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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오생의 최후 오생의 부활 사북장 여관 노을을 위하여 산을 내려가는 법 한밤의 음악편지 중급 베트남어 회화 자미원에는 어떻게 가는가 해설 - 정홍수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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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야 하는 숙명을 알고도 오르는 산, 그 산을 내려가는 법
운명을 선택할 수 없고 시간을 움직이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는 이 소설집에서 더 가슴 아프게 작동한다. 과거를 되돌리고 현재를 수정하고 싶어도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회상하고, 부재(不在)를 꿈꾸며 일시적으로 도피하고 한순간 떠나가는 것뿐이다. 표제작 「산을 내려가는 법」의 민은 한때 루카치의 문장에 반해 소설을 쓰고 싶어했다. 그러나 ‘창공의 별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던 시대’에 대해 이야기해준 선배는 민을 떠났다가 현실 정치권의 실세가 되어 결혼까지 한 상태로 그녀를 다시 찾는다. 민은 창공의 별로 이어지는 사다리가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으리라 믿으며 그를 받아들이지만 곧 “별이 나침반을 대신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걸 깨닫는다. 그녀는 이후 도피하는 심정으로 찾아간 티베트의 칭짱 고원에서 죽음과 삶의 문턱을 함께한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만, 고원의 기억은 평지의 남루한 시간을 메울 수 없었고 결국 그녀는 새로운 사랑마저 저버린다. 소설 말미에서 민은 마흔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산을 내려가는 법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북장 여관」의 주인공들 또한 아름다운 ‘칼리간다키’로 도피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스무 살짜리에겐 아름다울 방황’도 그들 나이라면 추할 수 있다며 세월 앞에 무기력함을 드러낸다. 산 아래의 시간을 버리고 싶다는 무력한 중얼거림으로, 사북이라는 슬픈 공간에서 아내와 또 다른 여자 정원과 자기 자신을 소환하고 대면하려 할 때, 이 소설의 화자는 자신의 기억과 욕망을 횡단하는 것이 아니다. 수모의 기억 속에서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고백을 추동하는 유일한 동력이라면 동력인 셈이다. “내 눈길은 마침내 주변의 어둠보다도 더 까만 터널 입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게 길이었다. 유일한.” 길이 없을 때는 없다고 말하는 것, 이것이 김남일 소설이 존재의 바닥에서 건네는 최저선의 윤리이고 리얼리즘이다. 우리는 아직 창공의 별이 그려주는 지도와 나침반 없이 ‘산을 내려가는 법’을 모른다는 것, 늘 고민하고 아파하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