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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오직 우리를 위해 존재해야 해.
할머니한테 사생활은 있을 수 없어. 우리랑 놀아 주고, 요리해 주고, 책 읽어 주는 다정다감한 천사여야만 하는 거야. 그런데 말이지, 요즘 할머니가 이상해졌어. 토요일마다 아침 일찍 들르던 우리 집에도 잘 오지 않고 얼마 전부터는 날마다 도서관에 신문을 읽으러 간대. 그뿐만이 아니야. 머리를 염색하고 예쁜 옷을 사 입고, 컴퓨터를 배우러 다니고, 휴대전화로 비밀 문자를 주고받고……. 이건 할머니의 모습이 아니야. 할머니답지 않아. 도대체 할머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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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고 따뜻하고 우리가 원하는 건 다 들어주는 할머니.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할머니가 달라졌어! ‘할머니’에 대한 편견과 선입관을 깨는 유쾌한 그림책,『할머니가 달라졌어요!』 할머니도 엄연한 여자이자 한 개인으로서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가 있고, 사랑할 권리가 있으며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할 권리가 있는 사람임을 강렬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는 그림책! 할머니의 변신은 무죄! 우리에게 할머니는 어떤 존재일까? 대체로 손자손녀들을 돌보며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자신이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자식들과 손자손녀에게 나눠주는 ‘희생과 인고’의 존재로 각인되어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거꾸로 자식들의 도움이 필요한 힘없고 무기력한 존재이거나. 꼭 우리 할머니가 아니어도 TV에서 보여주는 할머니들의 모습이나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할머니가 달라졌어요!』에서의 할머니는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다. 물론 처음에는 이 할머니도 우리에게 익숙한 할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토요일마다 자식들과 손자들을 보러 집에 들르고,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손자가 원하는 대로 책을 읽어 주고, 몇 시간이고 같이 놀아 주고, 요리도 가르쳐 준다. 큰 집에서 혼자 살고 있고, 좀 멋쟁이였다는 것만 빼면 그야말로 전형적인 우리네 할머니랑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어느 날인가부터 할머니가 달라졌다! 할머니의 발길이 뜸해졌다 싶더니, 머리에 염색을 하고 도서관에 날마다 신문을 읽으러 가고, 컴퓨터를 배우러 다니며 인터넷에 접속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보고, 예쁜 옷을 사 입고, 향수를 뿌리고, 꽃을 사다가 집을 꾸미기도 하고……. 너무 바빠 얼굴 보기가 쉽지 않은 할머니의 놀라운 변신은 ‘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선언하고 실행하는데 이르면 절정을 이룬다. 할머니가 ‘사랑’에 빠져 버린 거다. 오, 세상에 이럴 수가!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할머니, 젊은이의 전유물인 것처럼 되어 버린 ‘사랑’을 하고 활발해진 할머니의 모습이 낯설지만 보기 좋다. 이처럼 『할머니가 달라졌어요!』는 할머니를 여성도 남성도 아닌 별개의 성으로 취급해 온 우리의 오만과 통념을 깨고, 할머니 역시 한 사람의 여자이며 우리랑 다를 바 없는 감정이 있는 인간임을 유쾌하고 통쾌하게 보여 준다. 빨강, 파랑, 노랑 삼색의 조화와 단순하면서도 굵은 선이 만들어 낸 강렬함!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역시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그림이다. 파랑, 빨강, 노랑 세 가지 색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그려 낸 굵고 강렬한 그림은 이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이의 눈에 비친 할머니의 모습이 강약을 조절한 그림으로 깔끔하면서도 감정을 읽을 수 있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엄마의 생일을 맞아 가족 외식을 하고 있는 장면에서, 염색을 하고 나타난 할머니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띈다.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콕 집어낼 순 없지만 왠지 달라진 할머니의 모습을 관찰하는 아이의 눈에는 할머니만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할 머니한테만 색을 입혔다. 노랑머리에 노랑 목걸이, 그리고 빨간 원피스를 입고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앉아 있는 할머니. 단연 주인공이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주인공 아이에게 빨간색 옷을 입혀 할머니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잊지 않는다. 물론 할머니보다 덜 눈에 띄게 검은색 줄무늬를 넣는 센스까지. 이처럼 『할머니가 달라졌어요!』는 할머니의 변신이라는 ‘놀라운 사건’을 강렬한 그림으로 인상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뛰어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