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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너무 깊은 물
뿌리 너무 깊은 나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호모 비아토르 작가의 말 - '나의 시대'에 대하여 |
Lee Yoon-ki,李潤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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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이 너무 깊은 물」
1960년대 후반의 두 해 정도 셋방살이를 하다 헤어진 후 35년 만에 만난 주인집 아들이자 서울 토박이 김수로에게 전해 들은 ‘할매 새미’에 얽힌 이야기로, 열다섯 살 처녀 때 임금님께 샘물 한 바가지 올리고 들은 치하 말씀 한마디가 그만 너무 황송하여 80 평생을 그 임금님 생각하면서 홀로 그 샘을 지키다 그 샘에서 세상을 하직한 ‘새미 할매’의 생애를 통해 전설처럼 숨쉬는 옛날이야기의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 「뿌리 너무 깊은 나무」 어릴 때부터 자부심으로 삼아온 양반 자세(姿勢)와 옛 전통만을 고집하며 ‘쥐뿔도 모르면서 나서기 좋아하는’ 고향 문중의 ‘새대가리’ 세대 아제에 얽힌 일상사와, 그 때문에 아들 장가 보낼 때를 놓치고 결국 아무도 시골로 시집오려 하지 않는 시속(時俗)에 못 이겨 외국인 며느리를 사들여 맞이해야 하는 세대 아제의 혼인사(婚姻事)를 통해 전통의 고여 있음을 다시 한번 살펴보게 하는 소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 스스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안 이후 종합 상사라는 거대 조직의 힘에 몸을 맡기고 조직을 사랑하는 척하며 온 힘을 바친 결과 전무이사 자리까지 오르지만 끝내 조직의 배신으로 반강제 퇴직한 고교 동기 동창 김하남의 행방불명으로 인해 밝혀지는 조직의 경직성과 그것을 좇는 인간 군상, 그리고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인간주의의 따뜻함을 살펴보게 하는 소설. 「호모 비아토르」 마흔다섯 나이에 난생처음 외국으로 공부하러 떠났다가, 20대 후반부터 한국과 외국을 드나들며 살던 고교 동기 동창 박한우를 만나 그에게서 앞으로 도래할 떠돌이들의 세상과 떠도는 삶에 대해 깨달음을 얻은 후 그런 삶을 살아가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은 소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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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일까? 누구나 다, 자기가 속한 세대를 ‘이상한 세대’ 규정하는 것일까?
나는 ‘이상한 세대’에 속한다. 호롱불 밑에서, 굵은 붓글씨로 된 『천자문』을 읽었다. 애국가 배우기도 전에, 왕조 시대 아이처럼 웃기게 이런 노래를 불렀다. 인생의 목숨은 조로(朝露)와 같고, 이씨 조선 오백 년 양양하도다, 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이면 아아 이슬같이 죽겠노라…… 어렴풋하게나마, 전쟁 기억도 남아 있다. 소년 시절에는 과거의 언어 일본어를 독습했다. 아무래도 미래의 언어일 것 같아 영어도 독하게 공부했다. 남의 나라 말에 발목을 오래 붙잡혀 있었다. 내 땅에 살면서 남의 나라 말로 사유했다. 그러면서 문화의 주변부를 오래 떠돌았다. 지난 세기의 마지막 9년 동안 외국에서 살았다. 새 세기의 3분의 1도 나라 밖을 떠돌면서 보냈다. 호롱불 밑에서 『천자문』을 읽던 그 아이 앞에는 지금 전기를 먹는 기계가 잔뜩 놓여 있다. 컴퓨터와 필름 스캐너와 프린터와 복사기와 평판 스캐너와 디지털 카메라가 즐비하다. 21세기를 좇아가려니 숨이 가쁘다. 내 몸은 19세기와 20세기와 21세기가 함께 흐르는 강 같다. 자기가 속하는 세대를 ‘이상한 세대’로 규정하는 그 아이가 50대 중반이 되었다. 이 소설은 그 아이가 그려낸, 네 사람의 초상화다. 첫번째 초상의 단초는 문학평론가 이재룡 교수(숭실대)가 제공했다. 네번째 초상에 등장하는 ‘돌므상 남작’ 이야기의 원고는 문학평론가 황현산 교수(고려대)가 전송해주었다. ‘문지’와는 인연이 없었는데 문학평론가 우찬제 교수(서강대)가 끈을 이어주었다. 세상에, 문학평론가 세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소설 쓴 사람도 있네? 나는 아무래도 ‘이상한 세대’에 속하는 ‘이상한 소설가’ 같다. 이제 떠나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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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신화 연구가로서 정평이 나 있는 이윤기 씨의 새 연작장편소설 『내 시대의 초상』이 출간되었다.
이윤기는 독특한 인물이다. 197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했지만 70년대 작가라고 할 수 없다. 이씨는 20년간 번역에 몰두하며 인문사회과학을 공부했고, 90년대 중반 이후에야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90년대 작가들과 달리 사소한 일상에 매달리기보다 삶의 의미를 찾는 전통적인 기능에 충실해왔고 작품의 소재 또한 매우 다양하다. 『내 시대의 초상』은 이씨의 독특한 글쓰기를 잘 보여주는 신작이다. 연작 형식의 이 작품은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숨어 있는 그림들」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겨울호부터 금년 가을호에 걸쳐 4회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이씨는 이번 소설을 구상하면서 자신의 소명이 진정한 작가의 자리에 있음을 언급한 바 있다. 작가는 특유의 재담과 의뭉스런 문체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성숙한 통찰을 보여주었고, 인간 정신의 심원한 고향을 탐문해 들어간다. “소설은 숨은 그림을 찾아서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글 속에 숨은 그림을 담아두는 것이어야 한다.”『내 시대의 초상』은 우리 인생의 숨은 그림들을 보여주는 화첩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