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최고야
난 잘못한 게 없다고! 발자국 아이를 만나다 내가 안 보여! 어떻게 나를 못 알아볼 수 있지? 범인으로 몰린 그 녀석 그 녀석이 수상하다 내 마음이 이상하다 진심이 담긴 사과 발자국아, 고마워 |
이나영의 다른 상품
|
거울 속,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 뒤에 있는 파란색 옷장만이 보였다. 나는 눈앞에 두 손을 활짝 폈다. 역시나 이번에도 보이지 않았다. 팔, 몸통, 다리, 발…… 모두 보이지 않았다.
“내가…… 안 보여…….” 분명히 내가 있는데 내가 안 보인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 pp.44-45 “야, 발자국! 이게 제대로 사는 거냐?” 나는 의기양양해 목소리를 높였다. “넌 아직도 네가 잘났다는 거니? 네가 그동안 어떻게 했기에 도둑으로 의심받는 건데? 아이들은 지금 나를 누구로 보는 걸까?” 그 녀석이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한 얼굴로 따져 물었다. --- pp. 70-71 “어쩐지 그동안 친절하다 했어.” “거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댔어.” “아주 대왕 악마야.” 아이들이 그 녀석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져 수군거렸다.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 녀석을 멀리했다. 책상에 삐딱하게 앉아 있는 그 녀석은 섬 같았다. 그 녀석의 주변으로 검은색 커튼을 쳐 놓은 것처럼 무거운 운이 느껴졌다. --- pp.78-79 나는 그 녀석이 지갑 도둑으로 몰릴 때, 하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녀석이 더는 아이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나와 다시 몸이 바뀔 거라고 기대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 녀석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그 녀석을 의심했고 함께 어울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 기분이 이상하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해야 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찜찜하다. 녀석의 뒷모습을 보는데 가슴 한쪽이 뻐근했다. --- p.83 전화를 끊고 난 엄마가 소파 깊숙이 몸을 묻었다. 기운이 하나도 없는 게 축 늘어진 미역 같았다. 가슴이 답답한지 계속 한숨을 내쉬었다. 지하로 꺼질 것처럼 무겁고 깊은 한숨이었다. 내가 학교에 가고 나면 늘 이런 모습이었을까? 갑자기 무언가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처럼 답답했다. 나는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다는 걸 알지만, 엄마를 꼬옥 안았다. 달큼한 엄마 냄새를 맡자 엄마의 따듯한 품이 너무나도 그리워졌다. --- p.86 |
|
수상한 발자국 아이
석동이는 집에서나 학교에서 항상 제멋대로다. 자신이 잘못하고도 남을 탓하기도 하고 모른 척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친구들도 석동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날, 석동이는 골목에서 다 마르지 않은 시멘트에 발자국을 내며 놀았다. 그런데 그 발자국들이 뭉쳐지더니 또 다른 석동이가 되었다. 그리고 그날, 석동이는 투명 인간이 돼 버렸다. 그 후, 그 발자국 아이는 석동이 행세를 하며 엄마와 친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주변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석동이 행세를 하는 ‘착한’ 발자국 아이를 받아들인다. 그러나 작은 오해로 발자국 아이는 학교에서 도둑으로 의심을 받고, 석동이는 이 기회에 자신의 몸을 되찾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러나 석동이의 바람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착한 줄만 알았던 발자국 아이가 갑자기 악동으로 변해 버리면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석동이는 과연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
|
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시간 가게》로 현실 속 아이들의 힘든 삶을 생생하게 그려냈던 이나영 작가가 이번에는 유쾌한 판타지 동화를 들고 왔다. 이번 동화 《발자국 아이》는 제멋대로에 구제 불능, 누가 봐도 악동인 석동이가 믿을 수 없는 사건을 겪으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됨으로써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동화이다.
집에서는 마음대로 안 되는 일에 떼쓰기 일쑤고, 동네 어른들에게는 예의 없이 행동하고, 학교에서는 친구들 물건을 빼앗거나 괴롭히는 것이 생활인 아이, 박석동. 그런 석동이 앞에 자신과 똑 닮은 아이가 나타났다. 찐빵처럼 동그란 얼굴, 짙은 눈썹, 작은 눈에 뭉툭한 코와 얇은 입술 그리고 빗자루처럼 뻣뻣한 머리카락까지! 나와 똑같이 생긴 아이였다. “너, 너, 너!” 말도 안 돼. “안녕, 난 박석동이야.” 그 녀석, 그러니까 발자국 아이가 나를 보고 씩 웃었다. - 본문에서 골목 안, 덜 마른 시멘트에 발자국으로 쾅쾅 도장을 찍었을 뿐인데 그 발자국들이 모여 덩어리가 되더니 팔과 다리가 움직이고 눈, 코, 입이 생겼다. 발자국들은 또 하나의 박석동이 되었다. 그 녀석, 발자국 아이가 나타나고 석동이는 투명 인간이 되었다. 이 발자국 아이는 이름과 생김새가 석동이와 똑같지만, 하는 행동은 아주 딴판이다. 집에서는 엄마가 시키지 않아도 화분에 물을 주고, 신발을 정리한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고 기껏 빼앗은 딱지도 돌려준다. 엄마와 아이들뿐 아니라, 선생님마저 새로운 석동이인 발자국 아이에게 감동한다. 투명 인간으로 변한 석동이는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해 발자국 아이를 쫓아다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발자국 아이》에서는 자신과 똑같은 이름과 얼굴을 한 아이가 나타나면서, 투명 인간이 된 석동이가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과연, 석동이는 발자국 아이가 가짜 박석동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진짜 ‘나’를 발견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성장한다 내가 남긴 발자국 찾기 남의 몸을 빼앗은 가짜 주제에 착한 척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자 하는 발자국 아이가 거슬리는 석동이. 그런데 발자국 아이가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도둑으로 의심받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착하기만 하던 발자국 아이가 갑자기 변한다. 자신의 노력에도 변하지 않는 석동이에 대한 불만이었을까, 발자국 아이는 원래의 석동이보다 더한 악동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나쁜 짓만 골라서 하는 발자국 아이를 보며, 석동이는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엄마의 고단함을 엿보고, 자신이 괴롭혔던 친구들이 괴로워하는 모습과 마주하게 되면서 석동이는 자신이 예전에 한 행동들을 떠올린다. ‘사람은 죽어 발자국을 남깁니다.’ 국어 시간에 씩씩하게 발표하던 그 녀석의 말이 생각났다. 나는 녀석의 발자국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친구로 기억될까? 이제껏 단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 본문에서 자신의 몸을 잃고 투명 인간이 된 석동이는 오로지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해 발자국 아이를 쫓아다닌다. 그러나 발자국 아이를 쫓아다니며 찾은 것은, 자신밖에 모르던 예전 모습이었다. 친구 생일 파티에 한 번도 초대받은 적이 없고, 부모님 선물을 사 본 적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만 생각하는 지금의 발자국 아이가 바로 석동이 자신이었다. 작가는 발자국 아이를 내세워 착한 석동이가 되라고 주문하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발자국 아이를 통해, 석동이가 스스로 깨닫는 과정을 거쳐 조금씩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석동이가 다시 몸을 되찾더라도 당장 새로운 석동이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한 번씩 뒤돌아보며 자신이 만든 발자국을 살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발자국 아이가 석동이를 찾아온 이유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