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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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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우스운가?”
이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윤은 괜한 오기를 부렸다. 이미 별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존심 따윈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저항을 하는 중이었다. 서아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일말의 주저함도 없는 서아의 답에 윤은 거듭 확인하고 싶었다. “내가 원망스럽지 않아?” 서아가 내리 고개를 젓고는 오히려 더 세게 그를 끌어안았다. “내가…… 내가 밉지 않은 거야?” 마른침을 삼킨 윤이 아이처럼 굴며 답을 기다렸다. 절대 그럴 일이 없다는 듯 서아가 마구 고개를 젓고는 고개를 젖혀 그를 올려다보았다. 끝까지 부인하고 부정하려 했으나 그를 무수하게 괴롭혀 왔던 서아의 정화수처럼 맑은 눈동자와 마주하는 순간 윤은 양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싸고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원망도 미움도 아닌 웃음기를 머금은 그녀의 눈물 어린 눈동자를 보노라니 가슴이 벅차 와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이대로만 있어도 좋아…….” 쫓겨날 것이라는 각오까지 한 마당에 이렇게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호사스러운 일이었다. 서아가 그의 옷자락을 놓고는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여러 날 동안…… 앓아누웠다며?” 윤이 죄책감에 눈을 피하며 물었다. 서아가 아무렇지 않은 척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수척해진 그녀의 볼을 한 손으로 매만지며 윤이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섧게 울기라도 하면 어찌하나 속으로 불안해하던 그는 서아의 미소에 더 면목이 없어졌다. “아직 다 회복되지도 않았으면서 나 때문에 아침에도 그리 무리하고. 지금도 이리 오래 서 있으면 안 되지…….” 윤이 그녀를 벌떡 안아 들고는 침상으로 향했다. 그가 침상 위에 그녀를 내려놓자 서아가 벌떡 일어나 서안 옆에 놓인 붓과 벼루를 봤다. 그녀의 의도를 알아챈 윤이 침상에 걸터앉고는 손바닥을 내밀었다.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든 글을 손바닥에 휘갈기고’라던 윤의 타박이 떠올라 서아가 순간 망설였다. 윤이 그제야 기억이 난 듯 멋쩍어 머리를 긁적이고는 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떤 악필이라 해도 읽을 수 있으니 염려하지 말고 마음껏 써. 내가 다 알아맞혀 볼 테니.” 윤이 미처 글을 다 쓰기도 전에 단호하게 말했다. 비록 검과 말고삐를 쥐느라 나무 등걸처럼 거친 손바닥이지만 서아의 부드러운 손가락이 그림을 그리듯 나부끼는 그 느낌이 말할 수 없이 좋았다. ‘너’라는 호칭이 어느 새 ‘그대’라는 호칭으로 바뀌어 있었다. 사소한 일 같지만 서아에겐 엄청난 변화로 느껴졌다. 그가 그녀를 존중해 준다는 의미였다.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