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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5
제1부 시·문학·문화 시: 정신, 감정, 의식, 전위 15 자본의 힘과 시의 우위 19 젊은 시인이여 네 머리를 돌로 쳐라 27 생각, 앎, 언어, 아름다운 삶 36 박영근 시인을 추억하며 43 책, 불빛, 외로움, 습관 48 다형 김현승, 잊을 수 없는 시인 55 고은 시인을 찾아서 65 신경림 시인을 찾아서 73 꿈 혹은 추억 82 순수 혹은 저절로 그러한 삶 91 강한 책임감 혹은 분명한 가치관 99 성찰과 응시 102 시, 풍경과 존재의 변증법 111 가슴과 이마에 등불을 켜고 122 시조를 쓰고 읽는 즐거움 127 나는 이런 시를 쓰고 싶다 131 시적 발상과 형상의 언어 143 제2부 시 쓰기의 흥취와 아취 운명의 출발 157 진해 바다 혹은 사로잡힌 마음 161 저희들 마음대로 깔고 뭉개는 내 고향마을 164 죽음의 늪을 건너는 법 1 72 죽음의 정서들 밖으로 내는 쬐그만 창 184 생활과 자연과 시의 서정들 208 생태환경의 현실, 그리고 우주와의 연대 221 언어 혹은 바람에 대한 몇 가지 상념 246 지구와 달을 모시고 사는 생명의 길 259 반성하고 성찰하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으랴 272 시와 성스러움의 경지 276 오늘의 시조와 역사적 현재 280 하나로 빛나는 보랏빛 설움 287 제3부 시 읽기의 기쁨과 재미 독재, 저항, 투옥, 자유 293 박용래 시의 계보 300 17번 다순이 308 살아 있는 눈, 깨어 있는 마음 312 시와 고향의 모래둑 316 풍경 혹은 풍속의 발견 320 생생한 아픔과 경험의 시 325 상징으로 읽는 현대시 329 내화된 상처 혹은 고뇌 337 엿새는 질주하고 하루는 소요하는 사람의 이야기 341 차마 보내지 못한 사람들 347 진정한 전위정신 352 시를 읽는 봄밤 356 순간의 형식 혹은 장르의 통합 360 포도나무 시대가 나팔꽃 시대를 받아들이는 노래 366 소신공양을 마친 어둠 속의 존재들 374 지고의 선 혹은 물의 상상력 379 제4부 역사·사회·현실·문학 생명시학, 살아온 길과 살아갈 길 385 [삶의문학]과 1980년대의 한국문학 388 삶 속에서, 삶을 통해, 삶과 더불어 393 깨어 있는 정신, 활기 있는 작품 398 기독교 운동과 1980년대의 시 410 완충과 중립으로 표상되는 원시대지와 생명의 노래 416 초월적 죽음과 튼실한 울음의 세계 428 1994년 민족문학계 동향에 대하여 442 도로명 주소를 반대하는 문화예술의 시각 447 |
李殷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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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한 방법적 성찰은 우선 대상인식과 한국어 운용능력을 전제로 한다. 아무런 내적 질문도 없이 평범한 인물을 평범한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는 시, 즉 너무도 뻔한 ‘인물형상의 시’만큼 독자들을 짜증스럽게 하는 것은 없다. 민중적 인물을 형상화한다는 미명하에 하급 계급의 인물형상을 상투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이들 시는 기본적으로 시인 자신에 대한 탐구가 결여되어 있어 독자들을 쉽게 식상하게 한다. 묘사의 주체로서 시인 자신에 대한 탐구가 없이 대상 인물을 있는 그대로 평범한 시각으로 드러낼 때 무슨 새로움(모더니티)이 있고, 무슨 진실(리얼리티)이 있겠는가. 인물형상을 대상으로 삼더라도 대상 자체를 새롭게 드러내기 위해 이미지나 상징 등 수사적 장치를, 모더니즘적 기법을 십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시의 대상은 외적 현실이나 사물이 아니라 내적 의식이나 무의식일 수도 있다. 시의 주체도 작품 밖의 관찰적 자아가 아니라 작품 안의 고백적 자아일 수도 있다. 어떠한 시점을 선택하더라도 제대로 된 시인이라면 대상과 주체를 자유롭게 부리고 운용할 수 있는 미적 자유를 획득하고 있어야 한다. 방법적 자각은 한국어 운용하는 능력의 면에서도 매우 필요하다. 거칠고 조악하게 한국어를 드러내서는 좋은 시를 쓰기가 쉽지 않다. 정밀하고 섬세하게 시의 문장을 다듬어내지 못하고서는 훌륭한 시인이라고 할 수 없다. 시를 시답게 하는 첫 번째 지점에 리듬이 있다면 한글 24자모가 만드는 음상音相에 대해서도 철저한 자각이 필요하다. 각각의 자음과 모음이 이루는 소리의 결과 이미지에 대해서도 시인 나름의 치밀한 깨달음이 있어야 마땅하다. 한국어 시는 각운이든 두운이든 압운을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각 행의 음절이 고정되어 있지 않는 것이 한국어 시의 중요한 특징이다. 시인이 시의 행을 운용하는 데도 개성적 자각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어 시에서는 리듬이 태어나는 원초적인 지점이 시의 행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운보다는 율에 의지하는 것이 한국어 시의 리듬이라는 것도 항상 기억해야 한다. 리듬감이 풍성한 시를 쓰기 위해 율격 체계에 대한 자득이 필요하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 p.33~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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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본래 좋은 시는 보이는 것, 곧 가시의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곧 비가시의 것이 길항하고 갈등하는 가운데 창작되기 마련이다. 보이는 것, 곧 가시의 것은 현상의 물질세계를 뜻하고, 보이지 않는 것, 곧 비가시의 것은 본질의 정신세계를 뜻한다. 풍경과 존재, 형상과 진리, 현상과 본질이 충돌하고 길항하는 가운데 태어나는 것이 시라고 하더라도 나는 늘 시에서 존재보다는 풍경을, 진리보다는 형상을, 본질보다는 현상을 앞세워 오고 있다. 이들과 관련해 선후를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이미지인 물질이 진리인 정신보다 선행하는 시를 선호해온 것이 나이기는 하다. 본래 나는 시라는 것이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을 통해 의(意)를 노래하고,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을 통해 법(法)을 노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변주와 착종을 십분 받아들이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관점으로 시를 읽고 시를 써온 것이 그동안의 나이다. 선후를 말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상의 경우이든 환상의 경우이든 내가 이처럼 의미보다는 이미지가 선행한다는 관점으로 시를 읽고 써온 것은 사실이다. 선행하든 후행하든 이는 곧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길항하고 갈등하는 가운데 좋은 시가 태어난다는 것을 가리킨다. -「책머리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