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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된 시간도, 정해진 경로도 없다. 그래서 보장된 안전도 안락한 잠자리도 없다. 예측불가 여행길과 그 속에서 빚어지는 사건사고! 완벽하게 자유로운 여행자의 눈으로 찍은 다채로운 사진과 익살맞은 에피소드는 덤이다.
이 책은 차를 타고 떠나는 여행의 준비부터 이후까지 기록한 블로그 <조용필의 블로그>의 일지 중 시베리아에서 시작한 유럽까지의 이야기를 엮은 것으로, 여행기의 1편에 해당한다. 유라시아 직선 경로 20,000km를 내 멋대로 국경을 들락거리며 꼬불꼬불 달려 50,000km를 찍었다. 한국 번호판을 단 차로는 최초로 몽골 국경을 넘고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에 닿았다. 시베리아의 바이칼, 폴란드 아우슈비츠, 프랑스 에펠탑 등 남들이 가본 곳은 다 갔고, ‘오성급 게르 호텔’, 요트, 캠핑장 등 남들이 흔히 머물지 못한 곳도 다 갔다. 남은 것은 빈 통장과 작아진 방 그러나 나는 세계로 떠나 세상을 얻었다 남편이라는, 아버지라는 이름 아래 오랜 세월 묵혀 놓았던 50년짜리 로망,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마흔이라는 늦은 나이에 서울로 올라와 바닥부터 아등바등 살아왔다. 정신없이 살아내다 보니 어느새 쉰 세대였다. 아직도 스무 살 이등병 시절의 꿈을 꾸는 아버지는 꿈속의 자신과 같은 나이가 된 세 아들을 보고 먼지로 더께 앉은 꿈을 탈탈 털었다. 더 이상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코흘리개 시절에 꾸었던, 지금껏 묻어 두었던 꿈을 이루기로! 답답한 일상을 떠나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차를 타고 세계 여행을 간다는 ‘미친’ 생각에 동갑내기 싸모님과 열혈 청춘 막내 아들이 동참했다. “힘들겠지만 좋은 여행을 가겠습니다. 어렵겠지만 멋진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목숨 걸 만한 가치 있는 훌륭한 여행을 다녀오겠습니다.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제 운명이라고.” - 프롤로그 중에서 ‘자유’라는 동전의 나머지 한 면은 ‘생고생’이었다 여행 전에는 푸른 초원과 사막 길만 달리면 되는 줄 알았다.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초원을 가로지르는 드라이빙을 꿈꿨다. 그러나 초원과 사막은 시작에 불과했다. 난데없는 폭설과 폭우에 길을 돌아가기 일쑤요, 마른하늘에서 주먹만 한 우박이 쏟아졌다. 장비도 없이 차가 구덩이에 빠지기라도 하면 하염없이 구원의 손길을 기다릴 뿐이다. 천둥번개가 지평선에 내리꽂히는 밤 차박은 꿈만 같았다. 악몽! 그러나 되돌아가기엔 늦었다. 되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이 대책 없는 세 사람과 네 바퀴가 치르는 ‘생고생’이라는 이름의 대가의 역사를 들여다보자. “마음 한 구석에는 두려움이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 전화도 안 터지고, 말도 안 통하고, 말이 통한다 하더라도 사람이 시야 내에는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 차가 고장 난다면, 눈길에 사고라도 난다면, 비상 연료까지 바닥나 버린다면……. 두려워도 두렵다고 말할 수 없고, 걱정이 되어도 겉으로 함부로 내색을 할 수도 없는 게 아버지의 자리라는 걸 또 한 번 확인했습니다.” - 몽골에서 이제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다. 나는 내 차 타고 지구를 돌아본 사람이니까 답답한 현실을 떠나고자 시작한 여행이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완전히 비워서 돌아오고 싶었다. 그래야 다시 현실로 돌아와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여행을 다녀와 얻은 것은 겨우 ‘활력소’가 아니었다. 하루하루 필사적으로 살다 보니 이제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짐을 버리고 버리다 보니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똥배짱’이 생겼다. 이제 재벌도 부럽지 않다. 내 차로 파미르와 안데스를 넘고 그랜드 캐니언을 달렸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