤스와 르베리에의 해왕성 발견, 다윈과 윌리스의 진화론, 하이젠베르크와 슈뢰딩거의 양자역학 등이다. 이러한 우선권 논쟁은 더 나은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논쟁이 가져온 고통으로 과학자로 하여금 연구 의욕의 상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의학사에서도 선구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먼저 써넣으려는 욕심이 불러온 논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의학 분야에서 우선권 논쟁은 과학 분야와 달리 문제의 여지가 많고 논쟁의 양상도 다르다. 인간 생명과 관련된 일이기에…….

소아마비 백신 발견을 놓고 벌어진 세이빈과 소크의 경우는, 방법의 우수성과 안전성을 놓고 벌인 논쟁이었다. 소아마비는 무서운 속도로 전세계 어린이들을 공포로 몰았던 질병이다. 발병의 원인도, 막을 방법도 알지 못한 채 속수무책 당해야만 했던 질병의 백신을 개발하며 소크는 ‘제2의 파스퇴르’라는 말까지 들었다. 그러나 소크는 개발 방법의 차이로 다른 연구가들과 기나긴 전쟁을 평생 치른다. 특히 세이빈은 자신의 방법이 더 안전함을 내세우며 소크백신의 위험을 주장한다. 만약 이것이 그냥 단순한 과학적 발견과 관련된 일이었다면, 두 사람의 긴 전쟁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 중 한 명이 결국 소아마비의 진정한 구원자로 밝혀질지언정, 두 연구가가 새 백신을 만들 때마다 벌였던 안전성 시험에 희생된 소아들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도덕적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에이즈 바이러스 발견을 놓고 벌인 갈로와 몽테니에의 분쟁에는, 논쟁을 벌이기에는 에이즈가 너무도 위험한 질병이었고 개인의 욕심보다 더 복잡 미묘하게 얽힌 국가간의 자존심이 개입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소아마비 이후 더 이상 인류에게 전염병은 없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1983년 현재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인 에이즈가 미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학자에 의해 동시에 밝혀진다. 둘다 에이즈의 공포를 알고 있었지만, 최초 발견자가 되고 싶은 욕망과 최초 발견자를 배출한 국가이고 싶은 국가간 자존심 대결로 10년 세월이 지나서야 질병의 실체가 밝혀진다. 10년 세월에 질병이 무서운 속도로 퍼질 것을 알면서도 논쟁을 벌인 그들을 진정 생명을 중시한 사람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종교와 사회적 편견이 만들어낸 분쟁

개인적인 욕심과 기득권층의 비타협만이 논쟁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뿌리박힌 당시의 종교 교리가, 사회적 인식이 논쟁을 만들기도 한다.

혈액 순환론을 주장했던 17세기의 윌리엄 하비는 종교와 관련한 좋은 예이다. 하비가 혈액 순환을 주장하기 전까지 사람들은 간에서 만들어진 혈액이 심장을 통해 신체의 말단까지 흘러가면서 세포 조직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소멸한다는 갈레노스의 학설을 믿었다. 갈레노스는 신체 각 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영혼’이라는 개념으로 종교와 관련시켜 모든 것을 해석했던 고대 로마시대의 의사이다. 혈액이 사라진다는 갈레노스의 생각은 분명 말도 안 되는 억측이지만 당시 종교론자들에게는 하비의 생각이 자연에 반하고 종교에 반하는 것이었다. 하비가 활동하던 시대는 갈릴레이가 천동설에 반대해 고통을 받고 마녀 재판이 종종 벌어지던 종교 교리가 모든 진실을 가리던 때였다. 진실을 알고 있던 하비는 평생을 종교론자들의 비난에 고통받고 무시당하며 위험한 의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1953년의 혁명이라 불리며 인간 유전자의 모든 것을 밝힌 ‘DNA 이중나선 구조’의 발견에는 남성 중심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숨어 있었다. ‘이중나선’ 발견으로 노벨 의학상을 받은 사람은 왓슨, 크릭 그리고 윌킨스이다. 그러나 수상자에는 엄연한 이중나선 구조의 첫 발견자인 프랭클린의 이름이 빠져 있다. 왜 그녀의 이름은 역사속으로 사라져야 했을까? 남성으로서 우위에 서고 싶어하며 프랭클린을 밀어낸 너무도 달랐던 동반자 윌킨스 때문이었다. 사사건건 남녀 우위 문제로 부딪힌 둘은 결국 결별하고 윌킨스는 왓슨, 크릭과 다시 한 팀을 이루어 DNA 정체를 밝힌 공헌자로 인정받는다. 만약 윌킨스가 그녀의 우수성을 인정했다면 영예의 주인공은 달라졌을 것이다.

이 외에도 개구리의 근육 수축을 동시에 목격하고도 다른 해석을 내려 분쟁을 겪은 갈바니와 볼타의 논쟁, 자신들의 발견이 민족주의의 도화선이 되고 국가간 반목에 희생되어야 했던 파스퇴르와 코흐의 논쟁(박테리아의 정체를 둘러싼), 골지와 라몬이카할의 논쟁(신경세포의 비밀을 밝힌) 등과 만날 수 있다. 또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름인 프로이트와 그의 수제자 융이 ‘어린아이의 성욕’ 존재 여부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며 인격적 모독도 마다하지 않았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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