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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거짓말쟁이일까? 그렇다. 은행 대출계에서 호텔경영학교 출신에다 리츠 호텔 주방에서 18개월 동안 실습을 했다고 말했으니까. 나는 그에게 전날 밤 공들여 위조한 학위증과 증명서를 보여주었다. 그의 코에 대고 경영 전문기술자격증을 흔들어대기까지 했다. 진품과 전혀 구별이 안 되는 짝퉁을. 난 위험하게 살기를 좋아한다. 그러다가 한때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덕분에 살 구멍을 찾아가고 있다. 대출계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 의심 없이 대출을 해주었다. 나는 담담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다. 보건증? 그것도 문제없다. 내 피, 내 소중한 피는 마치 금방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깨끗하니까. --- pp.5
내 식당은 아담하고 저렴할 것이다. 난 점잔빼는 사람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내 식당은 ‘셰 무아’라 불릴 것이다. 따로 묵을 집을 구할 금전적 여력이 없는 만큼, 거기서 숙식까지 해결할 테니까. 손님들은 내가 발명해낸 요리, 내가 변형하고 추측해낸 요리들을 맛볼 것이다. 내가 감수성이 너무 예민한 탓에 음악은 없을 것이고, 천장에 매달린 등들은 오렌지색을 띨 것이다. 난 이미 레퓌블리크 대로에서 거대한 냉장고를 구입했다. 주방기구 가게주인은 오븐과 요리용 작업대도 헐값에 주겠다고 약속했다. “흠집이 좀 난 거라도 괜찮겠어요?” “상관없어요! 저도 이미 흠집이 많이 난 걸요.” 가게주인은 웃지 않는다. 미소조차 머금지 않는다. 남자들은 여자가 자신을 비하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 나는 사랑으로, 사랑에 의해 요리를 한다. 손님들을 사랑하기 위해 내가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질문의 사치스러움이 바로 그 사치스러움을 갖지 못한 창녀들을 떠올리게 한다. --- pp.7-8 “저, 정상이에요. 어떤 사람들의 삶에 문학이나 음악이 없는 것처럼 제 삶에 섹스가 없는 것뿐이에요. 그 사람들 역시 우리처럼 살아가요. 다른 것들을 높이 평가하고, 다른 즐거움을 누리면서 말이에요. 그들에겐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아요. 그들에게는 문학이나 음악 따윈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 벤이 내 생각을 중단시키며 말을 잇는다. “그렇다고 제가 사랑할 줄 모른다는 뜻은 아니에요. 다른 종류의 사랑으로 사랑하는 거죠.” 그가 벌떡 일어서서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나도 일어선다. 그가 나를 품에 안는다. 참모본부의 지도처럼 평평하고 넓게 펼쳐진, 어느 방향으로든 나를 능가하는 그 큰 몸으로 나를 꼭 껴안는다. 그러고는 내 목에 대고 속삭인다. “예를 들면, 아줌마요. 저는 아줌마를 많이 사랑해요. 많이, 아주 많이.” 내 몸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데, 그의 몸은 아무 말이 없다. 내 다리 사이로 포스터가 펼쳐진다. 거기에는 ‘날 먹어’라는 거대한 글자가 떨리는 필체로 씌어 있다. 내가 그를 밀쳐내고 사과한다. “내가 너무 많이 마셨나봐, 젠장.” --- pp.214-215 ‘날 마셔요.’ 앨리스의 유리병에 매달린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계집아이는 그것을 마셨고, 자신이 접히는 망원경처럼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날 먹어요.’ 케이크 위에 건포도로 이렇게 씌어 있었고, 그것을 먹은 앨리스의 몸은 자작나무처럼 늘어났다. 너무 작거나 너무 큰 내 삶은 늘 균형이 맞질 않았다. 나는 내가 시도하는 것에 꼭 맞았던 적이 없었다. 날 나날의 장갑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해주는, 그곳이 너무 넓지도 너무 좁지도 않다고 느끼게 해주는 내 원래 크기를 되찾았으면 정말 좋겠다. --- pp.266-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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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과 욕망, 사랑을 담아 요리하는 식당 ‘셰 무아’로 오세요!
뒤죽박죽 인생을 살아온 미리암, 위조 자격증으로 식당을 열다! 한 권의 프랑스 요리책과 같은 삶의 풍미가 가득한 소설 프랑스 요리처럼 풍미 있는 소설 『날 먹어요』(Mangez-moi)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맛있는 요리와 인생에 대한 꼼꼼한 묘사로 파리의 향취와 더불어 풍성하게 차려진 사랑의 미각을 자극하는 작품이다. 저자 아녜스 드자르트는 소설뿐만 아니라 동화, 시나리오, 희곡, 노래 가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두각을 보이는 팔방미인으로, 현실 세계와 상상 세계, 삶과 죽음, 어린 시절과 어른들의 세계, 선과 악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통해 고유한 작품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날 먹어요』에서도 특유의 환상적이고 몽환적 이미지의 형상화를 통해 주인공의 흔들리는 내면의 결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주인공 미리암은 프랑스 언론으로부터 “페터 한트케의 『왼손잡이 여인』의 누이이자 『자기만의 방』을 원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사촌”이라고 평가받을 만큼 여성의 내적 충동을 충실히 발현시킨 동시에 경제적인 자립과 그를 통한 자아 성취를 이루어내는 모습이 훌륭히 형상화되었다. 『날 먹어요』는 한 중년 여성이 식당을 꾸려가는 행위로써 진정한 자아와 행복을 찾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이다. 한때 아내이자 엄마, 그리고 연인으로 살았었지만 모든 것을 잃은 43세 여인 미리암. 식당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오로지 요리에 대한 애정만 가지고, 파리에 ‘셰 무아(Chez moi, 나의 집이라는 뜻)’라는 식당을 연다. 돈이 없어 몰래 식당에서 씻고 자며 생활하는 그녀는 가끔씩 엄습하는 아픈 과거의 기억들과 타협하려 발버둥치며 식당을 꾸려간다. 손님에게 사랑이 담긴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는 셰 무아는 점점 성공가도를 달리고, 미리암은 마침내 삶과 사랑 모두에서 두 번째 기회를 찾게 된다. 이 책의 제목 『날 먹어요』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에피소드에서 따온 것이다. 앨리스는 ‘날 먹어요’라고 적힌 케이크를 먹고 몸이 커지고, ‘날 마셔요’라고 적힌 주스를 마시고 작아진다. 원하는 크기가 되기 위해 안간힘 쓰는 앨리스의 모습은 스스로 적당하다고 느끼는 ‘원래 크기’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미리암의 내면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 미리암은 아들 친구와의 불장난으로 가정을 떠나게 된 아픈 과거가 있는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사랑으로, 사랑에 의해 요리’한 음식을 누구에게나 저렴한 가격으로 대접하는 식당을 연다. 그녀에게 ‘먹는다’는 행위는 배고픔이라는 기본적 욕구를 해소하는 것 이상이다. 손님들에게 애정과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을 먹임으로써 미리암은 점차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삶과 화해하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얻게 된다. 그리고 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소설은 미리암의 감정을 충실히 따라가며, 인간의 의식 저변에 대한 심도 있는 탐색을 통해 그 깊은 곳에 깔린 외로움과 소통에 대한 갈망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녀가 가끔씩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날 먹어요’라는 말은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으라는 권유이자,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부탁이며, 궁극적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주문이다. 이 말에 담긴 식食과 성性 그리고 더 나아가 성聖의 의미는 소설을 관통하며 인간의 진정한 행복과 기쁨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요리는 인간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따뜻하고 뭉클한 감정의 다른 이름이다. 이 소설에 오소부코, 투르트, 밀푀유, 푸타르그 꿀, 바닐라 사바이옹, 사블레, 타라마 등 등장하는 갖가지 요리는 오감을 자극하며 미리암의 손님뿐아니라 독자들의 가슴도 따뜻하게 녹여준다. “전 제가 할 요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걸, 맛들을 어떻게 결합시킬까 상상해보는 걸 무척 좋아해요. 그건 글쓰기를 준비하는 것과 많이 닮은 몽상이죠. 전 마음속으로 모든 재료들이 접촉하도록 내버려두고, 등장인물들 사이에, 상황들 사이에, 낱말들 사이에 전혀 뜻밖의 참신한 만남들을 창조해보려고 시도해요. 소설의 이런 저런 장면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안도는 단맛, 쓴맛, 매운맛에 비교될 수 있죠.” --- 작가 인터뷰 중에서 언론사 서평 아녜스 드자르트는 더없이 신선한 낱말들을 섬세한 솜씨와 발랄한 유머감각으로 버무려『날 먹어요』라는 삶의 기쁨과 낙관으로 풍성한 요리, 우리의 가슴을 소통의 에너지로 가득 채우는 요리를 내놓는다. _마리 프랑스 여주인공은 요리사가 각고 끝에 하나의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이야기를 따라 스스로를 발명하고 건설해간다. 부디 식당 ‘셰 무아’의 문을 밀고 들어가기를. 거울 건너편으로, 미리암의 꿈속으로 들어가 그 비밀을 발견하기를. _르 피가로 『꾳 먹어요』와 같은 잔칫상을 받고도 머뭇거리거나 깨작대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철학적 콩트와 인간희극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이 책이 제공하는 모든 즐거움에, 특히 가슴 뿌듯하게 하는 그 너그러움에 욕설을 퍼붓는 꼴이 될 테니까. _르 몽드 데 리브르 『날 먹어요』의 주인공 미리암은 페터 한트케의 『왼손잡이 여인』의 누이이자 『자기만의 방』을 원하는 버지니아 울프의 사촌이다. _누벨 옵세르바퇴르 우리는 삶의 의욕을 드높이는 데 어떠한 항우울제보다도 효과적인 이 소설의 책값을 보험공단에서 당장 보험 처리해줄 것을 제안한다. _렉스프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