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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참 쉬운 인생
역자 후기

저자 소개

저자 : 케이 기본스 Kaye Gibbons
1960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내시 카운티에서 태어났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에서 수학하고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캠퍼스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학 재학 시절에 쓴 『엘렌 포스터』가 수 카우프만 문학상과 헤밍웨이 재단 특별상을 수상하고,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소개되는 등 일약 실력 있는 신예 작가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출간되는 작품마다 화제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1996년에는 불문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문예기사훈장을 최연소로 받았으며, 하틀랜드 상, 월터 롤리 문학상, 펜-랩슨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참 쉬운 인생』은 20세기 초중반, 세계대전과 경제공황의 격동 속 남자 부재의 가정에서 여성 삼대가 독특한 연대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소설로, 2002년에는 TV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잭 스토크스의 아내』 『꿈의 치료제』 『보지 못한 장면들』 『마지막 오후에 있었던 일』 등이 있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롤리에 거주하고 있다.
역자 : 이소영
서울대학교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밀워키의 위스콘신 대학에서 영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경희대, 고려대, 중앙대, 한양대 강사를 역임했다. 『엘렌 포스터』 『잭 스토크스의 아내』 『더 이상 평안은 없다』 『브루스터플레이스 여자들』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해롤드 블룸 클래식』(전 8권)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 『테헤란에서 롤리타를 읽다』 『하나님의 위대한 유산, 여자』 『이브가 깨어날 때』 『페미니즘 사상』 등 20여 권의 소설 및 이론서를 번역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06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58쪽 | 376g | 148*210*30mm
ISBN13
9788972883951

책 속으로

할머니의 인생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실을 말할 때 조금 극적인 상황 연출을 위해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는 전혀 없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1902년 순회목사의 주례로 결혼한 다음 패스쿼탱크 강에 있는 자그마한 오두막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는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고립된 채 단둘이서 살았다. 할머니는 계속해서 강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의 병구완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근처에 살던 인디언 여인들도 자신들의 치료법보다 할머니의 식물뿌리 치료법을 선호하게 되었다. 우리 엄마는 1904년 그곳에서 태어났다. 분만을 도운 사람이 소피아 스노라는 이름의 인디언 노파였으므로, 엄마의 이름은 소피아 스노 버치가 되었다. 할머니는 19세기 여인들이 흔히 경험했던 끔찍한 산고를 장시간에 걸쳐서 참아내야만 했다. 아이가 나올 기미는 전혀 없이 서른여섯 시간 동안 진통으로 고생하던 할머니는 중력의 힘을 빌리기 위해 침대기둥을 붙잡고 선 채로 아이를 낳아보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인디언 산파는 깃털 방법을 써보자고 할머니를 설득했다. 그리하여 인디언 산파 소피아는 자신이 기르던 공작의 깃털을 하나 뽑아서 깃털 끝을 통해 약간의 고춧가루를 할머니의 콧속으로 불어넣었다. 할머니는 광란을 일으키듯 연신 재채기를 해댔고 어느 정도 제정신을 차리자 소피아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러자 소피아는 할머니의 얼굴을 맞받아쳤고 그 결과 소피아는 할머니로부터 존경심과 함께 일 달러를 더 받아내게 되었다. 그런 후 한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엄마가 태어났다.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참 쉬운 인생』은 데뷔작 『엘렌 포스터』로 수 카우프만 문학상과 헤밍웨이 재단 특별상을 수상하고 『잭 스토크스의 아내』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되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미국의 여성주의 작가 케이 기본스의 네 번째 소설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1940년대 미국 남부의 대저택에 세 여인이 있다. 무면허 의사이긴 하지만 무엇이든 꿰뚫어보는 외할머니 찰리 케이트, 예쁜 숙녀가 아니라 우아한 중년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혼란스러워하는 어머니 소피아, 카운티에서 제일가는 수재지만 남자애들에게는 인기 없는 마거릿. 이 집안 남자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나 하니, 할아버지는 명망 높은 할머니의 기세에 눌려 집을 나간 지 오래고, 바람둥이에 한량이던 아버지는 급작스러운 뇌출혈로 죽어버렸다. 하지만 걱정은 금물, 세 여자는 그런대로 잘 살고 있다.

마거릿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소설은 산파로 맹활약하던 스무 살의 할머니 찰리 케이트 버치와 뱃사공이던 할아버지가 거룻배 위에서 만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엽기적이고도 기묘한 친척들의 연쇄자살, 할머니가 놀라운 명성을 얻게 된 경위와 할아버지의 가출, 처음부터 삐걱거린 부모님의 결혼과 아버지의 죽음 등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세 여자가 한 집에 모여 살게 된 이후의 삶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 닮아 있는 모녀의 캐릭터와 마술적이고 미신적인 민간풍속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지는가 하면, 인종차별주의와 부자들의 위선은 철저하게 희화화되고 신랄하게 풍자된다. 또한 독서광인 이 여인들의 대화 속에는 당대를 풍미한 문학과 예술이 담겨 있고, 작품의 배경에는 세계를 움직인 역사적 인물과 사건이 스쳐가고 있어, 흑백사진에서 보던 1900년대 전반 미국사회의 풍경을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나, 엄마, 엄마의 엄마
여성의 삶에 대한 탐구로 주목받은 작가 케이 기본스의 저력은 여성 3대의 인생유전을 그린 이 소설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실패한 결혼으로 남자들이 사라진 후에도 세 여자는 독특한 방식으로 서로 돕고 의지하며 모계가족 공동체를 꾸려간다. 가장인 1세대 찰리 케이트는 전통적인 성역할을 초월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신여성이고, 2세대인 소피아는 비교적 여성적인 장점을 많이 지닌 여성으로 아름답고 섬세하며 언제나 사랑을 추구한다. 3세대인 마거릿은 윗세대의 장점을 흡수해 나이답지 않은 현명함과 신중함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계획한다.

문제는 1940년대에 접어들어 세계대전의 여파로 젊은 남자들이 전장에 동원되자, 미혼 여성의 최대 과제는 짝을 찾는 것이 되었다는 점이다. 작품 속 소피아의 말대로 “젊은이들이라면 누구든 결혼할 준비를 하고 있거나, 벌써 결혼을 했거나, 결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할머니와 엄마는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는 마거릿의 미래에 대해 잔뜩 기대를 하고 있지만, 막상 그녀는 혼자 집을 떠나 대학에 다니기도 싫고, 억지로 아무 남자나 만나 결혼하고 싶지도 않다.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벌이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웃어넘기고, 무심한 척하면서도 서로를 가장 걱정하는 모녀의 오묘한 역학관계가 곳곳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찰리 케이트 여사의 시끌벅적하고 위대한 인생 역정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역시 할머니 찰리 케이트다. 원래 이름은 클라리사지만, 자신을 남자 이름인 찰리로 불러달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데서부터 그녀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방년 20세에 우리 할머니는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탁월한 산파였다”라는 첫 문장에서 드러나듯, 찰리는 아기를 받는 산파로 출발해 사체를 수습하는 장의사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가, 식물 뿌리를 이용하는 민간치료요법을 도입해 온갖 병을 치료한다. 잘려나간 손가락을 식탁 위에서 솜씨 좋게 접합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의술을 베풀며,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린치를 당해 죽어가는 흑인을 구하거나, 부주의로 아기의 눈을 멀게 한 의사를 응징하기도 한다. 사춘기 아이들의 성교육을 책임지고, 신식 화장실 설치와 도로 정비, 하수처리 시설 개선 등 지역사회의 위생상태 개선에까지 관여한다. 특히 그녀는 신체적인 증상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고 위로하는 데도 천재적이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을 돌보느라 시달린 오지랖 넓은 찰리 케이트의 인생에 ‘참 쉬운’이라는 수식어는 아이러니처럼 느껴지지만, 흔들림 없이 원칙을 따른 삶이라는 점에서 보면 문자 그대로의 의미일 수 있다.

대공황과 흑백영화, 재즈와 전쟁―1900년대 전반에 대한 스케치
소설의 배경인 1900년대 전반의 미국은 대혼란의 시기다. 남북전쟁 이전 과거의 남부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할머니, 자유분방한 재즈시대를 만끽한 엄마, 세계대전이라는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청춘을 보내는 나에 이르기까지, 이십여 년의 사이를 둔 세 세대는 20세기 초 미국사회의 변화의 물결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며 서로 다른 인생을 향해 나아간다. 경제공황과 세계대전이라는 굵직한 사건 사이사이, 한쪽에는 개척시대와 다름없이 살아가는 빈민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편에는 땅 투기나 전쟁으로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라디오나 전화 등 새로운 기계에 대한 놀라움과 당혹감이 뒤섞인 반응, 검은 고양이와 두꺼비와 소변을 이용한 주술로 병을 치료하려 하고 집시의 강령술에 대한 믿음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형성한다. 빈민가 소년에서 실력 있는 의사로 성장한 찰스 너터 박사의 신화와 우연히 사회문제에 눈뜨고 각종 사회운동에 투신하게 된 루이스, 소심함을 극복하기 위해 참전했다가 전사한 내서니얼 등 주변인물의 인생편력도 당시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밖에 독서광인 세 주인공이 월터 스콧과 마크 트웨인,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등에 대해 마음껏 벌이는 입씨름을 비롯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베니 굿맨의 음악을 듣는 모습을 통해 미국문화의 틀을 마련한 20세기 초반의 정서를 느껴보는 것도 이 소설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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