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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글짓기 교실
설명하기와 묘사하기
너의 라이프 스토리를 말해줄래
두 마리 토끼
세상에, 이런 쓰레기들을 보았나!
현실과 환상
돈 키호테 영감님께 감사를!
핵켄색의 라이팅 클럽
처음 다섯 페이지
계동의 겨울

저자 소개 1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아령 하는 밤』 『회색문헌』 『두고 온 것』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 『리나』 『라이팅 클럽』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 『부림지구 벙커X』 등이 있다. 특히 대표작 『리나』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16세 소녀의 8년에 걸친 국경 넘기 과정을 그린 소설로, 중국 국경지대를 유랑하는 탈북자들의 문제를 우리 문학의 자장 안으로 끌어안은 문제작으로 2006년 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라이팅 클럽』은 2010년에 문화 웹진 나비(http://nabee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흔들리다』 『날마다 축제』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아령 하는 밤』 『회색문헌』 『두고 온 것』 등이 있고, 장편소설로 『리나』 『라이팅 클럽』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 『부림지구 벙커X』 등이 있다. 특히 대표작 『리나』는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16세 소녀의 8년에 걸친 국경 넘기 과정을 그린 소설로, 중국 국경지대를 유랑하는 탈북자들의 문제를 우리 문학의 자장 안으로 끌어안은 문제작으로 2006년 제39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라이팅 클럽』은 2010년에 문화 웹진 나비(http://nabeeya.yes24.com)에 연재했으며 ‘2008 Seoul Young Writer's Festival’, 2009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의 ‘2009 International Writing Program’의 참여 작가로도 활동했다. 한국일보문학상, 백신애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이효석문학상, 가톨릭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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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0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90g | 148*210*30mm
ISBN13
9788957075234

책 속으로

난 태어날 때부터 늘 혼자였다. 내가 혼자였던 이유는 김 작가가 내 인생에 도통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엄마이면서도 내가 함께 뒹굴 가족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내가 가족에 얽매이지 말고 좀더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거창한 의도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에 와서야 내릴 수 있는 해석일 뿐이다.
왠지 내 주변에는 그 흔한 사촌형제도, 만만해서 방심해도 되는 이모나 고모, 거들먹거리는 삼촌 한 명 없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도무지 나라는 유전자의 기원을 알 수 없었다. 저 혼자 떠받치고 있는 무겁고 불가해한 지구라는 행성과 도무지 사회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철부지 김 작가. 그 두 가지가 나를 감싼 세상의 전부였다. --- p.11

죽음, 고통, 우울 따위의 표현만 줄기차게 해대던 나와 달리 그 애는 기쁨과 환희를 묘사할 줄 알았다. 정말 고수를 만난 기분이었다.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친구들과 시시껄렁한 얘기를 하며 화장실에서 걸어 나오는 나는 언제나 유쾌한 농담을 날릴 줄 아는 센스 있는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또 내가 책을 읽고 있는 도서실은 단지 내가 그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당한 침묵과 열기가 뒤섞인 근사한 곳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너는 지적이고 유머 있고 감동적인 존재야”라는 표현은 정말이지 볼품없고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온 나를 스스로 재인식하게 만들기까지 했다.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어쩌면 내가 지금껏 만난 사람 중에 오직 K만이 나를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어떤 때는 사랑의 강렬함보다 고마움이나 미안함이 사랑의 출발이 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크게 먹었고 K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K를 만나기 시작하면서 책도 더 많이 읽었고 전보다 더 많은 편지를 썼다. 그해 봄부터 시작된 연애는 성인이 된 후 어느 시기까지 계속되었다. --- pp.23~24

내친김에 여관 갈 돈이 없는 가난한 연인들 사이에 “사랑을 나눌 우리들만의 방이 필요해”라는 말을 유행시킨 폴란드의 소설가 마렉 플라스코의 『제8요일』이라는 소설을 들고 다니기까지 했다. “방이 필요해, 방이 필요해”라고 떠들고 다니면 왠지 근사해 보였던 것 같다. 아무 대책 없는 청춘 남녀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이 갖고 싶었다. ‘8요일’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날인 동시에 자신들이 사랑할 수 있는 날인 것이다. 두 사람이 바르샤바의 이곳저곳을 떠도는 며칠 동안의 사랑 이야기, 아니 세상과의 싸움에서 진 청춘 남녀의 이야기였다. --- p.50

글쓰기 모드의 필요조건이라는 게 있을까. 금방 생각나는 건 일단 날씨가 너무 더우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이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쓴 『닥터 지바고』의 유리 지바고를 상상해보면 좋겠다. 날씨와 소설은 누가 뭐래도 상관관계가 있다. 그리고 너무 배가 불러도 안 되고 너무 배가 고파도 안 된다. 배가 부르면 문제의식을 상실하고 배가 고프면 꼬르륵거리는 소리 때문에 글 쓰는 데 집중을 못 한다.
(…)
이런 조건들과 더불어 한두 시간은 복수심으로, 또 한두 시간은 슬픔을 이기기 위해, 또 한두 시간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다는 자각에 의해 세 날의 칼을 번갈아 내밀 듯 하면, 글은 써진다. 써지긴 개뿔! 누군가 거짓말 말라고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그때, 할머니네 집 마루에서 뜨거운 보리차에 혀를 데었을 때 나는 처음으로 하나의 문장이 저절로 떠오르는 기쁨을 맛보았다. ‘칼에 벤 듯 아픕니다. 내 상처는 파랗습니다. 나의 영원한 쟈-앙.’ 그 문장을 여러 차례 곱씹고 허공에 대고 발음하고 또 일기장에 옮겨 적었다. 고통이 스스로 변화를 일으켜 다른 감정으로 전이된 것 같았다. 나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떨림에 몸을 맡긴 채 거듭 다짐했다. 글을 쓰리라! 글을 쓰리라! 죽어도 쓰리라. 그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 나쁜 문장인지 알 수 없었지만 글이 저절로 떠오르는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한 기쁨은 매우 컸다. --- pp.55~56

‘설명을 하려 들지 말고 묘사를 하라.’ J작가가 나에게 한 문학수업 제1강의 내용은 바로 그것이었다.
다음 날부터 미친 사람처럼 길거리를 싸돌아다녔다. J작가가 말한 소설 쓰기의 기본인 묘사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 이유는 소설이 다른 장르와 비교했을 때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과 제일 비슷하기 때문이야. 설명하려 들지 말고 보여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라구.” 그러니까 어떻게 보여주냐구요, 정말 답답하네!
J작가의 말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화가들이 떠올랐다. 화가가 눈앞에 꽃병을 하나 세워두고 요리조리 쳐다보며 화폭에 옮겨 담는 모습 말이다. 그렇다면 그림을 그리지 왜 소설을 써, 정말 그렇다면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들은 화방에서 데생하는 것부터 배워야 하는 게 아닌지, 구체적인 모습이라는 게 뭔지 혼란 그 자체였다.

--- p.96

출판사 리뷰

강렬한 이미지와 건조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 새롭고 자유분방한 상상력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가 강영숙의 신작 장편


써도 미치고 안 써도 미친다!

가장 내밀하고 즐거운 욕망,
글쓰기에 매혹된 이들의 찬란한 비상!

글쓰기의 첫 마음을 다시 느끼고 싶은 이들,
글쓰기를 통해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소설!


한국문학의 서사적 질감을 확대한 점을 높이 평가받아 한국일보문학상을 거머쥐게 한 강영숙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 『리나』에 이은 두번째 장편소설 『라이팅 클럽』은, 글쓰기란 삶 전체를 대가로 하는 모험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문화웹진 〈나비〉에 1월부터 5월까지 4개월간 연재되었다.

글쓰기의 욕망이 이끈 삶, 그 삶의 자취를 정묘하게 담아낸 수작
글쓰기를 빼놓고는 그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두 여자, 평생 ‘작가 지망생’으로 살아온 싱글맘 김 작가와 그녀의 딸 영인. 등단도 하지 못한 데다 내세울 만한 이력도 없는 김 작가는 동네에서 ‘글짓기 교실’을 운영하고 있고, 그곳을 찾아온 사람들은 경제적 보상이나 사회적 지위가 주는 만족감도 없이 다만 글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낀다. ‘모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엄마’의 슬하에서 가난하고 고독하게 성장한 영인은 독서와 글쓰기에 몰두하며 작가의 꿈을 키운다. 그녀는 ‘글짓기 교실’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에게 김 작가의 ‘글짓기 교실’은 유치하고 경박한 장난이며 그들의 글은 쓰레기일 뿐이다. 그녀에게 글쓰기란 돈도 빽도 학벌도 미모도 없는, 게다가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한 그녀가 세상을 향해 항의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원하는 건 ‘진짜 작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써서 ‘진짜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영인은 많은 책들을 읽고 일기와 편지를 쓰고 소설을 쓰고 우연히 알게 된 J작가로부터 소설쓰기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을 전수받고 독서 목록도 얻게 되지만, 여전히 글쓰기의 어려움을 느낀다. 도무지 다가갈 수 없는, 다가가지지 않는 영역 같다. 『라이팅 클럽』은 바로 그런 그녀가 글쓰기의 진짜 의미를 발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성애, 열등감, 짝사랑으로 이어지는 성장기를 거친 뒤 구질구질한 직장 생활, 친구의 죽음, 결혼, 타국생활, 이혼 등을 겪은 그녀는 여전히 가난과 고독 속에서 온갖 중노동을 견뎌내야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틈틈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그 열의는 날이 갈수록 삶이 혹독해질수록 더욱 뜨거워지고, 그렇게 맹렬한 안간힘으로 이어가는 글쓰기는 어느덧 그녀에게 그녀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뭔가가 아닌, 글을 쓴다는 것 그 자체의 의미가 되어 있다. 그녀는 비로소 김 작가의 내공과 ‘글짓기 교실’의 진가를 알게 된다. 삶이 그녀를 트레이닝 시킨 것이다.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감동적인 응답
거의 모든 사람이 글쓰기의 주체가 되어 불특정 다수의 독자를 갖는 시대. 인터넷이란 공간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이러한 시대에 『라이팅 클럽』은 묻는다. (평범한) 사람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주인공 영인은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 답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 작가가 되기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절박해 보이는 영인. 하지만 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의 진짜 의미에는 아직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그랬던 그녀가 ‘어엿한 소설 한 권’이 되어도 좋을 이야기를 발견하는 힘을 길렀던 건 시장통처럼 북적대는 삶의 현장 속에서였다. 수많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얼굴 속에서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그녀는 평생 ‘내 이야기를 쓸 공간’을 찾아 헤맸지만, 그녀에게 진정 모자랐던 것은 바로 그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귀’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는 작가가 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글쓰기의 의미 자체를 누리는 글쓰기에 몰입된다. 김 작가의 ‘글짓기 교실’의 롱런 비결 역시 ‘등단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희망’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잠자고 있는 글쓰기 자체의 순수한 즐거움을 공략했기 때문이며, 그것이 바로 영인이 삶을 살아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발견하게 된, 글쓰기에 대한 해답일 것이다.

『라이팅 클럽』을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묘미, K칙령
J작가는 어느 날 영인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넨다. 영인의 글쓰기를 위해 작성한 독서 목록이다. 영인은 그 목록을 ‘J칙령’이라 부르며 보물처럼 간직한다. 『라이팅 클럽』에도 독서 목록이 존재한다. 영인이 읽게 되는 책들로, 그녀가 시간과 가난과 고독을 버티게 해주고 그녀의 내면을 깊이 채워주었던 책들이다. 실제로 소설은 그녀가 그 책들을 통해 얻은 것들, 느껴지는 것들,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 이야기되어 있다. 이는 강영숙 작가의 독서 목록이기도 할 터, 그 목록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 목록은 다음과 같다.

잉게보르크 바흐만의 『삼십세』, 하인리히 뵐의 소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 시몬느 베이유의 『노동일기』, 앙리 포시용의 『형태의 삶』, 마렉 플라스코의 『제8요일』,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댈러웨이 부인』, 에이드리언 리치의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로제 마르탱 뒤 가르의 『티보 가의 사람들』, 잭 런던의 『강철군화』, 시몬느 보봐르의 『인간은 모두가 죽는다』, 이사벨 아옌데의 『파울라』,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통상 관념 사전』 등등.

추천평

잡다한 말은 필요 없고, 그녀는 최고다. 봄의 공기가 스민 듯한 문장, 살얼음 아래를 흐르는 이야기, 겨우(정말이지 겨우) 겨울을 건널 수 있었던 인간의 체온…… 이 모두가 어우러져 스스럼없이, 하여 당연하다는 듯이 그녀의 글은 우리를 둘러싼 관계와 세계를 회복시킨다(시키고야 만다). 누구라도 이 소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마 당신도 곧, ‘강영숙 클럽’의 일원이 될 것이다.
박민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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