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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잔잔한 정의 나라, 한국
2. 연정과 사랑 3. 은사님과 수제자 4. 못 다한 정은 한으로 남는다 5. 체면을 숭배하는 나라, 한국 6. 공손 전략과 체면 관리 7. 눈치 작전 8. 현대를 살아가기 위한 갈등 대응 전략 9. 끈끈한 연줄의 나라, 한국 10. 한국 정치와 인맥주의 11. 한국인의 두 얼굴, 나와 우리 12. 유교적 인간 관계의 현대적 의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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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암의 <갯바람>이란 작품에서는 늙은 부부가 사별을 하는 순간이 다음과 같이 묘사된다.
'영감, 손, 손..' 할멈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팔을 내밀면서 정노인의 손을 찾았다. '어서 가' 정노인은 임종하러온 딸이 끌어다 잡혀주는 대로 손을 맡긴 채 퉁명스럽게 내 쏘았다. '내가 먼저 아들 옆으로 가요' '지랄.' '영감 혼자....' '먹을 것 싸놔서 눈 못 감엇.' '험한 꼴.... 같이 갔으면...' 죽어가는 아내를 향해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는 커녕 걸쭉한 욕지거리를 내뱉는 '영감'을 만약 어느 서양사람이 보았따면 그를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쯤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어느 누구도 이 영감을 욕하지 않을 것이다. 욕은커녕 행여 영감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까 봐 걱정할 것이다. 죽어가는 '할멈'을 대하는 무감각해보이는 영감의 표정 이면에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가슴미어짐'이 간신이 억제되고 있다는 것은 오직 한국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의 눈에는 성하게 살아있는 영감을 '같이 갔으면'하고 물귀신같이 구는 할멈도 이상하게 비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말속에서 죽어가면서도 혼자 남게 될 영감의 조석과 잠자리를 걱정하는 할멈의 안타까움을 읽을 수 있다. 영감과 할멈사이의 이 짧은 대화는 지켜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할 만큼 충분히 감동적이다. 서로에 대한 염려와 백년 해로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투박과 투정으로 절제하는 이들 사이에서, 우리는 가슴이 저리도록 진한 '그 무엇'이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네 인간 관계속에 흐르는 '그 무엇'을 정이라고 부른다. 정은 한국인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이다. ---P.1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