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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제 사라마구 문학상, 포르투갈 텔레콤 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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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공살루 M. 타바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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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calo M. Tavares

앙골라의 수도 루안다에서 태어나 포르투갈에서 성장했다. 31세에 시집 『춤의 책』을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해 2004년 장편소설 『예루살렘』으로 ‘주제 사라마구상’과 ‘포르투갈 텔레콤 문학상’을, 2010년에는 장편소설 『기술 시대에 기도하는 법 배우기』로 프랑스 ‘최우수 외국 소설상’을 수상했다. 주제 사라마구로부터 “미래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인재”로 언급된 타바리스는 현재 시와 소설, 희곡 등 다양한 문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예루살렘』과 『작가들이 사는 동네』(전 2권)가 있다. 『꼬마 안데르센의 사전』은 그의 첫 번째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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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엄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교 대학원과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교 대학원에서 라틴 아메리카 소설을 공부했다. 옮긴 책으로는 로베르토 아를트의 『7인의 미치광이』,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인상과 풍경』, 리카르도 피글리아의 『인공호흡』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6월 15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424g | 128*188*20mm
ISBN13
9788932910963

책 속으로

「부모님 말로는 당신은 사람들 마음을 볼 수 있다고 하던데.」
「그래요.」
「그래, 사람들 마음은 어떻던가요?」
「음모가 나 있어요.」
「농담하지 말고요.」
「진짜 그렇다니까요.」
「하느님을 믿나요?」
「여섯 살 되기 전에 배운 건 모두 다 믿어요. 여섯 살 무렵엔 동화책보다 성경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을 정도니까요.」
「그러면 하느님의 존재를 믿겠군요.」
「여섯 살 되기 전에 배운 건 죄다 믿는다니까요. 그 뒤로 배운 건 죄다 거짓말이에요.」
「밀리아, 왠지 당신한테 마음이 끌리는군요. 다시 만나서 얘길 나누고 싶은데…….」
「웃기고 있네.」---p.38

전쟁 때부터 힌네르크는 늘 두 가지를 몸에 지니고 다녔다. 그중 하나는 언제나 바지 허리춤에 끼운 채 셔츠로 가리고 다니는 권총이었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그의 마음을 짓누르는 두려움이었다. 완전히 사라지지도, 그렇다고 「잠잠해지지도 않는」 두려움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의 삶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어쩌다 한꺼번에 몸속으로 몰려들어 짜릿함을 주는 극적인 상황이 와도 마음속 두려움은 요지부동이었다. 그의 마음에서 한시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다소 구부러진 코라든지, 시력을 상실한 눈, 혹은 절룩거리는 다리와 마찬가지로 몸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현상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래서 힌네르크는 길거리에 나서기만 하면 이내 두려움에 휩싸였다. 집에 홀로 있을 때나, 잠을 잘 때도 여전히 두려움에 짓눌리기 일쑤였다.---p.65

학교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던 카스였지만 어쩌다 사소한 일로 급우와 말다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정말로 화가 치밀어 오르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꽁해 있던 탓에 주변 아이들로부터 겁쟁이라고 놀림을 받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카스는 한 아이와 주먹다짐 직전까지 간 일이 있었다. 서로 험한 욕을 해대며 엉겨 붙기 직전, 그 아이는 뭔가를 잊고 있었다는 듯이 갑자기 싸움을 멈추고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를 떠났다. 평소 같으면 겁쟁이라고 놀림을 받아도 싼 행동이었는데 말이다. 카스 곁을 지나가던 그 아이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같은 애랑 싸울 순 없어.」---pp.93-94

곰페르츠 박사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환자의 상태를 판단했다. 가끔 그는 환자들에게 이처럼 대담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나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특정한 주제에 관해 아주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수학이나 문법 교수처럼, 곰페르츠도 환자들
에게 정답이 하나밖에 없는 문제를 던지곤 했다. 정신이 멀쩡한 사람이 들어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심지어 미로처럼 복잡한 인간의 정신세계에 어느 정도 도가 튼 테오도르 부스벡 박사조차 곰페르츠의 치료 방식이 너무 위압적일 뿐 아니라 의학적 견지에서도 인정하기가 어렵
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가?---pp.107-108

「일이 이렇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박사님 부인이신 밀리아와 또 다른 환자가 글쎄 그 짓을 한 겁니다. 그것도 다른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말입니다. 이틀 전의 일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게 돼서 정말 유감입니다만 그렇다고 마냥 숨기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고……. 하여간 솔직히 말씀드리는 것 외엔 달리 뾰족한 수가 없을 듯합니다. 그 장면을 직접 본 사람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간호사 두 명이 뛰어들어 간신히 떼어 놓긴 했다는데, 이미 엎질러진 물이나 마찬가지였죠. 간호사들 말로는 그저께 갑자기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더랍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가봤더니 글쎄 상상도 못할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더라는 겁니다. 병원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너무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제 입장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p.130

교회 뒤쪽으로 간 밀리아는 작은 가방 속에서 가루가 날리는 작은 물건을 꺼냈다. 하얀 분필이었다. 갑자기 그녀는 벽에다 뭔가를 쓰기 시작했다. 알아보기 힘들 만큼 아주 작은 글씨로……〈배고픔〉.
바로 그 순간, 위장으로 뭔가가 강하게 밀치고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두 번째 통증이었다. 팔이 힘없이 늘어지면서 손에 쥐고 있던 분필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는 다른 거리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배가 고팠다. 동시에 복부의 통증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졌다.
그런데 걷다 보니 기분이 점점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아, 배고파! 난 절대로 죽지 않을 거야. 이렇게 배가 고픈데 어떻게 죽을 수 있겠어!
놀랍게도 밀리아는 그 순간 확신에 차 있었다. 그렇게 배가 고프다는 건 적어도 지금 당장은 죽지 않을 거라는 분명한 증거였으니까. 〈이토록 못 견디게 배가 고픈데, 다른 시시한 고통 때문에 갑자기 죽을 순 없는 일이지!〉 다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배고픔을 잊으려고 애썼다. 지금 뭔가를 먹으면 당장은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조금 있으면 또 다른 놈이 찾아올 게 뻔하고, 재수 없으면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을 거야.---p.244

자물쇠 꾸러미가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조심스럽게 손바닥 하나 들어갈 만큼 문을 열었다. 좁은 문큼 사이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눈동자들이 보였다. 밀리아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려고 오른손으로 권총을 꽉 잡고는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반대편에 있던 이들은 여전히 문을 열지 않은 채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당장 누구한테든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다시 마음을 추스른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사람을 죽였어요.」 밀리아가 말했다. 「들어가도 될까요?」

---p.264

줄거리

5월 29일 새벽, 네 명의 인물들이 뭔가에 홀린 사람들처럼 어디론가 길을 나선다. 테오도르 부스벡 박사는 여자를 찾아 밤거리를 헤매고, 언어 장애가 있고 다리가 불편한 열두 살배기 아들 카스는 밤에 몰래 사라진 아버지를 찾으러 무작정 길을 나선다. 반면 테오도르의 전처 밀리아는 불임 수술 후유증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교회로 향하지만, 모두 문이 닫혀 있다. 갈 곳이 없어진 밀리아는 게오르크 로젠베르크 정신 병원에서 함께 지냈던 애인 에른스트 슈펭글러에게 전화를 거는 도중 정신을 잃는다. (카스는 밀리아와 에른스트 사이에 난 아들이지만, 법적인 아버지는 테오도르다.) 한편 자살을 하기 위해 창문 앞에 서 있던 에른스트는 밀리아의 전화를 받자마자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밤거리로 달려 나간다. 마침내 교회 앞 공중전화에 쓰러져 있는 밀리아를 발견한다. 또한 전쟁에 참전한 뒤로 심각한 정신적 공황에 빠져 있던 힌네르크는 끓어오르는 불만을 이기지 못하고 무언가를 찾아 거리로 나선다. 아버지를 원망하며 거리로 나온 카스는 결국 힌네르크의 욕망의 먹이가 되어 무참하게 살해된다. 살인을 저지른 뒤 우연히 교회 쪽으로 간 힌네르크는 에른스트를 도와, 쓰러진 밀리아를 부축해 벤치에 앉힌다. 타인에게 도움을 줬다는 사실에 뿌듯해진 힌네르크는 두 사람에게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보여 준다. 그러나 에른스트가 실수로 총을 발사하는 바람에 힌네르크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에른스트는 겁에 질려 달아나고, 밀리아는 권총을 주워 들고 교회 문으로 향한다.

출판사 리뷰

〈포르투갈의 카프카〉라는 찬사를 받는 무서운 신예, 공살루 M. 타바리스의 대표작 『예루살렘』(2004)이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현재까지 세계 21개국에 번역 판권이 팔렸으며, 타바리스는 이 작품으로 리스본에서 활동하는 35세 이하의 작가에게 주는 〈주제 사라마구 문학상〉과 〈포르투갈 텔레콤 문학상〉을 받았다. 타바리스는 1970년 생의 포르투갈 작가다. 현재 리스본 대학교에서 인식론을 강의하는 교수이기도 한 그는 31세에 시집 『춤의 책』(2001)의 출간을 시작으로, 시, 소설, 희곡, 콩트 등 장르를 넘나들며 빼어난 작품들을 쏟아 내, 현재 포르투갈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꼽히고 있으며, 2010년에는 장편 『기술 시대에 기도하는 법 배우기』(2007)로 프랑스 〈최우수 외국 소설상〉을 받는 등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예루살렘』은 미지의 도시, 어느 밤거리에 모여든 남녀가 들려주는 생생한 내면의 목소리로 이뤄진다. 공포와 역사의 관계를 규명하려는 과학자 테오도르, 그의 아들 카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그의 전처 밀리아, 그녀의 전화를 받고 달려 나온 옛 연인 에른스트,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힌네르크……. 이들의 내면에 권력이 새겨 놓은 상흔을 날카롭게 해부한 도발적이고 비극적인 문제작 『예루살렘』은 『눈먼 자들의 도시』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로부터 〈서양 고전의 반열에 오를 만한 위대한 소설〉이라는 아낌없는 찬사를 받은 바 있다.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관통하는 암울하지만 위대한 책

이 책은 5월 29일 새벽, 미지의 도시, 교회 앞의 어느 밤거리로 모여든 공포와 고통에 사로잡힌 등장인물들의 토막 난 목소리들이 불협화음처럼 한데 엮이는 독특한 구조를 갖는 소설이다. 예루살렘이 배경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 작품의 어디에도 정확한 시대와 장소를 가리키는 지표는 등장하지 않으며, 이 같은 배경의 모호성은 독자로 하여금 이 작품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현대 사회 보편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한다.

리스본 대학교에서 과학 이론을 강의하고 있기도 한 작가 타바리스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학자 테오도르와 마찬가지로, 광기와 정상성(normality), 감시와 처벌, 공포와 그것의 역사적 표출로서의 폭력, 즉 대량 학살의 문제에 집중한다(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으나 제2차 세계 대전을 암시한다). 한마디로, 『예루살렘』은 정신 병원·국가·교회로 대변되는 권력의 문제를 파고드는 진지하고 어두운 작품이다. 게오르크 로젠베르크 정신 병원이라는 알레고리적 공간이 보여 주듯, 치밀한 감시의 시선 혹은 권력은 인물들이 그곳을 탈출한 뒤에도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도처에 존재한다. 감시하고 벌주는 권력이, 두려움과 고통이라는 형태로, 이미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신체에 침투한 까닭이다. 게오르크 로젠베르크 정신 병원에서 탈출한 여주인공 밀리아가 〈예루살렘아, 내가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 버릴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떠올리며, 「예루살렘아」를 〈게오르크 로젠베르크여〉로 바꾸어 부르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정신 병원에서 강제로 시행한 불임 수술의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밀리아의 신체야말로 지배 권력과 그것에 맞서는 생명이 맞붙는 격전지이며, 거기서 오는 치열한 〈고통〉이야말로 〈[그녀]의 삶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 주는 말〉인 것이다.

결국 손상된, 고독한 등장인물들은 한날한시에 운명적으로 모이지만 서로 죽고, 죽이고, 흩어진다. 그들은 결코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획득하지 못하며, 서로에게 막연히 이끌리지만 끝까지 내면의 독방에 고립돼 있으며, 그 무엇도 생산하지 못한다. 작가의 시선은 가차 없이 비관적이다. 아무리 고통과 배고픔을 호소해도 굳게 닫혀 있던 교회의 문은 〈사람을 죽였어요〉라는 죄의 고백이 있은 뒤에야 빼꼼히 열린다.

바로 이러한 철저한 비관주의, 비극적 세계관이야말로 『예루살렘』이 갖는 독창성과 통렬하고도 음험한 아름다움의 근원이라고 하겠다. 선배 소설가 주제 사라마구로부터 질투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은, 젊은 〈천재〉의 〈위대한 작품〉이 여기 있다.

추천평

『예루살렘』은 위대한 소설이다. 서른다섯 살에 감히 이렇게 잘 쓰다니, 한 방 먹여 주고 싶을 정도다.
주제 사라마구
엄청난 미래가 예견되는 천재.
엔리케 빌라마타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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