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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헬로우 할로윈

하얀 토끼인형
제라늄의 집
만추
생일
바람의 계곡
얼굴들의 문서
도둑
偶然(중편)

해설 저열한 공포 의식의 수수께끼 / 오윤호(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1958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1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헬로우 할로윈』 『나의 얄미운 발렌타인』, 장편소설 『바보 이랑』 등을 출간했으며, 장편동화 『누가 그랬지?』로 제14회 MBC창작동화대상을 받았다. 현재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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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8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9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9776376

책 속으로

허물어진 담배 찌꺼기들처럼 지상의 세탁기 속에 들어가
산산이 분해된 아버지의 몸이, 잔혹하지만 그다지
잔혹스럽지 않은 오컬트 무비처럼 머릿속에서 파노라마
를 만들어낸다. 점퍼 주머니를 확인하지 않은 사소한 실수라고 넘겨 버리기에는
석연치 않은 느낌이 등줄기에 서늘하게 흘러내린다. 무덤이 열리고
오래된 죽은 몸들이 세상 밖으로 스멀스멀한
안개처럼 걸어 나오던 영화에서처럼,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담배의 부스러진
흔적들을 헹구는 내 모습이 물 위에 둥둥 떠오른다.
-헬로우 할로윈

두세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했으나
꼭 한 마리씩만 처치, 약을 쓰지도 않고
파리채를 동원하지도 않고, 손바닥으로 콱 눌러서
바퀴벌레를 죽일 때, 그니의 생들과 함께 내 생도 한 해씩 사라져갔다.
달력의 날짜는 하루에 하나씩,
일흔일곱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버텨낼 계산을 분명히 해두었다.
-燈


입 안에 고이는 냄새를 뱉어내려고 나는 한숨을 쉬듯이
하아, 하고 입을 크게 벌린다.
내게서 치밀어 오른 냄새가 더 많은 종류의 냄새와 섞인다.
재빨리 입을 다문다. 이발소 그림이 걸려 있던 이발소에서 나던 그 냄새가
전동차를 가득 채우고 있다.
잊었을 거라고 여기고 있었던 기억이다.
의식 저편에서 희미하게 불이 켜지고 이발소의 풍경이 점차 선명해진다.
-제라늄의 집

.

출판사 리뷰

진주신문가을문예와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한 조명숙이 첫 창작집 『헬로우 할로윈』을 문학과경계사에서 펴냈다. 소설에는 표제작 「헬로우 할로윈」을 비롯한 단편 9편과 중편 1편 등 총 10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소설 전편을 통해 짧게 스쳐 지나는 생활의 감정, 무관심하게 흘러가는 일상을 통해 분열된 자의식이자, '가족'이라는 견고한 관습적 체계와 불화(不和)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뒤엉킨 윤리 의식의 저열함을 표출한다. 일상의 이면을 드러내는 이러한 작가의 감각적 서술은 철저하게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공포 의식에서 기원하고 있다.
파편화한 일상의 감각들을 잡아채는 작가의 '집요한 시선'은 냄새와 소리, 흉터에 대한 집착으로 나타난다. 냄새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 삶의 이면(異面)에 숨겨진, 역사 및 개인이 가한 신체적 폭력의 경험 혹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라면, 소리에 대한 이끌림은 지독한 냄새(일상)로부터 벗어나려는 적극적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관계를 유지해야 하면서도 혐오의 대상인 가족이라는 관습의 몰락은 냄새(후각)와 소리(청각)을 밑변으로 하고, 신체의 흉터(시각)에 대한 집착을 꼭짓점으로 하는 구도에서 나오고 있다.
작가는 소설 전편을 통해 철저하게 보잘것없는 존재들이 이어가는 보일 듯 말 듯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일상에 대한 집착은 '철저하게 일상을 부각시킬 때, 환상이란 그 사실성의 균열을 파고드는 의식의 날카로운 뿌리가 된다'는 통찰을 바탕으로 한 환상적 글쓰기가 되고 있다.
강박관념이란 '사소한 생각이지만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그것을 떨쳐버리려고 할수록 강하게 일어나 자기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조명숙 소설 속 인물들 역시 이처럼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심리 반응과 히스테릭한 행동들을 보이는데, 그것은 '냄새', '소리', '흉터'에 대한 강한 집착(거부감)으로 나타난다. 후각, 청각, 시각이 잡아내는 각각의 집착이 벌어지는 공간은 보잘것없는 존재들이 이어가는 보일 듯 말 듯한 일상의 '그늘'이다.

집착은 '냄새에 대한 거부감', '소리에 대한 이끌림', '신체의 흉터에 대한 절망감' 등으로 나타난다. 집착의 그늘, 그 일상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설 속 낯선 존재들과 평범하지 않은 사건들이란 지극히 주변적인 일상임을 알 수 있다. 낯설게 보이는 이유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징후적 일상, 억압된 일상이기 때문일 뿐이다.

파편화한 일상의 감각들을 잡아채는 작가의 '집요한 시선'은 삶(일상)의 이면(二面)의 이면(裏面)을 들춰낸 이면(異面)의 낯섬을 보여준다. 삶의 이면을 나타내는 작가의 감각적 서술은 철저하게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공포 의식에서 기원한다. 또한 그 공포 의식은 일상이 감추어놓은 과거의 기억 속에서 발화한다. 형체를 구체화할 수 없으며,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는 소설 속 존재들이 보여주는 공포 의식이란 분열된 자의식이자, '가족'이라는 견고한 관습적 체계와 불화(不和)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뒤엉킨 윤리 의식의 저열함이다. 결국 작가가 보여주는 공포 의식이란 억압된 일상의 반란이 체험케 하는 낯선 공포에 다름없다.

냄새와 소리, 일상의 허위성을 폭로하는 그 들숨과 날숨의 변주곡

"묻어버리고 싶은, 그러나 묻어둘 수 없는 것들이 냄새와 함께 살아난다. 냄새는 기억 자극제다."(「바람의 계곡」). 주인공은 냄새를 혐오하고 있지만, 냄새를 통해 비극적인 현실 세계와 소통하고 있기도 하다. 냄새란 분명 공기 중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그 근원지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묻어버리고 싶"어도 "묻어둘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온다.

냄새는 우리 삶의 이면(異面)에 숨겨진 신체적 폭력의 경험 혹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다. 베트남전쟁의 고엽제 때문에 썩어 들어가는 아버지의 살냄새(「헬로우 할로윈」)가 역사가 개인 및 가족에게 남긴 폭력의 냄새라면, 어릴 적 주인공의 불쾌한 성적 경험에 기인하는 곳이자 어머니의 일터이기도 했던 이발소의 냄새(「제라늄의 집」)는 왜곡된 욕망의 남성이 다른 성(性)에 가한 폭력의 냄새라 할 수 있다. 작가는 냄새를 통해 개인 혹은 역사가 저지르는 신체적 폭력을 나타냄으로써 한 인간과 가족사의 비극을 끄집어내고 있다.

한편 소설 속 풍겨나는 '냄새'에는 '소리'가 따라다닌다. 소리는 지독한 냄새(일상)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안개 속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안개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뿐이다." "함께 바람 소리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모여 기다리고 있어요……" (「바람의
계곡」).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은 곧 냄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다. 바람은 주인공을 괴롭히는 냄새를 날려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일」에서 아버지의 악령에 따라 사로잡혀 있는 사내가 어머니와의 불화를 해결하는 발화(發火)의 지시를 내리는 것 역시 "나의 것인지 내 아버지의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목소리다.

이처럼 주인공의 내면을 충돌질하는 소리는 일상의 균열에 기생하며 일상의 허위성을 폭로하는 구실을 한다. 소리는 외부에서 들려오는 타자의 것이기에 언뜻 나와 분리되어 있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내 억압된 욕망이 일상의 틈을 뚫고 나갔다가 다시 귀환함으로써 생겨난 분열된 자의식의 소리일 뿐이다. 그 소리는 "바로 오늘을 위해서 내 속에 가둬둔 목소리"(「생일」)이자, "바람 소리는 결국 안에서 들리는 허탈과 절망의 변주곡이었"(「바람의 소리」)기 때문이다. 냄새가 일상의 들숨이라면 소리는 날숨이라 할 수 있다.

흉터, 가족이라는 관계 혹은 관습의 몰락을 드러내는 주홍글씨

훼손된 신체에 대한 냉정한 시선은 현대사회 속 가족의 비극적 현재를 드러낸다. 소설에는 '정신지체 4급 장애인 오빠에 대한 절망감과 혐오 의식으로 오빠의 죽음을 바라는 동생'(「도둑」), 난쟁이 형을 오랫동안 멀리 떠나 있던 유일한 피붙이,(「만추」), 고엽제로 인해 몸이 썩어 들어가는 아버지(「헬로우 할로윈」), 치매에 걸린 노모에 대한 감정을 죽은 바퀴벌레의 수로 계산하는 딸(「燈」) 등 불완전한 신체를 가진 인물들이 나온다. 이 인물들은 건강한 인격체로서의 가족이 아니라 신체적 결함 때문에 사회 부적응 상태로 내몰린 나약한 인간상을 보여준다. 이때 정상적인 신체의 가족은 불완전한 신체를 가진 인물을 '부양해야만 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따라서 '흉터' 있는 가족은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만다.

소설 속 인물들이 가족을 혐오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가족관계를 떠나서는 더 이상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없는 우울한 존재성 때문이다. 삶에 이면(二面)이 있듯, 가족은 사랑과 두려움이 이중으로 구조화되어 있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가족은 혈연이라는 연대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지만, 그 비이성적 특징 때문에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피곤함이 있다.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소외된 존재들이 더 이상 서로를 감당하지 못함으로써 서로에게서 경험하는 공포감은 민감한 감각(시각)만큼이나 인물들의 의식에 이기적인 자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한없이 낯선 가족에 대한 불쾌감과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열한 인간성에 대한 소설적 재현은 현대사회가 은폐하고 있는 가족이라는 관습의 몰락을 여실히 보여준다.

일상에 대한 집착, 숨 막힐 듯 지쳐버린 일상을 전복하기 위한 지독한 도구

작가는 소설 전편을 통해 철저하게 보잘것없는 존재들이 이어가는 보일 듯 말 듯한 일상을 그리고 있다. 일상에 대한 집착은 '철저하게 일상을 부각시킬 때, 환상이란 그 사실성의 균열을 파고드는 의식의 날카로운 뿌리가 된다'는 통찰을 통한 환상적 글쓰기가 된다.

"구석기 시대 흥수동굴에서 발굴된 유골을 복원한 흥수아이가, 삼만 년 내지 오십만 년의 세월을 건너 청동주물로 서 있다."(「얼굴들의 문서」). 작가가 배치한 현실 속 환상적 서사장치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향해 열려 있다. 일상이란 수만 년의 시간이 겹쳐 흐르는 공간이 되듯, 기억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바로 그 지점에서 생겨나는 상상력은 환상적 세계를 지향하기보다는 숨 막힐 듯 지쳐버린 일상을 전복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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