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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_나의 아내 요코, 당신에게 보냅니다
부부 첫 만남 첫사랑 재회 결혼 신혼 한숨 소설 이사 중국 아내 싸움 오로라 여행 전환점 약속 지각 위로 기적 피날레 제2부_아버지가 남기고 간 마지막 편지 후기_이노우에 기코 제3부_마음속 깊이 스며드는 부부의 인연 해설_고다마 기요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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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와 원숭이는 서로 닿을 듯 말 듯한 가까운 거리에서 옆얼굴을 나란히 했다. 서로에게 관심이 없으면서도 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는 요코와 원숭이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풍경처럼 비쳤다. 사람과 원숭이가 하나의 풍경으로 녹아든 채 얼굴을 나란히 한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얼른 그 장면을 카메라로 클로즈업해 셔터를 눌렀다.
--- p.56 요코와 축배를 들었는지 어땠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기억하는 것은 요코가 ‘문학계 신인상 수상을 통보받았을 때도 목욕을 하던 중이었으니까’라는 이유로 그날 밤에도 일찍 목욕물을 데워줬다는 것뿐이다. 아마 남편이 앞으로도 잘되기를 비는, 일종의 미신과 같은 이유였을 것이다. --- p.97 “손님, 창밖에 오로라가 나타났어요.” 그 말에 창문을 연 나는 황급하게 요코를 깨웠다. 독서 등을 끄고 우리 부부는 뺨을 맞댄 채 창 아래를 내려다봤다. 우리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거대한 빛의 향연. 빛의 장막은 색깔과 반짝임을 시시각각 바꾸면서 하늘 가득 평온하게 춤추고 있었다. 그것도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에서. 마치 우리 부부만을 위해 하늘에서 연출해준 선물 같았다. 우리는 손을 맞잡고 함께 여행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꼈다. 새삼스레 가슴이 뜨거워졌다. --- p.124~125 “암, 암, 암 친구가 왔어요. 따라라라라….” 실제로 ‘암 친구’가 들어도 어처구니없어할 만큼 밝은 노랫소리였다. 그 덕분에 나는 특별히 질문할 필요가 없어졌다. “당신은 참….” 요코의 씩씩한 행동과 억지웃음으로 무거운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대신 양팔을 벌려 내 품으로 뛰어든 요코를 꼭 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무엇이 괜찮은지 알지도 못한 채 “괜찮아”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품에 안긴 요코의 등을 쓰다듬었다. 이렇게 해서 죽음으로 향하는 요코의 나날이 시작됐다. --- p.155~156 나는 오랜만에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요코와 아들도 웃는 얼굴이었다. 세 사람이 함께 웃은 마지막 이별이었다. 소설가인 나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던 활기찬 이별이었다. 요코에게 또 당했다. 슬프지만 웃고 싶어졌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기나긴 비행시간 동안 아들은 몇 번이고 요코의 모습과 활기찬 이별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 장면이 생각날 때마다 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아니, 숨죽인 목소리로 이렇게 중얼거리고 싶어진다. “평생 나를 즐겁게 해준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피날레였어.” --- p.168~1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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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며 써내려간 7년간의 편지
“그날부터 내 삶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이 책의 작가 시로야마 사부로는 2000년 2월 24일 반려자 요코를 잃고 홀로 남았다.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면서도, 혼자인 삶을 적응해내지 못했다. 곁에 없는 아내를 무심코 부르곤 했다. 제정신을 차리고 ‘그런가, 이제 당신은 없는 건가’ 하면서도 또 다시 아내에게 말을 걸었다. “응석둥이 아이처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줄곧 거부하셨지요.” 그런 아버지의 곁을 지켜온 딸 이노우에 기코는 이 책의 후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떠나간 아내를 그리며 애써 슬픔을 환기시키던 아버지의 모습을 기억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로 아버지는 몸의 반쪽을 잃어버린 것처럼 살아가셨습니다. 어두운 병실에서 조용히 손을 맞잡은 마지막 순간까지 두 분은 하나였어요.” ―차마 끝맺을 수 없었던 추억 “이제야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스물여섯과 스물둘, 청춘의 한가운데서 만나 인생의 황혼에 접어들 때까지 이들은 ‘부부’라는 이름으로 한 몸이 되어 삶을 여행했다. 그러다 벚꽃이 피기를 기다리지 못한 채, 작가의 예감처럼 “언젠가 단둘이 있는 것에도 익숙해질 때쯤 결국 영원한 이별”이 불쑥 찾아왔다. 혼자인 삶에 익숙지 않던 남편은 고마움과 그리운 마음을 담아 아내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부치지 못할 편지였다. 7년간 쓴 추억의 단편들은 작가가 세상을 떠난 후 작업실 이곳저곳에서 발견됐다. 딸이 모은 미완의 원고, 무언가 내용이 빠진 듯한 원고, 순서가 뒤죽박죽인 이 원고는 인생의 버팀목이었던 아내를 잃고 삶의 무게 중심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 책을 편집한 구스노세 히로유키는 “이 작품은 처음부터 완성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말하면서 이 책의 숙명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편지를 쓰는 동안만큼은 아내와 함께할 수 있기에, 언제까지고 이 글을 쓰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있어 웃음 짓던 나날들 “허물없는 친구이자 둘도 없는 동반자였다” 저자는 아내를 잃은 상실감에 가늠하기도 어려울 만큼 커다란 고통에 갇힌 채 살았다. 슬픔을 담담히 이겨내기 위해 그는 아내와의 행복했던 지난날을 되짚는다. 이 책에서 작가는 원숭이와 아내의 옆모습을 나란히 찍어 평생 잔소리를 들었던 신혼여행 사진, 소설 취재 차 유럽으로 향하던 밤 비행기에서 함께 본 오로라, 아내를 취하게 하려다가 되레 자신이 취해버린 여행, 사회성 부족한 소설가 남편을 위해 가라테 도장을 몰래 취재하고 멀리 있는 신문사까지 다니면서 자료 조사를 해주던 아내의 내조 등 소소한 일상을 조곤조곤 들려준다. 그는 아내의 죽음에 절망한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오히려 허물없는 친구이자 둘도 없는 동반자로 부부가 나눈 추억들을 가득 담아내며 독자로 하여금 미소 짓게 한다. 그 세대 여느 남편들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문장들이지만, 부부가 함께한 삶의 행적을 천천히 따라가노라면 “사랑한다”는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애정과 각별함이 전해온다. “기차 안에서 천천히 술을 음미하며 요코와 나란히 앉아 창밖에 펼쳐진 벚꽃의 정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마음이 맑아졌다.”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의미 “괜찮아,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 넉 달 만에 요코는 남편의 품에서 조용히 숨을 거둔다. 강한 진통제에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쇠약해진 그녀는 죽음으로 가는 마지막 순간에도 평소처럼 엉뚱한 행동으로 가족을 웃게 한다. 작가는 그때의 기억을 이렇게 회상했다. “소설가인 나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던 활기찬 이별이었다. 요코에게 또 당했다.” 영화배우 고다마 기요시는 이 책의 해설에서 암 선고를 받고도 밝은 표정을 잃지 않는 아내를 꼭 끌어안고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그것 말고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까? 나는 참지 못하고 목메어 울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처럼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면 삶의 험난한 고난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깊은 관계를 맺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는 요즘, 이 책은 ‘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넌지시 일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