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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작가이자 언론인인 최보식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에서 '최보식 칼럼'과 '최보식이 만난 사람'을 담당했으며, 조선일보 주말판 'Why'를 창간하고, 사회부장을 지냈다. 북극과 히말라야, 알프스 원정대에 다섯 차례 참여했다. 중앙아시아, 북미대륙, 유럽을 르포 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했다. 독일 단기특파원을 했고 미국 워싱턴에서 일 년 간 연수했다. 저서로 『김유신 무덤에서 뛰쳐나오다』, 『얼굴』, 『우리시대 사람산책』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8월 02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83g | 128*188*30mm
ISBN13
9788960780958

책 속으로

세상의 야망 중에서 뭇사람들의 정신과 마음을 지배하려는 야망보다 더 큰 것이 있겠는가. 경전 구절이나 파고든 선비의 논리와 이성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역전(逆轉)의 운명이다. --- p.33

살아남은 내게 이벽의 그림자가 따라붙었다. 전도유망한 내 삶은 파란의 삶이 됐다. 나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그와의 젊은 날 인연에 묶여 각자의 몸에서 목이 떨어졌다. --- p.35

삶과 죽음의 이치를 깨닫고 이에 목숨을 거는 것은 혹 허황했다 해도 아름다운 것이다. 영달을 위한 것도 아니고 먹고 사는 밥벌이도 아니고 돈 버는 기술도 아닌 것이었으니 아름답다. 속류의 시각으로 보면 무용하고 불합리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인간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 p.148

경박한 자들은 오로지 먹고사는 것만을 제일로 치고, 마음을 다스리고 성품을 기르는 것을 한심한 일로 여기고 있다. 책을 읽어 이치를 궁구하는 것을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한다. 인간으로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족속들이다. --- p.170

사람간의 인연은 그때는 모른다. 세월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 인연의 전개가 너무나 오묘해 어떨 때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 p.220

우리는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밀려오는 거센 운명에 떠내려갔다. 분명히 운명이었지만, 나는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길 원치 않는다. 모든 게 운명으로 미리 정해져있다면 내가 굴신하며 살아온 것이 너무 허망하지 않는가. --- p.222

“천주의 조화는 사람의 지견(知見)으로는 미치지 못합니다. 이를 안다고 하는 것은 마치 바다의 물방울을 마시거나 문틈으로 햇빛을 보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하지만 듣지도 보지도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을 믿어야 진정한 믿음입니다. 죽은 뒤에는 과연 제 말이 옳았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말도 어처구니없다. 사람이 죽으면 지각이 있을 수 없다. 그러니 죽은들 어찌 명확하게 알 수 있는가. 나는 단지 산 세상이 걱정일 뿐이다.” --- p.264

아내는 흐느꼈다.
“나와 잠자리를 함께할 때를 떠올려 보세요. 당신은 미친 듯이 탐하지 않았나요. 그 이상의 쾌락이 있었나요. 그 쾌락을 탐닉하면서 더 큰 쾌락을 위해 다른 것에 기웃거리나요. 당신은 왜 보이는 것, 가까운 것에 보물을 두고 먼 곳에서 찾아 헤매는 건가요. 천주학 이념이 그런 쾌락을 줬나요?
설령 그랬다면 그건 환각이고 속임수일 뿐이에요. 그것이 내 몸처럼 뜨겁게 살아 있었나요? 당신의 손으로 만져지던가요? 육신의 쾌락은 순간이라고요? 영원은 순간 속에 있어요. 당신의 몸이 내 몸으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는 영원히 멈췄으면 하는 정신적 환희를 느꼈어요. 그게 영원이죠. 영원은 우리 마음에 있지 따로 하늘에 있는 것은 아니에요.”
“…….”
“당신은 그 잘난 이념으로 이대로 죽을 건가요?” --- p.330

‘내가 당신에게 못할 짓을 했소. 정말 미안하오. 하지만 이제 와서 내 살아온 날을, 내 영혼을 부정할 수는 없소. 너무 멀리 와버렸기에 돌아갈 수 없소. 그것이 설령 허황됐더라도 그것은 너무 황홀한 것이었소. 이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는 나를 용서해 주시오. 이렇게 될 줄은 몰랐소.’

--- p.352

출판사 리뷰

정신이 황홀한 만큼 육신의 목을 떼어주다!
고집과 신념 지키기의 쓸쓸함에 대하여


이승에서 누릴 수 있는 쾌락은 어떤 인간들에게는 다른 것이다. 몸이 주는 감각의 황홀을 부인할 이는 없겠으나, 어느 순간 그것조차 과감히 떨쳐버릴 정신의 황홀은 따로 준비돼 있다. 그 황홀에 빠져드는 순간이야말로 어쩌면 이미 홍진(紅塵)의 주민이 아닌 새로운 인류일 테다.
최보식의 장편소설 『매혹』은 조선 정조시대 ‘서학(西學)’이라는 이름의 천주교 사상 전파의 수난사를 배경으로 그 전도자의 수괴 ‘이벽’과 그의 절친 ‘정약용’을 교대로 등장시켜 당대의 이념적 갈등사를 매혹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다. 서울대 국문과 80학번인 작가는 그가 지나온 시대 이념 갈등의 깊은 굴곡을,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진 삶의 선택 문제를, 정조시대의 서학과 당대 지배 이데올로기였던 주자학의 균열에 대입시킨 듯하다. 그는 시종 천주학의 평등사상과 내세관을 주자학과 대립시켜 이단의 학문, 혹은 1980년대의 ‘사회주의’와 서학을 등치시킨 느낌조차 든다. 또는 인간의 삶에서 신념대로 사느냐, 현실과 적당히 타협할 것인가의 문제와도 병치시킨 느낌도 든다. 수시로 찾아오는 삶의 갈림길에서의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고집대로 살 것이냐, 시키는 대로 살 것이냐. 이것은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인간 조건의 문제이자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다.
젊은 나이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신념의 사내 ‘이벽’, 그를 회고하는 정약용의 회한 어린 시선. 정약용이 오래 살아남아 성찰한 삶의 비의는 무엇일까. 이 과정을 통해 서학을 빌려 이 시대, 작가 자신의 고집과 신념 지키기의 쓸쓸함에 대해 우회적으로 설파한 작가의 고백이 핍진한 당대 사료에 스며들어 고졸하게 흘러가는 소설이다. 최보식은 이 소설의 서문에서 “사람의 조직에서 벗어나니 스스로 만든 유배(流配)가 됐다. 석 달이 지나니 나는 멀쩡하고 대신 떨어져 남편을 생각하는 아내의 몸이 많이 빠졌다”고 ‘정약용’처럼 썼다.

“이단의 학문은 위험할수록 매혹적이었다!”
―주자학 세상에 나타난 ‘이념운동권’ 서학 무리, 그 위험한 아름다움에 매혹된 이들의 이야기

주자학이 지배하는 세상에 나타난 ‘이념운동권’인 서학 학습 모임. 삶과 죽음의 이치에 매혹돼 시대가 거부하는 길을 걸어갔던 이들의 삶과 운명을 다룬 소설이 출간됐다.
조선일보에서 ‘최보식이 만난 사람’과 ‘최보식 칼럼’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기자 최보식 이 쓴 소설『매혹』은 젊은 날 한때의 인연이 그 사람의 전체 삶에서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를 냉정한 시선으로 쫓고 있다.
그 인연은 때로는 한 사람의 운명을 전혀 예정에도 없는 방향으로, 혹은 몸에서 목이 떨어지는 파국으로 몰고 간다. 작가는 “인연은 무서운 것”이라고 표현한다.
이 작품은 당파 갈등이 극심했던 조선 후기에 자생적으로 나타난 ‘이념운동권’ 서학 무리들의 삶과 고뇌, 선택, 반전, 파국과 죽음을 다루고 있다. 당대의 지배이념인 주자학에 맞서 불교 암자인 천진암에서 서양 책을 독학해 영혼 문제에 빠져드는 ‘어린’ 선비들의 장엄한 정신사가, 간결하고 빛나는 문장과 매력적인 구성을 통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천주학의 수괴였던 이벽과 조선 최고의 문사이자 학자인 정약용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을 매혹시켰던 생사의 이치와 그들의 선택이 불러온 파국을 면밀히 추적해 들어간다. 화자(話者)인 이벽과 정약용은 물론, 이승훈, 정약종, 정약전, 김범우, 권일신, 이가환, 이기양, 이존창 등 서학과 이런저런 방식으로 연루된 이들의 삶과 고뇌가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 위험한 매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신념과 현실적 여건 사이의 괴리 앞에 선 인간 존재의 내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더러는 정신의 황홀을 위해 육신의 목을 내놓고, 더러는 삶을 위해 이념을 버리고, 더러는 그 정신적 갈등에서 길을 잃는다.
먹고살기 위한 밥벌이도, 돈 버는 기술이나 영달을 위한 것도 아닌, 영혼과 신념의 문제에 매혹된 그들의 삶을 그린 이 소설은, 밥벌이와 물질적 욕망에 몰두하는 오늘날의 세태에 던지는 반어법(反語法)적 전언이기도 하다.
한편, 서학 이념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됐을 때, 이를 조율해야 했던 정조와 채제공 등 권력을 쥔 통치자들의 고민과, 서학 이념을 공격하는 심환지, 이기경 등 정통 주자학자들의 명분도 잘 묘사되어 있다. 결코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과 어른스러운 시각을 보여주는 것도 이 작품의 매력이다.
소설 『매혹』은 묵직한 주제의식을 독창적인 구성과 간결하면서도 매혹적인 문장, 그리고 반역적 발상으로 담아내, 독자들이 재미와 감동, 그리고 깊은 여운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독자를 사로잡았던 기자 최보식의 문장과 반역적 발상!
―이벽과 정약용의 목소리를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감추어진 내면과 장엄한 정신의 무게

작가는 죽은 이벽과 늙은 정약용, 반대적인 성향인 두 화자(話者)가 장을 번갈아가며 서술하는 구성을 통해, 당대의 진실을 한층 복합적이고 세밀하게 드러냈다.
당대 서학의 수괴였으면서도, 공권력에 의한 ‘공적인 죽음’이 아니라 집안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은 이벽. 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은, 매혹당한 이의 삶이 보여주는 감동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극적 재미를 더한다.
육신의 삶과 정신적 삶의 길항 속에서 갈등하는 이벽의 고뇌는 아내를 여인으로서 사랑하는 문제와 직면했을 때 더욱 찬연하게 드러난다. 책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이벽과 아내의 대화 장면은 슬프고 아름답다.
일평생 주자학과 서학 사이에서, 현세적 삶과 이념적 삶 사이에서 확신을 갖지 못한 채 갈등했던 정약용의 삶은, 신념과 현실 사이의 갈등에 늘 직면해 살아가는 인간 조건을 대변한다.
조선일보에서 주말판 ‘Why'를 창간하고 ‘최보식이 만난 사람’과 ‘최보식 칼럼’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최보식의 문장은 간결하나 정신에 직접 가닿는 투명함이 있다.
기자 출신답게 당대의 역사와 조선 천주학의 태동에 관한 역사적 사실을 치밀하게 고증했고, 절묘한 구성과 필력으로 소설적 재미와 혼을 불어넣는 데도 성공했다. 역사적 고증과 독창적 발상, 그리고 소설적 재미를 절묘하게 배합시킨 작품이다.
이단의 학문이 주는 위험한 아름다움에 매혹당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매혹』은 진정성과 재미를 고루 갖춘 작품을 기다려온 독자들을 분명 매혹시킬 것이다.

추천평

나는 기자 최보식의 글에 늘 빠져 있었다……. 그가 작품을 썼다고 해서 놀랐다. 하지만 그 작품을 읽고서는 너무 기뻤다. 그가 아니면 누가 이런 주제와 정면 승부하겠는가.
김도연(울산대 총장 · 전 교육부장관)
슬프고 아름답고 황홀하고, 그리고 깊이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 그동안 내가 잊고 살아온 것에 대해 종일 생각에 잠겼다.
최정화(한국외대 교수 · 국제회의통역사)
요즘 밤하늘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 《매혹》은 별처럼 빛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소설의 ‘유혹’이다.
정일근(시인 · 경남대 교수)
등반하는 동안 나는 늘 삶과 죽음 사이에 있었다. 삶과 죽음은 내게도 어려운 문제였다. 『매혹』을 읽는 순간 나는 탄성을 질렀다. 또 다른 삶과 죽음의 문제가 소설에도 있었다.
엄홍길(산악인)
경박한 유행을 거슬러 올라가는 반역적인 소설. 세상과 삶을 바라보는 깊은 눈, 박력과 감성을 겸한 그의 문체는 매력적이다.
심상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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