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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등장인물 l 라이벌 등장인물 / 책머리에 _ 고전의 매혹, 글쓰기의 유혹
1부 고전을 ‘talk’하다! 1장 / 고전, 괴롭도록 새로운 책 [원오극근의 『벽암록』] 깨달음, 기존세계 깨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는… [왕양명의 『전습록』] 묻고 답하기,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지혜의 기록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변화와 생성의 아름다움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삶을 노래하는 우주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를 사유하다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인간을 용해하라!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존재하는 것 모두가 선물이다 [이탁오의 『분서』] 나는 한 마리 ‘개’였노라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랑과 혁명은 어떻게 조우하는가 [고대 중국의 신화백과 『산해경』] 신기한 것들은 다 모여라! [이반 일리히의 『학교 없는 사회』] 요람에서 무덤까지, 제도를 거부하라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캉유웨이의 『대동서』] 경계를 무너뜨려야 유토피아 [이기영의 『고향』] 함께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갇혀서야 자유로울 수 있었던 한 지식인의 내면 풍경 [루소의 『고백록』] 어느 고독한 산책가의 몽상 2장 / 고전, 절반쯤 알고 태반은 모르는 책 [루쉰의 『아Q정전』] 나는 아 Q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삶은 무엇으로 지속되는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차안(此岸)의 세계에서 벌이는 투쟁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고고와 디디, 삶을 발견하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변신, 출구를 향한 끝없는 시도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세계를 편력하는 자의 어른 되기 [오승은의 『서유기』] 지난한 ‘나’와의 싸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 네 운명을 사랑하라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15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한 사랑과 혁명의 서사시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파리여! 이제부터 너와 나의 대결이다! [장주의 『장자』] ‘오래된 미래’, 국가 없이 사는 법 [홍명희의 『임꺽정』] 백수의 자유, 길 위의 향연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햄릿』] 고민하는 햄릿, 그가 보여 주는 인간의 길 [사마천의 『사기』] 우리 시대에 던지는 우정의 빛 [박지원의 『열하일기』] 여행, 경계를 넘고 나를 넘는 길 [허준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의 비전 탐구, 『동의보감』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거인의 시대를 사뿐히 지나가는 고양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나는 철학한다, 고로 자유롭다” [노자 가르침의 진수 『노자』] 저기요…, 혹시… “도를 아시나요” [이광수의 『무정』] 방황하는 청년에게 고함 [시내암의 『수호지』] 양산박, 108명 강골들의 네트워크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제멋대로 기록자가 술회하는 불구자들의 시대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의 잔혹사’와 단절하라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다윈이 종교를 비판했다구?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우리가 되기 위한 나와 너의 싸움 3장 / 고전, 제목은 분명히 아는 책 [주희의 『주자어류』] 집대성, 성실과 근면의 다른 이름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국가라는 괴물 [묵적의 『묵자』] 전사의 행동백서 [중국의 오래된 노래책, 『시경』] 思無邪, 혹은 불량가요의 힘! [프리드리히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차라투스트라, 중력 위에서 춤추다! [칼 맑스의 『자본』] 자본에 대한 영원한 반시대적 고찰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내 안의 무의식을 찾아서 [김부식의 『삼국사기』] 『삼국사기』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별을 지도 삼아 길을 떠나던 시대의 이야기 [조설근·고악의 『홍루몽』] 인생, 붉은 누각에서 꾼 한바탕의 꿈 [마르셀 프루스트의 「스완네 집 쪽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한 지도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 년의 고독』] 욕망하는, 고로 고독한! [일연의 『삼국유사』] 이야기에 의한, 이야기를 위한, 이야기의 역사 [공자의 『논어』] 배움의 책, 사람됨의 책 2부 고전과 ‘通’하다! 1장 / 고전통통(古典痛通) : 고전, 아프면 통하는 책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 고통의 맨 얼굴과 마주하기 [이광수의 『무정』] 최고의 여행법! 다른 존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세계라는 이름의 파편더미 위에서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우리, 땅꼬마 냉소주의자들 [플라톤의 『티마이오스』] 아무것도 아닌, 그래서 모든 것이 될 수 [칼 맑스의 『자본』] 지성의 눈과 감성의 눈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자신만의 방법? 별 거 없어! [허준의 『동의보감』] 실연에 대처하는 우주적 용법 [오승은의 『서유기』] 손오공도 달아날 땐 달아난다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식인의 역사를 끊으려면? [이기영의 『고향』] 공부와 삶은 하나다 [홍명희의 『임꺽정』] 아프냐? 그때가 바로 공부할 때다!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집 나간 희망을 위하여 [빅토르 위고의 『파리의 노트르담』] 자연과 역사의 교집합, 건축과 도시 [카프카의 『변신』] 벌레가 될 것을 두려워 말라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 기다릴 수 있는 능력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무엇이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가 2장 / 고전각각(古典覺刻) : 고전, 깨닫고 새기는 책 [캉유웨이의 『대동서』] 도를 아십니까? [체르니셰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 독립의 문턱에서 [프루스트의 「스완네 집 쪽으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려면?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 어른이란 스스로를 돕는 자다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여행의 두 가지 방식, 자기의 발견과 소비적 관광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소유에 대하여 [묵적의 『묵자』] 배움, 열정과 촉발 [레비-스트로스의 『야생의 사고』] 다채로운 삶의 풍경, 불연속적 기억의 클래스 [웰스의 『타임머신』] 일상 속 변화와 혁신, 정말로 있습니까?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우정의 조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파괴와 창조, 살림과 죽임 [이반 일리히의 『학교 없는 사회』] ‘대안학교’를 다시 생각하다 [홉스의 『리바이어던』] 공포와 적대를 넘어 우정과 연대로 3장 / 고전독독(古典讀讀) : 고전, 읽고 또 읽는 책 [루쉰의 『아Q정전』] 스스로 모독하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환대 혹은 이방인과 만나는 방식들 [셰익스피어의 『햄릿』] 불친절한 선물, 친절한 선물 [장주의 『장자』] 통치자의 숭고한 의무, 오직 백성을 살릴 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 무수한 ‘나’들의 공동체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밝고 명백한 세상! 그것이 가능할까? [박지원의 『열하일기』] 사이의 길은 명심(冥心)에서 [루소의 『고백록』] 과거를 낯설게 기억하는 법 [중국의 오래된 노래책 『시경』] 모과를 던지다 필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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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권의 고전 수다집이다. 고전에 대한 너와 나의 ‘말’(talk)을 모아 『고전 톡톡 : 고전, 톡하면 통한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묶었다. 이 책에는 톡톡 튀는 고전 소개와 함께 고전 속 명문장과 지은이들의 체험이 결합된 글이 실려 있어, 고전을 현재적 맥락에서 새롭게 사유해 볼 수 있다.
고전과 ‘톡’(talk)하라, 세상과 ‘통’할 것이다! - 몸으로 읽고 삶으로 활용하는 新 고전 독법 18세기 문인 이옥(李鈺)은 이렇게 말했다. “주자의 글을 서리(書吏)가 읽으면 장부 정리에 익숙할 수 있다.” 또한 움베르토 에코는 논문작성에 필요한 책을 권해 달라는 제자의 부탁에 “나중에 중고자동차 판매상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로크의 『인간오성론』을 추천해 주었다고 한다. 인간의 본성과 우주의 이치를 밝히는 성리학의 대가의 글을 읽으면 겨우 장부 정리에 능하게 되고, 논문을 쓰고 학자가 되려는 제자에게 권해 주는 책이 중고차 매매상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니, 농담이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무엇이 됐든 바로 그 ‘쓸모 있음’이 바로 고전이 가진 저력이다.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 동안 고전이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라도, 무엇이든 ‘써 먹을’ 수 있는 ‘다용도’성에 있다. 사랑에 속고, 돈에 울 때, 제 발등 제가 찍을 때, 직장이나 사람을 잃었을 때,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을 때, 믿고 있던 누군가에게 뒤통수를 맞았을 때 등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일에 고전은 적절한 처방전을 내려 준다. 예를 들어, 애인이 친구와 눈이 맞아 끙끙대다 속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의 로푸호프라면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다 거기에 맞는 시간을 갖고 있는 법이오. 그녀(그)는 지금 다른 것을 원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81쪽) 또 『동의보감』을 집필한 허준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마음속에 있는 의심과 염려스러운 생각 그리고 일체 헛된 잡념과 불평과 자기 욕심을 다 없애 버려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약을 먹기 전에 병은 벌써 다 낫게 된다”(218쪽)라고. 작년(2010년) 한 해 동안 '수유+너머 남산'의 채운과 안명희가 주축이 되어 '수유+너머'의 연구원들이 신문에 연재했던 글을 토대로 “고쳐 생각하고 고쳐 쓰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여 엮어낸 이 책, 『고전 톡톡 : 고전, 톡하면 통한다』는 50편이 넘는 동서양의 고전을 다루고 있지만 고전을 무작정 많이 읽으라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고전을 ‘읽은’ 것에 앞서 ‘말’(talk)하라고 한다. 왜냐하면 고전은 읽을거리이기보다 이야깃거리이기 때문이다. 고전에는 오랜 세월 동안 인간들이 부딪쳐 왔던 (언젠가는 우리 역시도 겪을, 혹은 이미 겪어 버린) 문제들이 오롯이 녹아 있다. 눈물 쏙 빼는 사랑이야기,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이야기, 막장드라마보다 더 볼 만한 가족이야기 등등 수많은 고전 속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서사)를 발견하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책과 나누는 수다(talk), 이 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전 읽기는 ‘울며 겨자 먹기’의 악순환일 뿐이라고 이 책의 필자들은 믿는다. 그래서 이들은 먼저 각자 자신들의 고민이 담겨 있는 고전과 열심히 수다를 떨고, 그 결과를 글로 풀어낸 다음, 이것으로 또 다시 동료들(이 책의 필자들)과 함께 수다를 떤다. 고전과 나와의 ‘톡’, 고전과 우리와의 ‘톡’이 합쳐진 것이 바로 ‘고전 톡톡’이다. 또 이 책은 고전 작품 해설에서 그치는 기존의 책들과 달리 필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씨앗문장’을 골라내어, “직접 암송하고, 베껴쓰고, 나아가 이를 자신의 현실경험과 접속하여 글로 풀어낸”(「책머리에」) 것이기도 하다. 이제 온몸으로 해낸 그들의 ‘톡톡’이 세상과 ‘톡’하고, 마침내 ‘통’할 차례이다. 고전을 읽으면 좋은 점 Best 6 스물다섯 명의 필자들이 고전과의 고전(苦戰)도 불사하고 고전을 읽은 까닭은 무엇일까? 공자는 『논어』에서 『시경』을 읽으면 좋은 점이 여섯 가지가 있다고 했다. 『시경』은 공자 시대의 고전이었으니 『시경』 대신 ‘고전’을 넣어도 충분히 뜻이 통할 것이다. 공자의 말씀을 빌려 고전을 읽으면 좋은 점 6가지를 들어 보자. ▶可以興(가이흥) : 감흥이 일어난다 고전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적패, 살인범, 고관대작과 부잣집 도련님, 곱사등이 등등. 사람뿐이 아니다. 동물, 곤충 심지어 괴물까지 가세해 삼각관계, 근친상간, 복수 등 엄청난 사건?사고를 일으킨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절로 감흥이 생기고, 이들의 다양한 처지와 심경에 공감하는 능력이 생겨난다. ▶可以觀(가이관) : 잘 보게 된다 현대인들이 고전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고전에서는 인터넷이나 TV처럼 전달하는 바가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고전은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관성을 스톱시키는 책”(채운)이기 때문이다. 고전은 지금까지의 ‘습’(習)을 버리고(멈추고) 그것을 ‘관’(觀)하는, 즉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 ▶可以?(가이군) : 무리와 잘 어울리게 된다 이 책『고전 톡톡』이 바로 그 증거다. 고전은 여러 사람을 모이게 하고, 함께 읽고, 수다 떨고, 글을 쓰게 한다(이렇게 책을 만들 수도 있다!). 고전 읽기를 통해 습득한 다양한 ‘남 되기’ 경험, ‘남 되는’ 능력은 무리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최고의 비결이다. ▶可以怨(가이원) : 잘못을 싫어하게 된다 고전에는 ‘의외로’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민폐’ 캐릭터들이 제법 등장한다. 『아Q정전』의 아Q, 아버지의 재산을 쪽쪽 빨아먹는 딸들(『고리오 영감』), 자신의 욕망을 위해 옛 연인을 저버리는 야망가(『무정』)……. 이들을 보라, 절로 수오지심(羞惡之心)이 발현된다. ▶邇之事父 遠之事君(이지사부 원지사군) : 사람의 도리를 알게 된다 ‘사람의 도리’는 꼭 군자가 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친구와 우정을 나누는 법(『임꺽정』, 『수호지』), 건강한 몸을 갖는 법(『동의보감』), 폐족일망정 폐인이 되지 않는 방법(『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등등 사람으로 사는 법 A to Z가 고전에 담겨 있다. ▶多識於鳥獸草木之名(다식어조수초목지명) : 동식물의 이름을 많이 알게 된다 쌀이 ‘쌀나무’에서 나는 것인 줄 아는 현대인들에게 고전을 읽으면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고전은 현대인들이 듣도 보도 못한 동식물의 이름을 알려 주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시경』을 읽은 이에게 모과는 더 이상 캔디가 아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나누고 싶어 하는 연인들의 사랑의 징표인 것이다. 不變不通, 변하지 않으면 통할 수 없다! 고전은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 재미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고전을 어떻게 ‘써먹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고전은 어렵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생각으로 들어가는 순간의 나에 대한 또는 자기 세계를 멈추고 다른 세계로 가는 용기가 없어 고전이 어렵다고 한다”(채운)는 것이다. 이들은 고전을 냄비받침으로나 쓰면서 한 번이라도 들춰 보기는커녕 자신의 삶 한번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맨몸뚱이로 맞서는” 것, “찢기고 넘어지고 흠씬 두들겨 맞을 각오를, 아니 기꺼이 죽을 각오”(30쪽)다. 다시 말해 나 자신을 완전히 변화시키겠다는 의지 없이는 고전을 읽을 수도 없고, 혹 읽는다 해도 소용이 없다. 변한다는 것은 “멀끔한 겉모습으로 포장한 나를 완전히 벗는 일. 벌레처럼 희한하고 낯선 감각을 가진 존재가 되는 일”(412쪽)이다. 그렇기에 변한다는 것에는 낯설음과 고통이 뒤따른다. 청년가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 버린 그레고르 잠자(『변신』)나, 소인이 되었다가 거인이 되기도 한 걸리버,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림과 동시에 스스로 맹인이 되어 버리고 마는 오이디푸스, 전도유망한 고위관리에서 하루아침에 폐족으로 몰락해 버린 정약용 등등 변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스트레스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해야 한다고 고전은 말한다. 변하지 않으면 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한 구절을 보자. “귀와 눈만 믿는 자는 보고 듣는 것이 더욱 섬세해져서 갈수록 병이 된다. 한번 떨어지면 강물이다. 그땐 물을 땅이라 생각하고 물을 옷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몸이라 생각하고, 물을 내 마음이라 생각하리라. 그렇게 한번 떨어질 각오를 하자 마침내 내 귀에는 강물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무릇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넜건만 아무 근심 없이 자리에 앉았다 누웠다. 그야말로 자유자재한 경지였다.”(483쪽) 물을 건널 때, 땅에서 걷던 대로 물을 대하면 물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 “물에서 걷는 것과 다른 근육, 다른 호흡, 다른 행동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열하일기』를 읽고 자신의 경험을 글로 풀어낸 홍숙연은 뜻하지 않게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일을 토대로 이 글을 썼다. 그리고 빨리 자신이 누구인가를 증명해 줄 회사나 학교를 찾고 있을 때 이 글을 만났다고 한다. 이제 그는 ‘낙오’의 경험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늘 일렁이는 물결 위에 있으면서도 단단할 거라고 믿는 저편을 갈망하며” 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안정된 삶과 불안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차라리 용기를 내어 그 파도를 타겠”다고 다짐한다. 우리에게는 언제나 (흉이라고 믿는) 뜻하지 않은 상황이 닥친다. 하지만 그것을 길흉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길이었지만 ?이 될 수도, 흉이었다가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일은 그저 ‘감당해야 할 일’, ‘부딪쳐야 할 일’이다. 고전은 우리에게 그 일에 맞서, 혹은 그 일을 통해 다른 세상과 ‘통’하라고 할 뿐 아니라, 통하는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까지 말해 주고 있다. 通卽不痛, 통하면 아프지 않다! 通卽不痛, 不通卽痛(통즉불통, 불통즉통).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 이것이 『동의보감』(216쪽)을 관통하는 양생 의학의 핵심이다. 고전 읽기도 마찬가지이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 그동안 우리가 고전을 읽으면서도 괴롭고, 읽고 나서도 여전히 괴롭고 아팠던 이유는 고전과 제대로 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꺽정』의 앉은뱅이 청년 박유복을 만나 보자. “저의 병이 두 무릎 아래가 힘이 빠져서 걸음을 걷지 못하는 병이라 … 궁둥이루 다니게 되었습니다. (긴긴 해를 보내느라) 꼬챙이를 깎아서 던지는 장난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심심풀이 장난으로 시작한 것인데 물건을 노리구 던지면 맞는데 재미가 날뿐더러 그것두 혹시 재주루 쓸데가 있을까 하구 일심 정력을 들여서 익혔습니다. 그래서 긴긴 해두 가는 줄을 모르구 보냈습니다.”(400쪽) 우리는 고전을 읽으며 ‘통’하기보다는 교환을 하고 싶어 한다. 내가 고전을 읽느라 이만큼의 시간과 정성을 들였으니 응당 무언가 대가가 돌아오리라는 계산을 한다. 그러나 “사고의 전개방식, 심금을 울리는 어휘나 문장, 문제를 파고드는 집중력……”(「책머리에」) 등 무엇이든 하나라도 남기고 싶다면 그 역시도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순간을 충만하게 하는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면 통할 수 없다. 아픈가? 당신은 아직 통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때가 당신이 고전을 읽어야 할 때다. 이때야말로 글자 하나하나가 사무치게 다가올 테니 말이다. |