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여는글
성기완-뭐라 말하려 해도 기억하려 하여도 이유정-그러니까 박희정-콜라 한 잔 이강주-부탁해 포트의 요정 변병준-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윤태호-잠에서 깨다 이경석-탄광촌 사람들 최미르-고양이 없다 이애림-친구 박형동-화이트 래빗 Mr. D-이등병의 메일 이우영-이마 양경일-사랑했지만 발문 박인하-감성의 파장이 만나는 12개의 단편들 |
|
나는, 우리는 김광석을
그리고 그가 준 스무 살의 추억을 기억한다 이른바 386세대라 불리는 이들에게 지나간 스무 살의 추억은 ‘김광석’의 노래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노래에 인생의 무게를 실을 때쯤이면 확실히 나이가 들어간다는 증거라고 했던가…… 그들은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며 군대로 떠났고, <사랑했지만>을 부르며 실연을 아픔을 달랬으며, <서른 즈음에>와 함께 ‘서른 살’의 진통을, 더 이상 젊다고 내세우는 것이 어색해지는 그 나이의 씁쓸한 고비를 넘었다. 이 책에 참여한 12인의 삼십대 만화작가들은 모두 공유할 수 있는 문화적 아이콘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별다른 이견 없이 ‘김광석’을 꼽았다. 그리고, ‘김광석’과 함께 보낸 시절은 지금(삼십대)이 아닌, ‘스무 살’ 푸릇푸릇하던 때라는 이유로 ‘스무 살’이라는 프로젝트명이 정해졌다. 이유정, 박희정, 이강주, 변병준, 윤태호 등 이름만 들어도 그들의 대표작을 쉽게 떠올릴 수 있을 만큼 만화계에서는 이미 확고한 지위를 구축해가고 있는 이들 삼십대 작가들에게 김광석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그들의 스무 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12인의 삼십대 만화작가들이 풀어놓는 그 시대 우리 이야기 누구나 그렇듯이 그들 혹은 우리의 스무 살에는 무수한 사랑과 이별이 있었다. 때로 그 사랑은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치명적이기도 했고, 오래 이어지던 만남이 권태로울 즈음엔 쉽게 이별을 고하기도 했다. 부모보다 친구에게 더 집착했고, 실패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아름다운 폐인이고자 했다.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담고 있었다. 스무 살의 그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그의 노래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었고,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나이를 먹어갔다. 그는 떠났고, 우리는 남았지만 여전히 그의 노래는 머릿속을 맴돈다. 만화 평론가 박인하는 12개 작품 중에서 먼저 이유정의 「그러니까」를 가장 빠르게 김광석의 노래와 접점을 이루는 작품으로 꼽았다. 입시의 실패를 삶에 대한 실패로 받아들이는 남자 주인공은 목을 매려고 하는 순간 김광석의 죽음을 뉴스로 듣는다. 바삐 김광석의 음반을 찾아 음악을 내리 듣던 주인공은 예전에 자신에게 김광석 음반을 준 여자친구가 일하는 신발매장으로 찾아가 예전에 못 다한 고백을 한다. 박희정의 「콜라 한 잔」과 이강주의 「부탁해 포트의 요정」은 둘 다 스무 살 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박희정의 작품은 스크린톤을 덧대지 않은 날것의 연필선으로 여자 주인공들의 섬세한 감정의 떨림을 포착하고 있다. 『캥거루를 위하여』의 이강주는 기존의 만화체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만화체로 변신하기 위해 두문불출했었는데, 이번 작품 「부탁해 포트의 요정」으로 앞으로 전개될 새로운 만화스타일을 예고했다. 만화체는 명료한 선을 버리고 자유롭게 풀어져 있어 훨씬 표현적으로 변했다. 대신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쿨해졌다. 그녀의 홈페이지에 연재될 「미녀와 야수」 역시 이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윤태호의 「잠에서 깨다」는 오래된 연인들의 권태와 나른함을 능숙한 공간처리로 극대화하고 있다. 이애림의 「친구」는 반복적 패턴과 원근적 공간감을 살려 이애림표 일러스트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만화를 선보였다. 『검정고무신』이라는 만화로 소년만화지에 오랫동안 연재해온 이우영은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의 경쾌한 리듬처럼 밝고 명랑하게 우리의 일상을 그리고 있지만 담고 있는 내용은 매우 역설적이다. 이 외에 언더그라운드 만화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온 이경석은 흑과 백의 명료한 명암대비에 기반한 특유의 스타일로 탄광촌 사람들의 힘든 일상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박형동의 「화이트 래빗」은 평범한 일상에 내포되어 있는 일탈의 함정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최미르의 「고양이 없다」는 고양이의 시각을 통해 서로에게 무심한 인간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홍성군(Mr. D)의 「이등병의 메일」은 SF적인 상상력으로 군대생활을 풍자한다. 변병준은 그 동안 추구해온 한국적 리얼리즘의 연장선 위에서 버림받은 존재들의 아픈 상처들을 희뿌연 수채화로 그려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