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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도 검은 옷을 걸친 사내를 두려워했다. 그 사내는 가스등이 켜진 길거리와 이름 모를 골목길의 어두컴컴한 곳에서 피를 찾아 헤매는 악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는…… 연금술사였다. --- p.8
“그 사람을 만나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오.” 베른 씨는 거의 혼잣말처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흑열병에 대한 신문기사들 때문에 그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해 있을 것이오. 내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은 이미 그 문제에 개입하고 있기 십상이오. 지구상에서 세균에 관해 파스퇴르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매춘부의 죽음에 대해서 그 사람이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그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화학자이지만, 의학의 영역으로 깊숙이 파고드는 데 그것이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오.” --- p.239 “예, 예, 당연히 그러셔야죠. 꼭 알고 싶으시다면, 소인의 이름은 오스카 와일드이옵니다.” 그건 단순한 진술이 아니라 발표였고, 아니 공식 선언이었다. 누군가가 버킹엄 궁전의 성문에 올라 큰소리로 외칠 그런 것이었다. “설마 그 오스카 와일드는 아니겠죠?” 그는 가슴이 뿌듯한 것 같았다. “단 한 사람만이 그런 이름을 가지고 있고, 그것만으로 세상은 충분히 축복받은 거죠.” --- p.2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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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 루이 파스퇴르, 오스카 와일드, 넬리 블라이, 그리고 조셉 퓰리처…
세기의 천재들,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쫓다! 퓰리처가 인정한 전설의 여기자 넬리 블라이, 미래 과학에 꿈을 부여한 소설가 쥘 베른, 세균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 비극적인 삶을 산 천재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 모두 과학적 상상력이 폭발하던 빅토리아 시대를 풍미한 거장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름조차 고유명사가 되어버린 당대의 셀러브리티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일인데, 그들이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은 살인광 잭 더 리퍼를 잡기 위해 지식과 기개를 모은다고 한다. 독창적인 상상력과 풍부하고 개연성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소설 『살인자의 연금술』이 도서출판 비채에서 출간되었다. 낭만의 시대, 세기의 천재들, 그리고 유럽 최대의 살인사건! 여자가 투표권을 행사하거나 직업을 가지는 것조차 이상하게 여겨지던 시절, “기자라고요? 여자가?”라는 질문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으며 퓰리처의 〈뉴욕 월드〉 지의 스타 기자가 된 여기자가 있다. 미국 최초의 여성 탐사보도기자 넬리 블라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역사와 미스터리, 과학과 살인을 다룬 가장 흥미로운 소설’이라는 격찬에 빛나는 장편소설 『살인자의 연금술』은 미국 최초의 여성 탐사보도기자 넬리 블라이의 분투기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넬리가 여성 환자들을 죄수처럼 다루기로 악명 높은 블랙웰스 섬의 정신병원에 미친 여자를 가장하고 들어가면서 시작된다. 병원에서는 매춘부 출신의 환자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고, 그점이 여성 인권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었던 넬리를 자극했다. 넬리는 범인이 의사임을 눈치 채지만 끝내 살인을 막지 못하고 도리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퓰리처의 도움으로 간신히 탈출한 넬리는 스타 언론인으로 부상하지만, 같은 시기에 영국은 살인광 잭 더 리퍼의 연쇄살인으로 충격에 빠진다. 특유의 직감으로 잭 더 리퍼가 블렉웰스의 의사임을 깨달은 넬리는 매춘부로 위장하고, 산 채로 무덤에 파묻히기도 하면서 그의 뒤를 쫓는다. 또한, 『해저 2만 리』의 작가로 존경받던 쥘 베른과 당대에는 아직 인정받지 못했던 학자 파스퇴르가 넬리의 브레인으로 활약한다. 한편, 의사의 솜씨로 살해한 여성들의 신체를 도려내 수집하며 세균학에도 능통해‘살인 연금술사’로 불리던 그가 세균 폭탄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괄괄하면서도 유머 넘치며 어떤 남자보다도 집요한 넬리 블라이와 어떤 전기보다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실존 인물들은 작가 캐럴 맥클리어리의 끈기와 열정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맥클리어리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난, 다소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아시아 지역에서 일하던 부모님이 다시 미국에 정착한 후에는 5대가 함께 살면서 역시 넬리처럼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었던 할머니의 추억담을 들으며 19세기를 향한 강한 노스탤지어를 느꼈다. 그러던 그녀의 삶에 전기가 찾아온 것은 죽음의 섬 블랙웰스에 위장 입원을 감행한 넬리의 저서『정신병원에서의 10일』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한다면 하는’ 여기자 넬리의 삶에 깊이 매료된 맥클리어리는 수년 간 그녀의 삶을 취재했고 마침내 완성된 역작『살인자의 연금술』은 전미 언론과 유명 작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19세기를 가장 뜨겁고 생생히 담아낸, 시대의 필독서로도 각광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