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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여기자 자리__스테파니 해럴 운 나쁜 그녀의 빙고 승전기__켈리 브래핏 정의구현 연맹-필라델피아 지부__제니퍼 와이너 대령__그래험 조이스 네이트 핑크니-엘더슨, 슈퍼 히어로__엘리자베스 크레인 말이 풀려났다__캐리 할러데이 밤을 기다리는 자들__존 맥널리 비행 소년을 위한 오순절 교회의 집__윌 클락 열세 번째 계란__스콧 스나이더 로우 5호__리처드 둘링 스니퍼__노리아 자블론스키 이럴 수가, 마나맨이다__조지 싱글턴 응징자와의 인터뷰__탐 비셀 퀵스탑 파이브?__샘 웰러 기억자__J. 로버트 레넌 성 미저리의 수녀들__로렌 그로드스타인 미스터 빅딜__션 두리틀 약간만 슈퍼__데이빗 유 역자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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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살 속에서 보는 그는 덜 예뻐 보였다. 헤 벌린 입 사이로, 기도를 통해 공기가 들락날락했다. 여드름도 몇 개 보였다. 심지어 위가 짧고 아래가 긴 층층 머리 스타일까지 하고 있었다. 화장실에서 변기 커버를 올려 놓은 채 나왔다는 사실은 그의 회고록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런 점에 이끌렸다. 그는 눈앞의 실물이다. 그가 스스로 둘러쓴 완벽한 이미지, 『정의의 비행』에 나오고 독자들이 믿는 ‘슈퍼 히어로’ 행위 때문에 끌린 것이 아니다. 트림과 방귀, 사타구니를 벅벅 긁는 습관, 구부정하니 정신없이 자는 모습. 그런 모습이 그를 현실의 인간으로 만들었다. 냉장고 앞에서 당근 주스를 컵에 따르지도 않고 통에 입을 대고 직접 마시는 모습은 말할 나위도 없고. --- pp.22-23, 「여기자 자리」 마티가 자신의 이 층짜리 아파트 건물 어두운 주차장에서 시동을 끌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차 문을 여는데 문짝이 마치 티슈가 찢어지듯 차체에서 떨어져 나가더니, 손에서 빠진 문이 십 미터 저쪽으로 날아가서는 쓰레기로 넘쳐나는 수거장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떨어진 것이다. 건물 여기저기서 불이 켜졌다. “뭐야, 이거?” 어안이 벙벙해진 마티가 중얼거리며 차에서 나왔다. 그는 자신의 손과 차 문이 있던 빈 공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려 십 미터 저쪽 땅바닥에 뒹구는 문짝을 보았다. 어쩔 줄 몰라 하며 잠시 서 있다가 자기 몸을 내려다보니 어느새 팔, 다리, 가슴이―온몸이―두꺼워져 있었다. 그는 땅바닥에 꿇어앉더니 아무도 믿지 못할 행동을 했다. 올즈모빌 커틀러스의 측면 러닝보드 밑에 두 손을 대고는 차를 들어 올린 것이다. --- p.389, 「퀵스탑 파이브?」 이 모임의 회원들이 다른 모든 면에서는 지극히 평범하다는 게 나로선 놀랍다. 사실 벽을 통해 걸어간다거나 욕조에서 둥둥 뜬다거나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점을 잊게 된다. 이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우리들 바로 옆집에 세를 들고, 집을 사고, 애완동물을 기르고, 같은 가게에서 물건을 산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그들이 깊고 어두운 비밀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지만, 따져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는가? 특수 능력이 없는 우리들에게도 비밀은 있다. 단지 조금 덜 흥미로울 뿐. 우리도 직장에서 몰래 연애를 하고, 이력서에 거짓 경력을 써넣고, 파는 리소토를 디너 파티에 내놓고는 직접 만든 척한다. --- pp.510-511, 「약간만 슈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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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과 성의 정치학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기술 발전은 우리의 행성을 놀라울 만큼, 그리고 두려울 만큼 작게 만들어 버렸다. 최악의 악당은 스판덱스 옷을 입고 극지방의 지하 얼음 궁전에 사는 것이 아니라 번듯한 양복을 입고 반들거리는 회의실 책상 너머에 나타난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명백해졌다.
미국 코믹스 황금시대에 출간되었던 만화책들에 등장하던 너구리 눈을 한 소매치기들은 더 이상 우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겐 폭탄 테러, 줄어 가는 원유 매장량, 지구 온난화, 삐걱대는 국제 질서 등이 있다. 아무리 탄탄하고 넓은 방탄 가슴도 이 모든 고장 난 기차들을 멈출 수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슈퍼맨은 이러한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대안은? 바로 지금 여러분의 손안에 들려 있다! - 서문 중 “절 구해 주셨군요!” “히어로라면 당연히 하는 일이지. 여자 구하기.”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캣우먼……. 세상에는 참 많은 슈퍼 히어로들이 있다. 그들은 초능력 혹은 특수한 능력(재력을 포함해)을 지녔고 거의 전지전능하다시피 하며, 그런 주제에 세상 그 누구보다 정의감이 넘치고, 세상을 구하는 일을 자신의 사명이라 믿는다. 그야말로 슈퍼 히어로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자. 크게는 전쟁이나 국제 정세, 작게는 살인적인 물가 상승과 늘어만 가는 범죄, 하다못해 지금 내 손에 들린 얄팍한 지갑 사정조차 구해 줄 수 있는 히어로 따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늘을 날아다니고 눈에서 레이저 빔을 쏘고 손에서 거미줄을 뿜어내는 초능력 따위, 어차피 우리에겐 없다고? 공중을 날 수도 있고 물속을 나아갈 수도 있는 특수 개조 자동차나 최첨단 하이테크놀로지 슈트 따위, 존재한다 한들 우리 손에 넣을 방법이나 있겠느냐고? 허황되고 현실성 없고, 그러면서도 흔해 빠진 슈퍼 히어로 물이 지겨워졌다면, 이제는 이런 히어로(?)들은 어떨까? 찌질하고 한심하고, 어설프기까지 한 초능력자들의 고군분투기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키지? 빅 가이는 하늘을 날 수도 있고 떨어지는 인공위성을 우주 저 멀리 던져 버릴 수도 있는 초능력자 히어로! 그러나 막상 본모습을 보면, 툭 하면 삐치는 유치한 성격에 머리 스타일이나 패션 감각은 촌스럽고, 여자를 밝히는 데다 도박도 좋아하고, 통에 든 주스를 컵에 따르지도 않고 입을 대고 마시는가 하면 볼일을 본 후 변기 커버를 다시 내려두지도 않는다. 외출하고 돌아온 차 안에는 다 먹고 버리지도 않은 핫도그 포장지까지. 이런,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만 빼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남자들과 다른 점이라고는 없잖아. 주유소에서 수다나 떨면서 드문드문 오는 손님을 상대하고 게으름 피우며 하루를 보내던 직원들이 어느 날 갑자기 화학 연료의 부작용으로 슈퍼 파워(?)가 생겼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순간 손에 들고 있던 물건과 합체되는 바람에, 열여섯 살 소녀는 머리 위에 콘돔 꼭지가 달린 고무 인간이 되고 육포를 물고 있던 청년은 온몸이 육포로 변해서 출근길에 개에게 쫓기고 만다. 심지어 씹는담배 덩어리로 변해 아예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게 된 직원도 있다. 태어나서 한 번도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적이 없는 짐, 세상에서 가장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제니퍼, 한 발로 누구보다 빠르게 뛸 수 있는 호퍼……. 어설픈 슈퍼 파워(?)를 가진 사람들. 이들은 매일 매일 주변의 눈과 인터넷과 NASA를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유일하게 숨 돌릴 수 있는 곳은, 자기와 마찬가지로 어설픈 능력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하는 작은 모임. 과연 이런 사람들도 진짜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슈퍼 파워가 있고, 심지어 그 힘으로 사리사욕을 채우지도 않고, 오로지 악당을 물리치고 인류와 세상을 구하는 일이 자신의 의무이자 사명이라 믿으며,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순애보적인 면모까지 갖춘 잘나디잘난 슈퍼 히어로들. 너무 완벽해서 이 세상에 있을 리 없는 허황된 히어로들의 이야기는 오직 영화 안에만 있을 뿐이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우리는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고 나면 허무함이 남을 뿐이다. 그럴 때 이 책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다. 히어로가 되고 싶어 하는, 자신 안에 있는 힘 때문에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평범한 사람,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슈퍼 파워를 가진 등장인물의 한심한 행태를 보며 피식 웃게 되고, 힘 때문에 고민하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리게 되는 이유는, 그런 모습들이 평범한 우리와 별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슈퍼맨이 나타나 우리의 고민거리를 우주로 날려 주지는 않을 테고, 우리는 결국 스스로의 힘만으로 세상을 헤쳐 나갈 수밖에 없으니까. 때로 힘들고 지쳐, 굉장한 누군가가 짠 나타나서 이 모든 상황을 타개하고 세계에 평화를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줬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면, 이 책을 권한다. 우리들만큼, 혹은 우리들보다 더 한심하고 답답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새로운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나 자신도 험난한 인생을 헤쳐 나가는 한 명의 슈퍼 히어로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