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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는 심어놓고 5
달밤 35 아련 63 토끼 이야기 83 |
李泰俊,, 상허尙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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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왓다. 그러케 방 서방을 춥게 굴든 겨울은 다 지나가고 그 대신 방 서방을 슬프게는 더 구는 봄이 왓다. 진달레와 개나리 꽃가지들은 전차마다 자동차마다 젊은 새악시들처럼 오락가락하고 남산과 창경원에 사구라꽃이 구름처럼 핀 때엿다. 무딘 힘줄로만 얼기설기한 방 서방의 가슴에도 그 고향, 그 딸, 그 안해를 생각하기에는 너머나 슬픈 시인이 되게 하는 때엿다.
---「꽃나무는 심어놓고」중에서 하로는 나는 「평생 소원이 무엇이냐?」고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그까짓 것쯤 얼른 대답하기는 누어서 떡 먹기라고 하면서 평생 소원은 자기도 원배달이 한번 되엿스면 좋겟다는 것이엇다. 남이 혼자 배달하기 힘드러서 한 이십 부 떼여 주는 것을 배달하고 월급이라고 원배달에게서 한 삼 원 받는 터이라 월급 이십여 원을 받고, 신문사 옷을 입고, 방울을 차고 다니는 원배달이 제일 부럽노라 하엿다. [……] 「그럴 것 없이 아주 신문사 사장쯤 되엿스면 원배달도 바랄 것 없고 그 은행소에 다니는 집 개도 상관할 배 없지 않겟느냐?」 한즉 그는 뚱그레지는 눈알을 한참 굴리며 생각하드니 딴은 그렇켓다고 하면서 자기는 경난이 없어 거기까지는 바랠 생각도 못 하엿다고 무릎을 치듯 가슴을 쳣다. ---「달밤」중에서 그러나 안해에게 잠재했던 모성의식母性意識은 그 머리털 한 오리 다을 데 없는 아이언만, 그 아이를 하룻밤 옆에 누였던 것만으로도 굳센 자극을 받었던 모양이었다. 아이 울음소리가 자꾸 들리는 것 같고, 그 울음소리는 자기를 찾는 것 같고, 팔이 헛전하여 무슨 무게든지 아이만 한 것을 안아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생각다 못해 안해에게 앵무 한 마리를 사다 주었다. 새에게라도 엄마 소리를 가르쳐주고 들으라 하였다. 안해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아련」중에서 「비분이건, 감개건 말유. 술 먹구 잊어버릴 정도읫 거면 애초에 비분한 체 감개한 체 하지 말어줘요. 우리 여자들 눈엔 조선 남자들 그런 꼴처럼 메스껍구 불안스런 건 없읍듸다. 술루 심평이 피우? 또 작게 봐 제 가정으루두 어듸 당신들 사내 하나뿐유? 처자식 수두룩허니 두구, 직업두 인전 없구 신문소설 쓸 데두 인전 없구…… 왜 정신 바짝 채리지 않구 그류?」 현은 「득기 싫여」 소리를 치고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으나, 또 반동적으로 이날도, 그 이튼날도 곤주가 되여 드러왔으나, 사실 안해의 말에 찔리기도 하였거니와 저 혼자 취한다고 세상이 따라 취하는 것도 아니요 저 혼자나마도 언제까지나 취할 수도 없는 것이였다. ---「토끼 이야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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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있지만 희미해져가는
누군가에게선 이미 사라졌을 아련하고 그리운 마음들에 대하여 우리 마음에도 사계절이 있다면 여름의 끝, 가을의 시작에는 이태준의 소설이 어울린다. 출판사 종이섬에서 다자이 오사무의 『여학생』, 이상의 『날개·봉별기·단발』에 이어 세 번째 사진소설을 펴냈다. 이번 작가는 『문장강화』로 유명한 소설가 이태준. 그의 단편 소설 4편에 젊은 사진가의 사진을 더했다. 선선한 바람에서 겨울을 떠올리게 되는 때, 따뜻한 것들을 붙잡아 두고 싶은 마음. 이태준의 소설에는 그런 아련하고 그리운 마음들이 담겨 있다. 꽃나무는 심어놓고 / 아마도 벚꽃에 관한 가장 슬픈 이야기. 달밤 / 우리가 잃어버린, 인간에 대한 정직하고 따뜻한 응시. 아련 / 자식 없는 부부의 집 앞에 놓인 하얀 포대기, 그 이후. 토끼 이야기 / ‘문학’을 꿈꾸는 남자의 ‘생활’ 도전기. 고전 텍스트의 맛을 그대로 살린 편집 그 틈을 파고드는 우리 시대 이미지들 종이섬 사진소설 시리즈 젊은 문학을 만들어나가려는 종이섬이 만드는 사진소설 시리즈는 작품이 처음 수록된 잡지의 원문을 최대한 살려 편집한다. 이는 띄어쓰기만 현행 표기대로 정리하고 당시 표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독자는 마치 번역 소설을 원문으로 읽듯, 초판 특유의 표현과 문장의 맛을 만끽할 수 있다(마침표 디자인 역시 당시의 표기를 그대로 살렸는데, 그 느낌이 일부러 의도한 듯 신선하고 감각적이다). 텍스트 편집이 ‘과거 지향’이라면, 텍스트 사이사이로 사진이 과감하게 끼어들게 한 이미지 편집은 ‘미래 지향’이다. 이미지만을 내세우기보다는 내용과 긴밀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조화를 이루는 문학을 위한 사진들은,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고전 작품과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며 우리로 하여금 다시 본격 문학으로 시선을 돌리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