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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ge,본명 : 조르주 프로스페 레미(Georges Prosper R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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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재치의 폭죽이 여기서 펑, 저기서 펑펑 - 눈부신 도입부가 돋보이는 작품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헐레벌떡 뛰어온 네스토의 표정이 영 불편해 보인다. 431번인 산초 정육점을 열 번씩이나 421번으로 잘못 눌러 고기를 주문하는 아주머니 때문에 단단히 확 난 것이다. 그런가하면 얼떨결에 달 탐험에 나섰다가 호되게 마음고생을 한 때문인지 고요하고 평화로운 물랭사르에서 마냥 쉬고만 싶다는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들려온 커다란 천둥소리에 멋쩍어하는 아독과 쐐기를 박듯 '고요 끝, 난리 시작이네요!' 라며 땡땡이 덧붙인 한 마디 말 또한 상당히 재치 있다. 누군가 숲에서 몸을 숨기고 자신들을 감시하는 것도 모르는 채 쏟아지는 장대비를 쫄딱 맞으며 재빨리 성으로 돌아오지만 폭우는 점점 더 심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갖 유리란 유리는 산산조각이 나는 데 이어 뻔뻔한데다 수다스럽기까지 한 보험 외판원 세라 팽 라피옹까지 등장해 독자들의 혼을 쏙 빼 놓는다. 둘. 추리소설 속 탐정이 되어 하나하나 파헤쳐 가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해바라기 사건』은 연신 숨 돌릴 틈 없이 사건이 펑펑 터져 나오면서 바로 독자들을 사건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마치 추리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땡땡 일행이 도망치듯 비를 피해 집에 오자 기다렸다는 듯 유리가 산산조각이 나는가 하면 물랭사르 뒤뜰에 낯선 사람이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가 갑자기 사라지는 사건까지 발생한다. 게다가 해바라기 박사 연구실엔 괴한이 침입하고 박사의 연구실 한쪽엔 깨진 유리들이 수북히 쌓여 있는데... 유력한 용의자인 해바라기 박사를 따라 스위스까지 오긴 했지만, 낯선 괴한들이 목숨을 노리고 시시때때로 위협을 가해오는 통에 땡땡 일행을 숨돌릴 여유조차 없게 만든다. 『해바라기 사건』은 우연히 맞닥뜨린 사건을 마무리할 즈음이면 새로운 단서가 발견돼 새로운 용의자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고, 두버째 사건이 해결될 즈음이면 또 하나의 사건과 맞닥뜨리는 일들이 연속되면서 독자가 마치 셜록홈스가 되어 사건을 풀어나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준다. 셋. 가상의 나라를 등장시켜 현실 세계를 신랄하게 비판하다 『해바라기 사건』의 배경은 바로 스위스다. 에르제는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제네바의 코르나뱅 호텔이나 니옹시, 혹은 땡땡 일행이 타고 가던 차가 호수주변에서 미끄러져빠질 수 있는 정확한 장소를 발견하기 위해 스위스로 사전 답사를 다녀왔다. 또한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이 보르두리아에서 펼쳐지는데, 이전까지는 실다비아의 경쟁국으로만 소개되었던 나라가 이번에는 동유럽 진영의 한나라의 모습을 띠게 된다. 오토카 왕국의 지휘봉 사건 이후로 세월이 많이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군사적 공격성을 잃지 않고 있으며 곳곳에 나붙은 플렉치 글라츠의 초상은 스탈린의 모습과 거의 흡사해 보인다. 실제로도 연재되기 시작했던 시점은 1954년으로 냉전이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때였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속 대립관계에 놓인 실다비아와 보르두리아는 마치 동서 양 진영의 대립을 형상화한 것으로도 보여진다. 가상의 나라를 내세워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하는 에르제만의 독특한 기법을 또 한 번 맛볼 수 있는 이 작품에서 갈등의 핵은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을 새총이나 활 수준으로 전락시켜버릴 엄청난 무기 때문이다. 하나 다른 인물들에 비해 훨씬 신중하고 과학자의 책임을 깊이 의식하고 있는 해바라기가 자신의 발명품의 설계도가 적힌 마이크로 필름을 없애면서 사건은 일단락되는데, 현실에서도 양심적인 사람들이 많아 심각한 문제들이 이리 쉽게 해결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넷. 약방의 감초 - 수다쟁이 외판원 세라팽 랑피옹의 등장 땡땡의 모험 시리즈 중 주목해야할 점은 에르제가 늘 독특한 인물을 창조해낸다는 점이다. 자칫 땡땡과 그 주변 인물들이 벌이는 모험담 수준으로 끝나버릴 지도 모를 작품에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냄으로써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것이다. 해바라기 사건 역시 세라팽 랑피옹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이제까지의 등장인물들 중 가장 현실적이며 동시대적인 인물이다. 뻔뻔한데다 교양 없고,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끔찍하다 싶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만드는 이 보험 외판원은 온갖 잡다한 취미를 즐긴다. 무선통신을 즐기는가 하면 동네 핸들클럽 회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물랭사르 성 앞마당에서 자동차경주대회를 열기도 하는 등 대단한 열정가이다. 하지만 그가 지닌 기술 중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게 있으니 그건 바로 가장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순간에 불쑥불쑥 튀어나와 딴지를 꺼는 기술이다. 세라팽의 무례하고 뻔뻔스런 행동에 격분하면서도 마냥 쩔쩔매는 아독선장의 모습을 감상하는 것도 해바라기 사건만의 매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