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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오늘도 ‘막장신입’에 뒷목 잡는 부장님들께, 또 내일이 불안해 잠 못 이루는 우리 세대에게 1부 대체 뭐가 힘들다고 징징거리는 걸까요? 우리가 갭이어 떠나는 이유 3년차라는 보릿고개 스물아홉 여자로 일한다는 건 강남역, 그 이후 하루살이 서울살이: 당신의 일세(日貰)는 얼마입니까 우리끼리 하는 말-만두를 먹으며 2부 요즘 애들 주말에 뭐하고 노냐고요? 300달러짜리 여행 부장님, 저는 ‘일못’입니다 병가 일기 요가할 권리 사랑의 연료를 채웁시다 우리끼리 하는 말-아재파탈을 꿈꾸는 당신에게 3부 우리는 맥아리가 없지 않습니다 제주도, 왜 가냐고요? 애 키우느니 고양이나 기르죠 부적 품는 2030 끈끈한 헬조선을 잊는 느슨한 모임 세월호 세대의 문제해결법 우리끼리 하는 말-얼굴 없는 청년들 끝맺으며 청년문제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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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사춘기는 끊임없이 유예된다. 입시, 취업, 결혼으로 이어지는 레이스에서 이탈하지 않을까 하는 공포와 불안이 어느 정도 잠재워진 후에야 진정으로 나를 돌아볼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기사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갭이어는 단순히 자아 탐색 이상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내가 만난 갭이어족들은 ①현재 한국의 노동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고 ②그에 대한 대안을 찾고 싶어 했다. ③그리고 갭이어 후, 그들은 남들이 선망하는 노동 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 p.12 젊은 세대는 ‘꼰대들의 과거’가 아니라 ‘선진국의 현재’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우리 때는 더 심했어’, ‘너희들이 고생을 덜 해 봐서 그래’ 따위의 말은 통하지 않는다. 시선을 조금만 밖으로 돌리면 충분히 지금과는 다르게 살 수 있음을 알고, 왜 우리는 저런 행복과 안정감을 누릴 수 없는지 자괴하는 게 지금의 세대다. --- p.16 나는 일하면서 생기는 불안과 우울, 긴장감을 풀 길이 없어 종종거리는 사람이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괜찮은 척하고 있었으니 몸이 그걸 고스란히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어쩌지 못하고 자신의 꼬리를 물기 위해 빙빙 도는 강아지가 된 기분이었다. --- p.18 한국에서 20대 후반 여자로 산다는 건 온 사회의 자존감 깎아 내리기 공격에 무방비로 내던져지는 매우 피곤한 일이다. 빈곤을 드러내서도 안 되고, 너무 ‘페미니스트처럼’ 보여서도 안 되며, 결혼 시장의 잠재적 매물임을 은근슬쩍 드러내야 한다. 서른 줄에 들어서면 시장 가치가 급감한다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온전한 자존감을 지키며 살 수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우리는 자존감을 스크래치 내는 이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살고 있다. --- p.21 지금도 어떤 이는 신입사원의 패기 없음을 한탄하고, 막장 신입의 무개념을 성토할지도 모른다. ‘일 못하는 사람 유니온’을 자신의 무능을 합리화하는 찌질한 이들의 정신승리 모임이라고 깎아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왜곡된 노동 구조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규율에 돌을 던져 작은 균열이라도 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좀 일할 맛 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일못’은 낙오자가 아니라 현실에 대안을 제시하고 희망을 품게 하는 존재다. 언제쯤이면 우리나라의 회사에서 ‘일못’의 보석 같은 가치를 알아줄까? --- p.56 기자 시험을 준비할 때 ‘여자가 합격하려면 필기 1등 해야 한다’는 한 면접관 출신 선배 말에 더 아등바등 공부했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업의 남성 선호 현상에 좌절하며 ‘남자가 스펙’이라는 하소연을 쏟다가도 이내 도서관에 틀어박히곤 했다. 2012년에 한 면접장에선 ‘유소연 씨는 여잔데, 들어와서 일 잘할 수 있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고군분투하며 취업했더니 ‘저출산 용의자’라는 딱지만 돌아왔다. --- p.93 그들의 목소리는 어떤 식으로 지워졌을까? 무엇 때문에 그들의 문제는 ‘청년문제’로 다뤄지지 않는가? 기득권의 삶과 동떨어진 삶을 사는 듯한 청년의 문제는 방치된다. 젊은 기자들에게 가까운 친구가 서른이 다 되도록 고시 준비를 하고 ‘요즘 대기업 취업한다고 이런 것까지 하더라’는 이야기만 들려오니 언론에는 취업 준비하는 대학생의 고단함이 유독 부풀려진다. ‘청년’의 어려움은 일자리 부족 정도로 눙쳐진다. --- p.121 사회 전체의 모순을 인지하지 못하고 젊은이의 노력을 깎아내리며 ‘대기업 못 가면 눈 낮춰서 중소기업이라도 가라’고 조언하는 꼰대들이 있으니 이들은 ‘환장 대파티’를 할 지경이다. 우리나라처럼 연봉조차 제대로 모르고 입사하는 취업 시장에서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내 월세는 누가 내주고, 학자금 대출은 누가 갚아 주나? 이들의 ‘눈 높음’은 중소기업의 노동환경과 고질적 인력난이 맞닿아 있는 사회문제다. --- p.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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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책상 위에
이 책 한 권 놔드려야겠어요” ‘요즘 것’이 쓴 ‘요즘 것’ 사용설명서 #1. 진심 쉰이 다 된 김 팀장과 20~30대 팀원들이 둘러앉았다. 김 팀장이 이끄는 팀의 회식 자리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김 팀장이 팀원들에게 말한다. “솔직하게 속마음들 말해봐. 내 욕도 좋고. 평상시 불편했던 마음들.” 그리고 흐르는 침묵……. 그들과 함께하고픈, 그러나 실제로는 멀고 먼 ‘그’와 그가 부담스러운 ‘그들’ 사이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정적의 현장이다. ‘부장들은 킁킁거리는 강아지 같은 방식으로 후배들에게 접근한다. ‘넌 어디서 온 놈이니? 부모님은 뭐 하셔? 학교는 어디고?’ 그렇게 끈을 찾아가는 중에 공통점이 하나 걸리면 친밀감을 느낀다. 반면 부하 직원들은 고양이 같다. 처음 보는 사람 주위를 뱅뱅 돌면서 경계한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매주 월요일마다 ‘주말에 여자 친구와 뭐 했냐’고 묻는 선배 때문에 퇴사 욕구가 치밀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마 그 선배는 남자끼리 음흉한 대화를 하며 동질감을 느끼고 싶었을 게다. 하지만 내 친구는 사생활에 관한 질문부터 훅 들어오는 선배의 방식이 부담스럽고 폭력적이라고 느꼈던 거다. 윗세대의 정(情)과 관심이 젊은 세대에게 무례함과 오지랖으로 느껴지는 일은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비일비재하다.’ -본문 중에서 #2. 진심2 뽑아만 놓으면 달아나는 신입사원.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약 30%(한국경영자총협회), 3년 내 퇴사율은 62.2%. 직장인 10명 중 6명은 3년 안에 퇴사하는 것!(잡코리아) “우리나라 회사 문화가 수직적이어서, 이른바 ‘꼰대 상사’가 너무 많아서 젊은 애들이 나간다고 해요. 하지만 그건 아주 부분적인 이유에 지나지 않아요. 우리가 얼마나 성실하게 적응해온 세대인데요. 하라는 대로 공부해서 대학가고, 정해진 루트 따라 취업한 모범생들이란 말이에요. 그걸 못 견디고 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문제는 희망이에요. 적어도 전 세대는 회사가 성장하면 나도 같이 성장한다는 믿음이 있었잖아요. 뼈 빠지게 일하고 회사에 충성하면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그렇게 중산층이 된다는 믿음. 저축하면 금리 붙어 돈 모으는 재미가 있고 그걸로 아파트 평수 늘리는 재미가 있었단 말이에요. 하지만 회사 다닐 때의 나는 대기업 연봉 받아도 집 얻으려면 아득한 거죠. 내 월급으로 결혼하고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어요. 삶의 기반은 여전히 불안하고 일에서 성장하는 기쁨도 얻을 수 없다면,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거라도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략) ‘부장 세대’가 젊었을 적 성취감을 느끼며 성장했다면 지금의 ‘신입사원 세대’가 느끼는 지배적인 정서는 착취감이죠. 대기업에 다니는 이들은 자신을 ‘부품’을 넘어 ‘노예’, ‘노비’라고 자조해요.” -본문 중에서 #3. 진심3 “30만 원짜리 방에 사는 주제(?)에 커피 한 잔에 6000~7000원 하는 카페에 죽치고 있네. 차곡차곡 아껴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있을까 말까한 세상에 저리들 펑펑 써대면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는지. 거지같은 집에서 살면서 차는 또 전부 외국 차예요”라는 말에 공감하는 당신이라면 그들의 진심과는 멀어도 너무 먼 당신이다. ‘쾌적한 공간에 머무르고자 하는 욕구는 자연스럽다. 예쁜 집을 가질 수 없는 청년들은 그 욕구를 잘 꾸며진 카페에서 채운다. 상경한 청년(19~29세)들은 평균 보증금 1,395만 원에 월세 46만 원짜리 집에 산다. 부모 도움 없이 저 돈을 어떻게 마련한단 말인가? 그나마 높은 보증금을 감당하지 못하면 고스란히 월세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얻은 방이라 할지라도 상태가 어떤지는 더 말하기 입 아프다. 왜 이들은 쾌적한 공간에서 누리는 잠깐의 여유마저도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로 비난받아야 하나?’ -본문 중에서 #4. “신문 기자로 4년을 일하면서 아직도 기명 칼럼을 내지 못했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다. 내가 글을 못 쓰도록 막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발제를 안 했으니까. ‘이런 글을 우리 신문사에서 지면에 내줄까’라는 자기 검열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었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던 저자의 고백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다는 대한민국 미래 세대의 마음속에는 함께하는 이들과 우리 사회,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와 ‘체념’이 상상 이상으로 쌓여 있다. 저자는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자신의 동세대 친구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가득 채웠다. 『차마 하지 못했던 말』은 우리 사회 청춘들이 그동안 내뱉지 못했던, 그들의 날숨의 기록들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저자는 이 책을 우리가 아닌,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요즘 것’에 뒷목 잡는 ‘당신’ 혹은 ‘그들’에게 바친다고 했다. 당신이 아는 ‘요즘 것’은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난해할 수 있다. 좀처럼 들여다볼 수 없는 그들의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또 그들과 함께해야 하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통해 한번 진지하게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