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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그리젤리디스 레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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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selidis Real

1929-2005. 제네바의 왕립묘지에 신교개혁자 장 칼뱅과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나란히 위치한 그의 묘지에는 다음과 같이 그의 직업이 표기되어 있다: 작가, 화가, 창녀.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난 그는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취리히 장식예술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네 아이의 엄마로서 1961년부터 독일에서 매춘업을 시작하였고, 1974년에는 자전적 소설 『검정도 색깔이다』를 출간하며 그가 걸었던 역동적인 삶의 길을 담담하면서도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그려냈다. 그 이후부터는 매춘부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에 나섰으며 1975년에는
1929-2005. 제네바의 왕립묘지에 신교개혁자 장 칼뱅과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나란히 위치한 그의 묘지에는 다음과 같이 그의 직업이 표기되어 있다: 작가, 화가, 창녀.

스위스 로잔에서 태어난 그는 이집트와 그리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취리히 장식예술학교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네 아이의 엄마로서 1961년부터 독일에서 매춘업을 시작하였고, 1974년에는 자전적 소설 『검정도 색깔이다』를 출간하며 그가 걸었던 역동적인 삶의 길을 담담하면서도 경쾌하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그려냈다. 그 이후부터는 매춘부들의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에 나섰으며 1975년에는 500명의 동료들과 함께 파리의 생베르나르 성당을 점거하면서 그 유명한 ‘혁명적 창녀’가 되었다. 스위스 제네바에 기반을 둔 매춘부지원협회(ASPASIE)의 공동설립자이며, 역시 제네바의 파키 지구에 소재한 자신의 작은 아파트에 매춘에 관한 국제문서고를 창설하기도 했다.

『고급매춘부의 무도카드』, 서한집 『상상력의 열쇠』와 『스핑크스』, 옥중일기 『내가 아직 살아 있나요?』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글, 그림, 시, 언론과의 인터뷰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매춘을 ‘예술이자 휴머니즘, 그리고 과학’이라 명명하며 그 명예를 살리고, 성노동자뿐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 전반의 권리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혁명을 전개했다.
역자 : 김효나
서울대학교에서 도자공예를 전공하고 프랑스로 떠나 사진과 비디오 작업을 진행했다. 2007년 파리-세르지 국립고등예술학교에 입학했고 사진개인전 『새벽의 대화』을 열었다. 2009년에는 파리에서 쓴 장편소설 『오래된 소녀』를 출간했다. 현재 다양한 예술 작업을 하며, 소설 쓰기와 프랑스어 번역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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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436쪽 | 540g | 136*205*30mm
ISBN13
9788993964233

책 속으로

삶에 정면으로 대응한 사람들만의 목소리가 있다. 작품을 넘어서 삶 자체가 예술인 사람의 그것.
출판한 책들이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한 명의 ‘작가’ 그리고 ‘혁명가’로서 사회적 입지를 굳히고, 66세의 나이로 매춘을 그만두고 나서도 자신은 영원히 ‘창녀’라고 말하는 그리젤리디스 레알. 그녀는 종종 자신의 직업을 제빵업자와 비교하곤 한다. 그들이 고도화된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여 맛있는 빵을 만들듯이 창녀들도 훈련된 기술과 예술, 거기에 과학을 도입하여 심리적으로나 성적으로 절망에 빠진 사내들을 구하는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옷을 벗으세요.”
그 후에는 침묵이 계속되었다. 나는 몇 시간 동안 꼼짝 않고 포즈를 취해야 했다. 사각사각, 종이를 스치는 연필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렸다. 청년은 한숨을 쉬었고 나는 이빨을 딱딱 부딪쳤다. 그는 마침내,
“끝났습니다.”
라고 말하며 연필을 내려놓았다.
“이 정도면 괜찮을까요?”
그는 내게 15마르크를 내밀었다. 난 뭐라고 대꾸할 기력도 없었다. 그저 돈을 받아 쥐면서 그의 작품을 곁눈질해 보았는데, 맙소사! 커다란 백지 한가운데에는 아주 아주 작고, 서투르며, 유치하기 짝이 없는 실루엣 하나만이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저걸 그리려고 그 오랜 시간을……! --- pp.49~50

“아름다운 여인이여, 나와 함께 식사를 하겠소?”
그는 나를 중국 식당에 데려갔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음식들은 이제 곧 다가올 고통의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난 용기를 내기 위해 와인을 들이켰다.
식사가 끝나고 우리는 나란히 길을 걸었다. 배는 두둑했지만 날이 너무 추웠다.
우리는 승강기가 없는 오래된 건물에 올랐다. 마지막 7층, 지붕 바로 아래에서 그는 다락방 문을 열었다.
“받아.”
그 말과 함께 그는 50마르크를 내밀었다. 절망적인 초록색 지폐 한 장을. 그러고 나서는 꽃무늬 디방 위에 올라갔다. 네 다리로 엎드려서 털 난 거대한 엉덩짝을 벌리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핥아.”
아, 이것이 바로 천국으로 통하는 치욕스런 비밀의 문이었다! 먹고살고 싶다면, 빨고 핥아야 하는 역겨운 성체의 빵 말이다!
이윽고 뚱뚱보 독일인은 가냘프게 울었다. 언젠가 기저귀를 채워주던 엄마의 부드러운 손가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믿는 이 늙은 갓난아기는 저렇게 엎어져서 지금까지 똥을 한 트럭은 눴을 것이다! 이제 끝났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넥타이를 매고 다시 위엄을 되찾았다.
“한잔하러 갑시다.” --- pp.69~70

나는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닭을 대리석 서랍장 위에 올려두고 빌을 기다렸다. 아이들은 이미 잠든 뒤였다. 자정이 되어 들어온 빌은 문턱을 넘자마자 곧장 서랍장으로 달려들었다.
“닭 요리했어? 좋아. 맛만 좀 볼게.”
그리고 빌은 그 크고 탐욕스러운 이빨을 드러내고 야생적으로 살점을 뜯어나갔다. 내가 손가락 하나 대기도 전에 싸그리 먹어치운 것이다. 순식간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는 기름이 번들번들한 입을 닦아내며 말했다.
“굿, 베리 굿! 우리 달링, 이제 침대로 가자.” --- p.145

한 포르투갈 사내를 받은 기억도 난다. 그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지갑에서 멋들어진 지폐 몇 장을 꺼내 보였다. 내가 모르는 화폐였지만 화려한 채색 장식이며 주르르 늘어진 0자를 보니, 엄청난 액수일 게 분명했다. 그는 그중에서 몇 장을 뽑아내더니 몹시도 귀족적인 자태로 테이블 위에 그 돈을 날렸다. 내 심장이 존경심으로 가득 차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그날 밤은 문제없이 지나갔다. 다행히도 그는 정상적인 사람인데다가 일이 끝나고 몇 시간 동안 잠을 자기까지 해서 나도 얼마쯤 쉴 수 있었던 것이다. 날이 밝았고, 나는 그에게 성냥갑 두세 개 정도를 권해보았다. 그는 즉시 어제의 그 지갑을 열었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그중 두 장을 내게 건네주었다.
아침이 되어 들뜬 마음으로 돈을 환전하러 은행에 갔다. 창구 직원이 장부를 들여다보며 계산을 하는 동안 나는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그 포르투갈 자식한테 속았다! 사이즈만 크지, 참으로 인정머리 없는 지폐들이었다. 종이에 화려하게 새겨진 섬세한 장식은 치명적인 속임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인정해야 했다. 그날 밤 내내 핥고 빨아서 번 돈은 겨우 16페니히(오늘날 원화로는 96원이다-옮긴이)라는 걸. 그나마 조금이라도 잤었다는 걸로 울분을 다스릴 수밖에!

--- p.349

출판사 리뷰

왕립묘지에 묻힌 프랑스 창녀 작가 레알의 최초, 최고 소설 마침내 국내 출간
우리의 위선에 침을 뱉는 문제작

출간 당시 성(性)에 관대한 프랑스조차 논란에 빠뜨렸던 문제작 『검정도 색깔이다Le noir est une couleur』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다. 이 소설은 ‘혁명적 창녀’라 불렸던 그리젤리디스 레알의 첫 소설로, 수차례 개정판이 발간되고 연극으로도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1975년 6월, 파리 생베르나르 성당에는 창백하고 단호한 표정을 지닌 오백 명의 여인들이 모였다. 욕설을 듣거나, 함부로 취급당하거나,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오해받는 법이 없이 자신들의 직업을 행사할 수 있기를 주장하는 매춘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작가이자 매춘부인 그리젤리디스 레알이 있었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레알은 1960년대 초반, 흑인 애인과 함께 두 아이를 데리고 독일로 이주한다. 재산도 없고 체류증도 없었던 그녀는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매춘에 뛰어들었다. 당시 독일은 다양한 국적의 점령군들로 가득 차 있었고, 언어 능력이 뛰어났던 그녀는 매춘을 직업으로 삼아 생활해나간다. 매춘부로서의 삶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 자전적 소설은 매춘부의 생생한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며, 매춘여성들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매춘여성을 비난하는 사회의 위선을 비난한다. 엄숙한 도덕주의에 물든 우리의 기존 관념을 뒤흔들어 놓는 것이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의 삶을 긍정하는 그녀는 ‘매춘은 혁명적 행위이다’라고 주장하며 ‘혁명적 창녀’로서 전 유럽에서 유명해졌다. 암으로 생을 마감한 뒤에도 그녀의 유명세는 멈추지 않아서 그녀의 묘는 논란을 일으키며 왕립묘지에 이장되었다. 이에 대해 담당 시 의원 패트리스 무그니는 “레알은 예전에는 좀처럼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들에 관해 여러 권의 책을 쓴 중요한 작가”라며 “인간의 존엄을 위한 전투에 자신을 우뚝 세운 한 개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녀는 왕립묘지에 자신의 자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평했다.

사내들, 집시들, 그리고 밤을 산책하는 여자들……
그들의 까만 삶은 우리의 희뿌연 삶보다 아름답다

마가복음에는 창기들, 죄인들, 세리들과 함께 게걸스럽게 밥을 먹는 예수의 모습을 비난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사람들은 ‘검정’을 저주받은 색 중의 하나로 보고, 아예 색의 범주에 넣지도 않고 혐오시하였다. 창녀들을 비롯한 죄인들에게 검정의 굴레를 뒤집어씌우던 그때 분위기에서 예수는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검정 역시 신이 창조한 하나의 색깔이니 차별하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1960년대, 전쟁이 끝난 독일의 뮌헨에서도 ‘검정들’의 까만 삶이 빛나고 있었다. 먹고살기 위해 몸을 파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을 찾는 사내들, 강제수용소 생활을 견뎌낸 집시들까지……. 작가, 화가, 무정부주의자, 그리고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혁명적 창녀’인 레알은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 매춘, 강간, 매독, 마약, 감옥 생활 등의 경험을 회한이나 비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단호하면서도 씩씩하게 이야기한다. 활력이 넘치는 그녀만의 노골적인 언어로 거리에서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누구보다 삶을 열렬히 사랑했던 그리젤리디스 레알, 이제라도 우리는 공정하게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관련 기사: ‘한 창녀가 왕들의 묘지에 입성하다’(Une putain au Pantheon)
http://biz.heraldm.com/common/Detail.jsp?newsMLId=200905290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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