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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지난날
물뿌리개를 든 미미 버림받은 겨울 요람의 노래 올랭피아의 표정 노란 재킷 이 돌들 중에서 지네트에게 꽃을 추억의 부재 속에서 2부 막간 베르나르도와 살바토레의 모험, 혹은 치료약에 관한 이야기 3부 오늘날 그가 알지 못한 것들 비범한 점토 응답 크레용, 1955년 진심과 솔직함을 담아서, 최소 오백 단어로 선물 그들의 성모 트리스테차 활인화 지은이 후기 옮긴이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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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르 고모가 나무에 물주는 걸 거드는 건 어떨까?” 엘리즈가 물어보더니 그 애에게 작은 양철 물뿌리개를 가져다 주었다. 물뿌리개를 받아들자 미미의 가슴이 꼬마 하사관처럼 부풀어 올랐다. 미미는 푸른 부츠를 적시지 않으려고 발을 뒤로 빼면서 물뿌리개를 톡톡 쳐 아이리스에 물을 주었다. 그리고 줄을 타고 오른 스위트피와 데이지 덤불에 물을 뿌렸다. 그는 미미가 분홍빛, 초록빛, 황금빛, 라벤더 빛, 짙은 자줏빛을 배경으로 있는 걸 보았다. 잿빛은 없었다. 미미는 기쁨에 차서 알리숨 너머에 있는 풍성하게 피어난 들장미에 물을 뿌렸다. 물방울은 어린 장미봉오리를 촉촉하게 적셨는데, 꼭 아물린 연자줏빛 꽃봉오리는, 그 기적의 순간 그가 처음 본 엘리즈의 유두만큼이나 약속으로 충만했다. _물뿌리개를 든 미미 (p.28~29)
부끄러운 기색도 없이 그녀는 벌거벗었다. 그녀의 팽팽한 작은 몸은 놀랍고 아름다우며, 입은 것이라고는 목에 두른 가느다란 검은 벨벳 리본과 우아한 공단 슬리퍼가 전부다. 「올랭피아」, 긴 의자 위에 늘어진 채로 꽃다발을 받아 들며 신사 고객을 냉정하게 감정하는 창부. “그녀는 너무 오만해서 다른 어떤 이름도 허용 못 해. 거기다가, 에두아르가 그녀에게 붙인 이름이 마음에 들거든. 올랭프, 시내에서 어떤 창부들이 쓰는 가명과 비슷하잖아. 그건 빅토린 뫼랑이야, 너도 알겠지만.” 캔버스로부터 곧장 쏟아져 나오는 그녀의 똑바른 응시는 표면상으로는 자신의 남성 고객을 향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말없이 대항하고 있었다. 프랑스인들은 이런 태도를 취하는 데 빼어났는데, 그녀는 그런 뻔뻔함이 부러웠다. 그녀의 네덜란드 사람다운 공손함은 평화를 유지했지만, 그게 다였다. 그 사이「올랭피아」는 그 철면피 같은 뻔뻔함으로 그녀의 결혼생활의 매일매일을 조롱했다. --- p.121, 올랭피아의 표정 그는 그들에게 벌거벗은 여자가 돌고래들이 끄는 조개껍질을 타고 있는 프레스코화를 보여주었다. 바다에서 온 남자 하나가 다른 벌거벗은 여자를 부여잡고 있었으며, 바다생물들이 하늘의 큐피드들 아래에서 사랑 노름을 하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이건 좀 예술 같네.”베르나르도가 눈을 자기 배만큼이나 동그랗게 뜨고 웅얼거렸다. 살바토레는 베르나르도의 배를 슬쩍 질렀다.“ 저 여자 거시기 좀 보라고.” 베르나르도는 살바토레의 손을 찰싹 때렸다. “알아, 알아. 나도 안다고. 날 뭘로 생각하는 거야? 얼뜨기라도 된다고?” “라파엘로가 이걸 그렸지.” 관리인은 말했다. “저 여자는 갈라테아야.” “네, 알고 있습죠.” 살바토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지만 갈라테아라니……. 사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 p.263, 베르나르도와 살바토레의 모험, 혹은 치료약에 대한 이야기 나는 스프링쿨러를 담쟁이에서 잔디로 돌려놓고는 거대한 책을 들고 해먹에 자리를 잡았다. 피카소. 그 이름에 피콜로가 떠올랐다. 책은 사람들을 그린 그림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멀쩡한 얼굴이 아니라 모두 잡아 늘려져 있었고, 다시 배열되어 있었다. 107페이지에는 미친 여자의 그림이 있었다. 그녀는 푸른 꽃이 달린 구겨진 붉은 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꽃잎 같은 귀 뒤로 밧줄 같은 자줏빛과 초록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인동덩굴 꽃봉오리가 줄기에 달려 있는 부분 같은 밝은 노란색과 연두색으로 반짝였다. 게다가 코는 구부러져 있었으며 큼직한 입은 여러 각도로 뒤틀려 있었다. 손가락들은 이빨을 그러잡고 있었다. 그녀는 폭발하려는 것 같았다. 그림 밑에 이렇게 인쇄되어 있었다. 「우는 여인」, 캔버스에 유채, 1937년. 그녀의 입을 보니 해스킨 아주머니가 떠올랐다. 그것을 집에 가져가 할아버지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할아버지가 해스킨 아주머니를 좋아하지 않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의 그림들은 이런 게 전혀 아니었다. 그는 시골이나 산처럼, 세상을 거스르지 않는 것들만 그렸다. --- pp.345~347 크레용, 195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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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예술가들의 흥미진진한 삶과
어쩌면 당신 혹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 눈부시게 쏟아지는 햇살을 머금은 미술관에 가만히 서서, 하얀 벽에 걸린 아름다운 색채의 그림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그림 속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게 된다. 화가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진 인물들의 생동감 있는 표정과, 당시의 문화와 사회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생생한 배경은 그 어떤 소설보다도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는 그동안 우리가 상상해왔던 그림 속에 담겨진 바로 그 이야기를 펼쳐놓은 책이다. 천재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에 대한 소설 『델프트 이야기』, 르누아르의 그림을 소설로 되살려낸 『뱃놀이하는 사람들의 점심』등 화가의 삶과 그림 안팎의 이야기를 소설화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보여왔던 지은이 수전 브릴랜드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독자들과 그림들 사이에서 친절한 다리 역할을 맡았다. 그녀의 첫 번째 단편소설집인 이 책은 샌디에이고 북어워즈에서 ‘올해의 최고 소설’로 선정되었으며, 출간 직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그림 같은 삶을 살다간 19세기 인상파 화가들과, 그들의 그림 속에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져 있는 예술을 찾고 좇는 사람들을 다룬 매력적인 이 책은, 그림 속에 담긴 화가들의 삶은 물론이거니와 우리들의 삶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술의 의미도 한 번쯤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도 그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기분 좋은 질문을 마음속에 품게 한다. 풍부한 도판과 친절한 화가 소개를 곁들인 아름다운 17편의 소설들 마네의 『올랭피아』를 보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당돌하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여인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해본 적이 있는가? 세잔이 왜 그토록 생트빅투아르 산을 반복해서 그렸는지, 모딜리아니는 무슨 이유로 번번이 눈동자를 그려 넣지 않았는지 알고 있는가? 이 책은 그림 속에 담겨져 있는 화가들의 사적인 이야기와, 생활 속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예술에 대해 소설의 형식으로 이야기한다. 12년간의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확고한 자료에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써내려간 17편의 소설들은 마치 진짜 삶의 모습을 엿보고 있는 것처럼 실감나고, 그림 팔레트 짜 놓은 색색의 물감처럼 다채롭다. 또한 각 소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함께 편집한 47점의 그림과 10명의 화가 소개들은 단순히 읽는 재미를 넘어, 보는 재미에 아는 즐거움까지 더해서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화가들의 삶과 그림을 통해 보는 우리들의 일상 이야기 삶과 예술은 얼마나 닿아 있는가? 누군가에게 예술은 형형색색의 무지갯빛이다. 예술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더 가치 있게 만드노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남들의 배부른 소리에 불과하다. 일에 치이고 시간에 쫓겨서 예술은커녕, 본인의 삶을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이 책은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는 예술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인상파의 매력적인 여성화가인 베르트 모리조의 유모 실비는 예술의 가치를 완강히 거부한다. 아이만큼이나 그림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모리조를 그녀는 절대 이해할 수가 없다. 모네의 정원사인 에밀 또한 모네와 우정을 나누지만, 그림에 대한 모네의 집착은 신의 영역을 넘보는 것으로 치부하고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반면, 예술을 가장 고귀한 것으로 여기는 인물들도 있다. 모네의 정부인 알리스는 지상의 죄악을 감내하면서까지 모네를 택한다. 그가 그림을 통해 알리스에게 보여준 새로운 세상의 가치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마네의 아내 쉬잔은 그녀의 남편 마네가 수많은 모델들과 끊임없이 육체관계를 가졌었다는 배신감보다는 그들이 그의 그림의 동반자였다는 사실을 더욱 못 견뎌한다. 비단 책 속의 인물들이나,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우리들도 다양한 형태로 예술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 이 책은 그 제목처럼 ‘어쩌면 그림 같은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을 화가들의 삶과 그 예술작품을 통해 제대로 바라보도록 이끌어준다. 또한 일상의 소소함 속에도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예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