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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G. Tremb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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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란 건 무겁다. 잠에도 무게가 있다. 그 무게가 엄청날 때도 있다. 잠 자체로 말이다. 움직일 수도, 부정할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잠의 무게가 가벼울 때도 있다. 그럴 땐 잠을 등에 지고 걸어 다닐 수도 있다. 꿈을 꿀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울 때도 있다. 하지만 가벼울 때보다 무거울 때가 더 많다. 잠은 바다와 같다. 나는 잠이라는 이름의 바다 깊은 곳 바닥에 고정되어 꼼짝하지 못한다. --- p.38 # “그래요, 당신이 오늘 저녁 내내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건 알고 있어요. 괜찮아요. 나도 당신한테 거짓말을 했으니까. 그 사고가 있기 전에, 기면증이 생기기 전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었죠. 난 그 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때 난 항상 깨어 있었어요. 아무것도 놓치는 일이 없었죠. 한 번에 책을 몇 페이지 넘게 읽을 수 있었어요. 담배도 피우지 않았어요. 진짜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었어요. 화장실에 가느라 자리를 뜨는 일도 없었어요. 일부러 늦게까지 잠을 안 잘 때도 있었죠. 내가 원할 때 일어나고, 내가 원할 때 자러 갈 수 있었어요. 잠은 내 애완동물 같은 거였습니다. 항상 내 통제 하에, 내 계획 하에 있었고, 가끔 산책을 시켜주면 됐으니까. 앉아, 누워, 엎드려, 가만히 있어, 앞발을 올려. 지금은 아니죠. 난 혼잡니다. 다른 모든 건 주변부로 떨어졌어요.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말입니다. 만질 수도 없어요. 시간이 모자라서 다 놓쳐버리게 되죠. 난 제대로 된 직업도 가질 수 없고,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볼 수도 없어요. 어머니의 도움이 없을 땐 항상 몽유병 상태로 삽니다. 내가 당신한테 이런 말을 하는 건, 당신이 어떤 사람을 함정에 빠뜨렸는지 알았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더 있습니다. 아직 끝이 아니에요. 아직은. 난 내가 보통 사람처럼 생겼을 때를 기억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나를 한 번 쳐다보고, 내 얼굴을 바로 잊을 수 있었죠. 더 있어요. 난 내가 잃은 모든 걸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건 그게 전붑니다. 내가 잃은 것, 잃어버린 것......” --- pp.154~155 # 눈꺼풀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만큼이나 무겁고 두껍게 느껴진다. 내 세계는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하지만 흑백 사진이 벽에 걸려 있는 게 보인다. 어머니는 저 사진들을 떼어놓지 않았다. 한 장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잊지 않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어머니가 수집한 기억들을 제자리에 보관하기로, 어머니 인생의 기면증에 대항해 싸우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 p.3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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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고전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에 바치는 독창적이고도 탁월한 오마주! “이제 필립 말로 대신 마크 제네비치에게 사건을 의뢰하라!”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수많은 후배 소설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전 세계에 추종자를 거느린 거장 레이먼드 챈들러. 그에게 바치는 가장 탁월한 오마주이자 작품 그 자체로도 뛰어난 독창성과 완성도를 자랑하는 장편소설이 바로 『리틀 슬립』이다. 중절모를 눌러쓰고 트렌치코트로 몸을 감싼 채 입에는 담배를 물고 다니는 미국식 사립탐정. 하드보일드 팬들이라면 이제는 문화 원형으로 자리잡은 『빅 슬립』의 고독한 탐정 ‘필립 말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역시 중절모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담배를 물긴 했지만 영 딴판인 탐정이 있다. 그는 말쑥한 얼굴은커녕 사고로 한쪽 눈이 일그러져 늘 윙크를 하는 모습으로 산다. 흉한 얼굴을 가리려 수염을 잔뜩 길렀으며 서른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어머니 신세를 지고 있다. 게다가 기면증이라는 희귀병까지 앓는단다. 이 소시민 탐정 마크 제네비치가 제목부터 『빅 슬립』을 향한 오마주임을 짐작하게 하는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 『리틀 슬립』의 주인공이다. 이야기는 어느 날, 지역 스타인 제니퍼 타임스가 탐정 사무소를 찾아 거액의 돈을 내밀면서 시작된다. “누가 내 손가락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면 5만 달러 드리죠.” 탐정 허가증을 받은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거물급 사건을 맡아 의욕적으로 달려든 초보 아닌 초보 탐정 제네비치. 그러나 사건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사건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음을 알게 되고, 가족의 두려운 진실에 맞닥뜨리게 되는데…. 네오 느와르의 탄생을 알린 기념비적 작품!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이고, 사악할 정도로 재미있다! 마크 제네비치는 수시로 졸음을 느끼는 병, 즉 기면증을 앓는다. 꿈과 현실을 혼동하고 의뢰인 앞에서 잠이 들기도 하며, 늘 피곤함을 느끼지만 정작 원할 때는 잠들지 못한다. 흐려지는 정신을 때로는 커피로, 때로는 바닥에 머리를 짓찧으며 맨몸으로 사건에 뛰어든 그는 수도 없이 다치고 정신을 잃고 위험에 부닥친다. 하드보일드hard-boiled란 냉혹한 현실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하게 표현하는 문체 혹은 태도를 일컫는 말이다. 감정표현이 배제된 듯 건조한 서술에 캐릭터 묘사와 풍부한 비유가 녹아들면서 독특한 문학성과 분위기를 가지는 것이 그 특징이다. 폴 트렘블레이는 이 같은 하드보일드 문학의 정통성을 충실하게 이어나가면서도, 기존 탐정들의 완벽하고 ‘쿨’한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선보여 사건의 해결과 자아와 가족의 탐구를 병행시키는 새로운 스타일을 구축했다. 특히, 제네비치 탐정에게 기면증이라는 병을 부여함으로써 현실과 환상을 과감히 교차시켰고, 시종일관 몽롱하고 피곤한 분위기는 화려한 도시의 이면으로 독자들에게 깊이 각인되었다. 건조하고 간결한 하드보일드 문체에 녹아든 도시의 밤은 냉혹하고, 범죄를 둘러싼 겹겹의 음모 아래에는 그보다 더 깊고 어두운 인간의 내면이 감추어져 있다. 이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가장 깊고 심오한 미스터리는 범죄가 아닌, 자아의 기나긴 그림자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필립 말로 탐정의 비오는 LA와는 전혀 다른, ‘제네비치 탐정만의 보스턴’을 이제 한국 독자들이 만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