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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rsa Sigurdardottir,Yrsa Sigurðardott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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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그게 무슨 뜻인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었다. 아이는 한 번도 죽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다. “하느님은 좋은 분이죠, 그렇죠?” 어째서 자기가 이런 말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 아이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엄마와 할아버지가 종종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좋은 분이야, 아주 좋은 분이지. “하느님 집에 간 엄마가 돌아올까요?” 아이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 p.12
그 후 이번 생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그녀는 많은 것을 느꼈다. 꿈을 꾸는 듯 멍한 상태에서, 자신의 몸이 거친 돌길 위로 끌려가는 걸 그녀는 느꼈다. 냉랭한 안개 속에서 옷이 차례로 벗겨지는 동안 맨살 위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고, 입 안에서 금속 맛 피비린내가 나자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양말 두 짝이 모두 벗겨진 다음에는 발바닥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통증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모든 게 너무 비현실적이었다. --- p.42 마그누스는 과거의 죄가 영원히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누구도 그 죄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미처 그런 생각을 못 했지만. --- p.182 그는 카드를 한데 모으며 미소 지었다. 이제야 펜타클 킹이 어떻게 죽음과, 그러니까 데스 카드와 연관이 있는지 깨달았다. 더러운 곳에 돈이 있다는 옛말처럼, 돈이 그에게 굴러 들어올 참이었다. 정확한 액수는 협상을 해봐야 알겠지만, 비밀유지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하겠지? --- p.206 토라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창밖에는 비르나의 호기심을 무한하게 자극했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 속에 눈길을 사로잡는 게 무엇인지 토라는 알고 싶었다. 커튼을 젖힌 토라가 목초지를 내다보았다. --- p.314 “아닙니다. 아마도 사실이 아니겠죠.” 토라는 이렇게 말하고 자신의 손톱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냥 말씀드리겠습니다. 살해당하던 날, 비르나는 두 남성과 섹스를 했다고 합니다. 한 명은 선생님일 테고, 다른 하나는 어쩌면 범인이거나 다른 누구일 수 있겠죠. 두 분의 관계가 비르나에게는 그저 불장난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p.352 베개에 머리가 닿자마자 노부인은 눈을 감았다. “살해당했어. 어디에나 악마는 있거든.” 노부인은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탁 치더니 졸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랑하는 나의 친구, 나의 크리스틴.” --- p.381 “왜냐고요? 크리스틴의 생부가 자기 딸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그리무르가 인지했다면, 아이를 이 세상에서 깨끗이 사라져 버리게 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토라는 두 남자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안녕히 계세요. 두 분을 알게 돼 반가웠습니다.” 토라와 매튜는 돌처럼 굳어버린 두 남자를 두고 복도로 나왔다. --- p.4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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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요, 토라. 우리 호텔이 귀신에 씌었어요.” 오늘도 분주하게 돌아가는 싱글맘 변호사 토라의 사무실로 요나스라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일년 전 스나이펠스네스 남부해안에 있는 오래된 농장을 사들여 고급 요양호텔로 개조한 뉴에이지 사업가였다. 다짜고짜 자신의 호텔에 귀신이 씌었다고 말하는 남자. 안개 낀 날이면 유령이 배회하고 한밤중에 죽은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는 남자의 말에 토라는 코웃음을 치지만 남자는 심각했다. 두둑한 사례금을 제시하며 문제 해결을 의뢰하는 요나스. 그 주말 토라는 요나스의 호텔로 향한다. 요령부득인 요나스를 설득하고 그가 제공하는 스위트룸에 묵으며 쌓인 피로도 풀 겸, 가벼운 마음으로 떠난 출장길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지 몇 시간이 지났을까. 잔인하게 강간당한 뒤 바닷새에 의해 얼굴 형체마저 훼손된 여자 시신 한 구가 인근 해안에 떠오르면서 그러잖아도 뒤숭숭하던 호텔은 발칵 뒤집힌다. 호텔 건축가가 마구 훼손된 시신으로 해변에 떠오르고아우라 감별사 에리리쿠르가 마구간에서 종마에 짓밟혀 죽은 채 발견되었다왜 그랬을까? 스스로조차 납득하기 힘든 예감에 이끌려 토라는 일면식도 없던 이 호텔 건축가 비르나의 방으로 재빠르게 숨어든다. 간발의 차로 경찰보다 먼저 그녀의 일기장을 손에 넣은 토라. 얼마 지나지 않아 시신의 신원은 비르나가 맞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기장에는 비르나가 과거 이곳 키르큐스테트와 크레파 농장에 살았던 비야르니와 그리무르 형제 가문의 역사를 추적해온 흔적이 점점이 남아있었다. 경찰과 별개로 사건을 취재하자고 마음먹은 토라는 때마침 독일에서 온 매튜와 함께 비르나의 살아생전 자취를 좇는다. 토라가 만난 호텔 직원과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땅에 저주가 걸렸다고 말했다. 게다가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그리무르와 비야르니 가문에서 근친상간이 행해졌다는 이야기까지 은밀하게 나돌았다. 호텔 지하실에서 찾은 옛날 사진자료를 통해 퍼즐을 맞추는 동안 토라는 걷잡을 수 없는 비감에 젖는다. 시간의 파괴력은 얼마나 무서운지, 죽은 사람들의 생애는 또 얼마나 무력하게 퇴색하고 마는지….비르나의 시신이 발견되고 불과 이틀 뒤, 호텔에서 아우라 감별사로 일하던 에이리쿠르가 가슴에 여우 사체를 매단 채 인근 농장의 종마에 짓밟혀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경찰은 이 두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호텔 사장 요나스를 체포하고, 토라는 졸지에 살인 용의자의 변호인이 되었다. “크리스틴…!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은 그 이름은 실체가 있는 걸까요?”연이은 죽음과 점점 기분 나쁘게 주변을 옭죄어오는 싸늘한 기운. 이 모든 상황을 납득 가능한 논리로 명쾌하게 규명하고 싶어 안달하던 토라는 아직 허물지 않은 크레파 농장 2층과 연결된 다락방 기둥에서 오래된 글귀를 발견한다. ‘아빠가 크리스틴을 죽였다. 나는 아빠가 밉다.’ 크리스틴! 비르나의 일기장에서 물음표로 표시된 그 이름. 하지만 농장을 판매한 남매도, 과거 이 동네에서 자랐다는 원로 진보정치인 마그누스도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토라 앞에 놓인 단서들은 제각각 다른 말을 할 뿐, 하나의 줄기로 모아지지 않았다. 한밤중 밖에서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 안개 낀 날 호텔 주변을 배회하는 정체 모를 형상, 에이리쿠르가 마구간 벽에 새겨놓은 글자 RER과 여우 사체, 시신의 발에 박힌 핀, 게다가 호텔 풀밭 바위에 새겨진 비문과 아무래도 석연찮은 원로 정치인의 행보까지. 토라는 호텔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온갖 소동이 이 땅에서 살았던 이들의 생애와 어떤 식으로든 연관 있을 거라는 직감을 놓지 않는데….여성 변호사 토라가 이끌어가는 이야기의 신전. ―RT Book Reviews(미국) 작은 어촌마을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과거는 60년 너머의 살인사건과 어떤 고리로 이어질까? 작가는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인간 탐욕의 브레이크 없는 속성과 그 욕망 위에 구축된 우리 삶의 위태하고 비루한 풍경을 오싹하도록 냉정하게 파헤친다. 한없이 어두운 이야기에 주인공 토라의 기민하고 위트 넘치는 시선이 교차하며 독보적 스토리텔링 예술을 구축하는 이 소설은 많은 독자들에게 쓸쓸하며 감동적인,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명작으로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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