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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一章. 고자(鼓子) 세자 二章. 승은계약 三章. 취선당의 밤 四章. 태화당(泰和堂) 五章. 윤의 향(香) 六章. 운종가(雲從街) 七章. 고백 八章. 언약(言約) 九章. 늦은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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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一章. 고자(鼓子) 세자 二章. 승은계약 三章. 취선당의 밤 四章. 태화당(泰和堂) 五章. 윤의 향(香) 六章. 운종가(雲從街) 七章. 고백 八章. 언약(言約) 九章. 늦은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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序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一章. 고자(鼓子) 세자 二章. 승은계약 三章. 취선당의 밤 四章. 태화당(泰和堂) 五章. 윤의 향(香) 六章. 운종가(雲從街) 七章. 고백 八章. 언약(言約) 九章. 늦은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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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심에게서는 생기가 넘쳐흘렀다. 그녀의 생김새며 표정, 태도, 울고 웃으며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까지, 모든 것이 생생한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단지 이목구비가 수려하다거나 용모가 빼어난 것과는 다른 매력이었다. 순심의 얼굴은 달리 웃지 않아도 타고난 듯 화사했다. 총기가 빛나는 눈동자는 새봄 꽃송이가 피어나는 순간처럼 생동하고 있었다.
윤은 제 평생 보았던 궁인들의 모습을 되새긴다. 근엄하며 경직된 얼굴, 감정을 절제하는 데 익숙한 얼굴들을. 그는 지금껏 순심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표정을 가진 이를 본 적이 없었다. “순심아, 어찌해야 하겠느냐?” “무, 무엇을요?” 어지러이 흔들리는 순심의 눈을 본 윤이 낮게 웃었다. “여인에게 처음 처소를 내리면, 첫 밤을 함께 보내야 한다는 관습이 있는 모양이다. 내관이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얘기해주더구나.” “아, 그럼 저하께서 오늘밤 여기서…….” “되었다. 내 장난이 지나쳐 또 너를 놀라게 한 모양이구나. 잊었느냐? 나는 사내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 대화의 내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도, 윤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그러나 순심은 웃어야 할지,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세자가 사내구실을 못한다는 소문이 궐 안에 파다한 마당에, 굳이 서로가 불편하게 함께 밤을 보낼 이유는 없겠지. 편안히 침소에 들도록 해라. 들른 것은 할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혼자 잠들 수 있어 기뻐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진짜 승은을 입을 기회를 잃은 것을 슬퍼해야 하나. 복잡한 속마음을 들킬까 두려워 순심은 급히 입을 열었다. “제가 동궁전에서 경거망동할까 저어되어 나오신 것 아닙니까? 소인, 결코 저하께 누가 될 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까는 나를 만난 것을 크게 후회하는 눈치던데.” “그, 그거야…….” 순심이 눈치를 살폈다. “동무도 없고, 아는 이도 없는 이곳에 갑자기 뚝 떨어지게 되어 낯설고 외롭습니다. 서글픈 마음이 들어, 저도 모르게 그만…….” 순심이 얼굴을 붉혔다. 윤이 더 이야기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궐에서 쫓겨났다면 더욱 막막했을 것입니다. 저하 덕에 출궁만은 면하게 되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일입니다.” “내가 아니었다면 애당초 출궁을 해야 할 이유조차 없지 않았겠느냐?” “그렇긴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 순심이 고개를 들었다. 용기를 내 윤을 올려다보니 키가 장대같이 큰 세자 저하의 용모가 참으로 수려하다. “그것이 소인의 운명이었던 것이라고요.” “운명?” “예, 저하를 마주칠 운명이요.” “하면 너는 우리의 만남이 운명이라 얘기하는 것이냐?” 순심이 고개를 저었다. “어찌 하늘같은 저하와 미천한 소인이 같다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만남이 저하께는 별거 아닌 일일지언정, 소인에게는 삶을 바꿀 만큼 큰일이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구나.” 진지한 소리를 늘어놓는 순심 앞에서 윤이 엷게 웃었다. “당부를 전하러 온 것이다. 순심아, 나와의 거래를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된다. 손만 잡고 잔 것이다. 알겠느냐?”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하.”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한 나라의 지존이 될 자가 어찌하여 사내구실을 하지 못하는 듯 행동한단 말인가.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