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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껍데기는 가라
Part 1 독수리를 만나다 라다크, 작은 티베트 수박 서리가 지구 서리로 어린 왕자를 만나다 찰스 다윈에 대한 오마주 북극을 떠난 북극곰 청개구리 노래를 들어라 우리는 정말 사랑했을까 별이 춤추기 시작했다 이 시대 마지막 인류 햇무리의 언약 호수 위를 날아서 다른 삶은 가능하다 Part 2 둥지를 떠나 웅녀, 굴 밖으로 뛰쳐나오다 비밀과 거짓말 춘향이의 사랑을 허하라 조용한 가족 히말라야의 도덕 하기 힘든 말 모든 중독과의 결별 아랑의 날갯짓 루시가 기가 막혀 대화의 막다른 골목 착한 아이 콤플렉스 마약과 꽃 엄마가 물려준 날개 소유냐 존재냐 동물, 인간, 여자 숨막히는 추격전 엄마의 성장통 Part 3 구름 너머로 복덕방 프로젝트 밥벌이와 재테크 모던 노마드 유랑 동물의 유전자 자유로부터의 도피 코팡간 야생의 삶 위대한 하루 고아의 벼룩시장 행복하니? 다시, 라다크 가장 큰 변화 집으로 가는 먼 길 Epilogue 뱃노리 가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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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달로 착각한 나방은 달빛과 달리 아주 가까이에 있는 촛불 주위를 계속 맴돌면서 끊임없이 방향을 잡아 나가다가 결국엔 불꽃에 휘말려 타죽게 되죠. 나는 나방의 심정이 이해가 돼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 말씀 잘 듣고 학교 공부를 열심히 따라가면 그만이었지만, 나이가 어느 정도 든 이후부터 인생의 방향을 못 잡고 헤매고 있어요. 이게 내 길인가 해서 무언가를 좇다가 아닌 것 같아서 돌아서고, 그럼 저 길이 내 길인가 해서 다른 무언가를 좇다가 다시 돌아서고…… 그렇게 우왕좌왕해 왔어요. 너무 많은 빛이 존재해서 진짜 달빛을 발견할 수 없게 된 거죠 --- p.54
나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내가 인간의 삶에 대해 물으면 사람들은 익히 들어 봤지만 들을 때마다 낯설게 느껴지는 대답을 했다. 자아실현.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일련의 지침이라고 알려진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수행해 나갈수록 나는 오히려 자아를 상실하는 것처럼 느꼈다. 내가 꿈꾸던 자아상은 남들이 칭찬하거나 우러러보거나 멋지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이었고, 나의 자아라고 믿고 있었던 것은 나를 바라보는 남들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허상이었다.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실체로서의 자아는 없었다. 남들이 나를 칭찬하는지 무시하는지 부러워하는지 비웃는지에 항상 귀를 쫑긋 세우고 일희일비하는 동안 정작 내 심장이 뛰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다. --- p.102 지도는 있었다. 다만, 가야 할 방향을 알지 못했다. 언제나 길을 잃은 듯 초조했다. 어딘가로 서둘러 발을 옮겨야 마음이 놓였다.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그 사람'에 중독된 것일까, '사랑하는' 것에 중독된 것일까. 아니면, '그 사람과 사랑하는' 것에 중독된 것일까. 나는 그가 필요했다. 그에게 나를 투영하지 않고는 텅 빈 자아를 만날 자신이 없었다. 사랑이라는 습관이 필요했다. 의식적인 행위로나마 나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랬기에 그와 몇 년을 만나는 동안 어쩌면 우리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저 끊임없이 주변을 맴돌았다. 지칠수록 더욱 간절히. 내가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Y는 사라졌다. 담배가 떠난 것처럼 그렇게. --- p.139 이제 좀 평범하게 살 때도 되지 않았니. 엄마랑 나도 이제 나이가 들 만큼 들었으니 네가 자리 잡는 모습을 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특별한 걸 기대하는 것도 아니잖니. 평범하게 직장 갖고 평범한 사람 만나서 결혼식 올리고 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거, 그게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잖아. 아빠. 유별나게 살려는 게 아니에요. 먹고살 만한 데서 그치지 않고 죽도록 일하는 게 별난 거죠. 해괴한 결혼식을 열어서 두 시간짜리 축의금 장사를 하는 게 별난 거죠. 숨 막히는 서울 시내에 성냥갑 같은 아파트 한 칸 손에 쥐기 위해서 악착같이 평생 돈을 벌어 모으는 게 별난 거죠. 먹고살 만큼 일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면서 살고 싶어요. 그뿐이에요. --- p.175 - 쉽게 살겠다는 말이니. - 단순하게 살겠다는 거야. - 포기하겠다는 말이니. - 가짜를 포기하고 진짜에 도전하겠다는 거야. - 도망가겠다는 말이니. - 더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거야. 자유로부터. - 엄마의 사랑이 너에겐 자유의 감옥이었니. - 둥지를 떠날 때가 되었을 뿐이야. --- p.181 두려웠으나 나는 떠났다. 용기를 내서 날개를 펴고 발돋움을 하는 순간은 정말이지 짜릿했다. 둥지를 떠나고서야 비로소 내 날갯짓이 너무나도 어설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거센 바람에 정신 없이 휩쓸리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돌풍을 만나 고꾸라질 뻔한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럼에도 날개를 접지는 않았다. 날개를 더욱 곧게 펴고 바람을 마주보고 날고 또 날면서, 균형을 잡고 바람을 타는 법을 익혀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발견했다. 더는 바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신나게 놀고 있는 나 자신을. --- p.29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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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유예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전하는 가슴 뛰는 메시지
"다른 삶은 가능하다" 지은이 안주용은 서울과학고와 포항공대를 거치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자타공인 대한민국 엄친딸이다. 극지연구소 바이오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다 잠시 연구소를 그만둔 공백기에 그녀는 오래 전부터 생명공학도로서 꿈꿔왔던 세계여행을 떠났다. 이른바 '찰스 다윈에게 바치는 오마주'로서의 여행이었다. 갈라파고스, 아마존, 아프리카로 순조롭게 이어진 여정의 종착지는 히말라야의 라다크. 그곳에서 그녀는 생동감 넘치는 인간의 원형을 떠올리게 하는 유목민을 만났다. 그리고 자유인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를 만났다. 자기 나이보다 2배 넘는 나이에 인종도 국적도 다른 '믹'이라는 남자. 즐겨 몰던 BMW도, 뮌헨 교외의 그림 같은 집도, 승승장구 쌓아올리던 커리어도 뒤로 하고 15년간 여행을 삶으로 삼고 있다는 별난 사람이었다. 라다크의 유목민 축제에 함께 참여하며 유목민들의 얼굴에 흐르는 삶의 기쁨을 눈으로 보고 믹과의 대화를 이어가면서, 그녀는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그리고 깨닫고 느끼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본능을 억업하고 행복을 유예해야만 버틸 수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왔음을. 착한 딸, 착한 여자로 살아가기 위해 껍데기를 쓰고 로봇으로 살아왔다는 것을. 그와 동시에 또 다른 희망을 엿보았다. 다른 삶이 가능하리란 희망이었다. 네 집과 내 집 사이에 울타리를 치고 누구 땅이 더 넓은가 끊임없이 비교하고 질투하고 불안해하는 삶 말고도 다른 방식의 삶이 가능하리란, 코페르니쿠스적인 인식의 전환이었다. 그녀는 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았나 '한국 여자'가 아닌 동물, 인간, 여자 그 모두인 존재로 거듭나다 얼마나 큰 땅을 가졌는지가 곧 지위가 되고 권력이 되고 도덕이 되는 사회에서 살아왔던 그녀에게, 땅을 사유하지 않는 유목민들의 삶의 방식은 그때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어느 이름 모를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평생 히말라야 산맥을 넘나들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주민등록증도 여권도 등기부등본도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끝도 없이 펼쳐진 히말라야 산중 평원에 서너 평 남짓한 천막을 치고 사는 유목민 가족과, 초고밀도 대한민국 서울 도심 한복판 100평짜리 펜트하우스에 사는 사람 중 과연 누가 더 넓은 곳에서 사는 것일까. 현대판 유목민. 유목민이 되는 상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강과 초원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처럼, 그녀는 믹과 함께 '모던 노마드'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지구를 자유로이 유랑하며 도시에서 목말랐던 자연의 숨결을 찾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정한 소통을 일구는 삶을. 그 후 한 달간에 걸쳐 그녀는 많은 것과 헤어졌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담배를 끊고, 한국행 항공권을 취소하고, 신용카드를 엄마에게 돌려주고, 라다크로 날아와 마지막까지 딸을 설득했던 엄마 아빠와도 헤어졌다. 어쩌면 많은 것들과 헤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이별한 대상은 딱 하나였는지도 모른다. 그 모든 것들을 손에 쥐고 안절부절못했던 과거의 자신. 자연과 만나고 사람과 만나는 대신 카메라에 갇혀 있던 여행자, 수동적으로 담배와 영화와 책을 섭취하던 소비자,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구실 좋은 변명만 늘어놓던 신용불량자, 독립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홀로 서는 것을 두려워하던 엄마 딸, 도전을 하겠다면서 도망갈 궁리부터 하던 한국 여자와 그녀는 헤어졌다. 오랫동안 걸치고 있었던 거추장스러운 껍데기를 벗어버리고 그녀는 '한국 여자'가 아닌 동물, 인간, 여자 그 모두인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 인터넷에 일터를 꾸리고 지구 곳곳을 자유로이 유랑하는 21세기 유목민으로 살다 적게 소유하고 생계를 위한 최소한의 노동을 하는 21세기 스콧 니어링 부부 무엇보다 그녀를 이렇게 변화시킨 데는 우주적인 사랑의 힘이 컸다. 믹과의 사랑은 한국의 '틀에 박힌 도덕'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감성, 열정, 본능이 행동의 주체가 되는 '히말라야의 도덕'으로는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저자는 여행과 믹과의 만남에서 새로 찾은 자아와 대한민국에서 착한 딸, 착한 여자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자아를 씨줄과 날줄로 엮고 있다. 과학자의 관찰력과 시인의 마음으로 써내려가는 필력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영리하고 장난기 넘치고 감성이 풍부한 20대 여성이 참된 나를 찾고자 애쓰는 진정성에 있다. 그렇기에 "또 다른 삶은 가능하다"는 그녀의 제안은 공허하지 않고 힘이 있다. 지금 두 사람은 실제 유목민들만큼이나 단순한 모던 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기본조건은 전기와 인터넷 연결. 인터넷에 일터를 꾸리? '라다크 맞춤 여행' 상담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전기와 인터넷만 해결되면 이들은 철새처럼 자연에 가깝고 날씨가 쾌적한 곳을 찾아 이동하며 산다. 여름은 히말라야 라다크에서 시원하게 나고 겨울은 남쪽 나라 섬의 따뜻한 바닷가 정글에서 보낸다. 이동하는 길에 히말라야 산자락 사과나무 마을에 머물거나 고아의 모래사장을 걸으며 봄가을을 나기도 한다. 이렇게 지구 곳곳의 새로운 마을을 찾아가 다양한 경험을 쌓고 여행자와 현지인들과 만나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된다. 집문서 땅문서 없이 지구를 떠돌아다니며 어디든 내 땅 내 집 삼아 누비며 사는 것이다. 두려움을 이기고 훨훨 날아오른 어느 빛나는 청춘의 성장 에세이 책에서 저자는 이렇게 썼다. 똘똘한 사람들이 처세를 말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혁명을 논할 때, 강한 사람들은 스스로 제 갈 길을 찾아간다고. 과연 그녀는 엘리트 과학도의 길을 버리고 현대판 유목민이 되어 뚜벅뚜벅 체제 밖으로 걸어나갔다. 처음부터 그녀가 낙오자, 도피자라는 비난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강심장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자신이 걷는 길이 자연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 자신을 만나는 충만한 삶이라는 신념이 있었기에 그 길에서 두렵지 않고 외롭지 않고 불안하지 않았노라 고백한다. 이 책은 자아를 발견해가는 성장 에세이인 동시에 그녀를 회유하는 익숙한 모든 것을 버리기 위한 치열한 갈등의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은 이 책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표현이다. 남과 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처음 날개를 펴는 두려움을 이기고 나면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자유를 누리게 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리고 날개를 물려준 이가 결국은 엄마였다는 사실은 여자들끼리의 이해와 연대를 희망적으로 예견해주고 있다. 혹자는 그녀처럼 다 버리고 떠날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회의적으로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심장이 뛰는 삶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충분히 공감을 살 것이다. 심장은 언제나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