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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핏줄 7
제2장 무조림 97 제3장 눈물비에 젖다 197 제4장 비밀의 사진을 발견하다 267 제5장 아직, 살고 싶다 323 제6장 달팽이 387 저자 후기 440 역자 후기 443 |
Akio Morisawa,もりさわ あきお,森擇 明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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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샤린에게 언젠가는 보고해야 한다. 아빠는 처음엔 조금 놀랄지도 모르지만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면 선뜻 이해해줄 사람이다. ‘중졸인 내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우습지만, 인생에 공부가 다는 아니니까. 타마짱은 우리 가게 얼굴마담이라도 하면 되지’ 하고 웃어넘길 게 틀림없다. 옛날부터 그런 사람이었다. 샤린도 아빠 옆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그게 나이스야. 가족이 함께 사는 것. 제일 행복해’라고 말할 것 같다. --- p.21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러 가기 어려운 분들께 원하는 상품을 배달해드리고 싶어요. 말하자면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심부름을 해드리는 일이죠.” 이해할까? 이렇게 설명하면. 약간 불안한 마음으로 샤린을 보았다. 이토록 진지한 샤린의 눈빛은 처음이었다. “어때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라는 내 질문에 샤린은 평소답지 않게 “음……” 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나는 잘 모르겠네.” “어……. 내 설명이 어려웠나?” --- p.36 어느 날 할머니와 함께 점심으로 국수를 먹는데 텔레비전에서 [시골의 미래를 고민한다]라는 제목의 특집이 방송되었다. ‘쇼핑 약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라는 주제가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쇼핑 약자. 처음 보는 단어였다. 하지만 나하고는 상관없다며 외면해버릴 수 있는 단어는 아니었다. 쇼핑 약자란 글자 그대로 물건을 직접 사러 갈 수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교통이 불편한 산골 같은 지역에 혼자 사는 노인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가게가 없는 데다 고령이라 운전도 힘들어 필요한 물건이 있어도 사러 갈 방법이 없는 것이다. --- p.78 시즈코 할머니가 엄마에게 전수하고, 엄마가 아빠에게 가르쳐주고, 샤린이 아빠한테 배워서 시즈코 할머니와 나를 위해 만들어준 맛. 얄밉다, 샤린. “얄미울 정도로 맛있어요.” 샤린에게 말했다. 샤린이 “나이스” 하고 과장스럽게 윙크를 한 후에 젓가락을 들었다. 시즈코 할머니도 “어디어디?” 하면서 무조림에 젓가락을 댔다. 맛의 윤회. 그런 생각이 드니 조금은 미소 지을 수 있었다. --- p.150 강변길이 구불구불하여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그리 험하지 않은 곡선 길에 맞은편에서 오는 차를 확인하기 위한 거울이 설치되어 있다. 팔 년 전 엄마가 덤프트럭에 치인 곳인데, 이 거울은 그 사고를 계기로 설치되었다. 사고 현장이기도 한 커브 길을 나는 각별히 신중하게 달렸다. 엄마, 오늘부터 나, 사회인이야. 가슴속 깊은 곳에 통증을 느끼며 마음속으로 말을 걸었다. 곡선 길을 벗어나자 갑자기 눈앞이 확 밝아졌다. --- p.216 심부름 서비스를 시작한 후로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타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순수한 행복감을 느낀다는 당연한 깨달음. 서로 고맙다는 인사를 주고받는 관계가 성립되어 ‘감사의 캐치볼’을 계속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아빠가 ‘이자카야 다나보타’에 들르는 술버릇 나쁜 손님이나 인간으로서 문제가 있는 손님에게까지 늘 “고맙습니다. 또 오세요”라고 인사하는 이유를 심부름 서비스를 시작하고서야 비로소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p.268 “아빠 좌우명이 뭔지 알고 싶지?” “어, 좌우명도 있어?” “당연히 있지. 얼마나 멋진 건데.” 아빠가 우쭐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가슴을 쫙 폈다. 그러고는 딱히 멋있지도 않은 대사를 입에 올린다. “인생, 누가 뭐라 해도, 좋은 기분.” “엥?” “이상.” 싱긋 웃는 아빠의 표정에 이끌려 나도 따라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게. 오기로 버티겠다는 뜻 아냐?” “바보. 나는 버티는 거 되게 싫어하거든.” “그럼, 무슨 뜻인데?” “잘 들어봐.” 그러고 아빠는 마치 잡담이라도 나누듯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괴로운 일, 슬픈 일, 불쾌한 일도 분명 있겠지만 그 경험 속엔 반드시 ‘좋은 부분’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테니 그걸 찾아냄으로써 ‘좋은 기분’을 스스로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란다. --- p.308 “타마짱이 심부름 서비스를 시작할 즈음에 타마짱 몰래 마을을 돌아다니며 전단지를 나눠줬거든. 그런 것도 음덕이지?” 깜짝 놀라 샤린을 보았다. 샤린은 들켜서 오히려 기쁜 듯 평소처럼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뭐야? 그랬나? 이제야 납득이 갔다. 첫날부터 예상 외로 손님이 많이 모여준 이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자카야 다나보타’ 계산대 옆에 올려둔 전단지가 빨리 줄어들었던 것도 그래서였나? 그랬었나……. 뜻밖의 사실을 알아버렸지만 뭐라고도 대답할 수 없었다. “놀랐지? 타마짱이 아는 게 세상의 다는 아니야.” --- p.332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여 꼬박꼬박 모아둔 얼마 안 되는 돈도, 아끼는 오동나무 장롱도, 남편과 함께 마당에 심은 매화나무도, 다정한 친구도, 혹사에 견뎌준 이 늙은 육체도, 또 목숨보다 소중한 타마짱도……, 모두 여기 두고 돌아간다. 조용한 가운데 깨달았다. 이 세상에서 얻은 모든 것은 하룻밤 빌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 세상에 ‘내 소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이제 홀가분한 몸이 된다. 빌린 것을 모두 내려놓고 자유로워진다. 쓸쓸하지만 미련은 없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 p.363 나는 이 시골 마을의 공기와 물이 참 좋다. 아마 타마짱도 마키도 그럴 것이다. 나는 푸른 하늘을 향해 양손을 쭉 뻗으며 “으응” 하고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켰다. 그때 어떤 글귀가 생각났다. “헤치고 들어가도 헤치고 들어가도 푸른 산.” 분명 이런 글이었다. “응? 뭐야, 그게.” 타마짱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키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산토카 글이야.” “다네다 산토카……, 방랑의 하이쿠 시인이었지?” 책을 좋아하는 마키는 역시 박식하다. --- p.4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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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딱 한 번뿐인 ‘놀이 기회’래. 그러니까 즐기자고
마음먹은 사람만이 ‘작은 모험’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대.” 이동 판매로 시골 마을의 ‘쇼핑 약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마을 공동화와 고령화가 심각한 고향 마을에서 ‘쇼핑 약자’를 돕기 위해 대학을 중퇴한 타마미는 이동 판매 ‘심부름 서비스’를 시작한다. 그러나 꿈 많은 타마미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고민과 문제들은 끝이 없다. 외국인 새엄마와의 관계에서 얻은 상처, 소중한 가족과의 이별 등……. 친구와 가족의 응원에 힘입어 생긋 웃는 얼굴로 눈앞에 펼쳐진 난관을 헤쳐 나가는 스무 살 타마미의 도전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마을 공동화, 고령화 사회의 이면을 따스한 시선으로 풀어낸 모리사와 아키오의 신작 누구나 한번쯤은 느끼고 겪어봤을 상처와 기쁨을 따스한 이야기로 엮어내는 작가 모리사와 아키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낸 그의 작품들은 『무지개 곶의 찻집』을 시작으로 『당신에게』, 『쓰가루 백년 식당』등으로 이어지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 장소와 인물로부터 얻은 영감을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탁월한 집필 능력은『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에서도 여전하다. 모리사와 아키오는 운전을 못하는 시골 노인들이 생필품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는 소식과 히가시 마오라는 젊은 여성이 미에 현 기호쿠 마을에서 ‘이동 판매’를 창업하여 마을의 쇼핑 약자들을 구제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마오짱의 심부름 서비스’ 차량에 동승하여 밀착 취재를 하면서 이 소재가 소설이 되겠다는 확신을 한다. ‘심부름 서비스’와 ‘가족’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알아야 할 ‘행복의 본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마을 공동화로 홀몸노인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쇼핑 약자를 위한 ‘심부름 서비스’는 주목할 만한 내용이다. 우리가 앞으로 겪을, 어쩌면 이미 경험하고 있는 삶의 모습이기에……. 작가는『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를 통해 실제 주인공의 배경에서 등장하지 않는 다문화 가정, 고독사 등의 사회 문제를 자연스레 소설 장치로 활용했다. 아울러 주인공 타마미가 ‘심부름 서비스’를 창업, 운영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주변 인물을 화자로 등장시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스무 살 타마미의 도전과 성장을 다룬 청춘 소설 비취색의 맑은 물이 흐르는 아오바 강 하류에 위치한 시골 마을 아오바쵸(?羽町). 이 조그마한 어촌 마을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 진학을 위해 도시로 떠난 하아먀 타마미는 대학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교통사고로 딸(타마미의 엄마)을 떠나보내고 홀로 살고 계신 외할머니 시즈코 때문이다. 우연히 [시골의 미래를 고민한다]라는 방송에서 ‘쇼핑 약자’에 관한 내용을 접하고, 몇 년 전에 논일을 그만둔 후로 눈에 띄게 쇠약해져서 장을 보러 가는 것조차 힘들어진 할머니를 위해 이동 판매 ‘심부름 서비스’ 창업을 결심한다. 어린 나이에 창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타마미는 가족과 친구들의 응원 덕분에 차곡차곡 꿈을 향해 나아간다. ‘이자카야 다나보타’를 운영하고 있는 아빠 하야마 쇼타로는 아내의 생명과 맞바꾼 보험금을 타마미에게 건넨다. 엄마를 대신해 아빠의 곁을 지키는 필리핀인 새엄마 샤린도 힘을 보탠다. 타마미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생색을 내며 확인받으려는 샤린의 행동에 위화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그녀의 진심을 알게 된다. 고향 마을에 남은 유일한 친구 소스케와 마키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카센터 ‘도키타 모터스’에서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소스케는 손재주가 뛰어나 심부름 서비스에 이용할 차량(스즈키 캐리)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개조해주었고 줄곧 은둔 생활을 해왔던 ‘컴퓨터 마니아’ 마키는 심부름 서비스 홍보를 담당하여 타마미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아울러 ‘이자카야 다나보타’의 단골손님 후루타치 쇼조는 ‘심부름 서비스’의 운영 매뉴얼을 타마미에게 전수한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수/금과 화/목/토 각각 네 군데의 판매처를 확보한 ‘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의 테마송은 코니 프란시스의 명곡 [베케이션]이다. 확성기에서 신나는 팝송이 울려 퍼지면 물건을 사기 위해 마을의 어르신들이 모여든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예약 주문과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배달 서비스까지 시작하면서 ‘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는 자리를 잡고 만물상 면모를 갖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불행이 타마미에게 다가오는데……. 타마미는 ‘심부름 서비스’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작은 모험’의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만이 인생의 단 한 번뿐인 ‘놀이 기회’를 얻는다 타마미는 무슨 이유로 잘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심부름 서비스’를 창업하는 용기를 냈을까?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엄마 에미 덕분이다. 그녀는 초등학생 때 엄마 에미가 해준 말을 또렷이 기억하고 되새기며 ‘대학 생활을 겉으로만 즐기며 생명을 허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답게 살지 않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생명이란, 곧 시간이다. 인생을 살면서 ‘작은 모험’에 나서지 못하는 사람은 ‘용기’가 아니라 ‘놀이 정신’이 조금 부족한 것이다. 인생은 딱 한 번뿐인 ‘놀이 기회’이며, 즐기자고 마음먹은 사람만이 ‘작은 모험’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타마짱의 심부름 서비스』는 친구와 가족의 응원에 힘입에 생긋 웃는 얼굴로 눈앞에 펼쳐진 난관을 헤쳐 나가는 타마미의 생생한 분투기를 보여준다. 혼자 사는 어르신을 살뜰하게 챙기는 타마미의 마음 씀씀이, 말하지 않아도 믿고 ‘심부름 서비스’에 동참하는 친구들과의 애틋한 우정, 외국인 새엄마 샤린과의 갈등과 화해의 모습들이 독자들에게 따스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소설에 등장하는 아오바쵸의 푸른 하늘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처럼 모리사와 아키오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우리 곁에서 함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