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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케 드 파리
Bouquet de Paris
정미영
앨리스 201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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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꽃, 마음 가는 대로

1장 일상에 스며들다
1. 나는 꽃 하는 사람입니다
2. 환상과 현실을 모두 보여준 올리비에 피투
3. 노천시장에서 만나는 여유
4.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다
5. 호박과 고등어로 감싼 꽃
6. 장미의 이름으로
7. 은발 할머니들의 수다
8. 행복에 중독되는 날

2장 꽃으로 특별해지다
9. 단지 한순간의 기다림
10. 진달래를 닮은 무슈 아자르
11. 친밀하면서도 우아한 파스칼 뮈텔
12. 바가텔 정원의 은밀한 속삭임
13. 순간의 아름다움을 꿈꾸는 라숌
14. 마리 앙투아네트가 꿈꾼 자유
15. 277조각으로 만든 진실의 빛
16. 새로운 봄을 기다리며

에필로그 * Art de Vivre
사진 판권

저자 소개

저자 : 정미영
한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프랑스로 유학하여 라 스콜라 칸토럼(La Schola Cantorum)에서 파이프오르간을 5년간 공부했다. 그러는 동안 파리의 정육점에서 발견한 백합, 파스타 소스가 난무한 식탁 위에 무심히 올려둔 제비꽃을 보며 파리지앵들의 꽃에 대한 사랑이, 그들만의 ‘생활 속 예술’이 궁금해졌다. 호기심은 어느덧 열정으로 바뀌어 그제껏 붙잡고 있던 음악 대신 꽃을 선택하는 생애 첫 모험을 감행한다. 물어물어 찾아간 에콜 프랑세즈 드 데코라시옹 플로랄(Ecole Francaise de Decoration Florale)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유럽플로랄아카데미에서 주최한 ‘유럽 마스터 대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마스터(Master es Art Floral) 자격을 얻고 나니 어느새 플로리스트라 불리고 있었다. 이후 에콜 프랑세즈에서 강사를 맡다 한국으로 돌아와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클래식하면서 개성적인 플라워숍 르 부케(Le Bouquet)를 운영하고 있다. 온갖 꽃이 모여 부케가 되듯 모든 이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부케’를 꿈꾼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80g | 135*190*30mm
ISBN13
9788961960717

책 속으로

이 정육점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일이다. 들어오자마자 각 부위를 알맞게 잘라놓은 진열장 안의 고깃덩어리 사이에서 저녁거리를 찾고 있었다. 프랑스어로 쓰인 낯선 이름들을 머리 한쪽으로 급하게 훑으며 차례가 오기 전에 빨리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빴다. 그럭저럭 순서가 되어 주문을 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고깃덩어리 옆에 화사하게 펼쳐진 백합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옆에 걸린 닭들은 민망하게 벌거벗은 육체미를 과시하는데 꽤 큰 크기의 꽃 장식이 함께 놓여 있다. 그것도 잔잔한 하얀 꽃 사이로 백합이 주를 이루는, 아주 우아한 모습이다. 백합은 결혼식 같은 곳에서 한껏 순수함을 뽐내는 도도한 꽃 아니던가? 이를 생뚱맞다고 해야 하나, 반전이 충격적일 때는 감히 거역 못할 힘이 있나 보다. ‘아니 이 꽃이 왜 여기 있나?’ 멍하게 바라보느라 나를 부르는 소리도 놓쳤다. --- '익숙한 것들과 결별하다' 중에서

레티시아는 언덕의 들장미에 마음을 뺏긴 순간부터 식물도감을 찾아가며 모든 장미를 구별해나가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고 지금도 개발되고 있는 신품종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그녀의 열정을 누가 당해낼 수 있을까? 점심도 못 먹었을 그녀를 위해 작은 샌드위치를 사온 내게 뭔가를 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정겹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어린 왕자가 사막에서 만난 여우처럼. “친구가 되는 것, 길들여지는 것, 깨닫게 하는 것.”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지구의 수많은 장미를 보고 내 별의 장미가 특별할 것 없는 그 많은 장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어린 왕자의 두려움이 내게도 있었다. 평범한 줄 나도 잘 알고 있었지만 누가 내게 그리 말할까 두려웠다. 그때 내 앞에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녀가 나타났다. --- '장미의 이름으로' 중에서

생쉴피스 성당을 중심으로 하는 이 지역은 ‘내 구역’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지금도 눈 감으면 그려지는 나만의 지도를 따라 조그마한 골목, 상점 하나하나까지 전부 떠오르고, 코끝에 어리는 냄새, 모퉁이 돌아앉은 레스토랑까지 그리워지는 동네이다. 성당 뒤편에서 소르본 대학까지 이어지는 길에는 이름만 듣던 유명 출판사와 연구소의 명패들이 예스러운 건물에 드문드문 붙어 있다. 유난히 전문 서점이 많아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 인쇄된 판화와 수백 년 된 고서를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을 열기도 전에 낮은 서가에서 풍기는 종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 '친밀하고 우아한 파스칼 뮈텔' 중에서

몇 송이 꽃으로 테이블을 장식해야 할 일이 있었다. 모든 일이 하늘이 준 기회처럼 보였기에 정말 잘해보고 싶었다. 그 넓은 시장을 종종걸음 쳐봐도 눈에 차는 것이 없었다. 많은 꽃들이 전부 평범해 보이기 시작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뭘 찾나요?” 내게 말을 건네는 분이 계셨다. 더듬더듬 두서없이 설명하는 내 말을 듣더니 “기다려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조그마한 전화박스 같은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그런 그가 가지고 나온 것은 보통 장미였다. 내심 잔뜩 기대하고 있었기에 흔한 장미에 실망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나 보다. 나의 실망을 눈치챈 그가 갑자기 코끝에 꽃을 들이밀었다. 가까이하자 마치 분수처럼 뿜어 나오는 향기에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향기가 살아 있었고, 진하다 못해 단내가 났다.

--- '진달래를 닮은 무슈 아자르' 중에서

출판사 리뷰

파리, 그곳에 꽃이 있었다!

정육점의 검붉은 고기 옆에 무심히 놓인 하얀 백합
장바구니에 등 푸른 생선과 함께 담긴 히아신스
노동절이면 모두의 손에 쥐여진 작은 은방울꽃다발

파리지앵의 삶 속에 깊이 녹아든 생활 속 예술, 꽃을 만나는 시간

사랑스러운 연인 같은 도시, 파리에서 만나는 꽃의 이야기
『부케 드 파리』는 파리에 10년간 살면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한 지은이가 꽃을 통해 파리의 일상과 파리지앵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고 있는 에세이다. 이 책은 파리의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대신, 인생의 새로운 도전 장소이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장소인 파리를 꽃을 통해 보여준다. 여행자가 아닌 생활자의 눈을 통해 바라본 파리는 겉으로 보기엔 차갑고 무뚝뚝하지만, 속내를 알면 알수록 따뜻하고 정겨운 곳으로 다가온다.
지은이는 그곳에서 꽃을 사랑하는 파리지앵을 만났고, 그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고 한다. 파리지앵의 생활 속 예술로 자리 잡은 꽃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파리지앵이 삶을 대하는 방식을 느낄 수 있고 사람들이 왜 그곳을 ‘아름답다’고 말하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파리지앵 같은 삶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그들만의 예술적이고 개성적인 삶이 궁금하다면 이 책은 팍팍한 삶의 오아시스가 될 것이다.

매혹적이고 낭만적인 파리를 만나는 또 다른 방법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어디를 꿈꾸는지 묻는다면, 그들 중 몇몇은 분명 ‘파리’라고 말할 것이다.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연인들, 편안히 잔디에 누워 책을 읽는 사람들, 꽃 한 다발 무심하게 들고 어딘가 향하는 사람들…… 이처럼 파리는 가본 사람들에게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심지어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도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불리고 기억된다. 그런데 우리도 안다. 그곳에 직접 발을 내딛는 순간 그런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으며 파리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그런데 돌아오면 사람들은 다시 파리를 꿈꾼다.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이끌고 계속 꿈꾸게 하는 것일까.
바로 작은 소품 하나조차 자신의 스타일대로 꾸밀 줄 알고, 평범한 장소를 개성 가득한 장소로 바꿀 줄 아는 파리지앵 덕분이다. 예술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그들은 심심해 보이는 꽃 한 송이조차 자신의 자리에 어울리게 놓을 줄 안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온전하게 살아내기 위해 노력하며, 늙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과 마음의 아름다움을 함께 추구하고자 한다. 삶의 한 자락조차 아름답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바로 이들이 파리지앵이고 이들 덕분에 파리는 한층 더 파리다워진다.

꽃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지은이는 파리에서 파이프오르간을 공부하며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성당 규모에 맞추어 모양도 크기도 소리도 전부 다른 파이프오르간에 빠져 열정적으로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소리에 힘이 빠졌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유학생활에 지쳐 있었지만 인정하기 싫었고, 먼 길 돌아왔기에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며 괴로워했다.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과 이 길이 아니라는 마음이 스스로를 괴롭혔다. 불안과 자책을 떨치기 위해 깊이 생각하고, 많이 헤맸으며, 자주 걸었다. 그러다 파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던 꽃이 가슴에 들어왔다. 오랜 고민 끝에 새로운 길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이제껏 함께해온 음악 대신 ‘꽃 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30대의 나이에 새로 시작한 공부가 쉬울 리 없었다. 열심히 작업한 결과물은 선생님 앞에서 무참히 뽑히기 일쑤였고, 익숙하지 않은 프랑스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고역이었으며 장미 한 종류만도 수십 개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를 전부 구별해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도전이 좋았고, 꽃이 사랑스러웠으며, 꽃과 함께 잘해보고 싶었기에 새벽까지 고민하고 연습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한 학교에서 2명밖에 선택되지 않는 ‘유럽 마스터 대회’에 나갈 자격이 주어지고, 그곳에서 아시아 최초로 마스터 자격을 받게 되며 플로리스트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한 송이 꽃으로 불현듯 파리가 특별해지다
이후 지은이는 파리에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며 여행자의 눈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파리지앵의 삶과 그들의 속내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꽃과 음식을 모두 소개하고 싶어 길 양쪽으로 음식점과 꽃가게를 함께 연 올리비에 피투, 생선과 꽃을 함께 장식해 파리의 유행을 선도하는 플로리스트이자 현대 모더니즘 꽃의 대명사로 불리는 질 포티에,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아직도 고전 스타일의 꽃 장식을 철저하게 유지하는 라숌, 다른 꽃은 전혀 놓지 않고 장미 하나만으로 승부를 거는 ‘장미의 이름으로’ 가게의 레티시에, 가게 전체가 커다란 전시장처럼 꾸며진 오데옹의 명소 파스칼 뮈텔, 륑지스 국제 꽃시장에서 만난 무슈 아자르에게 듣는 제3세계 이민 노동자들의 삶에 이르기까지 꽃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이 촘촘하게 실려 있다.
지은이는 파리에서 만나게 된 장소와 일상의 이야기를 꽃을 통해 편안하게 풀어냈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노천시장, 늦게 열고 일찍 닫지만 파리지앵의 저녁재료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동네 정육점, 벨 에포크 시대 지어져 지금껏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파사주 안의 공방, 작은 골목 안까지 정겨운 생루이 섬, 파리지앵의 숨겨진 보물장소 같은 시테 섬의 새 시장, 생쉴피스 성당 뒷골목의 서점 골목 등 자신이 늘 걸었고 사람들을 만났던 일상의 길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작은 풍경마저도 특유의 감성을 담아 찍은 사진을 통해 파리의 아름다움을 느껴볼 수 있는 동시에 파리의 기억할 만한 꽃가게, 파리의 꽃 교육기관 등에 대한 정보를 지도와 함께 친절하게 안내한다. 에콜 프랑세즈에서의 수업과정과 함께 유럽플로랄아카데미 등 유럽의 꽃 콩쿠르에 대한 정보도 본문 안에 세세하게 녹아 있어 생생한 분위기와 더불어 유용한 정보를 전해준다.

추천평

고백하건대, 한때 그녀 때문에 좌절감을 톡톡히 맛봤던 기억이 있다. 적지 않은 시간 꽃을 주제로 기사를 써오며 나름 ‘꽃 전문’ 기자임을 운운했건만, 과연 그동안 나는 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 하는 회의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 만남에서 그녀는 내게 꽃은 단순히 아름다운 오브제가 아니라, 인문학 그 자체라는 말을 했다. 마감 후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그녀를 찾아가 만담꾼처럼 펼쳐지는 꽃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럴 때면 어느새 날카로웠던 눈이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촉촉해졌다. 출간 소식에 내 속이 다 후련하다. 그녀의 꽃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혼자 듣기 아까워 마음이 막 불편해지려던 참이었으니까.
황여정 (전 『행복이 가득한 집』 에디터)
꽃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언어를 대신하는 파리지앵의 삶은 언제나 내게 동경의 대상이다. 꽃과 예술 사이, 쉽게 눈치채지 못하게 숨어 있는 1인치는 프랑스적인 삶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요소다. 르 부케 정미영 원장이 오랜 시간 그곳에 살며 경험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쓴 이 책에는 그저 몽상에 지나지 않았던 그들의 삶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현실적인 해답이 모두 담겨 있다.
박명주 (『까사리빙』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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