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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관하여
안네의 일기 『안네의 일기』 그 후 역자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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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내 침대에서 자는 마지막 밤이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금방 곯아떨어져서 다음날 아침 5시 반에 엄마가 흔들어 깨웠을 때에야 간신히 일어났어. 다행히 그날은 일요일처럼 덥지 않았고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우리 네 사람은 모두 마치 얼음 창고 안에서 지내야 하는 것처럼 두껍게 옷을 껴입었는데, 그건 단 몇 벌이라도 옷을 더 가져가기 위해서였어. 우리 같은 처지에 있는 유태인이라면 누구든 감히 옷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설 엄두조차 못 냈을 거야. 나는 셔츠 두 장과 바지 세 벌, 스타킹 두 켤레에 원피스를 껴입고, 그 위에 또 치마와 외투, 모자, 목도리 등을 닥치는 대로 두르고 쓰고 했단다. 거의 숨이 막힐 지경이었지만 다행히 우리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마구 헝클어진 침대와 아침 식사 하던 것을 치우지 않고 내버려 둔 식탁, 고양이를 위해 부엌에 놔둔 고기 1파운드 등 모든 것이 우리가 급하게 집을 떠난 것 같은 인상을 줄 거야. 인상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단지 어서 안전한 곳에 도착하는 것만이 중요했어. 내일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게. --- p.36 키티에게! 숨어 지내다 보니 참 별일을 다 겪어! 우리는 욕조가 없어서 빨래 통에 들어앉아 목욕을 해. 그리고 사무실(사무실이라고 할 때는 항상 아래층 전체를 두고 하는 말이란다)에만 더운 물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 일곱 명은 모두 교대로 그 이점을 이용하지. 하지만 우리는 저마다 취향이 다르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들보다 부끄러움을 더 많이 타서 각자 다른 목욕 장소를 찾아냈어. 페터는 주방에 유리문이 달려 있는데도 그 안에서 목욕을 해. 그래서 그 애는 목욕을 하기 전에 우리 모두에게 앞으로 30분 동안 주방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아 달라고 일일이 당부하러 다녀. 페터는 그렇게 말만 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나 봐. 한편 반 단 아저씨는 제일 위층에서 목욕을 해. 더운 물을 들고 번거롭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더라도 자기 방에서 안전하게 목욕하는 게 더 좋은 모양이야. 아주머니는 요즘 목욕은 하지 않으면서 어디가 가장 좋은지 지켜보는 중이야. 아빠는 개인 사무실, 엄마는 주방의 열가리개 뒤, 그리고 언니와 나는 앞 사무실에서 목욕하기로 했어. 토요일 오후가 되면 그곳에 커튼이 쳐지거든. 그러면 우리는 어둠 속에서 몸을 씻는데, 자기 순서가 아닌 사람은 커튼이 벌어진 틈 사이로 창밖을 내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곤 해. 그런데 지난주부터 그곳이 싫어져서 더 아늑한 곳을 찾기 시작했어. 페터가 사무실에 딸린 화장실 안에서 목욕을 해보라고 내게 아이디어를 주었지. 앉을 수도 있고, 불을 켤 수도 있으며, 문을 걸어 잠글 수 있을 뿐 아니라 혼자서도 물을 버릴 수 있고, 다른 사람이 몰지각하게 쳐다볼 일도 없거든. 일요일에 처음으로 그 근사한 목욕탕을 사용해 봤는데,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다른 어떤 곳보다 훌륭한 것 같아. --- p.66 키티에게! 어제 저녁에 합선으로 정전이 되었어. 게다가 날카로운 폭음 소리가 그칠 줄 모르고 들렸어. 나는 총성과 비행기 소리가 아직도 무서워. 그래서 거의 매일 밤 아빠 옆에 같이 누워. 유치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너도 겪어 보면 알 거야! 내 말소리도 잘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대포 소리가 요란하거든. 자칭 운명론자라고 하는 반 단 아주머니는 거의 울상이 되어 불안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어. “오, 너무 불쾌해! 오, 총소리가 너무 요란해!” 애써 태연한 척하지만 그 말은 ‘난 너무 무서워!’라는 뜻으로밖에 안 들려. 촛불을 켜면 암흑 속처럼 불안하지는 않아. 나는 열병을 앓는 사람처럼 몸을 떨면서 아빠에게 촛불을 다시 켜 달라고 부탁했어. 하지만 아빠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 그때 갑자기 기관총을 난사하는 소리가 들렸어. 대포 소리보다 열 배는 더 무서웠을 거야. 엄마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아빠가 화를 내는데도 촛불을 켰어. 아빠가 불평하자 엄마는 단호하게 “안네는 늙은 군인이 아니잖아요!” 하고 대답했어. 그것으로 끝이 났지. --- p.109 죽음, 비참함 그리고 혼란 속에서 모든 것을 다시 세운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처럼 보여. 세상이 서서히 황무지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를 죽이려고 다가오는 점점 더 커지는 천둥소리를 들으며, 수백만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어. 그러다가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모든 게 다시 좋아질 것이고, 이 괴로움도 끝이 나고 평화가 다시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해. 그때까지 나는 희망을 소중히 간직할 거야. 다가오는 시대에는 그 희망들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 p.3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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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죽이려고 다가오는 점점 더 커지는 천둥소리를 들으며,
수백만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느끼고 있어. 그러다가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모든 게 다시 좋아질 것이고, 이 괴로움도 끝이 나고 평화가 다시 찾아올 거라는 생각이 들곤 해. 그때까지 나는 희망을 소중히 간직할 거야. - 안네 프랑크 시대를 넘어 가치를 인정받는 고전을 엄선하여 펴내는 좋은생각에서 『안네의 일기』를 출간했다. 세계 2차대전 중, 안네의 가족들은 독일군의 유태인 색출을 피해 비밀 은신처에 숨는다. 2년여의 은신처 생활 동안 안네는 전쟁의 참상과 은신처에서의 생활,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일기를 쓴다. 이 일기는 안네가 죽은 후 여러 사람의 뜻과 도움으로 세상에 출간되고, 이후 전쟁의 참상과 더불어 그 속에서 성장하는 사춘기 소녀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수작으로 꾸준히 평가되어 왔다.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도 끝까지 인간에 대한 애정과 희망을 놓지 않은 안네 프랑크의 감동적인 일기는 누구든 한번은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특히 사춘기를 지나는 청소년과 그런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필독서라 할 수 있다. 전쟁 중에도 희망을 놓지 않았던 한 소녀의 감동적인 기록 모든 전쟁이 그렇겠지만, 세계 2차대전은 끔찍한 전쟁이었다. 역사는 그 전쟁을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남긴 가장 참혹했던 전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전사자만 약 2500만 명, 민간인 희생자도 약 4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역사와 문명에 대한 사람들의 낙관론과 인간에 대한 믿음은 세계 1차 대전에 이은 2차 대전으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러나, 삶을 노래하다 독일군들은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하듯 유태인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그 두려운 학살을 피해 두 가정과 한 사람이 은신처에 숨었다. 숨는 것은 스스로 갇히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소리도 낼 수 없고, 창문을 열 수도 없고, 외부와의 소통도 극단적으로 제한된 상태. 그 상태에서 안네와 사람들은 2년여의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 동안 안네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충족되지 못한 욕구와, 서로를 향해 드러내는 적대감을 본다. 『안네의 일기』는 따뜻함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실망스럽게도 그녀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 밑바닥까지 경험한다. 그녀는 소박하게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하여간 이제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됐어. 누구든 한번 싸워 봐야 잘 알 수 있다는 거지. 그래야 그 사람의 성격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니까!” (65p.) 하지만 오히려 감동적인 것은 여기서부터다. 그녀는 자란다. 그녀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이 모든 상황 속에서도 반짝이는 생명력을 가지고 성장해 나간다. 아이로서 보호받고 존중받지 못하는 설움에 울고, 다른 사람들을 향한 적개심에 스스로 놀라며 고뇌하는 중에서도 포탄 소리에 인류를 생각하고, 주어지지 않은 자유와 아름다운 자연을 갈망한다. 안네는 한 사람의 여인으로, 인간으로 성숙해 간다. 그녀가 그 힘든 은신 생활 중에도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며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바로 지속적으로 글을 쓰는 데에 있었다. 그녀의 일기에는 열다섯 살 소녀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좌절과 분노, 실망과 설움, 설렘과 갈망……. 그 모든 것들을 정직하게 직면하고 풀어 놓는 가운데 그녀는 진통하며 성장해 간다. 그 솔직한 고백 속에 담겨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운 한 인간의 모습이다. 바로 그것이 시대를 넘어 그녀의 일기가 계속 읽히는 이유일 터이다. 그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우리와 다름없이 고민하고 성장하고 사랑한다. 그리고 그녀가 끝끝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우리 역시 인간에게서 어떤 희망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희망은 있다 그러므로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찾아내는 것이거나 창조하는 것이다. 자신을 돕는 사람들의 작은 손길 가운데 신성을 발견하고, 반짝이는 별을 보며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다. 안네는 우리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꿈꾸기는커녕 살아내는 것만도 쉽지 않은 시대, 『안네의 일기』는 우리에게 다시금 희망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한창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