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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내 동료들에게
사용설명서 1943 1944 1945 부 록 |
Giovannino Guares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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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에 떨어진 개암 껍데기와 같은 존재였다. 아무런 훈장이나 메달도 없이 전쟁에서 돌아왔지만, 나는 승리자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이 소용돌이를 헤쳐나왔으니까. 그리고 그 무엇보다 소중한 친구인 나 자신을 재발견했으니까 말이다. --- p.9
2년 가까이 우리는 정직한 사람들이 이룩한 진정한 민주주의 속에서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의 동료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정직한 척하는 사람들이 만든 가짜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불행히도 그들 중 몇몇은 예전처럼 그렇게 정직하지 못하다. 인간이란 자신이 살고 있는 환경의 산물이니까. 무엇보다도 바로 그런 이들을 위해 이 책을 펴내게 된 것이다. 그들이 당시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다시 느낄 수 있게끔 말이다. --- p.12 우리는 짐승처럼 살지 않았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민주주의 도시를 건설했다. 수용소에서 지냈던 많은 사람들이 지금 하루하루의 삶 앞에 당혹해하며 세상을 멀리하고 있다면, 그건 수용소 시절 그들이 이룩했던 민주주의와 지금의 가짜 민주주의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음모의 진원지인 그 가짜 민주주의에서는, 늙고 젊은 해적들이 어울려 키를 잡고 해적선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런 민주주의에 실망한 이들은 아마도 수용소 생활을 한 우리들 중에서 가장 정직한 사람들일 것이다. 가짜 민주주의에 실망한 이들에게, 그리고 가짜 민주주의에서 위로를 받은 이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 p.15 어딜 바라봐도, 신의 눈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며 우리를 지켜보는 감시탑이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신은 그들과 함께 있으며, 우리의 신과는 아주 다르다고. 그리고 비밀스럽고 기괴한 이름, ‘고트Gott’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고. --- p.50 이보쇼, 독일 제국 양반, 당신은 나를 철조망 안에 가둬놓고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하고 있소. 허나 다 쓸데없는 짓이라오. 난 도망가지 않을 거요. 내가 원하는 것들은 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 말이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내 추억들도. 그뿐만이 아니라오. 자애로우신 하느님도 들어오셔서 당신의 규칙이 금하고 있는 모든 것을 내게 가르쳐주신다오. --- p.56 우리에게는 오직 꿈꾸는 것만이 허락되어 있다. 꿈을 꾸는 것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우리의 삶은 철조망 안에 있고, 그 안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오직 꿈뿐이기 때문이다. 꿈을 꾸어야 한다. 우리는 꿈속에서라도 현실에 매달려야 한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면 말이다. 최소한의 음식과 담배꽁초로 이루어진 비참하고 의미 없는 이런 날들 속에서 유일하게 활동적이고, 유일하게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것은 우리의 꿈일 것이다. 꿈을 꾸어야 한다. 꿈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잊고 있는 가치를 재발견하고, 몰랐던 가치를 찾아내고,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 p.67 이탈리아 군인이 죽으면 그의 시체는 땅에 묻히지만 그의 군복에 달려 있던 별 장식은 떼어져 하늘로 던져진다. 그러면 하늘에는 작은 보석 두 개가 더해진다. 이탈리아 하늘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이유가 아마도 거기 있을 것이다. ‘우리가 달고 있는 작은 별’은 단지 〈우리의 군인 정신〉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가족, 내 아버지, 내 아이들, 내 형제들의 고통과 절망을 상징한다. 그래서 나는 이 별들을 내 몸의 일부처럼 사랑한다. 그리고 이 별들과 함께 나의 고향, 나의 하늘로 돌아가고 싶다. --- p.104 “가자. 우리 아빠를 보여줄게. 저 막사 안에서 주무시고 계셔.” 18번 막사 지붕 위로 세차게 불던 바람이 내 잠을 깨웠다. 나는 알베르티노를 다시 만났고, 내 어린 딸 카를로타 양도 알게 되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날을, 하루하루가 지나가주기를 기다릴 것이다……. --- p.159 집에서 온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카를로타는 이빨이 네 개나 났어. 그리고 “싫어!”라는 말을 배웠어.〉 나 역시 “싫어!”라는 말을 배웠다. 하지만 그 말을 배우는 데는 세계대전이 필요했다. --- p.160 마지막으로 음식 부스러기와 쏟아져 나온 이야기들을 치우고 나면, 직사각형의 식탁보는 순백의 모습을 차곡차곡 접는다. 그리고 선반의 향기로운 서랍과 그날의 스캔들을 놓고 수다를 떤다. “수프 속에 껍질이 안 벗겨진 쌀알이 들어 있지 뭐야……!” “어찌 그런 일이!” 서랍은 몸서리를 쳤다. 옛날 옛적에 식탁보가 살고 있었다. 그 시절 수프 속에서 껍질을 벗기지 않은 쌀알이 나온 것은 대단한 스캔들이었다. 하지만 (빵을 빵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포도주를 포도주라고 부르지는 못할지라도) 이것도 다 수프를 수프라고 부를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다. --- p.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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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카밀로와 페포네’ 시리즈 작가
조반니노 과레스키의 포로수용소 일기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독일군의 포로가 된 조반니노 과레스키! 비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증오 대신 웃음과 희망을 품고 전쟁의 소용돌이를 헤쳐나온다. ‘돈 카밀로와 페포네’ 시리즈로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을 웃기고 울린 조반니노 과레스키. 이 책은 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포로수용소에 19개월 동안 억류되어 있으면서 쓴 글이다. 죽음과도 같은 그 세월 동안 과레스키는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희망을 놓지 않고자 끊임없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동료들을, 또 자신을 위로했다. 가족을 향한 처절한 그리움, 전쟁과 파시즘을 향한 분노, 어지러운 조국의 상황에 대한 깊은 고뇌, 고난을 함께한 동료들에 대한 뜨거운 애정, 무기력과 절망감, 굶주림과 질병의 고통…… 6865번 포로가 된 과레스키는 가장 비참한 전쟁 이야기를 특유의 익살과 풍자로 써내려가면서 웃음 그리고 그보다 더 큰 감동과 깊은 성찰을 전한다. 과레스키, 파시즘에 반대하다 독일군의 포로가 되다 1942년 12월, 과레스키는 임신한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을 남겨놓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다. 이미 의무 복무를 마쳤지만,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을 비판하다가 군대에 재소집된 것이다. 그런데 독일?일본과 동맹했던 이탈리아는 패전을 거듭하다가 1943년 9월 연합군과 휴전 협정을 맺게 되었다. 그러자 독일은 이탈리아 군인들에게 ‘독일과 새로운 유럽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라’는 선서문에 서명을 하게 했고, 이를 거부한 이들은 독일군에게 체포되어 수용소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그들의 그런 행동을 달가워하지 않았기에 그들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국제적십자사 역시 전쟁포로가 아니라 ‘강제수용당한 군인’이라는 알쏭달쏭한 신분의 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다. 세상의 철저한 무관심 속에서 그들은 ‘버려진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절망의 수용소에서 이루어낸 진정한 민주주의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바깥세상의 명성, 사회적 지위, 부, 모든 것을 잃은 채 짐승을 실어 나르는 화물차에 실려가 철조망 속으로 내던져졌다. 하지만 껍질을 벗고 벌거숭이가 된 그들은 진정한 자신을 발견했다. 짐승처럼 사는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그런 세상을 이루었다. 게다가 빈손으로 라디오를 뚝딱 만들어내는 등 이탈리아인 특유의 ‘놀라운 잔머리’를 유감없이 발휘해, 뉴스·강연·대학·극장·음악회·전시회·스포츠·도서관 등 문명인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만들어냈다. 언제 풀려날지, 언제 죽임을 당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하고 절망적인 나날이었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수용소 안에서 그들만의 문명을,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어나갔던 것이다. 가장 비참하지만 가장 큰 희망을 품은 이야기 그렇기 때문에 과레스키는 비참하고 혹독했던 수용소 시절을 잊으려 하지 않고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때의 동료들을 몹시 그리워한다. 그리고 변해 버린 몇몇 동료들?‘정직한 척하는 사람들이 만든 가짜 민주주의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그들이 당시의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다시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펴낸다’라고 밝히고 있다. 과레스키의 생에서 가장 혹독했던 이 암흑시절은 그의 사상과 문학의 밑거름이 되었다. ‘돈 카밀로와 페포네’ 시리즈나 ‘가족일기’를 읽으며 웃음을 터뜨리고 가슴 뭉클해하던 독자들은 『비밀일기』 속에서 가장 진솔한 과레스키를, 그의 꿈을 만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