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采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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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고 먹구름은 점점 짙게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며 번져갔다. 마른 번개도 번쩍번쩍 세상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축을 강타하며 지나갔다. 연기처럼 엷은 기류가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질주해갔다. 열린 현관문으로 보이는 산의 푸르름은 검푸른 덩어리도 전진하고 있었다. 창으로 바람이 요동쳐댔다. 창에 쳐진 발이 끊어지는 돛폭처럼 부풀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달려가서 창을 닫고 또 달려와서 현관문을 닫았다. 양쪽 문을 닫자 바람이 끊어졌다.
집안은 더할 수 없이 고요하였다. 엄숙한 침묵이 흘렀다. 무엇인가가 바뀌어가고 있었다. 새로운 현실이 돋아나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눌러놓은 방석을 가만히 들치고 수화기를 조심스럽게 쳐들었다. 그의 날띄는 소리는 아직 계속되고 있었다. 굵은 빗줄기가 갑자기 온 천지에 요란한 북소리를 내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바람은 수천 수백 필의 광목을 공중에 펼치며 불어가고 있었다. --- p.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