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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기억이 없다 / 기억이 없다 2 / 단식 중입니다만 / 단식 중입니다만(속편) / 단식 중입니다만(완결편) / 오캉의 영역 표시 / 오캉은 못 말려 / 무모한 도전 / 꽤나 즉흥적입니다 / 지갑을 두고 왔네 / 디제리두 효과 / 스키복의 행방 / 면허 도전기 / 인간 도쿄타워 / 지갑을 두고 왔네 2 / 장안의 화제 ‘라인’ / 신의 계시 / 여자에게 머리카락이란 / 끈을 당기고 싶은 충동 / 요정은 각지에 있다 / 못남과 못생김 사이에서 / 편향된 식탐 / 아이슬란드의 택시 / 겨울잠 권유 / 결국 면허를 땄습니다 / 덴쓰맨에게 물었습니다 / 필요 없는 물건은 뭔가요 / 진짜 관광객이었습니다 / 장롱면허 탈출기 / 도가쿠시 신사와 욕망 / 책으로 나온대 / 크리스마스라는 것은 / 후기 / 옮긴이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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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늦은 밤에 친구와 단골 이탈리안 바를 찾았다. 옛날에는 자주 왔었는데 최근 들어 꽤 오래 발을 끊었던 터라 조금 신경이 쓰였던 곳이다.
“사장님, 죄송해요. 지진 이후로 한 번도 안 왔네요. 벌써 1년 반이나 지났어요.” 고개 숙인 사장의 표정이 어쩐지 미묘하다. 역시 화났나? 나는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올렸다. “죄송해요, 앞으로는 자주 올게요.” 그러자 사장이 말했다. “아뇨…… 그게 아니라…… 그…… 에리 씨, 오셨습니다.” 엉? 무슨 말이지? 사장이 송구스러운 듯 얼굴을 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에리 씨는 안 오셨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몇 번쯤, 오셨습니다…… 필름이 끊긴 상태로.” 한동안 금주하겠습니다. ---「기억이 없다 2」중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호가든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친구가 나를 데려갔다. 게다가 마이너스 7도란다. 얼음처럼 차가운 호가든 님. 친구가 “정말 주문 안 해?” 하고 노려본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 후 입술을 한일자로 다물었다. “응, 오늘 완전 단식 날이거든.” 그때 점원이 차가운 호가든 님을 들고 왔다. 친구의 눈이 쓸쓸해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내가 너무 매정한 건 아닌지? “그럼, 한 입만…….” 마음속으로 외쳤다. 선생님, 죄송해요. 입술만, 입술만 적실게요. ---「단식 중입니다만(속편)」중에서 기타리스트인 사하시 요시유키 씨였다. 옆에 있는 여성을 소개해주는데, 놀랍게도 그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와타나베 미사토 씨다. “소개할게, 이쪽은 와타나베 미사토 씨.” 와타나베 씨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다음 순간, 내 입에서 이렇게 튀어나와버렸다. “마이 레벌루션!” 그녀의 히트곡 제목을 댄 것이다. 이게 어떤 상황이냐 하면, 품위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소개받고 다짜고짜 “7인의 사무라이!”라고 외친 것과 같다. ---「꽤나 즉흥적입니다」중에서 가게에 들어가기 전엔 한입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간이 없는데도 무턱대고 들어간 것이다. 인간은 어리석은 동물, 그 훌륭한 맛에 욕심이 생겨버렸다. ‘한입만 더 먹고 싶다…….’ 시계를 흘끗 보았다. 11시 8분. ‘한입만 더.’ 계산은 국수가 나오기 전에 미리 끝내두었다. 한입만 더…… 안 돼. ‘이제 나가야 해!’ 잘 먹었습니다! 외치며 버스정류장으로. 무정하게도 버스는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그 뒤를 쫓았지만 내가 따라잡을 수 있을 리 만무하고……. 그리고 내가 향한 곳은…… 그 옆의 다른 국숫집이었다. “이번엔 오리고기 국수 먹어야지.” ---「도가쿠시 신사와 욕망」중에서 사람들에게 “뭐 하는 분인가요?” “본업이 뭐죠?” “대체 어떻게 살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는 사람이 하나쯤 있다 해도 좋지 않을까요…….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그래도 저는 오늘도…….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후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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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으로 |
어느 날 늦은 밤에 친구와 단골 이탈리안 바를 찾았다. 옛날에는 자주 왔었는데 최근 들어 꽤 오래 발을 끊었던 터라 조금 신경이 쓰였던 곳이다. “사장님, 죄송해요. 지진 이후로 한 번도 안 왔네요. 벌써 1년 반이나 지났어요.” 고개 숙인 사장의 표정이 어쩐지 미묘하다. 역시 화났나? 나는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을 올렸다. “죄송해요, 앞으로는 자주 올게요.” 그러자 사장이 말했다. “아뇨…… 그게 아니라…… 그…… 에리 씨, 오셨습니다.” 엉? 무슨 말이지? 사장이 송구스러운 듯 얼굴을 들고 다시 말을 이었다. “에리 씨는 안 오셨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몇 번쯤, 오셨습니다…… 필름이 끊긴 상태로.” 한동안 금주하겠습니다. - ‘기억이 없다 2’에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호가든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친구가 나를 데려갔다. 게다가 마이너스 7도란다. 얼음처럼 차가운 호가든 님. 친구가 “정말 주문 안 해?” 하고 노려본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 후 입술을 한일자로 다물었다. “응, 오늘 완전 단식 날이거든.” 그때 점원이 차가운 호가든 님을 들고 왔다. 친구의 눈이 쓸쓸해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한테 내가 너무 매정한 건 아닌지? “그럼, 한 입만…….” 마음속으로 외쳤다. 선생님, 죄송해요. 입술만, 입술만 적실게요. - ‘단식 중입니다만(속편)’에서 기타리스트인 사하시 요시유키 씨였다. 옆에 있는 여성을 소개해주는데, 놀랍게도 그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와타나베 미사토 씨다. “소개할게, 이쪽은 와타나베 미사토 씨.” 와타나베 씨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다음 순간, 내 입에서 이렇게 튀어나와버렸다. “마이 레벌루션!” 그녀의 히트곡 제목을 댄 것이다. 이게 어떤 상황이냐 하면, 품위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소개받고 다짜고짜 “7인의 사무라이!”라고 외친 것과 같다. - ‘꽤나 즉흥적입니다’에서 가게에 들어가기 전엔 한입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간이 없는데도 무턱대고 들어간 것이다. 인간은 어리석은 동물, 그 훌륭한 맛에 욕심이 생겨버렸다. ‘한입만 더 먹고 싶다…….’ 시계를 흘끗 보았다. 11시 8분. ‘한입만 더.’ 계산은 국수가 나오기 전에 미리 끝내두었다. 한입만 더…… 안 돼. ‘이제 나가야 해!’ 잘 먹었습니다! 외치며 버스정류장으로. 무정하게도 버스는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멜로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그 뒤를 쫓았지만 내가 따라잡을 수 있을 리 만무하고……. 그리고 내가 향한 곳은…… 그 옆의 다른 국숫집이었다. “이번엔 오리고기 국수 먹어야지.” - ‘도가쿠시 신사와 욕망’에서 사람들에게 “뭐 하는 분인가요?” “본업이 뭐죠?” “대체 어떻게 살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대답도 못하고 고개만 푹 숙이는 사람이 하나쯤 있다 해도 좋지 않을까요…….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그래도 저는 오늘도…….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 ‘후기’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