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책머리에
1장 그들에게 혹은 그들로부터, 인연 미련하고 민련한 상실 | *그림엽서_헤라르트 테르보르흐의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어머니」 달려라 난지 | *그림엽서_피에르 보나르의 「열린 창」 책 읽는 소년 | *그림엽서_프란츠 아이블의 「책 읽는 소녀」 국경의 삶 | *그림엽서_오노레 도미에의 「구출」 미안해 버찌야 | *그림엽서_피에르 보나르의 「어린 세탁소 소녀」 동심의 힘 | *그림엽서_메리 커샛의 「마로니에 나무 아래서」 아빠가 가져다 준 별빛 | *그림엽서_장 프랑수아 밀레의 「첫 걸음마」 파리, 명화극장 |*그림엽서_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오르막길」 뜨겁고 아픈 목욕 | *그림엽서_피에르 보나르의 「역광을 받은 모델」 너의 자유로움으로 | *그림엽서_알프레드 시슬레의 「루브시엔의 설경」 나의 노래는 | *그림엽서_존 윌리엄 고드워드의 「탬버린 소녀」 부치지 않을 편지 | *그림엽서_페르디난트 호들러의 「고요」와 장 밥티스트 시메옹 샤르댕의 「브리오슈」 2장 마음 곁으로 물들어 온 것, 느낌 외롭거나 목마르거나 | *그림엽서_구스타프 클림트의 「웅크린 여인」 이별이 남겨 놓은 시간 | *그림엽서_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혼자」 광염 소나타 | *그림엽서_케이스 판 동언의 「안토니아 라 코퀴네라」 당신이 없을 때 | *그림엽서_윈슬로 호머의 「벽, 나소」 사람이니까 상처가 나 | *그림엽서_외젠 들라크루아의 「살해당한 여자」 미움, 살아남은 자의 아픔 | *그림엽서_케테 콜비츠의 「죽은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 웃은 죄 | *그림엽서_칼 브률로프의 「이탈리아의 한낮」 처음엔 | *그림엽서_마인더르트 호베마의 「길, 미델하르니스」 야반도주 | *그림엽서_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탈주」 네가 없었으면 얼마나 심심했을까 | *그림엽서_아돌프 폰 멘첼의 「발코니가 있는 방」 몸의 끌림 | *그림엽서_에곤 실레의 「포옹」 3장 감정의 소소한 마주침, 모티프 햇빛에 빨래 널기 | *그림엽서_카미유 피사로의 「빨래를 걸고 있는 여인」 연둣빛 서신 | *그림엽서_빌헬름 하메르스회의 「편지를 읽는 여인이 있는 실내 풍경, 슈트란드가데 30번지」 동쪽 커피 | *그림엽서_에두아르 마네의 「페르 라튀유 식당에서」 눈물의 전통 | *그림엽서_로런스 앨마태디마의 「인기 있는 관습」 망각의 술 | *그림엽서_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의 「숙취」 서른 살 | *그림엽서_차일드 해섬의 「7월의 밤」 홀로, 혹은 여럿의 비 | *그림엽서_귀스타브 카유보트의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 Still Life | *그림엽서_존 에버렛 밀레이의 「봄(사과꽃)」 바다 | *그림엽서_에드워드 호퍼의 「바다와 면한 방」 가난을 허하라 | *그림엽서_빈센트 반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노아노아 | *그림엽서_폴 고갱의 「이아 오라나 마리아」 첫 문장 | *그림엽서_윤덕희의 「책 읽는 여인」 선물 | *그림엽서_윈슬로 호머의 「새 소설」 초콜릿 | *그림엽서_에티엔 리오타르의 「초콜릿 소녀」 4장 떠남에서 얻은 만남, 여행 바람 언덕 | *그림엽서_윈슬로 호머의 「상쾌한 바람」 달 | *그림엽서_프랑수아 오귀스트 르네 로댕의 「캄보디아 무용수」 엔딩 크레디트 | *그림엽서_앙리 마티스의 「늦은 오후 흘낏 보이는 노트르담의 모습」 그린 파파야 | *그림엽서_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아침해를 맞이하는 여인」 그곳만의 맛 | *그림엽서_피터르 브뤼헐의 「추수하는 사람들」 뮌헨의 하얀 장미 | *그림엽서_막스 리버만의 「뮌헨 비어가든」 달콤한 가게 | *그림엽서_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오렌지 색조-스위트숍」 슬픈 이스탄불 | *그림엽서_아우구스트 마케의 「터키의 카페 I」 공항 | *그림엽서_비토리오 코르코스의 「꿈」 넋을 놓고서 | *그림엽서_존 싱어 사전트의 「로지나, 카프리」 아바나 클럽 | *그림엽서_외젠 드 블라스의 「오늘을 즐겨라」 밀크 로드 | *그림엽서_메리 커샛의 「우유를 마시는 아이」 극장에 숨어서 | *그림엽서_에드워드 호퍼의 「뉴욕의 영화관」 |
|
자지러질 듯 울어대던 딸과 하얗게 질렸던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서 돌아온 엄마는 해가 넘어가는 창가에 누웠다. 세 사람 모두 지쳐 있었고 잠이 드는 건 노을이 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아마 엄마도 같이 쓰러졌을 것이다. 유난히 팔베개를 좋아하는 남매를 품고 나른한 안도감에 몸을 적시며 생각하셨겠지, ‘거친 하루였다’고. 하지만 난지와 나는 잊을 수 없는 무용담과 우애의 맛을 쩝쩝거리며 엄마의 젖무덤을 베개 삼았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재밌는 하루였다는 듯이. --- 1장 '달려라 난지' 중에서
버찌의 맑고 깊은 눈을 보며 집안에 들어설 때, 세상은 내 것이었다. 행여 일부러 못 본 척하고 지나치면, 졸랑졸랑 쫓아와서 눈을 껌벅이던 막둥이. 우린 지금도 어딘가에서 겁에 질려 나와 동생을 찾고 있을 버찌의 눈매를 상상하고 한다. 그의 노년과 낯선 두려움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경을 치면서 --- 1장 '미안해 버찌야' 중에서 사랑이 지난 후엔 사랑이 온다. 사랑만이 다시 온다. 새로운 사랑이 아니라 비슷하고 더 아플 수 있는 낯익은 사랑. 그렇게 해서 시간에 더께가 앉고 먼지가 낀다. 다칠지도 모르는데 또 시작하는 것. 사랑 후에 남는 것들이 얼마나 분분한지 생각하다, 그것조차 없었으면 어떻게 버텨냈을까 싶어지는 것. --- 2장 '이별이 남겨 놓은 시간' 중에서 인간에게 평생 부담이 되는 말이 있다면 ‘시작’일 것이다. 어떻게든 잘하고 싶고 좋게 보이고 싶어서다. 그래서 준비부터 철저하고 빈틈없이 하는 사람이 있고 무조건 덤벼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향에서든, 시작이란 저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2장 '처음엔' 중에서 심신이 메말라서 건조주의보가 내릴 것만 같으면, 어린 날의 물놀이가 생각난다. 노란 물방울이 그려진 우의와 장화가 있었다. 그걸 신고 싶어서 물 호스를 들고 마당 끝까지 걸어가서 다시 출발 지점으로 거슬러 왔었다. 세례를 받는 아이들처럼 다소곳해지는 화초들을 보면, 식솔이고 참모 같았다. 그래서 잊지 않고 물을 줬나 보다. 자박자박, 물김치에 실파를 재우듯이. --- 3장 '눈물의 전통' 중에서 방은 정사각형 구조여서 어디에 누워도 바다가 포착됐다. 게다가 나의 눈높이와 벽이 뚫린 위치가 날나해서 자다 깨도 바다, 뒤척이다 봐도 바다, 베개 위치를 바꿔도 바다, 바다… 먼지처럼 바다가 온 방을 채워 놓고 있었다. 평생 볼 바다를 한꺼번에 보는 것처럼 물찬 육신의 밤. 어린 날에 본 바다까지 생각나서, 잠을 설쳤다. --- 3장 '바다' 중에서 공항이란 도시와 도시 사이를 잇는 수용소 같은 곳. 함부로 갇히거나 탈출할 수도 없는, 유쾌한 수인(囚人) 생활. 기다림과 기다림만 있고 헤어짐과 헤어짐뿐이지만 다시 온다는 여운이 남는 오작교 같은 것. 그것이 내 지론이다. 그래서 천장의 조명은 늘, 달빛 같았다. 빠르고 신속하기 위해 어떤 소음도 차단되도록 설계됐지만, 옆자리의 담소가 고스란히 들려올 만큼 밀착된 공간들. 게다가 착륙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에 대한 동경도 만만치 않았다. 그 야릇한 떨림이 공항이 지닌 숨은 매력 아닐까. --- 4장 '공항' 중에서 행여 그 투정이 입 밖으로 나올까 봐 주둥이를 막고 도망쳐 버리는 곳. 거기가 극장인 때도 많았다. 울고 싶어서 수영장에 가는 것처럼, 결론이 안 나는 생각 좀 해보자고 택했던 곳. 아무리 무거운 심장을 걸쳐 놓아도 넘어가지 않는 등받이 의자,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며 시야를 막아 주는 동영상이야 말로, 사고(思考)뭉치 최고의 피난처였다. --- 4장 '극장에 숨어서' 중에서 |
|
“오래도록 들여다보니,
그림은 마음이 되었습니다” 그림에 담아 보내는 작지만 소중한 사랑의 풍경 많은 청취자들의 밤 시간을 촉촉하게 적셔온 CBS 음악FM의 인기 프로그램 ‘꿈과 음악 사이에’의 방송작가인 지은이가 특유의 다정다감한 문체로 50가지 사랑의 기억을 50장의 ‘그림엽서’에 담았다. 마니아들이 ‘꿈음’이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이 프로그램의 고정 코너인 ‘마음, 머물다’와 ‘사랑의 소네트’를 채워온 것과 같은 감성이 이 책에서도 그대로 묻어난다. 책을 채우고 있는 것은 작지만 소중한 기억들이다. 지은이의 이름을 지어주신 고모부와 함께했던 시간들, 어릴 때 키우다가 잃어버린 강아지, 젊은 아버지와 아기 적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한때 마음을 줬던 그 사람과의 대화, 빛 좋던 어느 날 빨래 널던 엄마와 함께한 한때, 친구와 수다를 떨며 보냈던 어느 오후, 서른의 자신감을 갖고 떠났던 여행, 여행지에서 보았던 잊을 수 없는 풍경… 이처럼 누구나의 마음속에 존재할, 작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소중한 기억들이 책의 페이지마다 숨겨져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독자의 마음에 남겨질 것은 ‘어느 한 장의 그림’보다 ‘어느 한 장면의 삶’이 되었으면 한다. 잠자리에서 눈을 떴을 때, 시계보다 먼저 아른거리고 궁금해오던 얼굴. 그렇게 무의식의 틈새까지 사랑이 배어든 아침이 있었을 것이다. 뭇 사람들의 좋았던 시절을 꺼내주고픈 마음이 상상 이상의 바람이 되어서 써낸 글이다, 기억해낸 그림들이다. _「책머리에」에서 추억 한조각, 그림 한 점 여행지에서 정성껏 엽서를 골랐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그에게 보내기 위해 시간을 들여 한 장의 엽서를 고르고, 글귀를 써내려간 기억.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그 사람이 좋아할 그림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정성스레 그림엽서를 고르는 것처럼, 지은이는 소중히 간직해온 추억을 놓고 고심하여 그에 맞는 그림을 고른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과거의 기억 앞으로 진심 어린 엽서를 쓴다. 지은이가 떠올린 작고 소중한 기억들, 아름다운 인연들, 길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그런 아름다운 기억들이 그림에 스며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마음이 되어버린 그림’이자, 사랑하는 사람과 기억 속에만 남은 추억의 그, 가족과 친구에게 보내는 속 깊은 연서이다. 흔히 명화가 들어 있는 책이라면 화가에 대한 설명, 미술사적 배경 등이 설명되는 게 보통이겠지만, 『그림에 스미다』에 들어 있는 52점의 명화에는 별다른 설명이 붙어 있지 않다. 미술사적 지식보다 지은이에게 중요한,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고 건져 올린 자신의 기억, 사랑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 이상의 설명은, 적어도 이 책에서는, 사족이기 때문이다. 지은이에게 그림은 마음이므로. 지은이는 어릴 때 어머니를 사고로 잃은 자신의 어머니를 연민하면서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헤라르트 테르보르흐의 「아이의 머리를 빗겨주는 어머니」가 들어 있는 엽서를 골라 엄마에게 애정 어린 글귀를 적어 보내고, 맏딸을 더없이 귀애하는 아버지와의 이런저런 추억을 흐뭇하게 되새기며 장 프랑수아 밀레의 「첫 걸음마」를 골라 든다. 어느 여행길에서 벽 하나가 창으로 뚫려 온통 바다가 눈에 들어오는 방에서 머물렀던 기억을 떠올리며 너무나 적절하게도 에드워드 호퍼의 「바다와 면한 방」을 꺼낸다. 어릴 때 뛰어놀던 언덕은 윈슬로 호머의 「상쾌한 바람」과 연결된다. 이처럼 50점 이상의 아름다운 명화가 책을 수놓고 있어 보는 즐거움이 각별하다. 각 장의 내용 1장 ‘그들에게 혹은 그들로부터 - 인연’은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기억들과 그들과 나눈 시간을 담았다. 부모님과 동생, 옛 연인과 은인, 한때 키웠던 강아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고 김광석에 대한 추억이 오롯이 담겼다. 2장 ‘마음 곁으로 물들어 온 것 - 느낌’은 때로는 요동치고 때로는 침잠하는 감정의 변화를 담았다. 지은이는 대개 에로티시즘만을 발견하기 마련인 클림트의 그림에서 지독한 외로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달뜬 사랑의 감정에서 처절한 슬픔까지, 이 책에서 그림은 온갖 감정을 웅변적으로 말해준다. 3장 ‘감정의 소소한 마주침 - 모티프’는 어떤 감정이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은 물건, 장소 등의 모티프로부터 출발한다. 볕 좋은 날 걸려 있는 빨래는 엄마와의 행복한 유년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촉매가 되고, 초콜릿은 지은이에게 연애의 시작, 사랑을 징표하는 미각이다. 4장 ‘떠남에서 얻은 만남 - 여행’에는 길에서 만난 인연과 사건을 담았다. 카리브 해의 크루즈에서 맛보았던 6성급 호텔 만찬보다 맛있었던 베트남 논두렁의 새참, 아픈 엄마를 남겨 두고 떠났던 이스탄불의 씁쓸하면서도 아름다운 기억, 거리가 음악과 춤으로 흥청거렸던 아바나의 밤거리까지, 여행에서 얻은 소중한 기억들이 가득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